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말이 불륜 녀지 상대가 혼다 부사장이 아닌 다른 남자였다면, 그렇게까지 불리지 않아도 될 여자들이었다. 한국에서 내로남불이란 말이 유행이라던데 그건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상대가 혼다 부사장처럼 그 뒷배가 든든한 자의 경우 불륜을 저질러도 로맨스가 되는 거다. 또 모든 건 여자가 꼬리쳐서 그렇게 된 거로 미화되면서 혼다 부사장의 면은 늘 세워졌고. 그 일 또한 특임조의 몫이었다.
이미 몇 차례 그런 일을 해 온 특임조이다 보니, 이시히 조장의 말에 의뢰를 받아드리는 자세부터가 다른 의뢰와는 달랐다. 하지만 이시히 조장은 달랐다. 그럴 것이 이번에는 이전 의뢰와 다르다는 걸 기무하라 소장을 통해 전해 들었기 때문에.
그걸 이시히 조장은 자신의 조원들에게도 바로 밝혔다.
“이번에 혼다 부사장이 야쿠자를 끌어 들인 거 같다.”
“....”
이시히 조장이 야쿠자를 거론하자 좀 전까지 이번 일을 하찮게 여기고 있던 조원들의 얼굴이 싹 돌변했다. 그리고 좀 전 이시히 조장의 말에 바로 토를 달았던 그 조원이 또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인간 미친 거 아닙니까? 어떻게 야쿠자를....”
일본인들은 대개 야쿠자가 위험함을 안다. 하지만 그들을 제대로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확실하게 그 위험을 몰랐다. 그래서 지금처럼 아주 위험한 모험을 하고나서, 뒤에 그 결정을 100% 후회하게 된다.
그걸 누구보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자들이 여기 있는 특임조의 조원들이었다.
그랬기에 서슴없이 혼다 부사장의 결정에 대해 미쳤다고 얘기하는 거고. 그걸 주변 다른 특임조 조원들도 당연시 받아드리고 있었다. 그러던 말든 이시히 조장은 자기 할 말을 계속해 나갔다.
“그 만큼 이번 의뢰가 더 어려워졌다는 거다. 해서 기존 2급 무장에서 1급 무장으로 격상을 하니 그에 맞게 준비를....”
이시히 조장의 1급 무장이라는 말에 특임조의 조원들의 얼굴이 더욱 더 딱딱하게 굳었다.
그럴 것이 뗀지 탐정사무소에서 직원들은 의뢰를 맡을 시 기본적인 무장은 갖췄는,데 그 중 1급 무장의 경우 의무적으로 권총을 소지해야 했다. 그러니까 이번 의뢰에서 총격이 일어날 수도 있단 얘기다.
총알에는 눈이 없다. 총격전이 벌어지면 언제 어디서 날아온 총알인지 모르고, 누구든 그 총알에 맞아 죽을 수 있었다.
“지금 즉시 무기고로 가서 권총 수령 받고 오도록.”
그걸 알기에 이어진 이시히 조장의 명령에 특임조의 조원들은 다들 심각한 얼굴로 무기고로 가서, 각자 권총을 챙겨서 이시히 조장 앞으로 돌아왔다. 이시히 조장은 이미 권총을 자신의 겨드랑이 권총집에 착용한 상태였다.
조장인 그와 달리 현장에서 그 처한 상황에 따라 필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특임조 조원들은 다들 권총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 역할에 따라서 권총을 어디에 숨길지는 그 조원의 재량에 있었으니까.
“알아본바 지금 혼다 부사장은 가부키초의 한 이태리 레스토랑에 있다. 거기서 불륜 녀와 만나서 저녁 식사 후 그 짓을 하러 갈 거 같으니 그때 덮치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야쿠자와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점 유의하고....지금 즉시 가부키초로 간다.”
이시히 조장의 말이 끝나고 특임조의 조원들은 언제 들고 있었냐는 듯 권총을 각자 알아서 숨기고 탐정사무소가 위치한 건물 앞에 대기 중인 승합차에 탑승했다. 그들이 승합차에 다 타자 마지막으로 이시히 조장이 승합차 운전석 옆 조수석에 타며 운전석의 조원에게 말했다.
“출발하지.”
“네.”
대답과 동시에 운전석의 특임조 조원이 승합차를 출발 시켰고, 그 차는 신주쿠 옆 가부키초의 한 건물 앞 주차장에 운 좋게 차를 댈 수가 있었다.
“우와. 오늘 재수 대박인데요?”
“그러게.”
운전석의 특임조 조원이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그 옆에 이시히 조장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게 밤에 그것도 가부키초에서 건물 앞의 두 세대 겨우 댈 수 있는 주차공간에 이렇게 차를 댈 수 있다는 건 진짜 운이 좋아야만 가능했던 일이었으니까.
* * *
밤이 되어야 비로소 여기 생활이 시작된다고 해서, 일본인들은 가부키초를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별명을 붙였다.
