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668화 (66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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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일본 편의점은 매일 가도 또 새롭다. 요즘 나나미는 에그 샌드위치와 커피 조합에 한창 맛 들여서 편의점에 자주 갔었다.

“와아....”

나나미가 특히나 애용하는 브랜드의 편의점 안, 과일과 생크림을 품은 폭신한 식빵이 맛있는 샌드위치가 종류별로 진열되어 있는 게 제일 먼저 나나미의 눈에 띠었다.

“안 돼!”

지금은 저 고운 핑크의 블링 함과 이곳 편의점 자체 브랜드 디저트인 벚꽃과 복숭아의 젤리에 넋 나가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래도 벚꽃과 복숭아 젤리 정말 강추 하는....아앗! 저건 말차 맛의 앙미츠!”

팥소와 쫀득한 떡.. 그리고 벚꽃 절인 게 들어가 있어 그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앙(앙꼬)미츠(꿀)'는 오래전부터 있던 일본의 전통 간식이었다.

일본인들에게 있어 익숙한 맛이기도 하고 거기에 벚꽃과 말차가 조합이 되니 그야말로 새로 태어난, 그런 신선한 느낌이랄까?

“냉장고에 두었다 먹으면 정말 맛있지. 헉! 고구마 크레프!”

일본의 '미야자키'라는 현에서 나는 자색 고구마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저 고구마 크레프는 밀가루 얇게 펼쳐 생지를 굽고, 그 위에 커스터드 크림하고 생크림이 담뿍 들어 있었다. 커스터드랑 생크림 좋아하는 나나미의 최애 음식 중 하나....

“이런....나나미 정신 차려!”

편의점 음식에 자신이 지금 왜 여기 들어왔는지를 자꾸 까먹게 되는 나나미.

그녀는 정말 좋아하는 과자들의 진열대를 질끈 눈을 감고 통과한 후, 편의점 구석에 자그마하게 차려져 있는 공구, 잡화코너에서 커트 칼 하나와 초소형 LED 후레쉬를 챙겨 들었다. 그리곤 바로 뒤돌아서 편의점 카운터로 향했다.

“7백 50엔입니다.”

그리고 카운터 직원의 말에 지갑을 꺼내서 그 안에 카드를 직원에게 건넬 때였다. 카운터 옆 매대 위에 라이터와 머리핀이 보였다.

“이것도 하나 씩 살게요.”

나나미는 별 생각 없이 그녀가 좋아하는 핑크 색으로 라이터와 검은 색 머리핀을 각기 하나 씩 챙겼다.

그렇게 라이터와 머리핀까지 구입한 나나미. 그녀는 그것들을 자신의 핸드백에 대충 쑤셔 넣고 편의점을 나섰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차에 올랐고 차가 출발하자 눈앞의 운전 중인 매니저 곤도 몰래 핸드백 속의 커트 칼과 후레쉬, 라이터, 머리핀을 자신의 속옷, 그러니까 브래지어와 팬티 안에 티 나지 않게 끼워 놓았다.

그 동안 그녀에게 안 좋은 일이 벌어졌을 때, 상대가 그녀의 몸을 구속하기 전 소지품은 꼭 뺏었다. 그러니 전기 충격기니 후추 페퍼 스프레이 같은 걸 기껏 준비해서 가지고 다녀봐야, 그걸 넣어 다니는 핸드백을 뺏기면 아무 소용없어 지는 거다.

그걸 몇 번 경험한 뒤 나나미는 늘 이렇게 꼭 필요할 거 같은 준비물을 자신의 몸에 소지했다. 그것도 허술하게 호주머니 속 같은 데가 아닌 여자들의 은밀한 곳 가까운 곳에다가 말이다.

아무래도 그런 곳은 상대가 뒤지기 싶지 않았고, 또 설마 거기에 그런 걸 넣고 다닐 거란 생각까지 상대가 하지 못 할 테니까. 잠시 후 나나미를 태운 차가 한 건물 앞에 멈춰 섰다.

도쿄 신쥬쿠의 가부키초에 있는 돈키호테라는 유명한 술집이 자리 한, 그 맞은 편 건물의 입구 앞에 곤도가 차를 세우더니 뒤돌아서 나나미를 보며 말했다.

“여깁니다. 일단 내리시죠.”

곤도는 그 말 후 운전석에서 먼저 내렸다. 그 사이 나나미가 뒷좌석에서 내렸고 그런 그녀에게 보란 든 곤도가 앞장서서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나미는 자신의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고는 그런 곤도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 * *

소문이란 게 그렇다. 좋은 쪽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사람의 입을 통해 빠르게 전파가 되었다. 왜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말처럼 나나미는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잘 주는 연예인이라는 소문이 알음알음 방송국에 퍼져 나가고 있었고, 그 소문이 TVS방송국 PD들 사이에서도 전부 퍼졌을 무렵, 호색한으로 유명한 그곳 부사장 혼다 다에스케의 귀에도 그 얘기가 들어갔다.

