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슬쩍 옆으로 빠르게 잔 스탭을 밟으며 돈 후, 내 왼 주먹이 반사적으로 상대의 옆구리에 박혔다.
퍽!
“어억!”
상대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맞은 터라, 상대의 충격이 꽤 큰 모양이었다. 상대가 비틀거리며 옆으로 지그재그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걸 보고 나는 좋다고, 그를 쫓아서 따라 가진 않았다.
왜냐하면 물러나는 상대의 움직임이 영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에. 혹여 그게 상대가 일부러 드러낸 허점이라면, 자칫 내가 상대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쫓지 않고 기다렸더니....
“쳇....”
그러자 수그리고 있던 상대가 허리를 폈다. 한데 상대가 뭔가 아쉬운 게 역력한 얼굴이었다. 순간 나는 내 예측이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가 옆구리를 허용하면서 비틀거리고 물러난 게, 다 날 끌어 들이기 위한 일종의 함정이었던 것이다.
‘저 녀석....완전 능구렁이잖아?’
이제동도 싸움꾼이지만, 상대도 여간 내기가 아니었다. 해서 나는 상대를 경시하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웠다. 그리고 이제동과 비슷한 수준의 싸움꾼이라고 생각하고는, 능구렁이 녀석에게 빠르게 대쉬해 들어갔다.
파파파팟!
왜냐하면 충격이 컸던 적었던, 상대가 내 주먹에 맞은 건 사실이니까. 아예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상대가 더 회복 될 때까지 기다려 줄 필요가 없었다.
싸움꾼 이제동을 통해 나도 느끼고 있었다. 싸움은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결국 이길 수 있다는 걸.
휙! 휙!
내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능구렁이 녀석이 내 주먹을 가볍게 피하면서.
하지만 그걸로 녀석의 균형이 무너졌다. 내 예상대로 그 동안 두들긴 내 주먹의 여파가 녀석의 몸에 여실히 남아 있었던 것.
퍽! 퍽! 퍼퍽!
좌우스트레이트와 양 훅이 번갈아가며 녀석의 안면을 두들겼다.
그걸 또 녀석은 때리는 대로 맞았다. 데미지 크지 않은 잔 주먹은 맞아주면서, 큰 거 한 방을 노리겠다는 의도가 바로 엿보였다.
부웅!
역시나 녀석의 라이트 훅이 내게 날아왔다. 하지만 동작이 큰데다 주먹의 속도도 느려 터졌다. 그러니 내가 맞아 주려고 해도 맞아 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나까무라상!”
“우리가 돕겠습니다.”
왜도를 든 검은 정장남 하나와 맨 주먹의 검은 정장남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우울하게도 그들을 상대했던, 내 경호팀원들이 결국 놈들에게 당한 것이다.
“으으으으....”
그래도 방검복을 입었기에 치명상은 피한 거 같았지만, 목과 허벅지에 상처로 피가 꽤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행히 그 부위를 그 경호팀원이 손으로 눌러 지혈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저대로 두면 생명이 위험했다.
하지만 박대순 경찰청장과 통화할 때, 구급차도 불러 다라고 했으니 저 경호팀원이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몇 분 안 남았다.’
내가 박대순 청장과 통화한지도 5분이 넘었다. 짧으면 3-4분, 길어도 5-6분 안에 경찰이 여기 올 거다. 만약 그 시간을 넘긴다면....
‘박 청장. 그 인간 당장 옷 벗어야지.’
물론 나도 몸 성하진 못할 거고.
* * *
나까무라는 깜짝 놀랐다.
‘이 새끼....뭐 이리 강해?’
복싱과 가라데를 오랫동안 배웠고, 또 요즘도 꾸준히 도장을 나니는 나까무라였다.
근데 그런 그를 상대로 백준열이 싸움을 압도하고 있었다. 이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크으으....”
하지만 그 있을 수 없는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었고, 놈에게 벌써 여러 주먹을 허용하면서, 이제 거의 농락당하는 상황까지 이른 나까무라. 그때 자신의 두 수하들이 그를 도우러왔다.
‘됐다.’
나까무라는 일단 시간을 벌 수 있겠구나 싶었다.
“저 새끼 잡아. 저 새끼가 우리 타깃이다.”
나까무라의 타깃이라는 말에, 그의 두 수하들의 눈빛이 돌변했다. 여기 오기 전에 나까무라가 타깃을 잡거나 죽이는 자에게 ,아가씨가 큰 포상을 내릴 거라 미리 얘기를 했기 때문에.
“이리 와!”
두 수하 중 맨 주먹의 수하가 먼저 백준열에게 달려들었다. 유도를 꽤 오래 배운 녀석인데, 녀석에게 옷깃이라도 잡히는 순간 상대는 바닥에 매다 꽂힌다고 보면 됐다. 손과 팔 힘이 강했고 유도 기술도 화려했다.