신주쿠 역 동쪽 출구에서 북으로, 그러니까 출구에서 사선 좌측을 향해 걷다보면 가부키초가 등장하는데, 거기 들어서면 이자카야, 캬바쿠라(여성이 접대하는 술집), 만화찻집, 호스트 클럽, 파칭코, 영화관, 볼링장, 러브모텔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유흥업소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한 건물 앞에 차를 댄 직후 이시히 조장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간결하게 통화 후 이시히가 뒤돌아 승합차 안에 타고 있던 6명의 특임조 조원들에게 말했다.
“정보조가 먼저 건물 안에 들어가 있다니 그들에게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한다.”
“....”
그 말에 특임조 조원들이 아무런 대꾸도 없이 묵묵히 기다렸고, 이시히 조장 역시 조수석에서 주위를 살피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길 10여분 쯤 지났을까? 이시히 조장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누구 전화인지 확인함과 동시에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아아. 알겠습니다. 지금 움직이도록 하죠.”
그렇게 통화 후 이번에 이시히 조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차고 있던 안전벨트를 풀면서 말했다.
“다들 하차한다.”
그 말에 차문 쪽에 앉아 있던 특임조 조원들이 차문을 열었고 이내 그 안에 타고 있던 특임조 조원들이 그 차 안에서 내렸다. 그 사이 조수석에서 내린 이시히 조장이 그들에게 말했다.
“이거 오늘은 진짜 운이 좋은 거 같다. 혼다 부사장이 여자를 데리고 이곳 건물 모텔에 들어갔단다.”
“이야. 이거 그저 먹기 아닙니까?”
“그러게요.”
이시히 조장의 말에 특임조원들이 다들 기뻐했다. 혼다의 뒤를 더 쫓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카메라와 배터링 램(문 부수는 장비)은....확실히 챙겼군. 좋아. 그럼 다들 10분 뒤에 8층 러브 모텔 백합실 앞에서 보자.”
그 말 후 이시히 조장이 박수를 치자 승합차에서 내린 6명의 특임조 조원들이 우르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시히 조장과 승합차를 몰았던 운전석의 특임조원이 그들이 들어가고, 일부러 몇 분 틈을 두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그렇게 한 건 만약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패턴이 여기서 먹혔다.
쿠콰쾅! 탕! 타앙!
“칙쇼! 죽어!”
“크아아악!”
건물 안에서 뭔가 부서지는 충격음이 일더니 이내 총성이 일었다. 그리고 싸우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확실하게 이시히 조장의 귀에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이시히 조장과 그 옆에 조원이 숨기고 있던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이시히 조장이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소장님. 여기 함정 같습니다.”
이시히 조장이 그렇게 말한 건 앞서 들은 그 소리들 때문이 아니었다. 그와 조원이 지금 있는 이곳 주위에도, 딱 봐서 야쿠자 같아 보이는 녀석들이 에워싸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들 중 하나가 이시히 조장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는 걸 확인하고 외쳤다.
“잡아!”
그 소리에 야쿠자들이 달려들었고 이시히 조장은 들고 있던 핸드폰을 옆으로 내 던지고는 바로 두 손으로 권총을 잡고 총을 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그 총질에 야쿠자들이 잽싸게 몸을 숙이고 피하며 그들 역시 손에 쥐고 있던 권총을 이시히 조장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그렇게 건물 안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몇 분 뒤 그 총성이 그치고 나서 조용해진 건물 안, 어디선가 전화 끊김 음이 났다.
띠띠띠띠띠띠....
콰직!
그 핸드폰을 야쿠자중 하나가 짓밟아 박살을 내자, 그제야 주위가 다시 조용해졌다.
* * *
“뭐라고?”
건물의 관리실에 있던 미우라로부터 전화를 받은 기꾸지.
그는 특별히 조직에서 차출 되어 온 조직원들의 저녁을 챙기고 있다가, 미우라의 전화를 받고 즉시 그들을 데리고 움직였다.
이는 뗀지 탐정사무소의 직원들에게는 정말 불운한 일이었다. 하필 기꾸지가 야쿠자 조직원들과 같이 있을 때 움직이다니 말이다.
거기다 뗀지 탐정사무소 직원들의 동태를 건물 관리실의 미우라가 CCTV화면을 통해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들이 지금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기꾸지에게 속속 전달이 되었다.
그래서 기꾸지는 조직원을 둘로 나눠서 한 쪽은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 온 뗀지 탐정사무소 직원들을 처리하고, 나머지는 그 뒤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 온 두 명의 뗀지 탐정사무소 직원들을 처리하게 인원을 나눴다. 그리고 그 처리는 깔끔하게 이뤄졌다.
상대는 그들의 동선이 다 파악 된 사실을 몰랐다. 그에 비해 조직원들은 그들이 올 곳에 미리 숨어 있을 수 있었고. 그러니 상대가 제아무리 특수부대 출신의 특임조라고 해도 조직원들이 파 놓은 함정을 피할 길은 없었다.
탕! 탕!
