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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682화 (6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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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사부로는 뭔가를 할 때 망설임이 없었다. 그럴 시간에 하나라도 더 그 일을 추진해 나가는 게 더 나았으니까. 괜한 걱정과 고민, 망설임은 그가 해야 할 일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걸 사부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사부로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이, 현실에서 과연 몇이나 되겠나?

그 만큼 사람은 불안하고 감성적인 존재니까. 그러나 사부로는 그런 게 없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사부로는 실제 신경정신과에서 사이코 패스 기질이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한마디로 미친놈이란 건데 사부로는 그걸 태연히 받아드렸다. 뭐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긴 미치지 않고서 어떻게 사람을 패고 죽이기까지 하겠나? 처음 본 사람을 상대로 말이다.

노자 도덕경에 보면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며, 평안한 사람은 현재에 산다고 했던가?

그렇게 봤을 때 사부로는 숨이 쉬어지니 그냥 살았다. 그에게 먹고 살 수 있게 임금(돈)을 지급하는 기무하라 소장의 지시에 따라 지금 움직이고 있었고.

휘릭!

4미터는 됨직한 담장을 사부로는 간단히 넘어 별장 건물 쪽으로 접근해 들어갔다. 그가 끼고 있는 적외선 야간 투시경에 건물 밖을 지키고 있던 야쿠자들이 보였다. 근데 그 수가 고작 다섯뿐이다.

‘운이 좋다.’

사부로는 사건 현장에서 분명 차를 돌리던 야쿠자들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었다.

왜 사부로가 저격총으로 그 현장에 남은 유일한 야쿠자 생존자를 죽였을 때, 지원 나왔던 야쿠자들이 뗀지 탐정사무소 직원들과 정작 싸우지 않고 그대로 차를 돌리지 않았나?

한데 그들이 여태 이곳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었다.

그 말은 여기 있는 그 야쿠자들의 두목이 그들에게 뭔가 다른 일을 시켰거나, 아니면 그 놈들이 무슨 이유에선지 여기로 복귀를 늦추고 있다는 얘기.

둘 중 뭐가 진실이든 사부로에게는 상관없었다. 그는 그저 여기서 자기 할 일만 하면 됐으니까.

즉 여기 있는 야쿠자 두목 놈을 제거하고 조용히 사라지면 그뿐이었다.

스슥! 딸깍!

별장 건물 밖을 지키는 야쿠자 다섯 놈의 이목을 간단히 속이고 건물 안으로 조용히 들어간 사부로.

비록 미세한 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 소리를 들으려면 사부로가 있는 곳에서 반경 2미터 안에는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야간 투시경을 쓴 사부로의 눈에 띠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그래서 사부로는 거침없이 건물 내부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그러자 이내 사람 목소리가 사부로의 귀에 들려왔다.

“....데 어떻게 거길 빠져 나온 거지?”

“그러게. 별 희한한 년이 다 보겠네.”

“야. 그게 중요해? 조장이 알기 전에 빨리 그년을 별원으로 데려다 놔야지.”

“뭐 그렇기는 하네. 서두르자.”

철컥! 철컥!

“어이! 빨리 이문 열어!”

“칙쇼! 안 여는 데?”

“쳇! 안 되겠다. 이 문....부수자.”

“하아. 사람 귀찮게 하네. 비켜 봐.”

사부로가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움직이자 그곳에 야쿠자 셋이 방문 앞에 모여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제일 덩치가 커 보이는 자가 잠긴 방문을 향해 몸을 내 던졌다.

쿵!

하지만 한 번에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그러자 덩치 큰 야쿠자가 재차 방문으로 몸을 날렸고....

쿠웅!

문과 몸이 부딪침과 동시에 그 야쿠자가 활짝 열린 문 안으로 사라졌다. 문짝이 부셔진 거다. 그리고 그 주위에 있던 두 명의 야쿠자들도 곧바로 열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거 놔....아아악!”

그리곤 방안에서 여자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리고, 잠시 뒤 두 명의 야쿠자에게 양팔이 잡힌 채 여자가 밖으로 끌려 나왔다. 그리고 그들 뒤로, 몸통 박치기로 방문을 부순 덩치 큰 야쿠자가 나오며 손에 쥔 칼을 수습해 품속에 넣으며 말했다.

“그래. 시끄럽게 떠들어 봐야 너만 손해야. 뭣들 해? 빨리 별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그 말에 두 야쿠자들이 여자를 끌었고 여자는 순순히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그걸 보고 피식 거리던 덩치 큰 야쿠자가 막 그들을 따라 움직일 때였다.

