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558화 (55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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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미친....’

일단 나는 지금 내 몸의 반응이 적이 당혹스러웠다. 어째든 눈앞의 여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 아버지 쪽으로 피를 나눈 사이였었다. 지금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란 게 밝혀졌지만.

그래도 그렇지. 한 때 누이였던 여자의 젖무덤을 보고, 그 체향을 맡고 이렇게 발기를 하다니....

‘무슨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나는 울렁거리는 가슴부터 진정시키고, 머리를 냉철하게 만들려 했다. 그런데 당사자인 서지연이 그런 내 노력에 바로 초를 쳤다.

“준열아. 아니 백 대표님. 제발....”

내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꼭 붙잡은 그녀가 애절하게 나를 쳐다보며 말을 할 때, 두 팔이 흔들면서 동시에 그녀의 상체, 즉 젖무덤이 같이 출렁거렸다.

“하아....일단 앉아.”

반대편 테이블 위에 내 손을 잡느라 몸을 일으킨 상태의 서지연. 나는 당장 내 눈앞에 그녀의 젖무덤부터 치울 생각에 그렇게 말했다. 여기서 내가 시선을 돌린다면 그녀도 알게 될 거다. 그러면 서로 무안해질 것이고, 나는 그런 상황에 놓이는 거 자체가 싫었다. 그래서 서지연이 그걸 알지 못하게, 전혀 티내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

내가 앉으라고 하자 서지연은 내 눈치를 계속 보면서 잡고 있던 내 손에서 가만히 두 손을 떼고,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물었다.

“미국에 가기 싫어?”

그러자 서지연에게서 즉각적인 대답이 튀어 나왔다.

“어. 가기 싫어.”

“아버지 아시면 좋아하지 않으실 거야.”

“그러시겠지. 하지만....나는 정말 미국 가기 싫어. 여기서....호텔 최고 경영자가 되고 싶어.”

서지연은 자신의 원대한 꿈을 내게 스스럼없이 밝혔다. 물론 그걸 내가 들어 줄 하등의 이유는 없었다. 나는 골치 아프다는 듯,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서지연씨. 그쪽이 뭐가 되고 싶은지, 나는 별로 알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그쪽에 원하는 것도 딱히 없고. 아아. 하나 있기는 하네.”

내가 서지연에게 하나 원하는 게 있다는 말에 그녀의 눈이 번뜩였다. 하지만 이어진 내 말을 듣고 그녀의 얼굴은 급격히 굳었다.

“빨리 삼명호텔에서 나가주세요.”

나는 서지연이 삼명호텔의 CEO로서 인수인계를 마치고 미국에 가는 걸 원했다. 그녀와는 어떤 식으로든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기존에 확보한 삼명호텔 지분에다가, 백승렬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을 예정인 지분까지 더하면, 삼명호텔의 최대주주는 곧 내가 될 터였다.

그러니까 내 꺼나 마찬가지인 삼명호텔의 CEO 자리에, 보기 껄끄러운 사람이 앉아 있는 거 자체가 많이 부담스러웠다.

이미 미국에 가 있는 사모님과 서지연은 백준열에게 있어서 잊고 싶은 과거였다.

그 과거와 계속 엮이고,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게 지금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한데....

“내, 내가 잘못했어.”

그 말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서지연. 그녀가 테이블 옆으로 나가더니 나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젠장....”

아무래도 과거의 안 좋았던 추억과 결별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릎 끓은 서지연을 일으켜 세웠다. 주위 보는 눈이 한 둘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나는 지금 튀어선 안 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서지연 때문에 라운지 커피숍 안에 이목이 이쪽으로 너무 집중 되어 버렸다.

“....나가자. 나가서 얘기하자.”

여기 더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서지연을 일으키면서 나지막이 그렇게 말했고, 그녀가 두 발로 일어서자마자, 바로 그녀에게서 떨어져서 먼저 커피숍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혹시 몰라 커피숍의 찻값을 현금으로 지불한 뒤, 나는 먼저 커피숍 밖으로 나갔다.

* * *

중앙지검 조사실 안. 대통령의 사위인 최지훈. 그는 조사실 안에 들어왔을 때부터 쭉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고 조사관은 형식적으로 그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똑똑똑!

그때 조사실 안으로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부장검사 한 명이 들어왔다.

“나가.”

그가 조사관을 턱짓으로 밖으로 내 보낸 뒤, 조사관이 앉았던 자리에 앉으며 최지훈에게 말했다.

“좀 전에 청와대에서 연락 받았습니다. 검찰총장과 얘기 중에 있으니, 오늘 중으로 여기서 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부장검사의 그 말에 굳게 다물고 있던 최지훈의 입이 열렸다.

“장모님이 전화하셨나요?”

“아뇨. 민정수석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최지훈은 민정수석이란 말에 무표정한 얼굴에 입 꼬리를 슬쩍 올렸다. 민정수석이 움직였다는 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거고, 대통령이 나선 이상 그가 여기서 나가는 건 100% 확실하다고 보면 됐다.

“뭐 필요한 거 없으십니까?”