하지만 허리를 숙이고 백준열을 잡으려는 그 자세부터가 잘못됐다. 허리가 숙여질 대로 숙여진 상대에게, 백준열이 순식간에 달려들어서 어퍼컷을 날린 것.
퍼억!
제대로 턱에 꽂힌 백준열의 주먹. 마치 마지막 도끼질에 맥없이 꼬꾸라지는 나무를 연상시키듯, 맨 주먹으로 백준열을 잡으려 든 그 수하가 너무도 허무하게 픽 쓰러졌다.
파팟!
그때였다. 백준열은 맨 주먹의 검은 정장남이 쓰러지는 건 확인도 하지 않고, 곧바로 몸을 돌려서 왜도를 들고 있는 검은 정장남을 덮쳤다.
“죽엇!”
그래도 대비는 하고 있었기에 그 검은 정장남이 재빨리 왜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백준열은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기민한 사이드스텝으로 상대의 칼날을 피했다.
팍!
그 다음 가볍게 발차기를 시도했고, 그 발이 왜도를 쥔 상대의 손목을 정확히 걷어찼다.
“아악!”
손목이 꺾이면서 쥐고 있던 왜도를 놓친 검은 정장남. 그런 그를 향해 백준열이 몸을 던졌고....
“헉!”
놀란 상대의 얼굴에 자신의 머리를 그대로 들이 받아버렸다.
콰짝!
그대로 코 뼈 내려 앉는 소리가 울리고, 상대는 뒤로 비틀거리며 두어 걸음 물러났다가, 충격의 여파가 뒤늦게 왔는지 이내 두 눈을 까뒤집고 쓰러졌다.
털썩!
바로 그때였다. 나까무라의 외침이 백준열의 귀에 들려왔다.
“빠가야로! 죽어라!”
그 소리에 백준열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나까무라가 자신을 향해 권총의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게 보였다.
“젠장....”
기함한 백준열이 다급하게 몸을 날렸다.
타앙!
동시에 총성이 일었고 백준열은 옆구리에 강렬한 충격을 느꼈다. 그리고 던진 몸이 홱 뒤집어지면서, 제대로 된 낙법을 구사할 수가 없었던 그는, 그래도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별수 없이 한 손을 뻗어 땅을 짚었다.
“크윽!”
당연히 자신의 몸무게를 그의 한 손목이 지탱해 줄 리 없었다.
손목이 나가고 끔찍한 고통이 일었지만, 백준열은 마지막 순간 몸을 틀어서 땅바닥을 구르면서, 자신의 다른 신체 부위가 다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탕! 탕! 탕!
세 발의 총성이 더 울렸고 그 총성과 함께 백준열은 계속 바닥을 뒹굴어야만 했다. 멈추면 총알이 그의 몸에 박힐 테니까. 그때였다.
“커억!”
단말마가 울리고 더는 총소리가 일지 않았다. 해서 백준열은 네 바퀴 째 바닥을 구린 뒤, 몸을 벌떡 일으키며, 자신을 향해 총질을 해 대던 자 쪽을 살폈다.
“아아....”
그때 백준열의 눈에 여전히 권총을 들고 있었지만, 대신 단검이 가슴에 깊이 박힌 채, 생기가 급속도로 빠져 나가는 눈으로 자신을 매섭게 쏘아보고 쓰러지고 있는, 자신을 향해 좀 전까지 총질을 해 댔던 그 자의 모습이 보였다.
털썩!
그 자가 쓰러지고 바로 내 옆에 소리소문 없이 왠 자가 나타났다.
“괜찮으십니까?”
“누구?”
“김훈 대표님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그 대답에 내 입에서 절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아아....”
그때 싸움의 양상이 확 달라졌다. 김훈 대표가 보낸 처리자들이 가세하면서, 왜도를 들고 설쳐 대던 검은 정장남들도 더는 맥을 쓰지 못하고, 하나 둘씩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내가 봤던 것처럼 김훈 대표가 보낸 처리자들이, 단검을 던져서 왜도를 들고 설치는 자들을 손쉽게 제압해 나갔기 때문에.
우리 경호팀원들과 박 터지게 싸우는 와중에, 처리자들이 소리소문없이 던지는 단검에 왜도를 든 검은 정장남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
위용! 위용! 위용! 위용!
이내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남은 검은 정장남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한 검은 정장남이 외쳤다.
“흩어져서 달아나!”
아마도 경찰이 오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그 매뉴얼이 검은 정장남들에게 잘 전달 되어져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우리 경호팀원들과 달리 그들은 방검복을 착용하지 않았다.
그 말은....
휙! 휘리릭!
푹! 푸푹!
“크아아아악!”