피슝!

그들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났고, 덩치 큰 야쿠자의 두 눈이 갑자기 커졌다. 그리고 그 두 눈의 동공이 빠르게 수축하더니....

털썩!

이내 막 내딛고 있던 발걸음이 땅에 닿기 무섭게 그대로 모로 꼬꾸라졌다. 그 소리에 여자를 끌고 가던 두 야쿠자들이 뒤를 돌아봤다.

피슝! 피슝!

그때 같은 소리가 동시에 일었고 두 야쿠자들의 이마에 구멍이 뚫렸다. 그들은 여자의 양팔을 잡고 있었는데 썩은 고목나무 쓰러지듯 그 자리에서 픽픽 꼬꾸라졌다. 그걸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던 여자가 놀라 막 입을 벌리려 할 때였다.

“쉬잇!”

사부로가 권총을 쥐지 않은 그의 왼손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갖다 대며 입 밖으로 소리를 냈고, 그 소리와 그의 그런 제스처를 본 여자가 지르려던 외마디 비명을 도로 입 안으로 삼켰다.

* * *

야쿠자에 의해 시부야의 한 별장에 오게 된 나나미. 그녀 자의가 아닌 순전히 타의에 의해 여기 오게 되었으니 당연히 그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하아아....”

그때 그녀의 입에서 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시간을 확인한 결과, 벌써 그녀가 예약한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 됐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가 오늘 중 서울로 가긴 틀렸단 소리였다. 백준열에게 오늘 간다고 했는데....

핸드폰이라도 있었으면 그에게 이런 피치 못할 사정 얘기를 했을 텐데.

그녀 예상대로 여기 오자마자 그녀의 핸드백을 야쿠자 놈들이 뺏어갔다. 그 핸드백 속에 그녀 핸드폰이 들어 있었고. 그녀는 별장 안쪽의 별원의 한 방에 감금당했다.

처음에는 신체적으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그냥 방에 갇힌 채였다. 한데 갑자기 별장이 어수선해지더니 야쿠자 놈들이 그녀 방에 들어와서, 그녀의 손발을 케이블 타이로 묶고 입에도 테이프를 붙였다.

그들이 그렇게 한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그녀 방 앞을 지키고 있었던 야쿠자들이 싹 사라진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붙일 감시자들까지 싹싹 긁어서 야쿠자들이 우르르 어딘가로 몰려 간 거다.

그들이 그런 이유까지 나나미는 궁금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지금 잘하면 그녀가 여기를 탈출 할 수도 있을 거 같다는 거지.

바로 그녀가 아까 편의점에서 구입해서 몸에 숨겨 둔 것들을 이용해서 말이다.

비록 핸드백은 뺏어갔지만 야쿠자들은 나나미의 몸수색까지는 하지 않았다. 하긴 어떤 여자가 자신의 속옷 속에 커트 칼과 후레쉬, 라이터, 머리핀 같은 걸 숨겨 다니겠나? 그러고 다니는 여자가 미친년이지 말이다.

그런 미친년인 나나미가 먼저 팬티 뒤쪽에서 커트 칼을 꺼내서는, 자신의 손목을 묶고 있던 케이블 타이를 끊으려 했다.

“아앗!”

한데 케이블 타이를 끊기는커녕 실수로 커터 칼을 떨어트렸다. 아무래도 여자 몸으로 손목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 커터 칼로 케이블 타이를 끊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해서 나나미는 이번에는 팬티 앞쪽에서 라이터를 빼내서, 그 라이터의 불을 켜 케이블 타이를 녹여 끊으려 했다.

“....으윽....”

아무리 라이터라지만 그 작은 불길만으로도 충분히 뜨거웠다. 거기다 손이 데일까 무섭기도 했고....

뚝!

다행히 나나미의 손이 데이기 전에 케이블 타이가 먼저 끊겼다.

“휴우우....”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 쉰 나나미. 그렇게 두 손이 자유롭게 되자 그녀는 후레쉬로 주위를 밝힌 뒤 커터 칼을 찾아서 그걸로 자신의 두 다리를 묶고 있던 케이블 타이를 끊었다. 그리고 입에 붙어 있던 테이프를 떼어 낸 후 문 쪽으로 움직였다.

철컥!

그런데 문이 밖에서 잠겨 있었다. 나나미가 후레쉬로 자세히 그 문을 살피니 문고리가 안과 밖이 바뀌어 있었다. 그러니까 나나미를 이 방에 가둬두려고 누군가 문고리의 위치를 바꿔 달아놓은 거다.