“커억!”
기꾸지는 뒤쪽 두 명의 뗀지 탐정사무소 직원들을 처리하는 쪽에 있었다. 그리고 그건 또 신의 한수였다. 왜냐하면 거기 있던 직원 중 하나가 귀신 같이 권총을 잘 쐈던 것. 덕분에 조직원 세 명이 그 새끼 총에 맞아 죽었다. 하지만 그들의 희생을 미끼로 기꾸지가 기어코 그놈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기꾸지가 쏜 두 방의 총알이 그놈의 옆구리와 앞가슴을 뚫어 버리면서 그 자리에서 즉사시켜 버렸다.
그 직후 기꾸지의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들려왔고, 그곳으로 간 기꾸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좀 전 그가 쏴 중인 그놈이 총격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통화했던 핸드폰이었던 것.
근데 그 핸드폰이 총격전이 벌어지는 동안 계속 켜져 있었던 거 같았다. 그러다 총성이 멎자 상대편에서 끊은 것이고.
그건 곧 총격전의 승자와 패자가 누군지 상대편이 이미 다 파악을 했다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상대편이 그로인한 후속 조치를 취해 올 거란 얘기였고. 그걸 알기에 기꾸지가 굳은 얼굴로 외쳤다.
“뭐들 해? 빨리 시신들 치우지 않고.”
조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린 후 기꾸지가 곧장 관리실의 미우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기꾸지.
기꾸지의 전화를 바로 받는 미우라. 그런 그에게 기꾸지가 대뜸 물었다.
“오야봉이 뭐라고 하셔?”
-뭐라고 하시겠어? VIP 데리고 요오기의 별장에 가 있으라지.
요오기의 별장도 우에다 소유였다. 도쿄의 3성급 별장인 요오기는 시부야에 위치 해 있었는데 신주쿠와 가까웠다. 그래서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었고 거기에 지금 우에다가 있었다.
즉 이제부터는 우에다가 직접 VIP, 혼다를 챙기겠다는 얘기였다.
그러니 이곳 건물 관리인 격인 미우라와 기꾸지의 역할은 혼다를 우에다가 있는 요오기의 별장까지만 잘 데려다 주면 끝이란 얘기. 미우라의 말을 듣고 그것까지 바로 간파한 기꾸지가 말했다.
“여긴 내가 뒷정리하고 뜰 테니까, 넌 VIP를 요오기 별장으로 데려 가.”
-그러자.
기꾸지의 제안을 바로 받아드리는 미우라. 그도 기꾸지처럼 생각을 한 것이다.
한데 각자 할 일이 정해 졌음에도 미우라가 바로 전화를 끊지 않고 기꾸지에게 더 말을 이어 했다.
-기꾸지. 대충 치우고 떠. 늦장 피우다가 잡히거나 죽지 말고.
잡힌다는 건 경찰을, 죽는다는 건 상대, 즉 뗀지 탐정사무소 직원들을 말했다.
뗀지 탐정사무소 직원이 여기서 10명이나 죽었다. 그걸 가만 둘 뗀지 탐정사무소가 아니었다.
특수부대 출신인 그들이 작정하고 들이치면 건물 안의 야쿠자들은 다 죽는다.
그걸 알기에 미우라가 고향 불알 친구인 기꾸지가 걱정이 돼서 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기꾸지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걱정 마. 신년 점괘에 내가 너보다 더 오래 산다고 했으니까.”
-그래. 꼭 나보다 더 오래 살아라.
그렇게 통화를 끝낸 미우라와 기꾸지는 그들이 하기로 한 걸 하기 위해서 각자 움직였다.
* * *
“가까워서 좋군.”
당연히 계산 따윈 하지 않았다. 방송국 부사장 쯤 되는 혼다가 자기 돈으로 뭔가를 계산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그가 억지를 부려 나나미를 만났는데, 정작 여기 음식 값은 나나미의 소속 연예기획사에서 계산을 한다. 그러니까 대기 중이었던 나나미의 매니저가 혼다가 나나미를 안고 VIP룸을 나오는 걸 보고 재빨리 계산을 하고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이태리 레스토랑을 나온 혼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계단을 통해 바로 위층에 있는 러브모텔로 향했다.
대단한 정력가인 혼다지만 꾸준히 헬스를 통해 근력이 떨어지는 일이 없게 잘 관리를 해 왔다. 그런 그에게 가녀린 여자 하나 안고 계단을 통해 한 층 위로 올라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위로 올라가자 러브모텔이 나왔고 우에다가 보낸 야쿠자가 거기 입구에 대기하고 있다가 혼다에게 말했다.
“백합실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혼다는 흡족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러브모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봤다. 복도 끝에 백합실이라는 모텔 방이 활짝 열려 있는 걸 말이다.
혼다는 그 백합실 안으로 나니미를 안아 든 체 들어갔다. 그러자 그런 혼다를 따라 온 듯 우에다가 보낸 야쿠자가 밖에서 백합실 방문을 닫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