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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죄송합니다. 예약 걸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오늘도 기쁨이 충만한 하루가 되시길....
하고 싶으면 해
그러고 보니 이전 삶에서도 백준경과 백준호 형제는, 백준열을 죽이고 백승렬 회장을 금치산자로 만들었다. 그런 자들이 또 그러지 말란 법은 없었다. 한마디로 내가 너무 방심한 거다. 백 회장이 나를 후계자로 사실상 선포 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그들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작자들이란 걸 뻔히 알면서, 너무 안일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라면 내 능력인 견신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놈들의 음모를 간파해 낸 건데....
“너무 늦은 거 아닌지 몰라....”
나는 그 말을 중얼거리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서 돼지국밥 집을 나왔다.
그런 나를 쫓아 김 비서와 경호팀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나는 차로 이동하면서 호주머니 속에 핸드폰을 꺼내서, 이동훈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도련님.
이 실장은 앞서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처럼 재깍 내 전화를 받았다. 그런 그의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그도 지금 식사 중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어디서 누구와 식사 중인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실장님. 비상사탭니다.”
-네?
“회장님이 위험해요.”
뭐 이 상황에서 뭘 더 돌리고 잘 말하겠나? 팩트를 그대로 전달만 하면 됐지.
-그, 그게 무슨....
“두 형들이 아무래도 아버지와 나를 노리는 거 같아요.”
나는 딱 여기까지만 이 실장에게 말해주면 됐다. 그러니까 이럴 때 이 실장이 가장 확실한 패였던 것이다.
이렇게 말해 놓으면 나머지는 어차피 이 실장이 다 알아낼 거다.
그러니까 지금은 내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얘기가 나온 거 자체가 중요하지.
-알겠습니다. 알아보고 조치 취하겠습니다.
이동훈 비서실장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 그 두 사람의 안위와 관계 된 일이었다. 아마도 이 실장은 이 일을 최우선에 두고 처리할 거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라면, 이 실장의 경우 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을 할 거란 점이었다.
그 확인에 걸리는 시간이 30분이 됐건 한 시간이 됐든, 어째든 그 정도 시간은 필요했고, 정말 재수 없으면 그 시간 안에, 나와 아버지에게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어딘가로 또 전화를 걸었다.
“네. 아버지. 접니다.”
나는 나와 같은 그 당사자.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도 자기 후계자라서 그런지 내 전화를 받아 주는 백승렬 회장. 그에게 나는 내 위 두 형들의 음모를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가 태연하게 말했다.
-알았다. 여긴 내 알아서 하마.
누가 삼명그룹 회장 아니랄까 봐, 자기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서도 그는 여유가 넘쳤다. 그것도 자기를 노리는 배후가 자기 두 아들들인데도 말이다.
그렇게 백 회장과 통화 후 나는 바로 대기 중인 차에 올랐다. 그리고 곧장 JYB엔터 본사 사옥으로 향했다.
10분 거리에 있는 거기까지 가는 동안에, 딱히 무슨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음모의 냄새가 조금씩 더 짙어 지는 게, 곧 좋지 않은 일이 내게 일어날 거 같았다.
“이참에 오늘 비번인 경호팀원들도 다 불러서 정신 교육이라도 시켜. 무슨 말인지 알겠지?”“네. 뭐....알겠습니다.”
나는 그저 경호팀원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 그런 지시를 문대식에게 내렸는데, 받아드리는 문대식은 아무리 봐도 내가 꼬장을 부리는 걸로 여기는 거 같았다.
뭐 어찌됐던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 됐다. 내가 안전해지고 경호팀원들이 한 명이라도 더 무사할 수 있다면, 그딴 오해 쯤 얼마든지 받아 줄 수 있었다.
“내 오후 스케줄이 어떻게 된다고? 아니 외부 일정 중 가장 중요한 스케줄이 뭐야?”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실로 가는 중 김 비서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김 비서에게 달달한 디저트를 사주고, 그녀의 고민이 뭔지 물어 보려던 걸 못 했네. 하지만 지금은 그것 보다 내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3시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미팅이 있습니다.”
눈치 빠른 김 비서가 즉시 대답했고, 나는 그때 놈들이 나를 노리겠구나 싶었다.
회사 내에서 내 스케줄은 분명 보안 사안이다. 하지만 그 정도 알아내는 건 두 형들에게는 일도 아닐 터.
“그때 내 경호인원을 2배로 늘리도록.”
나는 김 비서 옆에 문대식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그때 대표실이 있는 층에 도착하면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나는 제일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 * *
기공식 행사를 모두 마치고 그곳 귀빈들과 같이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 중이던 백승렬 회장. 그의 연설과 울산 시장의 연설이 좀 길어지는 바람에 점심시간도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언양불고기를 맛볼 수 있겠군.”