“이번에 추진 중인 대하 사극 물 있지? 거기 주조연 여배우 자리 하나 비워 놔.”

“아네. 알겠습니다.”

혼다 부사장이 이런 식으로 PD를 불러서 캐스팅에 관해 개입을 할 때는, 다 그 이유 때문이란 걸 모르는 방송관계자는 더 이상 TVS방송국 안에는 없었다.

TVS방송국의 사주인 미츠비시 그룹의 회장 사위인 혼다가 곧 방송국 사장이 될 거란 사실을 모르는 방송관계자는 없었다.

즉 지금 혼다 앞에 일개 PD에 불과한 고로다 드라마국 과장은 그저 그가 시킨 대로 하기만 하면 됐다.

“나가 봐.”

자기 할 말을 끝내자 혼다는 바로 고로다에게 축객 령을 내렸다. 그렇게 고로다가 부사장실을 나가고 나자 혼다는 비서를 호출했다.

그러자 상의는 검은색 재킷과 흰색 라운드 블라우스를, 하의는 검은색 스커트 정장, 그리고 검은색 구두를 착용한, 비서 복장 규정을 확실하게 지키고 있는, 그의 여비서 마츠코가 부사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부사장님?”

분명 비서복장인데 마츠코에게서는 묘한 섹시함이 흘러 넘쳤다. 일단 블라우스 단추가 과하게 풀려 있어 그녀의 가슴골이 그대로 노출 되어 있었고, 스커트 밑단이 허벅지 가운데쯤에 위치해서 그녀의 늘씬한 두 다리가 훤히 다 드러났다.

“크음....꼴깍....그....왜 우리 회사랑 협력 관계에 있는 연예기획사 명단 있지?”

“네. 부사장님.”

“그것 좀 가져 와 봐.”

“네. 바로 가져 오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살짝 상체를 굽히는 마츠코. 그러자 살짝 드러났던 그녀의 가슴골이 이제는 깊숙이 그 그 골짜기 안쪽까지 다 보였다.

그걸 보고 안 그래도 군침을 삼키고 있던 혼다는 입 안에 침이 넘쳐나서, 입가로 그 침을 질질 흘렸다.

“츠르릅....”

일부 침은 도로 집어 삼키고 입가에 묻은 침은 소매르 닦아 낸 혼다. 그는 자신이 바닥에 흘린 침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에이 씨....”

그는 대충 자신이 앉아 있는 응접 소파 옆 협탁 위에 각 티슈에서 휴지 몇 장을 뽑아서 바닥에 흘린 침을 대충 닦아서 근처 휴지통에 버렸다.

똑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여비서 마츠코 특유의 살짝 코맹맹이 소리가 부사장실 밖에서 들려왔다.

“마츠코에요. 부사장님~”

“어어. 들어와.”

혼다의 허락이 있자 문이 열리며 검은색 결재 판을 든 마츠코가 부사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곧장 혼다가 앉아 있는 응급 소파 쪽으로 걸어와서 그에게 결재 판을 내밀며 말했다.

“말씀하신 저희 회사와 협력 관계에 있는 연예기획사 명단이에요.”

“어어. 수고했어.”

혼다는 웃으며 마츠코가 건넨 결재 판을 받아서 그걸 자기 바로 앞의 응접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리고 마츠코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마츠코. 나 우롱차 한 잔 만 부탁해.”

“네. 부사장님.”

대답 후 늘씬하게 쭉 빠진 두 다리와 그 위에 탄실한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부사장실을 나서는 마츠코. 그런 그녀의 뒤태를 그녀가 부사장실을 나가기 전까지 쭉 감상하던 혼다.

그는 문이 닫히자 입맛을 쩝쩝 다신 뒤 자기 눈앞 응접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결재 판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연예기획사 명단 중에서 그가 찾는 연예기획사의 이름을 빠르게 두 눈으로 훑었다.

“여기 있네. 하이브 사쿠라....안도 대표의 전화번호가....”

혼다는 자신의 핸드폰에 재빨리 하이브 사쿠라의 안도 대표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 * *

혼다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출근길 운전 중에 자기도 모르게 그가 좋아하던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졌다.

“흐흐흐흐. 앞으로 일주일은 내 세상이다.”

혼다의 아내 세이코는 미츠비시 그룹 이와사키 구로다 회장의 장녀로 현재 미츠비시 증권의 대표를 맡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이번 일본 수상의 미국 방문에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 출장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세이코가 일본에 없다는 건 곧 혼다의 목에 걸려 있던 개 목줄이 풀린다는 얘기였다.

의부증이 심한 세이코 때문에 혼다는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야근에 출장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했다. 한데 그런 세이코가 미국에, 그것도 일주일이나 나가 있다니 이건 혼다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휴가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런 꿈같은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혼다가 아니었다.

“좋아. 그 동안 못 따 먹은 년들부터....”

