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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630화 (62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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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지금 류상현과 같이 움직이고 있는 보좌진은 모든 면에서 검증이 끝난 인재들이었다. 그 중에서 류상현이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건 그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박 비서. 그러니까 박지연은 류상현이 첫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그와 연을 맺은 여자로, 지금은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일적으로는 사적으로, 그러니까 좀 더 은밀한 쪽으로도 말이다.

뭐 다행인지 모르지만 박지연은 선천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었다.

해서 류상현은 그녀와는 어떤 부담도 느끼지 않고 성관계를 맺어왔다. 보다시피 박지연은 30대 중후반의 나이임에도 20대 중후반의 나이로 보일 정도로 동안에 몸매도 빼어났다.

그렇다보니 류상현도 그녀 이외에 다른 여자에게 눈이 돌아가지 않았고, 그 덕분에 그의 여자 문제는 그 어떤 정치인보다 깨끗했다. 거기다가 그녀의 류상현에 대한 믿음은 확고부동했다.

그랬기에 류상현은 자신의 비서실장인 길윤보보다도 어쩌면 박지연을 더 믿었다. 물론 그걸 티내지 않으려 하고 있었지만....

류상현에게 있어서 박지연은 오피스 와이프였고, 박지연도 자신이 류상현의 여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뭐 실제로도 엊그제 류상현과 뜨거운 밤을 보내기도 했었고.

그런 그녀다 보니 박지연은 류상현의 딸인 류지혜를 누구보다 살갑게 대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딸이니 그 딸이 자신의 딸처럼 느껴지기라도 한 듯 말이다.

짐승도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을 더 따르는 법인데 류지혜라고 다를까?

-네. 언니. 무슨 일이에요?

류지혜는 박지연의 전화를 반갑게 받았다.

“너 지금 어디니?”

-저요? 지금 학굔데. 왜요?

“너 좀 볼까 해서.”

-혹시 그게 아빠 지시 때문은 아니죠?

당연히 여기서 그렇다고 하면 류지혜는 삐딱선을 탈 것이다. 그걸 뻔히 알면서 그렇다고 대답할 박지연이 아니었다.

“아니. 사모님이 또 약을 건너 뛰셨어.”

-아아....

박지연은 그리 어수룩한 여자가 아니었다. 이럴 때는 오히려 류지혜의 약점을 잡고 늘어지면서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서, 마음 약해진 그녀를 공략하는 게 최선임을 누구보다 그녀가 더 잘 알고 있었다.

“해서 말인데 사모님에 대해 네 도움이 좀 필요 할 거 같아.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하자. 이건 전화로 길게 얘기할 문제가 아니니.”

-그래요. 그럼....

“지금 그쪽으로 갈게. 가는데....20분이면 될 거 같아.”

-알았어요. 교문 앞에서 기다릴게요.

박지연은 류지혜와 통화를 끝내자 바로 그녀에게 주어진 차량을 타고 배꽃 여대로 향했다. 그리고 정확히 20분 뒤 배꽃 여대 정문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 류지혜가 그녀의 친구인 정미옥과 같이 있었다.

“또 저년이랑 같이 있네. 저런 년과 가까이 하지 말라니까....”

박지연은 류지혜가 정미옥 같은 애와 어울리는 게 영 탐탁찮았다. 왜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지금 류지혜의 나이 때에 친구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걸 본인 앞에서 티 낼 박지연이 아니었다.

“지혜야!”

좀 전까지 싫어하던 티를 팍팍 내던 박지연. 그녀가 차창을 열고 고개를 밖으로 내밀어서 사람 좋은 웃는 얼굴로 류지혜를 불렀다.

“언니!”

그러자 그녀를 발견한 류지혜가 자신의 절친 정미옥과 같이 그녀가 탄 차 쪽으로 걸어왔다.

“미옥이도 안녕?”

그리고 가식적인 웃음과 함께 류지혜 옆에 정미옥을 먼저 아는 척 했다. 그러자 정미옥이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네. 뭐....언니도 잘 계셨죠?”

“그럼. 둘 다 타.”

류지혜에게 정미옥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에 박지연은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달랐다. 그녀가 여기 온 이유가 류지혜 때문인데 떨거지가 반가울 리 없었다. 하지만....

“저는 됐어요. 선약이 있어서....”

듣든 중 반가운 소리였다. 하지만 그걸 티 내지 않고 류지혜를 쳐다봤다. 그러자 마치 그걸 알고 있었다는 듯 류지혜가 정미옥에게 말했다.

“은지보고 바로 집에 들어 갈 거야?”

“그래야지. 왜?”

“아니. 오늘 줄리아나에 태열이 오빠 온다고 해서.”

“태열이면 유태열? 그 DJ계의 신흥 강자? 그 오빠 댄스 뮤직 쪽으로는 최고잖아?”

“말해 뭐해. 어때? 나올 거지?”

