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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445화 (44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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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JYB엔터만 해도 부대표 체제로 경영을 맡겼다. 하지만 회사의 주요 사안을 최종 결정하는 건, 대표인 나였다. 박 부대표로 인해 잔일은 확실히 줄었지만, 큰 틀에서 회사 경영은 여전히 내가 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삼명그룹이라면....

“도련님께서 무슨 생각이신지 알거 같군요. 하지만 옥좌에는 그만한 책임과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도련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

너무 잘 알지. 그런데 삼명그룹 회장 자리에는 정말 앉기 싫었다. 그 자리가 얼마나 골치 아프고 귀찮은 자린데. 거기 앉으면 내가 하고 싶은 거 절반, 아니 그 절반의 절반 밖에 못할 거다.

그건 절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자가 삼명그룹 회장이 된다면, 그때도 골치 아파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만약 삼명그룹 회장이 내게 적대적인 인물이라면....

‘그건 진짜 좆 되는 경우고....’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골머리 아파할 때, 그런 나를 향해 이동훈 실장이 아주 대 놓고 확인 사살을 해줬다.

“도련님이 삼명그룹 회장이 되는 건....운명입니다.”

‘하아....나 참....’

나는 이동훈 실장과 와인 한잔을 마시며 그의 얘기를 쭉 경청했다.

“그러니까 올해 안에 삼명전자 주식 10%를 내게 넘기신다는 거로군요?”

“네. 그걸 시작으로 해서, 잔여 삼명주식과 회장님이 보유하신 삼명 계열사들 주식들이 차례로 도련님께 양도 될 겁니다.”

“상속세는?”

“올해 넘기는 삼명전자 주식은 회장님께서 어떻게든 내 주실 거 같은데....”

“내년부터는 아니라는 얘기고요?”

“네. 아시겠지만 상속세는 어차피 도련님께서 회장 자리에 오르시고 나셔서,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요. 그리고 상속세야 정부와 잘 협의하면, 몇 년 유예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최악의 경우 주식을 담보로 잡혀도 되고요.”

“그렇긴 하죠. 하지만 어째든 다 빚이잖습니까? 언젠가는 토해내야 할....”

가급적 빚은 지고 싶지 않은 나에게, 삼명그룹 회장 자리는 상속세 때문에 나라 빚을 잔뜩 져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상속세 문제도 결국 내가 삼명그룹 회장이 됐을 때, 심도 깊게 고민할 문제지 지금 설레발 칠 필요는 없었다.

‘아직 내가 삼명그룹 회장이 된 건 아니니까.’

이동훈 실장은 오늘을 시작으로 나와 자주 연락하면서, 내가 삼명그룹 회장의 자리에 앉을 때까지 성심성의를 다해서 보필하겠다는 얘기를 했다.

“네. 뭐 그러세요.”

하고 싶지는 않지만, 또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삼명그룹 회장 자리에 앉아야 했다. 그래서 더 골치 아프게 생각하지 않고 이동훈 실장의 말처럼, 내가 삼명그룹 회장이 되는 걸 운명으로 받아드리기로 했다.

‘일단 해보자. 그 자리에서도....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 수 있게 노력해 보는 거지 뭐.’

내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내 여자 중 한 명이자 MP4의 멤버인 우희였다.

‘얘가 왜 이 시간에....’

내가 같이 동석 중인 맞은 편 이동훈 실장을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전화 받으세요.”

나는 이동훈 실장의 양해를 받고, 우희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어흑흑흑흑....으아아앙....

근데 우희는 전화를 걸어 놓고 말 대신 울부짖었다.

“무, 무슨 일인데?”

아무래도 이동훈 실장 앞에서 받을 전화가 아닌 거 같아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데 심호흡 크게 하고....그래....잘하고 있어.”

나는 최대한 우희가 진정할 수 있게 달랬다. 그러자 점차 울음이 잦아들고 우희가 더듬거렸지만, 그래도 내게 전화 건 이유는 밝혔다.

-어헉....흑흑....대표님....재수술...어헉....할버니가....어헉....지금....헉헉....중환자실인데....위독하시다고....흑흑....대표님 저 어떡해요? 할머니 이대로 가시면 저는....흑흑흑흑....

XX병원장이 앞서 서진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은 우희 할머니의 예후가 좋지 않다며, 주말 지나서 재수술을 할지 모른다더니....이건 아무래도 내가 직접 가봐야 할 거 같았다. 마침 여기서 XX병원은 10분이면 갈 수 있었다.

“지금 바로 갈 테니까 거기 있어.”

나는 서둘러 통화를 끝내고 이동훈 실장에게로 갔다. 근데 이동훈 실장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있었다.