“점심이 시원찮아선지 배가 좀 고프네요.”

“여기 소머리 국밥 잘하는 데 있는데....한 그릇 드시겠습니까?”

“소머리 국밥이라....네. 먹죠. 뭐.”

최지훈은 못 이기는 척 부장 검사의 호의를 받아드렸고, 잠시 후 배달되어 온 소머리 국밥 한 그릇을 그가 다 먹고 났을 때였다.

그 부장 검사가 차장 검사와 같이 나타났고, 차장 검사가 그를 보고 말했다.

“최지훈씨. 그만 집에 가셔도 됩니다.”

“흥....”

최지훈은 콧방귀를 뀌며 뭐라 말을 하려다 차장 검사 뒤의 부장검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 젓는 걸 보고는, 벌린 입을 꾹 다물고 그대로 중앙지검을 나섰다.

그가 지검 밖으로 나오자 대기 중이던 차량이 그 앞에 다가왔다. 그리고 그 차에서 내린 검은 정장남이 그에게 말했다.

“청와대 나왔습니다.”

그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검은 정장남이 열어 주는 차 안에 탔다.

그렇게 최지훈을 태운 차는 그대로 청와대가 있는 세종로 방면으로 쭉 달려갔고, 얼마 안지나 청와대 입구를 통과해서 곧장 본관 쪽으로 움직였다.

최지훈은 차가 관저 쪽으로 갈 줄 알았다. 한데 아니었다.

그 차는 영빈관으로 갔고 거기 입구에서 멈췄다. 그리고 그를 여기까지 태워 온 검은 정장남이 말했다.

“안으로 곧장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 말에 최지훈은 얼떨떨해 하며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영빈관 안에 있던 비서관이 나와서 그를 맞으며 말했다.

“다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아네.”

최지훈은 비서관의 안내를 받으며 영빈관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 영빈관은 청와대에서 영빈, 즉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외국의 대통령이나 수상이 방문했을 때, 우리 나라를 알리는 민속공연과 만찬 등이 베풀어지는 공식행사장으로 이용되거나, 100명 이상 대규모 회의 및 연회를 위한 장소였다. 그 널따란 1층 홀에 대통령의 가족들이 다들 모여 있었다.

“여보!”

최지훈을 본 대통령의 딸이 쪼르르 그에게 뛰어갔다. 그리곤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 모습을 대통령과 영부인이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 * *

죄지훈은 아내가 자신을 향해 달려 올 때 살짝 겁이 났다. 자기 한 짓을 생각하면 맞아도 쌌다. 한데 그의 아내가 자신의 뺨을 후려치는 게 아니라, 와락 그를 끌어안는 게 아니까?

“얘기 다 들었어. 자기 누명을 쓴 거라며? 이게 다 그 빌딩주, 삼명그룹의 막내 놈이 농간이었다지 뭐야.”

“어? 어어. 그래.”

아내의 말에 최지훈은 재빨리 아내 뒤쪽의 장인, 장모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저분들이 아내에게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켜서 그걸 자기 딸이 받아드리게 만든 거 같았다.

‘그렇다면....’

장인, 장모가 최지훈의 죄를 덮어 주기로 한 것이다. 대신 그로 인해 자신의 목줄을 저들이 쥐게 될 테지만, 그게 어딘가? 이대로라면 그 동안 그가 쌓아 온 인권 변호사의 커리어는 끝장이었다.

‘역시 결혼을 잘했어.’

대통령이 사위이기에 그의 끝장 날 인생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자신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떠 밀어 넣은 그 삼명그룹 막내 녀석에게, 잘 하면 복수를 할 수 있을 거 같고 말이다.

아내가 하는 말을 들어 보면 ,그녀는 자신의 남편에게 누명을 씌운 백준열에게 강한 적개심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적개심을 심어 준 사람이 다름 아닌 장인, 장모고. 그렇다면 장인, 장모도 백준열을 좋게 보고 있을 리 없을 테고, 그가 하기에 따라서 백준열에게 받은 만큼 되갚아 줄 수도 있을 거 같았다.

“....고생했어.”

아내와 같이 장인, 장모 앞으로 간 최지훈. 그런 그의 어깨를 장인인 대통령이 다독였다.

“면목 없습니다.”

그런 대통령 앞에 푹 고개를 숙이는 최지훈. 그때 그의 옆에 있던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뭘 잘못했다고 이래? 다 그 백 모시기란 놈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아내가 옆에서 그의 편을 거들고 나섰고, 그런 그녀와 동승해서 장모님, 영부인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맞아. 자네가 기죽을 거 없어. 자아. 가족들 다 모였는데 다들 식사하러 가요.”

딸 때문에 사위 기 살려 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역시나 사위가 연예기획사로부터 성 접대나 받고 다닌 게 장모로써 영 마땅치 않았던 영부인. 그녀는 사위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가족들을 챙겨 2층에 준비 된 식사 자리로 장소를 옮기게 했다.

“자아. 잔들 들어요. 건배하게.”

대통령 대신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영부인이 식사 시작하기 전 건배를 제안했다.

