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652화 (650/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말 나온 김에, 아니 생각 난 김에 나는 양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늘 그렇듯 양태석은 내 전화를 재깍 받았다. 그런 그에게 나는 빠르게 내 할 말을 전했다.

“양 전무. 부탁 할게 있는데. 윤재구 회장의 자식들이....”

내 말을 쭉 경청한 양태석. 그는 곧 내가 뭘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대답을 했다.

-그런 거라면 걱정 마십시오. 이미 그들 주위에 애들 풀어 놓은 상태라 그들이 수상쩍어 보이면 그 즉시 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만 내리면 되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양태석에게 윤 회장의 자식들에 대한 감시를 부탁해 두었던 게 기억났다. 그걸 지금까지 계속 해 오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일은 더 쉬워지고 또 확실해졌다.

그런 식의 양태석의 대답을 듣고 나니 내 마음도 한결 편해지고 여유가 생겼다.

“그럼 양 전무만 믿겠어요.”

-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대표님 주변 경호에 더 신경을....아아. 문 팀장이 있었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오지랖을 떨었습니다.

양태석이 인정할 정도로 내 경호에 관한한 문대식 팀장의 능력은 출중했다.

한데 내 수행비서로 김종훈이 내 옆에 붙고 나서 문대식이 영 삐리해 보이고 있었다. 그 정도로 김종훈이라는 수행비서의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 그렇지만, 그 만큼 문대식도 이번 기회에 나름 각성 같은 걸 할 필요가 있었다.

그 동안 문대식을 비롯한 내 경호팀원들이 너무 편했던 건 사실이었으니까. 나는 힐끗 내 근처에 어리바리하게 서 있는 문대식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걸 느꼈는지 문대식이 나를 봤다.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치기 전에 시선을 피하며 양태석과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아뇨. 내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요.”

-고맙다니요.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십니다.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로 양태석과 통화를 끝낸 뒤, 내 소유의 오피스텔 건물 1층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나설 때였다.

지이이잉!

내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김 비서였다. 나는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어. 무슨 일이야?”

-대표님. 서진그룹 비서실에서 좀 전 전화가 왔는데....

그놈에 서진그룹. 아주 귀찮아 죽겠다. 빨리 인수합병을 끝내든 해야지.

“뭐라고?”

하지만 이어진 김 비서의 말을 듣고 나의 목소리 톤이 확 올라갔다.

“허얼....그게 언제 적 일인데....”

그럴 것이 서진그룹의 부회장 김학수가 그럴만한 짓을 저질렀던 것이다. 감히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린 것이다. 그걸 증명하듯 내 수행비서인 김종훈이 갑자기 걸려 온 전화를 받고서 경직된 얼굴로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대표님. 이 전화 좀 받아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그렇게 내가 김 비서와 통화 중임에도 내게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는 김종훈. 그 핸드폰의 화면에는 이동훈 비서실장이라는 글자가 떡 하니 떠 있어, 누가 김종훈에게 전화를 건 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쯧....”

언짢아 혀를 차며 나는 김 비서에게 말했다.

“내가 전화할게.”

그렇게 김 비서의 전화를 끊고나서 나는 김종훈이 내밀고 있는 그의 핸드폰을 받아서, 삼명그룹 이동훈 비서실장과 통화를 시작했다.

“이 실장님. 납니다.”

-네. 도련님. 좀 전에 이상한 소리를 들어서 말입니다.

“서진그룹 쪽 일 말이시죠?”

-네. 알아보니 도련님과 관련 된 거 같던데. 어떻게 그룹 차원에서 손을 쓸까요?

그 말은 곧 이 일을 백승렬 회장에게 보고해도 되냐는 거다. 그룹 차원에서 움직이게 되면 그게 당연히 백 회장 귀에 들어갈 테니까. 그건....당연히 안 되지.

그 양반이 알면 서진그룹을 삼명그룹에 바로 TF팀 꾸려서 병탄해 버리려 들 테니 말이다. 하지만 서진그룹은 내꺼다.

근데 내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이상하다 싶을 거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삼명그룹 후계자니까. 삼명그룹이 서진그룹을 인수합병해도, 결과적으로는 후계자인 내가 서진그룹을 집어 삼키는 것도 다를 게 없을 테니 말이다.

‘아니지. 그건....’

나는 삼명그룹 후계자지 삼명그룹 회장은 아니니까. 백 회장에게서 삼명그룹을 넘겨받기 전까지 나는 나고, 삼명그룹은 삼명그룹이다.

“괜찮습니다. 이미 조치 들어갔으니 이 실장님은 신경 끄세요.”

-알겠습니다.

띠띠띠띠띠띠....

내가 신경 끄라고 했더니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이동훈 비서실장.

