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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서진그룹 2인자였던 민영석 비서실장. 그 밑에서 10년을 굴렀다. 한데 사소한 실수 하나가 그를 민 실장의 눈 밖에 나게 만들었다. 그 후 비서실의 에이스에서 천덕꾸러기로 변한 장철우.
그는 과감히 비서실을 떠나서 지금 그가 모시고 있는 김학수 부회장, 당시 구조본부장이었던 김학수 밑으로 들어갔다.
다른 사람도 아닌 민 실장 밑에서 굴렀던 장철우였다. 그런 그는 구조본부 실에서 특출하게 빛났고, 김학수 본부장은 바로 그를 자신의 최측근으로 삼았다.
그렇게 민영석 비서실장과 장철우는 서로 대척점에 섰고, 비서실과 구조본부 실의 경쟁은 서진그룹에 있어서 나름의 발전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 둘을 잘 중재, 컨트롤 해 왔던 김명진 회장이 코마 상태에 빠지면서 민 실장은 잘렸고, 그 자리를 장철우가 물려받았다.
그러니까 지금 서진그룹의 비서실장은 장철우였고, 그가 서진그룹의 새로운 2인자로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데 아직 합의점을 하나도 찾지 못하고 있다니....대체 일들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장철우가 답답해하며 백준열 대표 측과 실무진 접촉을 해 오고 있는, 구조본부 사람들과 구조본부장을 보고 잔뜩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김학수가 부회장이 되면서 그로부터 구조본부장 자리를 물려받은 김학수의 외사촌 박준모가 긴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하아....그쪽에서 이쪽을 너무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 협상이 번번이 좌초 되고 있어요. 아무래도 장 실장이 나서야 할 거 같습니다.”
“그게 무슨....”
당연히 장철우는 박준모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구조본부실에서 특히 장철우와 친했던 이 대리가 말했다.
“설마 실장님께 보고가 되지 않은 겁니까?”
“무슨 보고?”
“상대 측 실무진의 책임자가 민영석 실장님이란 거 말입니다.”
“뭐?”
장철우는 몰랐다. 그 동안 서진그룹을 살피기도 바빴다. 오너가에서 저지른 똥오줌까지 치우기 급급했으니 진짜 급하지 않은 보고까지 살필 새가 없었다.
아마 백준열 대표 측과 실무진 접촉을 맡은 구조본부실에서는 보고를 했을 거다. 그가 그 보고를 확인하지 못했을 뿐이지. 왜냐하면 그 정도 보고는 급한 축에 끼지 못했으니까.
민 실장이 상대측 실무진의 책임자라면, 여태 협상이 지지부진 되고 있는 게 이해가 됐다. 누구보다 서진그룹을 속속들이 잘 아는 그인 만큼, 이쪽의 그 어떤 제안도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테니까.
“젠장....”
이러면 협상에서 이쪽이 많이 불리했다. 그때 이 대리가 하던 말을 마저 했다.
“그리고 비서실 두 과장님들이 민 실장님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뭐, 뭐?”
이건 또 무슨 참신한 개소리란 말인가? 황당한 장철우가 구조본부장인 박준모를 쳐다보자 그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비서실의 두 과장들이 저번 주 금요일에 저를 찾아와서 사표를 냈, 아니 던졌습니다.”
“네에?”
현재 서진그룹 비서실은 민영석 실장의 부재에도 겨우 돌아는 가고 있었다.
그게 다 민 실장 밑에 두 유능한 과장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들이 그만두고 떠났다? 그 말은 비서실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가 되었다고 봐야했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 두 비서가 가도 하필 민 실장에게로 갔다. 그 말인즉 민 실장에게 두 개의 날개를 달렸다는 소리였다.
“하아....다 틀렸군.”
이러면 백준열 대표와의 협상은 하나마나였다. 거기다 민 실장은 시간을 질질 끌고 있었다.
그 말은 그쪽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고, 시간이 필요한 이유야 뻔했다. 그렇게 시간이 저들에게 주어진다면....서진그룹은 백준열 대표에게 넘어간다고 봐야했다.
안 그래도 일할 맛이 나지 않던 장철우. 머릿속에 언제 그만 두게 될지 그 생각으로 가득했는데, 서진그룹이라는 양파는 어떻게 된 것이 까면 깔수록 장철우에게 절망이라는 짐만 더 안겨주고 있었다.
“알았으니 다들 나가들 봐요.”
회의실에서 구조본부 사람들을 다 내보낸 뒤 장철우가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민 실장님을 만나긴 만나 봐야겠군. 협상이 아니라 면접 받으러....”
장철우에게 서진그룹의 미래는 더 이상 중요치 않았다. 먹고 살 직장과 그의 자리가 중요할 뿐.