그러자 다들 자기 앞에 와인 잔을 높이 들어 올렸고....

“우리 가족의 화목을 위하여!”

“위하여!”

영부인이 와인 잔을 들어 올리며 선창하자, 식사 자리의 가족들이 전부 와인 잔을 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와인 한 모금씩을 음미한 후 본격적인 저녁 식사가 시작 되었다.

이때 대통령의 가족들은 알지 못했다. 그들이 떠들고 있는 얘기들을 누군가 듣고, 그걸 삼명그룹 쪽에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는 걸 말이다.

* * *

삼명그룹 이동훈 실장은 청와대에 심어 놓은 삼명그룹 쪽 사람들을 통해서, 대통령이 영빈관에서 자기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피식거렸다.

“아주 좋아 죽겠나 보군.”

하긴 삼명그룹이라는 개목줄을 풀어버렸으니, 대통령으로써 기뻐할 만 했다. 근데 그 자리에서 그들 가족들이 서로 나눈 대화를 전해 듣고는 기가 찼다.

조사 잘 받고 있던 사위 최지훈을 중앙지검에서 빼내더니, 떡하니 그가 누명을 썼단다.

“누명은 무슨....”

최지훈의 경우 증거와 증인이 너무도 명확했다. 그런데 그걸 대통령이 자기 권력으로 덮으려들고 있었다.

“누구 마음대로.”

대통령의 비리 증거들이야 그쪽에서 몰래 빼내갔지만, 최지훈이 연예기획사로부터 성 접대 받은 증거는 삼명그룹에서 잘 가지고 있었다.

백준열의 JYB엔터를 통해서 죄다 넘겨받았으니까.

그 증거들 중에서 빼박 증거 중 하나가 바로 최지훈이 직접 나오는 동영상이었다.

“이봐. 대통령 딸내미 핸드폰 번호 알지?”

“네.”

그 정도는 다 파악 되어 있는 삼명그룹 비서진이었다.

“그 딸내미 핸드폰으로 최지훈 동영상 보내.”

“네. 알겠습니다.”

이동훈 실장의 지시에 즉시 최지훈 동영상을 대통령의 딸 핸드폰으로 전송하는 삼명그룹 비서. 당연히 보낼 때 사용한 핸드폰은 대포폰이었다.

“보냈습니다. 실장님.”

최지훈 동영상의 놈의 아내에게 보낸 뒤 비서가 보고를 하자, 바쁜 이동훈 실장이 잘했다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그리곤 마저 하던 일에 매진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백준열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이동훈.

그때 백준열이 한 말이 워낙 충격적이라, 이동훈은 자신이 대통령 딸에게 남편의 동영상 보낸 사실도 깜빡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동훈이 무심코 던진 그 돌멩이에 최지훈이라는 개구리는 제대로 맞아 뒤질 처지에 놓여 버렸다.

그게 어떻게 된 일 인고 하니, 대통령 영빈관에서 한 시간 넘게 가족 만찬을 즐기고 디저트를 먹고 있을 때였다.

디로링!

대통령의 딸이자 최지훈의 아내인 윤신혜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 마침 시간도 확인하고 어디 걸려온 전화가 있는지, 무심코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꺼내보고 있었던 윤신혜.

“뭐지?”

그런 그녀 눈에 ‘최지훈 동영상’이라는 자극적인 글자가 확 들어왔다. 그리곤 그 글자 밑에 동영상 파일의 배경 화면이 떠 있었는데, 그 화면에 보이는 남자 얼굴이 누가 봐도 자기 남편인 최지훈이었다.

그걸 본 순간 윤신혜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갔다. 근데 그 사실도 모르고 그녀 옆에 남편 최지훈이 껄껄거리며, 디저트로 나온 젤리를 찍은 포크를 자기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화장실 좀....”

성격이 급한 윤신혜. 그녀는 당장 받은 동영상을 확인하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가 화장실에 간 사이....

“대, 대통령님!”

대통령 비서관 중 한 명이 다급히 만찬 식사 자리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곤 대통령의 귀에다 뭐라고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대통령이 기겁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이런 개 같은....”

대통령은 분통을 터트리며 주위 가족은 안중에도 없는지, 그대로 그들에게 아무런 말도, 양해도 구하지 하지 않고, 비서관과 같이 휑하니 사라졌다. 그걸 보고 와락 얼굴을 찌푸린 영부인이 자신의 비서를 불러서 물었다.

“무슨 일인데 저희가 저래?”

“그, 그것이....”

영부인의 비서는 대통령이 저러는 이유는 아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게 뭔지 섣불리 영부인 앞에서 얘기하지 못했다. 대신 핸드폰을 꺼내서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리곤 뭔가를 찾아서는 자신의 핸드폰을 그대로 영부인에게 건넸다.

영부인은 자신의 비서가 건넨 핸드폰을 받아서 거기 뜬 인터넷 기사를 봤다.

“헉!”

그런 그녀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동시에 터져 나온 경악성, 더불어 핸드폰을 든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사시나무 떨 듯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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