뒤돌아 도망치는 그들 등 뒤로 김훈의 에이전시에서 나온 처리자들이 단검을 던졌고, 그 단검에 맞은 남은 검은 정장남들은, 그 몸으로 어차피 멀리 도망을 칠 수가 없었다.
“잡아!”
거기다 자기 동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걸 본 나의 경호팀원들. 그들이 악에 받쳐서 끝까지 그들을 쫓아갔고, 이미 단검에 당한 상태로 도망치던 검은 정장남들은, 분개한 나의 경호팀원들의 3단봉에 복날 개 맞듯이 얻어터지다가 결국 의식을 잃었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다. 경찰들이 정작 잡아야 할 쪽발이 놈들 말고, 내 경호팀원들을 잡으려 든 거다.
아무래도 손속이 과하다보니 경찰들 눈에 우리 경호팀원들이, 대낮에 도심 한복판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자들로 인식한 모양이었다.
“야! 거기 우리 애들이야. 저기 칼 맞고도 죽어라 달아나는 놈들을 잡으라고!”
그때 기차 화통 삶아 먹은 듯 문대식이 외쳤다. 녀석의 그 큰 목소리가 이럴 때 제 몫을 단단히 해 내고 있었다.
다행히 문대식의 목청 덕분에 경찰들까지 가세해서 도망치는 쪽발이 놈들을 잡았다.
그때 내 옆에 나를 끝까지 지키고 있던 처리자가 말했다.
“이제 정리가 끝난 거 같으니 저희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하긴 처리자들이 여기 있어서 좋을 게 없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단검을 던져서, 어째든 사람을 상하게 만들었다.
왜 일반인이 칼을 들고 도둑을 막으면 우발적, 혹은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검도 유단자가 칼을 들고 도둑을 상대해서 상하게 만들어 놓으면, 그건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생긴다.
그처럼 여기 처리자들이 끝까지 남아서 경찰 조사까지 받게 하는 건, 이들을 내게 보내 준 김훈 대표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철수해요.”
“네.”
내 허럭이 있고 김훈 대표의 처리자들이 현장을 이탈하자....
“잠깐만....”
당연히 경찰들이 그들을 제지했다. 하지만....
“가게 놔 둬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뒤늦게 현장에 나타난 커다란 무궁화 하나 단 고위 경찰 간부가 말했다.
“그분 시키는 대로 해.”
그렇게 내 도움으로 김훈 에이전시 처리자들이 현장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경무관인 고위 경찰이 내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백 대표님.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청장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십니다. 아아. 저는 경찰청자치경찰담당관 원수호 경무관입니다. 청장님 지시 받고 바로 달려왔는데....”
보아하니 박 청장이 여기 인근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경찰청 고위 간부를 여기로 보내서 여기도 지휘하고 나를 챙기게 한 모양이었다.
* * *
10대가 넘는 구급차가 왔는데 그래도 모자랐다. 하지만 구급차에 실리는 사람들에도 우선순위가 있었다.
원래는 더 위급한 환자가 먼저 구급차에 실려야 하는데 지금은 예외였다.
“JYB엔터 경호원들을 최우선으로 싣고 가라.”
현장의 지위를 맡은 원수호 경무관이 내 부탁에 따라, 그렇게 경찰과 구급대에 그런 지시를 내린 거다.
나한테는 내 경호팀원들이 중요하지, 쪽발이 새끼들이 죽는 말든 상관없었다. 막말로 저들 중 한 놈만 살아서, 배후가 누군지 털어 놓기만 하면 됐으니까. 해서 제일 우선적으로 조금이라도 다친 내 경호팀원들이, 구급차를 타고 근처 병원 응급실로 이송 되고 나서, 나머지 쪽발이 새끼들이 순차적으로 구급차에 실려 가고 있었다.
원수호 경무관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배후가 누군지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내게 설레발을 떨었지만, 나는 이니 그 배후가 누군지 알았다.
‘신미나. 그 여자가 진짜....’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신미나의 외조부는 일본 최대 범죄조직의 보스였다. 지금은 당연히 은퇴했지만 그 밑에 조직원들이 아직 많았고, 그 중 일부가 지금 한국에 와 있었다.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의 장남인 백준경과 그의 아내 신미나의 경호원으로 신분 세탁을 해서 말이다.
‘신미나가 그랬어. 그 일본 조직원들은 그녀 지시 없이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내 머릿속 어딘가에 꽁꽁 숨어 있는 백준열의 원념도 지금 꽤나 충격을 받은 거 같았다. 기억 장막 너머의 신미나에 대한 정보를 전부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게 만들어 주는 걸 보니 말이다.
내 머릿속에서 계속 배신감이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백준열의 원념이 신미나에게 극도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거 같았다. 그 이유는....
‘백준열이 배신감 느껴 할 만 하네.’
백준열의 기억을 쭉 파노라마처럼 살펴 본 나는, 백준열의 그 마음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