* * *
문대식과 그의 경호팀원들의 타성에 젖은 모습. 그게 김종훈의 눈에 거슬렸다. 그러니까 김종훈이 첫 출근하고 백준열의 수행비서로서 첫 외근에 나서기 전 그의 눈에 들어 온 경호팀장과 팀원들은 당나라군이나 다를 게 없었다.
안 그래도 며칠 전까지 국가정보원의 특수 요원이었던 김종훈이었다. 그런 그의 눈에 그 누구보다 날이 서 있어야 할 경호원들이, 무딘 것도 모자라서 빠져 있는 모습은 심히 보기 거북했다.
그때 김 비서가 문대식과 김종훈, 그 두 사람을 불러서 오늘 백준열 대표의 외근 스케줄에 대해 간략한 브리핑을 했는데, 점심 식사에 대해 얘기를 할 때 알게 되었다. 문대식을 비롯한 경호팀원들이 백준열 대표와 겸상을 한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후식까지 백 대표가 제공하고.
“미친....”
김종훈이 보기에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어떻게 경호원이 고용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말인가? 그 순간 김종훈은 안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경호팀과 완전히 등을 돌렸다.
한번 아니면 아닌 김종훈이었다. 그런 그에게 경호팀은 확실하게 개혁 되거나, 아니면 쫓아내야 할 존재들로 인식 되었다. 그 후....
백준열 대표를 모시고 나선 외근 길에 김종훈과 문대식이 이끄는 경호팀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김종훈은 경호팀이 관계 되면 가만있지 않았고, 그로인해 자신들이 백준열 대표의 눈 밖에 나는 걸 느낀 문대식과 경호팀원들은 김종훈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이대로 두면 김종훈과 경호팀 간에 무슨 일이 터질 상황. 그런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백준열은 취소된 오후 일정 때문에 JYB엔터 본사로 복귀를 했다.
“나 좀 보지.”
“뭐 그럽시다.”
백준열 대표가 대표실로 들어가자 문대식이 굳은 얼굴로 김종훈에게 말했고 김종훈은 별 대수롭지 않게 그 말에 수긍하면서, 문대식과 같이 대표실이 있는 층의 계단실로 향했다.
“쯧쯧쯧,,,,수컷들이란....”
그걸보고 김 비서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찬 후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곤 특별히 메모해 둔 쪽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거기 프라이드 에이전시죠?”
김 비서는 지금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직업소개소에 전화를 걸었다. 프라이드 에이전시라는 곳은 일반 직업소개소와는 그 결이 달랐다. 그곳은 주로 전문 경력직 직원 또는 임원을 사업체에 소개 시켜 주는 곳이었다.
당연히 그 직종 중에는 비서직도 있었다. 즉 대기업 비서 출신으로 경력이 적어도 3년 이상 된 용모뿐 아니라 능력까지 검증 된 비서, 그러니까 김 비서는 지금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유능한 비서를 찾고 있었다.
“네. 네. 그러니까 제가 말한 사람들을 내일 이쪽으로 보내 주시면....”
다행히 프라이드 에이전시에 김 비서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경력직 비서가 5명 정도 있었다. 김 비서는 그들을 내일 전부 JYB엔터로 불러서 본인이 직접 그들의 면접을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자라서 김 비서는 서울 뿐 아니라 인천, 경기도 일대의 전문 경력직 직업 소개소에 다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 10명의 자기 후임 비서를 맡길 후보자들을 더 찾아냈고, 그들은 모레와 글피에 면접을 보기로 일정을 잡았다. 그 일을 다 끝내고 나자 퇴근 시간이 되었고, 그때까지 쥐죽은 듯 조용히 대표실에 있던 백준열이 먼저 인터폰으로 말했다.
-김 비서. 퇴근해.
“네.”
김 비서는 곧장 자기 책상을 정리한 뒤 옷과 가방을 챙겨서 비서실을 나섰다. 그때 그녀의 시선이 힐끗 계단실을 향했다.
“설마....”
그녀는 아닐 거라며 고개를 잠깐 내 젓다가 이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 * *
내가 대표실에 들어오고 나서 문대식과 김종훈이 계단실로 가는 소리를 나는 내 자리에 앉아서 다 듣고 있었다. 견신 시스템의 개 특성이 6UP 중인 내 귀에 그 소리가 다 들렸다.
“에이. 몰라. 둘이 알아서 해결하겠지.”
나는 두 사람이 계단실에 들어가고 문이 닫히는 소리까지 듣고 개 특성의 *소리가 잘 들립니다.*의 특성 사용을 끊었다. 그때였다.
-디링! 개 특성이 6차UP 완료 되었습니다.
그 소리가 내 머리에 울리고 곧바로 바뀐 견신 시스템의 상태창이 내 눈앞에 떴다.