전에 울산에 왔을 때도 맛있게 먹었던 언양불고기. 백 회장은 그 언양불고기에 장터국밥을 같이 먹을 생각에 벌써 입에 군침이 돌았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 잃어가던 입맛. 한데 요 며칠 사이 그 없던 입맛이 신기하게 돌아왔다.
당연히 나이를 먹은 만큼 여러 성인질병을 앓고 있던 백 회장. 과식은 금물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돌아온 입맛을 막기 힘들었다. 그래서 주위에 살짝 언질을 해 뒀다. 자신이 과식한다 싶으면 말리라고 말이다.
“저도 언양불고기 참 좋아합니다.”
한데 그의 곁에서 그걸 해야 할 작자가 오히려 자기처럼 먹을 생각뿐이다.
지금 백 회장이 탄 차량의 앞자리, 그러니까 운전석 옆 조수석에는 백 회장의 수행비서가 아닌 경호실장이 타고 있었다.
왜냐하면 기공식 참석 후 모든 지방 일정이 취소가 된 터라, 수행비서 대신 백 회장이 말벗을 하려고 김 실장을 거기 앉게 한 것.
“김 실장. 자네 나이가 올해 환갑이지 않나?”
“아닙니다. 환갑은 무슨....이제 59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아직 팔팔한 50대한테 환갑이라니....”
앞자리에서 펄쩍 뛰며 구시렁거리는 경호실장을 보고 어이 없어하던 백 회장.
지이이이잉!
그런 그의 개인 폰이 울렸다. 그가 소지하고 다니는 개인 폰은 지극히 개인적인 폰이었다. 그러니까 그의 가족과 몇 되지 않는 최측근 지인들만 알고 있는 번호의 폰 인 것.
백 회장은 그 인원을 10명을 넘기지 않게 관리해 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개인 폰으로 걸려 오는 전화를 백 회장은 받았다. 그래도 누구 전화인지는 먼저 확인하는 백 회장.
“허어.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웬만해서는 자기에게 먼저 전화하는 일이 없는 그의 막내아들의 전화였다.
“무슨 일이냐?”
보나마나 뭔 일이 있으니 전화 한 걸테지. 그래서 그렇게 전화를 받았더니....
“뭐?”
막내아들 녀석도 그와 똑같이 전화건 용건을 바로 밝혔고, 그 얘기를 쭉 듣고 난 백 회장의 눈 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겉으로 봐서 그는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삼명그룹 회장으로 살아 온 세월이 어느 새 4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렇게 쌓여 온 내공이 그를 그 어떤 풍파에도 끄덕하지 않는 단단한 노송으로 만들었다.
“이 실장에게 얘기했다니....뭐 확실한 건 이 실장이 알아내서 연락 주겠지. 그보다 너나 조심 해라. 여기는....”
백 회장은 오히려 살짝 흥분해 있는 막내아들을 되레 진정시켰다. 그렇게 막내아들 백준열과 통화를 끝낸 백 회장. 그가 앞쪽의 경호실장에게 말했다.
“김 실장. 아까 창원 가는 거 말인데....아무래도 가 봐야 할 거 같아.”
“네? 아네. 알겠습니다. 안 비서에게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백 회장의 이런 변덕이 어디 하루 이틀 일이던가? 경호실장은 별 대수롭지 않게 그 사실을, 다른 경호 차량을 타고 움직이고 있던 백 회장의 수행비서에게 가장 먼저 알렸다.
* * *
위기는 위기고 일은 또 일이 아니겠나? 그러니까 3시에 내가 문화체육부 장관을 만나러 갈 때, 그쪽에서 나를 노릴 게 확실한 상황이지만, 나는 그 전에 JYB엔터 대표로 내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내게 있어서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김 비서. 김명진 회장 상태가 어떤지 좀 더 자세히 알아 봐 줘.”
바로 이미 선전포고 끝나고 서전(緖戰), 즉 오늘부터 첫 싸움이 시작 된 서진그룹의 움직임이었다. 이미 그쪽 비서실장이 아침부터 사람들 보내서, 내 신경을 잔뜩 긁어 놓은 상황. 나는 그걸 되로 받고서 말로 되갚아주었다.
청평 별장에서 획득한 현물 자산들을 처리해서, 그 돈으로 서진그룹 주식을 사 모으게 지시하면서 말이다. 아마 주식시장에 그 자금이 한 번에 풀리면 서진그룹 쪽에서 난리가 날 거다.
주식시장 자체에서 그 자금은 그리 큰 돈은 아니다. 하지만 그 돈이 한 그룹의 주식에 집중 된다면, 그걸 당하는 그룹 입장에서는 바로 자기회사 주식 테러를 당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기서 김명진 회장이 되살아나서, 전장으로 복귀하는 일이 일어나선 곤란했다.
‘김 회장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당신은 계속 병원에 있어야 해.’