어째든 그가 내 편인 게 이럴 때 도움이 됐다. 나는 김종훈의 핸드폰을 그에게 돌려줬다.

“그나저나....김학수 이 새끼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나를 제대로 건드린 김학수에게 어떤 식으로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 줘야 하나 생각하게 된 나는 이내 손에 쥐고 있던 내 핸드폰으로 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김 비서가 바로 내 전화를 받자 나는 그녀에게 바로 말했다.

“오늘 오후 스케줄 다 뒤로 미루고 김학수와 골프 회동 다시 잡아.”

* * *

꼭 만나야 할 백준열은 그를 피하고, 자신을 지켜줘야 할 모친 차미진은 지금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고 있었다.

알아보니 말이 소환이지 그녀 집 앞에 검찰 수사관들이 포진하고 있다가, 그녀가 나오자 반 강제적으로 중앙지검으로 데려 갔다고 했다. 당연히 전관으로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려서 중앙지검으로 보냈지만, 그들은 아직 차미진을 만나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회사는 국세청에 이어서 금감원의 강도 높은 조사와 외부의 시민단체에서 연신 자신의 회계부정을 질타해 대고 있었고.

“젠장....”

서진그룹의 부회장으로 실질적인 그룹 오너 역할을 해야 하는 김학수. 하지만 그의 능력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럴 때 부친의 멀쩡했다던 지, 아니면 부친의 오른팔인 박 비서실장이라도 회사에 남아 있었다면 어떡하든 대응이라도 해 나갈 수 있었을 텐데....

한데 그 박 비서실장이 백준열의 사람이 되어 협상단을 이끌고 나타나서 정작 김학수의 등에 비수를 꽂고 있었다.

“빠뜩....백준열....”

그러니 김학수로서는 백준열에게 이를 갈았고 그와 만나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러다 생각이 났다. 부친으로부터 전에 들었던 건데 바로 삼명그룹의 방산 비리 증거를 부친인 김명진 회장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케케묵은 20년도 전의 얘기였다. 아마 공소시효도 끝난 일이지 싶었다. 하지만 그 일을 이슈로 삼을 수는 있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문제는 그 비리에 서진그룹이 더 깊숙이 개입되어 있었다는 건데, 그건 김학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서진그룹이 피 칠갑이 되던 말든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삼명그룹이 그 때문에, 그 잘난 삼명그룹의 이미지에 똥칠갑을 하게 될 거란 거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삼명그룹의 후계자인 백준열은 무조건 그와 만나 줘야 할 거고 말이다.

“흐흐흐흐. 어디 그 잘난 얼굴 좀 보자. 백준열.”

김학수는 기어코 깊숙이 묻어뒀던 그 일을 끄집어냈고, 그걸 백준열의 JYB엔터 측에 알렸다. 그 과정에서 삼명그룹에 그 일이 알려졌다. 후계자인 백준열의 주변 일에 대해 항상 귀추를 주목하고 있었던 삼명그룹이다 보니, 그걸 알아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이라면 백준열의 주변에 사람을 심은 삼명그룹 측의 최고 책임자가 이동훈 비서실장이었단 점이었다. 그래서 그 일은 이 실장의 책임 하에 덮였다. 왜냐하면 백준열이 그러라고 했으니까.

지금 이 실장은 백승렬 회장의 사람이라기보다는 후계자인 백준열의 사람이었다. 그러니 백준열의 지시를 따른 거고.

“부회장님. JYB엔터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뭐래?”

“오늘 2시에 서울CC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그렇지. 하하하하. 지가 안 만나고 배겨.”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것도 모른 채 김학수의 머릿속에는 오늘 오후 백준열과 골프를 치면서 그를 어떤 식으로 설득할지 그 생각만 가득했다.

아마 그의 부친인 김명진 회장이 이 얘기를 들었다면, 코마 상태에서 번쩍 두 눈을 뜨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 거다.

그 만큼 김학수가 좀 전 저지른 짓은 잠자던 호랑이 코털을 건드린 거였고, 그렇게 깨어난 호랑이가 자기 눈앞의 김학수를 갈기갈기 찢어 놓을 건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근데 아둔한 김학수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 흥분해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어어. 나야. 박 사장. 저번에 그 애 말이야. 왜 골프 잘 쳤던....맞아 이은혜. 그 애 좀 나한테 보내줘. 뭐? 박 사장. 우리 사이에 정말 이럴 거야? 하아. 알았어. 우리 계열사 CF 넘겨줄게. 뭐? 계약? 하아. 그래. 계약서 들고 가. 내가 얘기해 둘 테니까. 됐지? 그러면....2시까지 서울 CC보내. 올 때 가급적 섹시하게 차려 입히고. 맞아. 한 놈 제대로 홀려야 하니까.”