“도련님. 급한 일이 생겨서 이만 가 봐야 할 거 같습니다.”

“나도 그런데. 그럼 언제 시간 날 때 또 보죠.”

“네. 자주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세요. 가급적 실장님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건 처리해 주시고요.”

한마디로 나 좀 덜 귀찮게 해 달란 말인데 그 말에 이동훈 실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잘 될지는 모르겠군요.”

삼명그룹 회장 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나? 거기다가 백승렬 회장이 본격적으로 내게 승계 작업을 시작하면, 내 위에 두 형들이 가만있겠다. 아주 생 지랄을 떨 텐데....

‘에이. 몰라....’

나는 닥치면 난관이 닥치면 그때, 그때 해결해 나가기로 하고 이동훈 실장과 같이 힐튼 호텔 라운지 바BAR를 나왔다.

지이이잉!

그때 내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먼저 가세요.”

“네. 그럼....”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는 이동훈 실장을 먼저 보내고, 핸드폰에 온 문자를 확인했다. 그랬더니 양태석이었다. 지금 전화해도 되냐고 말이다. 해서 내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뭔데?”

-차은석 부문장 뒤를 쫓던 자의 최종 배후가 누군지 알아냈습니다.

“누군데?”

-정재욱이라고 얼마 전까지 서울경찰청에 있다가 제주경찰청으로 좌천 돼서....

“알아. 정재욱.”

나는 정재욱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는 양태석의 말을 일단 막았다.

-이제 어쩔까요?

뭘 어쩌긴 어쩌나? 정재욱은 어제 죽었는데. 양태석이 거기까지는 알아보지 않은 모양이었다.

보아하니 정재욱의 촉이 상당했다. 제주도에서 서울로 오자마자 차은석의 뒤를 캐려 하다니 말이다.

이거 내가 먼저 정재욱을 제거 해 버리지 않았다면 귀찮아 질 뻔하지 않았나?

“됐어. 더 알아 볼 거 없으니까 그쯤에서 멈춰.”

-알겠습니다. 저....그리고....

딱 봐도 양태석이 내게 할 말이 있어보였다.

‘설마 또 정민지?’

근데 그 설마가 맞았다. 양태석이 내 경호팀원 중 여자 경호팀원인 정민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니냐고 물어왔다. 근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해서 내가 그에게 말했다.

“정민지 경호 팀원의 상관은 문대식 경호팀장이니까, 그쪽에 물어 보는 게 빠를 거 같은데?”

-아아. 네.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양태석과 통화 후 당연히 의문이 일었다.

“양전무가 왜 자꾸 정민지에게 관심을 보이는 거지?”

제주도에서 정민지를 내 여자로 만들지 않았다면, 나도 양전무의 이런 반응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거다. 하지만....

“아무래도 알아 봐야겠지?”

그러나 상대는 양태석이었다. 어쭙잖은 녀석들에게 알아보라고 시켰다가는, 양태석 주변 녀석들에게 잡힐지 몰랐다. 해서 나는 김훈 에이전시 소속 처리자인 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일 하나 하세요.”

-말씀하십시오.

“양태석이라고....”

내 설명을 쭉 들은 철수. 그가 확인하듯 내게 물어왔다.

-그러니까 양태석이라는 조폭 두목이, 왜 대표님 여자 경호원에게 관심을 보이는지 알아보란 말이군요?

“맞아요.”

나는 내 말을 잘 알아듣는 철수가 꽤 마음에 들었다.

-알아보고 빠른 시일 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철수와 통화를 끝낸 나는, 그제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차를 몰아 곧장 XX병원으로 향했다.

* * *

오늘 바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진짜 역 대급으로 바쁘다. 내 여자인 남소라를 호텔 방에 데리고 가서, 손 하나 대지 않고 재워 놓은 채 이렇게 또 돌아다니고 있으니 말 다한 거지. 그것도 이 밤중에 말이다.

XX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우희가 있는 중환자실로 향했다. 내가 온다는 걸 당연히 여기 병원장은 몰랐다.

“대표님!”

중환자실 앞에서 나를 발견한 우희가 내게로 쪼르르 뛰어와서 내 품에 안겼다.

“흑흑흑흑....”

그리곤 하염없이 울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다독이며, 일단 진정을 시킨 다음 현 상태를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울먹이는 그녀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고, 나는 그녀 대신 같이 있던 매니저에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오늘 오후 우희 할머니 상대가 급격히 나빠져서 재수술에 들어갔고, 수술 후 괜찮아 보였던 할머니가, 9시 이후 급격히 나빠졌단 말이지?”