누가 클럽 죽순이들 아니랄까? 오늘 밤 클럽에서 불태울 생각에 벌써 흥분해 있는 그 두 날나리 년들을 보면서 박지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래서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거지.’

그러면서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몸을 타고 난 그녀 자신에 대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았는데 저런 딸을 낳는다면....그 생각만으로도 벌써 골치가 썩어왔다.

* * *

류지혜는 자신의 친구 정미옥을 택시 태워 보낸 뒤 박지연의 차에 탔다. 그것만 봐도 류지혜가 정미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정미옥을 험담한다? 그건 류지혜와 척을 지겠다는 소리였다.

당연히 눈지 9단인 박지연이 그런 미친 짓을 할리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정미옥을 칭찬했다.

“미옥이 그 아이는 여전히 밝고 착하네. 은지라면 네가 전에 말한 그 아이지?”

“네. 뭐....”

자신의 절친을 박지연이 칭찬하고 싱긋 웃던 류지혜. 하지만 은지란 이름이 나오자 바로 시무룩해졌다. 그리곤 시선을 차창으로 돌렸고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그 사이 잘 됐다는 듯 그녀들을 태운 차가 강남 명품 숍이 밀집 된 곳으로 움직였다.

“언니. 여기는....”

그걸 곧 눈치 차린 류지혜. 그런 그녀에게 박지연이 말했다.

“사모님이 이번에 출시 된 신상 아르메스 버킨백을 구해 오라고 하셔서. 그것 좀 먼저 사고 얘기 좀 있다가 하자.”

기껏 모친에 대해 얘기할 게 있다고 류지혜를 만나놓고 여기로 데려오면 류지혜도 바로 눈치를 챌 거다.

박지연이 류상현 도지사의 모종의 지시를 받고 지금 류지혜를 만나고 있다는 게 말이다. 하지만 노련한 박지연이 그것도 모르고 여기 왔을 까?

“가자.”

아르메스 매장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먼저 차에서 내린 박지연의 말에 잠시 수상쩍은 얼굴로 그녀를 쏘아보던 류지혜. 하지만 박지연에게서 아무런 변화도 포착 되지 않자 류지혜도 결국 차에서 내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명품 매장으로 들어갔고....

“와아. 이 빽 좀 봐요. 언니.”

언제 그랬냐는 듯 류지혜는 명품 매장 안의 온갖 명품들에 홀려서 정신이 없었다.

그걸 보고 그럴 줄 알았다며 박지연이 비릿하게 웃었다.

“여자라면....다 똑같지. 하긴....남자는 가도 명품 빽은 남으니까.”

명품 빽 앞에 여자라면 무조건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류지혜도 예외는 아니었고.

해서 박지연이 류지혜의 모친에게 줄 아르메스 빽을 구입하는 동안 류지혜는 아가들, 그러니까 신상 명품 빽을 3개나 챙겨 들었다. 그리고....

“언니. 나 이거들 좀....”

박지연이 계산을 할 때 슬쩍 자신이 챙긴 빽 3개를 그녀에게 보여주며 싱긋 웃는 류지혜. 그런 그녀에게 박지연이 따라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 공짜 없는 거 알지? 그거들 사고 싶으면....내 부탁 3가지를 들어줘야....”

“들어 줄게. 그게 뭐든.”

류지혜의 대답에 박지연이 만족스런 얼굴로 말했다.

“좋아. 사줄게.”

“야호. 언니 최고.”

좋아 죽는 류지혜. 하지만 매장 직원에게 말하는 박지연의 목소리는 쌀쌀했다.

“저것들도 같이 계신해 줘요. 일시불로.”

박지연의 일시불이란 말에 매장 직원의 얼굴이 이내 활짝 폈다. 그렇게 박지연보다 더 많은 쇼핑백을 든 류지혜가 명품 매장을 나와서 차에 탔을 때 박지연이 그녀에게 말했다.

“나 미용실 갈 건데 따라 가자.”

“싫어요. 내가 왜 언니 미용실 가는데 따라가요?”

“그게 내 부탁인데?”

“네? 하, 하지만....”

그제야 류지혜도 깨달았다. 자신이 박지연의 농간에 이미 걸려들었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벌써 그 대가를 받았고 받은 만큼 그녀 입으로 한 약속을 지켜야 만 했다.

그렇게 류지혜는 헤어숍부터 시작해서 의상실, 메이크업까지 싹 다 받고는....그 사이 백준열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약속 장소인 홍대에 ‘라미아스’라는 커피 전문점으로 향했다.

“선 잘 봐.”

“....”

류지혜는 박지연의 말에도 불퉁하니 대답도 하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박지연은 류지혜가 약속 장소인 커피전문점에 들어가는 지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떠나버렸다. 마치 자기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말이다.

“하아....C발....또 당했네.”

류지혜는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 박지연이 탄 차 방향을 한 동안 쳐다보다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6시 25분. 약속 시간까지는 이제 5분밖에 남지 않았다. 평소의 그녀라면 이런 자리에 10분정도 늦게 들어갔다.