김학수는 평소 자신에게 성상납을 해주던 몇몇 연예 기획사에 전화를 걸어서 거기 그가 이미 맛 봤던 여자들 중에서 백준열도 혹할 만한 미인들을 오늘 백준열과 만나기로 한 서울CC로 불러들였다.

그런 미인들과 같이 골프를 치면 백준열은 무조건 그가 시키는 대로, 자신의 손에 놀아 날 것을 확신하며 말이다.

“후후후후. 이걸로 회사도 살리고 삼명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도 가지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크하하하하.”

김학수는 실로 통쾌하게 웃었다. 마치 세상 다 가진 정복자라도 된 듯 말이다.

* * *

“뭐라고? 지금 바로?”

JG자산투자운영의 윤현일 상무.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 장남이자 대표인 윤현수에 가려져 회사 내에 있으나 마나한 존재였다.

하지만 형인 윤현수가 실종 되었고 회사의 실세라 볼 수 있었던 구재경 전무마저 부친에 의해 팽 당하고 나서, 지금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표로 꼽혔다. 그런 그가 잠에서 깨어 씻고 막 안방 거울 앞에 서서 출근 준비 중, 회장 비서실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럴 게 제주도에 있어야 할 자신의 아버지, 윤재구 회장이 지금 회사에 와 있단 거다. 그리고 빨리 회사 들어오라고 비서를 통해 그를 닦달하고 있었다.

“알았어. 가지.”

그는 회장 비서와 통화를 끝내고 어리둥절해 하며 안방을 나섰다.

“여보. 식사.”

그런 그에게 아내가 아침 식사하러 오라고 손짓을 했다. 하지만....

“미안. 회사 가봐야 할 거 같아.”

“아니 출근 시간 많이 남았는데 왜요?”

아내가 시간을 확인하며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윤현일이 사실대로 말을 했다.

“아버지가 오셨다네. 지금 바로 들어오라 시네.”

윤현일의 말에 그의 아내도 놀라워하며 말했다.

“아버님께서요?”

그때 윤현일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그의 동생인 윤현태였다. 윤현일보다 다섯 살이나 아래인 윤현태는 현재 JG투자운영의 마케팅 부장 자리에 있었다. 윤재구 회장의 세 아들들 중 막내인 그는 사실 후계자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어. 왜?”

-형. 아버지 왔다며?

“그래. 안 그래도 그 때문에 지금 회사 가는 중이다.”

-아버지 비서가 나보고 회사 빨리 들어오라는 데 왜 그러시는 거야?

윤재구 회장의 세 아들 중에서 막내인 윤현태가 부친인 그를 제일 무서워했다.

위로 두 아들 농사에 실패한 윤 회장은 최후로 막내아들 윤현태 만큼은 제대로 키워 보려 했는데 그게 더 악재로 작용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부친의 과도한 관심에 윤현태는 불안과 우울증 증세를 보이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했고, 윤 회장의 자식 농사는 그를 끝으로 완전 망하고 말았다.

“너도 부르셨다고? 그렇다면....자식들 모아놓고 하실 말씀이 있으신 거 같네.”

윤현일이 막 그 말을 했을 때 윤재구 회장의 유일한 딸인 윤해수가 윤현일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네. 아가씨. 네. 오빠요? 지금 도련님과 통화 중이신데....네. 잠시 만요. 여보. 아버님이 아가씨도 회사로 부르셨대요.”

아내의 말에 윤현일은 자신의 생각이 맞음을 확신했다. 그렇다면 여동생의 남편, 매제인 박민석도 불렀을 공산이 컸다.

“박 서방도 불렀데?”

그래서 윤현태와 통화 중에 아내에게 물었다. 남편의 그 말을 그대로 윤해수에게 얘기하는 윤현일의 아내.

“아가씨. 아주버니도 아버님께서 부르셨겠네요? 네. 아아. 네. 여보. 부르셨대요.”

아내의 대답에 윤현일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그럴 것이 현재 회사에서 자신과 함께 가장 유력한 대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게 바로 박민석 상무, 즉 그의 매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얼굴색을 바로 고친 윤현일이 동생인 윤현태에게 차분히 말했다.

“네 말대로 아마 상속에 관해 말씀 하실 거 같으니 빨리 회사로 와라.”

-그렇지?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그렇게 윤현태와 통화를 끝낸 윤현일은 마침 여동생 윤해수와 통화를 끝낸 아내를 향해 말했다.

“갈게. 그리고 당신이 전에 말한 그 건설업자 말이야. 왜 친구 오빠라는....”

“아아. 찬성이 오빠요?”

윤현일은 자신의 아내가 스스럼없이 외간 남자 이름 뒤에 오빠라는 호칭을 붙이자, 한쪽 눈썹이 실룩거렸다.

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보이는 반응이었는데, 눈치가 별로 없는 그의 아내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