“네. 여기 당직의 말로는 응급수술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나는 우희 매니저의 설명을 듣고 나서 곧장 XX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10분 뒤 우희 할머니 뇌수술을 집도한 신경외과 과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우희 할머니의 뇌수술이 잘 됐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뇌압에 계속 오르고 있단다.

“그러니까 뇌압만 잡으면 된다는 거로군요?”

“네. 지금으로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게 선천적인 경우일 수가 있어서....”

“선천적이요?”

신경외과 과장으로부터 선천적이란 말을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바로 내가 보유하고 있는 견신 시스템의 아이템 중 하나인 「개 알약」이었다.

「개 알약」 아이템은 현재 3Up된 상태로 체내 2기 종양뿐 아니라 선천질환 치료가 가능했다.

물론 「개 알약」 아이템은 현재 나에게만 쓸 수 있다. 하지만 내 인벤토리에는 역 아이템 1회 이용권이 2장 있었다. 그 중 한 장으로 「개 알약」 아이템을 선택하고, 우희 할머니의 뇌에 사용한다면....

나는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해서 나는 조용히 우희를 한쪽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할머니를 살릴 수 있을 거 같아. 하지만 그러려면 네 도움이 필요해.”

“정, 정말이요? 대표님이 저희 할머니를 살릴 수 있단 거죠?”

“그래. 그러니까 일단 진정하고 내 말을 좀 들어 봐.”

나는 특수한 기공을 익히고 있으며, 그 기공을 사용해 기 치료를 하면 우희 할머니의 뇌압을 진정 시킬 수 있다고 했다.

“네?”

그 말에 황당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우희. 하긴 나라도 이런 말 들으면 기가 차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실대로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나한테 견신 시스템이라는 게 있는데....어쩌고저쩌고....그랬다간 바로 정신병원으로 실려가겠지.

‘어차피 우희 할머니만 살려내면 되는 일.’

나는 뻔뻔하게 나갔다.

“너 나 못 믿어? 내가 할 수 있으니까, 지금 한다고 하는 거잖아.”

“믿어요. 하지만....”

“어차피 지금 할머니 뇌압을 잡지 못하면 돌아가셔. 의사와 얘기했는데 이대로 응급수술 들어가면 거기서 돌아가실 확률이 99%라고 하고.”

나는 좀 뻥을 쳤다. 하지만 신경외과 과장이 그랬다. 응급수술 들어가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고. 수술 도중 돌아가실 확률이 높다고 말이

다. 자기 할머니가 테이블 데스 할 확률이 그렇게 높다니, 내 그 말이 우희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준 모양이었다.

“그, 그럴 수는 없어요. 할머니는....꼭 살려야 해요. 그러니....따라 오세요.”

해서 나는 우희와 같이 우희 할머니가 누워 계시는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견신 시스템의 모든 아이템과 스킬은 근거리에 있으면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역 아이템과 역 스킬의 경우는, 그 해당 상대와 세 걸음 안에 있어야 능력을 쓸 수가 있었다. 뭐 견신 시스템이 그렇다니 어쩌겠나. 젠장 맞을....

‘됐다.’

나는 병상에 누워 있는 우희 할머니 병상 옆에 서자, 바로 상태창을 열고 그 안 인벤토리에서 역 아이템 1회 이용권을 꺼냈다. 그리고 그 이용권으로 「개 알약」아이템을 우희 할머니에게 사용했다.

그 뒤 나는 기공으로 할머니를 기 치료한다고 뻥을 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희 앞에서 그럴싸하게 연기를 해야만 했다.

내 손이 우희 할머니 머리에 닿았고, 나는 마치 기공으로 치료를 하는 거처럼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으으으으....”

우희 할머니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더니....먼저 손을 움직이고 고개가 좌우로 돌아가더니, 이내 감고 있던 눈까지 떴다.

“할, 할머니!”

기적이 일어났다. 내 예상대로 「개 알약」아이템이 우희 할머니 뇌의 선천질환을 치료하면서, 뇌압을 떨어트리는데 성공한 거 같았다. 그러면서 우희 할머니의 상태가 급 호전 된 거고.

“잠시만....”

중환자실 간호사가 우희 할머니 상태를 살피고는 곧장 당직의를 불렀다. 근데 당직의와 함께 신경외과 과장이 같이 중환자실에 들어왔고, 우희 할머니 상태를 직접 살핀 뒤 말했다.

“말도 안 돼. 갑자기 이렇게 뇌압이 떨어진다고? 이, 이건 기적이야.”

놀란 얼굴의 신경외과 과장이 우희를 쳐다봤다. 아마도 우희 때문에 우희 할머니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살려고 하다가, 기적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닌가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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