이름: 백준열(Lv13)]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4Up), 「개좆」(5Up)], 「개목걸이」(4Up), 「개코」(4Up), 「개방울」(4Up), 「개 알약」(역 4Up-1일 15회, 외상과 일부 내상(체내 2기 종양, 선천질환, 1일 2회) 한정), 「개불알」(5UP), 「개똥」(역 2Up), 「개막장」(0UP)
[보유 스킬(중 하나 역 스킬 화 가능): 「말하는 개」(일,4Up), 「충견」(일,4Up), 「개끗발」(역,4Up), 「개호구」(역,4Up), 「만능 오프너」(일,5Up-모든 문(한 번이라도 본적이 있는 문)), 「개 멋져」(일,4Up), 「개 짖는 소리」(일,역, 5Up)
[인벤토리: 개톤백(In), 역 아이템 1회 이용권(3장), 역 스킬 1회 이용권(4장),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3개)
[특성: 개(6차UP완료-7차UP진행시작)]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60]
앞서 개별적으로 아이템과 스킬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고 하더니, 그건 개 특성에도 해당 되는 소린가 보았다. 개 특성이 6차 UP가 완료 되고 7차 UP 진행이 시작 된다는 걸 굳이 이런 식으로 내 눈앞에 상태창까지 띄워가며 확인시켜 주는 걸 보니 말이다.
나는 개 특성 확인 후 눈앞에 떠 있는 상태창을 바로 지웠다. 그랬더니....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되어 있는 류지혜는 개잡년입니다. 그녀와 클럽에 가서 놀아주세요.
“뭐?”
뜬금없는 견신 시스템의 미션. 근데 평소와 달리 개잡년이라고 말한 경기도지사의 딸 류지혜와 빠구리를 몇 번 하라는 게 아니다. 그냥 놀아 주란다.
-미션 완수 시 개지수 1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단 류지혜와는 절대 빠구리를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 이 미션을 수락하시겠습니까? [Y/N]
“이게 뭔 소리야?”
클럽까지 데려가서 놀아주는 데 빠구리는 하지 말라고? 평소와는 완전 다른, 이런 견신 시스템의 반응이 나를 많이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뭐 하지만 개지수 10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해서 그 정도 수고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오늘 저녁에 어차피 만날 류지혜가 아니던가?
“좋아. 그 미션 받아드리지.”
순순히 수락한 후 나는 핸드폰을 살폈다. 그랬더니 내가 아직 확인 하지 않은 문자 메시지가 있었다. 그 중에 나는 제일 먼저 제주도에 있는 윤재구 회장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으음....내일 오신다고?”
보아하니 윤재구 회장이 나와의 약속도 지키고 또 자신의 신변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를 할 모양이었다.
내일 오전 9시에 나보고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로펌에서 보잔다. 아마도 아침 일찍 비행기 타고 서울 와서 나한테 자신이 보유 중인 국내 10대 그룹의 모 기업 주식, 그러니까 지주사의 주식을 넘겨주려나 보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뭐 척보면 아는 거 아닌가? 윤 회장과 나 사이에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일지 그 어르신이 모를 리 없고. 나는 딴 말 할 필요없이 내일 뵙자고 간략한 답 문자 메시지를 윤 회장에게 보냈다.
* * *
윤 회장 다음으로 나는 서지연에게 온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굳이 이럴 거 없는데....”
그녀는 임페리얼 호텔 인수합병에 관해 진척 사항이 있으면 그걸 내게 간략하게 문자 메시지로 보고를 하고 있었다.
뉴욕에 있는 임페리얼 호텔 본사 쪽에서 잘 협조를 해주고 있어서 인수합병에 대한 기본 틀이 며칠 안에 잡힐 거 같았다. 그러니 그쪽에서 곧 보내 올 협상단과 잘 조율만하면 삼명호텔과 임페리얼 호텔의 인수합병은 무난히 이뤄질 거 같았다. 근데 내가 한 말 때문인지 서지연이 쉐링턴 호텔까지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물론 그럴 여력이 내게 있기는 했다. 하지만 임페리얼 호텔에다가 쉐링턴 호텔까지 넘겨주면 서지연의 삼명호텔은 단숨에 국내 1위 호텔 기업으로 발돋움이 가능했다. 한마디로 호텔 그룹이 된다는 소리다.
하지만 내가 굳이 삼명그룹 내에 호텔을 그렇게 키울 필요가 있을까? 서지연은 나름 그 당위성에 대해 내게 짧게 문자 메시지로 어필을 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그건 내가 미국 다녀와서 생각하면 될 것이고....”
나는 임페리얼 호텔까지는 몰라도 쉐링턴 호텔 인수합병에 관한한 결정은, 일단 차후로 미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