나는 김명진 회장이 입원해 있는 서진 병원으로 사람을 보내서라도, 그를 계속 병원에 누워 있게 만들 생각이었다. 물론 그 일을 해 줄 사람은 철수라는, 이제는 내 전담 처리자가 된 자가 해 줄 것이고.
“응?”
그때 또 다른 음모의 냄새가 났다. 처음 내가 맡았던 그 음모의 냄새와는 살짝 뭔가 다른 냄새가 났다.
그 냄새가 뭔지 내가 생각하자, 견신 시스템이 즉시 그 냄새에 대한 정보를 내게 주었다.
‘뭐? 이게 김명진 회장 쪽에서 나는 냄새라고?’
그러니까 내가 김명진 회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생각을 하자, 김 회장에게 진행 중인 음모의 냄새를 내가 맡게 된 거다. 그 말인즉....
‘그러니까 나 말고 김명진 회장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는....가만....’
그러고보니 내가 처음 맡았던 음모의 냄새와, 지금 김명진 회장에게서 나는 음모의 냄새가, 살짝 그 결이 다를 뿐 냄새의 본질은 같았다. 그러니까....
‘김명진 회장도 그 아들들이....그를 노리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아니 확실했다. 이는 견신 시스템의 ‘음모의 냄새’에 대한 더 세세한 정보를 파악하고 분석해서 나온 결과에 따른 내 결론이다.
“이거 의외로 일을 수월하게 끝낼 수도 있겠는 걸?”
물론 그러려면 그들 사이에 내가 조금 개입해 줄 필요가 있었지만. 나는 곧바로 김명진 회장 쪽 일에 개입해서, 필요에 따라 양념도 치고 재도 뿌려 줄, 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서울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을 거점으로 성장한 조선족 폭력조직, 연변흑사파.
그들은 인근 상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돈을 뜯어오다가, 그들 악명을 듣고 조사에 나선 경찰에 의해 소탕이 됐다.
걸핏하면 칼과 도끼를 휘두르는 이들 때문에 차이나타운 일대 상인들은 방탄조끼 등을 구입해 ‘방검복(防劒服)’ 삼아 입기도 했다니, 그들의 전횡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검거를 주도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연변흑사파 두목 양종석 등 7명을 범죄단체모의구성, 폭력 등 혐의로 구속하고 조직원 5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며칠 뒤, 양종석을 비롯한 연변흑사파 조직원들 전원이, 서울경찰청 후문을 통해 전부 석방이 됐다.
그리고 그들 중 연변흑사파의 수뇌부라고 할 수 있는 두목 양종석과 7명의 조직 중간 간부들이, 모종의 장소로 옮겨졌고 거기서 그들을 구해 준 자를 만날 수 있었다.
“반가워. 나 백준호야. 삼명그룹 둘째고, 현재 삼명생명 전무지.”
그날 연변흑사파 양종석은 백준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백준호는 생양아치들인 그들을 거둬서 그가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칼로 삼았다.
“지금 즉시 울산으로 내려가. 울산에 도착하면 전화하고.”
백준호는 백승렬 회장과 백준열을 둘 다 처리하기로 작심하자, 바로 연변흑사파 두목 양종석에게 연락부터 취했다.
일단 그들을 아버지인 백승렬 회장이 내려간 울산으로 내려 보낸 것이다. 그 다음 형인 백준경을 통해서 그의 일본 쪽 경호원들을 요구했고, 그가 점심을 다 먹었을 때 쯤 그들이 도착했다.
“백준열이 3시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만나러 정부청사에 갈 거야. 그때 처리 해.”
백준호는 마치 백준경이 보내 온 일본 경호원들이 어떤 자들인지 잘 안다는 듯, 그들에게 바로 백준열의 처리를 맡겼다.
“알겠습니다.”
근데 또 그걸 일본 경호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드렸다. 아마 그들의 윗선, 그러니까 신미나에게 모종의 지시를 받은 게 분명했다.
그걸 보고 백준호가 흡족해 할 때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지시에 수하들을 이끌고 울산으로 내려간 연변흑사파 두목인 양종석의 전화였다.
“어.”
-울산입니다.
백준호는 양종석에게 현재 울산에 있는 백승렬 회장 제거를 막 지시하려 했다. 근데 그때 그의 비서실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점심 식사 때 방해 받는 걸 싫어하는 백준호. 그런 그의 성정을 익히 아는 비서실장이 전화를 걸어왔다는 건, 아주 급한 전화란 소리였다.
“잠깐만....”
백준호는 전화를 돌려서 비서실장의 전화부터 받았다.
-대표님. 회장님 스케줄을 또 바꾸셨습니다.
“늙은이 변덕 하난....그래서?”
-다시 창원으로 가신다고....아아. 지금 막 창원으로 출발하셨답니다.
“알았어.”
백준호는 비서실장과 통화를 끊고 다시 양종석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리고 양종석에게 바로 말했다.
“야. 거기 아니야. 창원으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