하지만 막상 알아보니 그 동안 그가 눈독 들이고 있었던 여자들은, 이미 든든한 스폰서가 있거나....아내 세이코와 연줄이 닿아 있었다.

“칙쇼! 큰일 날 뻔했네.”

만약 그걸 먼저 알아보지 않고 그쪽에 컨택을 시도 했다면....난리가 날 뻔했다.

그 사실이 미국에 간 아내 귀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혼다는 가까운데 에서 그가 손만 내밀면 바로 따 먹을 수 있는 여자 연예인을 찾았고, 그 레이더망에 좀 전 신인 여배우 나나미가 걸렸다.

그녀는 외모도 딱 혼다가 좋아하는 타입에다가 무엇보다 잘 준다니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닌가?

혼다는 여비서 마츠코가 준 연예기획사 명단에서 나나미가 소속 된 연예기획사 대표의 전화번호를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하고 나자 잠깐 망설였다. 지금 바로 전화할지 아니면....

똑똑똑! 달칵!

그때 노크 소리와 동시에 그의 사무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직접 끓인 우롱차를 들고 혼다의 여비서 마츠코가 안으로 들어왔다.

미츠코는 올해 초 혼다가 특별히 지적이고 깔끔한 캐리어우먼 스타일의 여자로 고르고 골라 배치한, 그러니까 혼다에게 있어서 오피스 와이프용 비서였다.

타고 나기로 정력이 좋았던 혼다. 그랬기에 그의 아내 세이코도 잘생기기까지 한 혼다를 자신의 남편으로 골랐다. 하지만 세이코 하나로 만족하지 못했던 그로서는 그런 자신의 욕구를 해소 시켜 줄 딴 여자가 필요했다.

근데 집과 회사 밖에 오갈 수 없는 혼다의 처지에, 회사 내에 자신의 여자를 두는 건 혼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 마츠코와의 관계는 얼마 가지 않아 소원해졌다.

매일 같은 메뉴의 음식만 먹어 보라. 질리는 건 당연한 것. 해서 회사 내에 새로운 오피스 와이프를 두게 된 혼다.

TVS방송국 안에 미혼이든 기혼이든, 그 어떤 여자도 혼다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부사장인데다가 외모도 잘났고 또 정력이 워낙 좋다보니, 그와 한 번 관계를 가지게 되면 여자는 무조건 그에게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혼다의 여비서 마츠코. 그녀도 다를지 않았다. 회사를 옮기고 모시게 된 혼다는 정말 뜨겁게 자신을 사랑해 주었다. 한데 어느 날부터 그가 그녀를 피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이내 섹스리스 오피스 와이프로 전락해 버렸다.

그래서 그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마츠코도 나름 노력 중이었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일까? 오늘 혼다가 그녀를 음흉한 눈길로 쳐다봤다.

‘드디어....’

마츠코는 한껏 기대어린 얼굴로 정성껏 끓인 우롱차를 혼다 앞에 내 놓았다. 그때 혼다가 그녀에게 말했다.

“잠깐 앉아 봐. 마츠코.”

“네, 부사장님.”

마츠코는 응접소파 상석에 앉아 있는 혼다 옆 긴 소파에 조심스럽게 엉덩이를 걸쳤다.

* * *

깔끔하게 뒷머리를 쪽지고 태 없는 안경을 껴서 딱 봐도 지적이고 이지적으로 보이는 얼굴. 근데 비서복장임에도 쭉쭉빵빵한 몸매의 마츠코.

사실 혼다가 아닌 다른 남자라면 다들 마츠코의 미모에 벌써 홀렸다. 그런데 오늘은 혼다도 간만에 마츠코를 보고 색욕이 일었다. 그 동안 쭉 손대지 않고 방치 했던 자신의 오피스 와이프 마츠코. 갑자기 그녀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 혼다.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 동안 내가 소홀했지?”

제법 많은 의미가 함축 된 말이었다. 그 말에 마츠코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뚝! 뚝!

두 방울의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걸 본 혼다는 마음이 더 불편했다. 그러면서 그런 그의 눈에 소파에 앉은 상태의 마츠코의 길고 미끈한 두 다리가 보였고, 동시에 그녀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순간 혼다는 더 참을 수가 없었다.

“마츠코. 이리 와 봐.”

혼다는 손을 내밀었고 마츠코는 살짝 충혈 된 눈으로 그런 혼다의 얼굴과 그의 손을 번갈아 쳐다보다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러자 혼다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끌어 당겨서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그러자 마츠코가 빨갛게 얼굴이 상기 되어 말했다.

“누가 오면 어쩌려고....”

“괜찮아. 앞으로 한 시간 안에 나를 찾아 올 사람은 없으니까.”

“아잉. 그래도 아침부터....”

마츠코는 말만 그렇지 이미 혼다의 넓은 가슴에 고개를 기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부사장실에 들어 올 때 습관적으로 안에서 문을 잠갔다.

그러니까 누가 찾아와도 바로 부사장실 문을 벌컥 열고 이 안으로 들어 올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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