여자가 좀 튕기는 맛도 있어야 매력적인 법이라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평소 그런 자신의 생각을 접고 약속 장소로 들어갔다.

그녀가 지금 만날 백준열이라는 인간은 주위 평판이 그리 좋은 인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성공한 실력 있는 사업가란 건 누구나 다 인정하는 바였다. 그리고 대개 사업가들은 시간을 금으로 여긴다. 따라서 지금 약속 시간에 늦는 건 백준열에게 딱 밉보이기 좋은 구실이 될 수 있었다. 오늘 선 본 걸 파토 낼....

“내 스스로 그쪽에 명분을 줄 수는 없지.”

근데 말이다. 백준열이 뭐가 아쉬워서 자신 같은 날나리 년과 결혼하겠나?

물론 그와 선을 보러 온 만큼 그에 대한 관심은 컸다. 하지만 박지연의 차를 타고 여기로 오면서 류지혜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삼명그룹이 어떤 곳이던가? 세계적인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 중인 그곳의 정보력이 허술 할리 없었다. 당연히 그녀에 대해 백준열도 다 알 것이고.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보고 짖는다고 개새끼 백준열이 날나리 자신을 탓할 건 못 되겠지만, 그래도 그는 삼명그룹 후계자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의 자식을 순풍 잘 낳아주고 또 내조 잘해 줄 조신한 여자가 필요하지, 자기 같은 날나리 년을 원하지는 않을 거다. 따라서 백이면 백, 오늘 백준열은 그녀를 거절 할 게 확실하다고 봤다.

* * *

류지혜는 마음이 착잡했다. 오늘 부친인 류상현에게 전화를 받고 그녀가 들떴던 건 사실이었다. 마치 오늘 선 보고 자신이 삼명그룹 후계자인 백준열과 당장 결혼이라도 할 거처럼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던 것. 그것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감에 사실 많이 셀레고 또 흥분이 되었다. 하지만....

“젠장....그게 가능할 리 없잖아?”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류지혜가 사실은 류상현 도지사의 친 딸이 아니란 거 말이다. 그녀는 7살쯤에 류상현 부부에게 입양된 딸이었다. 아들만 둘 뿐인 그들 부부는 귀여운 딸을 원했고, 당시 두 아들들 역시 마찬가지로 동의했다.

하지만 그건 대외적으로 알려진 거고 실제로는....

“개 같은 년 놈들....”

류상현이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류지혜를 입양한 거다. 오롯이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위해서 말이다. 나머지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엄마인 여자는 최악이었다.

하긴 우울증, 아니 과다 망상증에 빠져서 허우적대기 바빴던 그녀가 무슨 엄마 노릇을 한단 말인가? 그녀를 때리고 괴롭히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나마 초반에 두 오빠들은 집에 새로운 애완동물이 들어 온 거 같이 그녀를 예뻐하긴 했다. 하지만 이내 시들해지더니 그녀에게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류지혜는 입양 되었을 때부터 쭉 찬밥 신세로 살아야 했다.

그러다 그녀가 중학교 들어가고 여자의 태가 나기 시작하자....두 오빠들이 짐승으로 돌변했다. 그리고 그녀가 두 오빠들에게 상습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류상현과 그의 아내. 그들은 자신들의 두 아들을 혼내기는커녕 되레 그녀를 협박했다. 이 집에서 계속 살고 싶거든 그 입 닥치고 있으라고.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술에 취해 들어 온 류상현. 류지혜는 그에게도 당하고 말았다.

그 뒤로 천벌이라도 내린 듯 류상현의 두 아들들이 차례로 사고로 죽었고, 그 때문에 더 망상증이 심해진 그의 아내.

한데 신기하게도 류상현의 권력은 그럴수록 점점 더 높아졌다. 그러다 이제는 그 정점이라고 볼 수 있는 대통령의 자리까지 노릴 정도에 이르렀다.

류지혜는 류상현에게 당했던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그를 아버지나, 아빠로 부르지 않았다. 하긴 살을 섞은 사인데 무슨....그리고 그때부터 복수를 꿈꿔왔다. 이미 뒈져 버린 두 짐승들에게는 못했지만, 남은 류상현에게 만큼은 꼭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삼명그룹에서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렸다고 했다. 류상현의 보좌진에서 나온 말이니 팩트일 거다. 대한민국 제일 권력자인 대통령을 끌어내려 버릴 수 있는 곳이라면 류상현 쯤이야.

근데 그런 삼명그룹의 후계자와 선을 보란다. 그 후계자의 마음만 그녀가 사로잡을 수 있다면 류상현을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류지혜씨?”

훤칠하게 큰 키, 누가 봐도 잘 생긴 얼굴. 그리고 세련되면서 럭셔리한 옷차림. 거기다가 대한민국 최고 대기업의 후계자. 뭐 하나 빠질 거 없이 완벽한 남자가 지금 그녀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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