그때 문손잡이의 열쇠구멍을 후레쉬로 비춰 보던 나나미. 그녀가 이내 브래지어에서 머리핀을 꺼냈다. 그리곤 그 머리핀을 펴서 ㄷ자 모양을 만들고는, 벌어진 두 철사 끝을 열쇠구멍 속에 넣고 머리핀을 좌우로 비틀었다.

틱!

순간 문고리의 잠금장치가 풀린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나미가 바로 문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그랬더니 문손잡이가 싱겁게 돌아가면서 방문이 열렸다.

“아아!”

자신이 잠긴 문을 열었다는 사실에 도취 된 나나미. 하지만 이내 정신을 추스른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다행히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나나미는 최대한 조용히, 기척을 내지 않고 그 방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이곳을 빠져 나가기 위해서 살금살금 별원 뒷문 쪽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아아....”

나나미의 얼굴이 삽시간 굳었다. 왜냐하면 그 뒷문을 야쿠자 한 명이 떡하니 지키고 서 있었던 것이다. 만약 나나미가 남자였다면 그 한 명 뿐인 야쿠자와 싸워서 여길 빠져나갔을 거다. 하지만 그녀는 연약한 여자였고 저 한 명의 야쿠자를 뚫고 나갈 자신이 없었다. 별수 없이 몸을 돌린 나나미. 한데....

툭! 와장창!

그녀가 숨어서 뒷문을 쳐다보았던 복도 끝에 전시용 도자기가 있었는데, 그걸 보지 못한 나나미가 몸을 돌리다가 그만 그녀의 손이 그 도자기를 건드리고 만 것. 그로 인해 도자기가 받침대에서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났고....

“누구냐!”

힘들게 갇힌 방에서 빠져 나온 나나미는 그만 너무도 쉽게 들통이 나고 말았다.

* * *

“헉헉헉헉....”

“저기다.”

나나미는 그녀가 들어 온 앞문 방향으로 뛰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녀 뒤를 야쿠자들이 쫓아왔으니까. 처음 그녀를 쫓던 야쿠자는 뒷문을 지키던 그 야쿠자 한 명이었다. 한데 어느 새 셋으로 늘어서는 그녀를 몰기 시작했고, 별장 건물 안에서 그녀는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다. 결국 그들에 의해서 구석으로 내몰린 나나미.

그 구석진 곳에 방이 하나 있었고 그녀는 그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그녀가 갇혀 있던 곳과 달리 여기 방은 정상적으로 안에서 문이 잠기게 문고리가 달려 있었다. 그래서 안에 들어가자마자 나나미는 그 방 문고리를 잠갔다.

하지만 그로인해 그녀는 야쿠자들에게 독안에 쥐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방문은 너무도 간단히 열렸다. 야쿠자 놈들 중 덩치 큰 놈 하나가 몸통 박치기로 문짝을 부셔버린 것이다. 곧장 안으로 짓쳐 들어 온 야쿠자들. 그런 그들을 보고 그녀는 비명을 내질렀다. 놈들에게 잡혀 가지 않으려 발악도 했고. 하지만....

“이걸로 그 얼굴 그어줄까?”

덩치 큰 야쿠자가 꺼낸 날카롭게 벼른 칼 앞에 나나미는 얌전해졌다. 놈이 미친 척 그녀의 얼굴을 정말 저 칼로 그어 버린다면....

그녀의 배우로서의 인생은 끝장 나 버린다. 그랬기에 나나미는 더는 저항하지 않고 놈들에게 순순히 끌려갔다.

그때였다. 그녀를 잡아가던 야쿠자들이 썩은 짚단 쓰러지듯 무너졌고, 그런 그들의 얼굴을 보니 이마에 구멍이 나 있었다. 순간 그녀는 직감했다. 누군가 이들을 총으로 쏴 죽였단 걸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 죽음 앞에서 비명을 내 지를 수가 없었다. 그들을 쏴 죽인 자가 그녀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소리와 제스처를 취했기 때문에.

“여기 두목 어디 있는지 알아요?”

그때 그녀에게 다가 온 그 자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나미에게 물었다. 누가 보면 길을 몰라 물어보는 지나가던 보행자처럼 말이다.

“몰, 몰라요. 그런데 위층에 있을 거예요.”

나나미가 손가락으로 별장 2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오자마자 나나미는 별원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그녀와 같이 여기 온 혼다 부사장은 마중 나온 자와 같이 웃으며 2층으로 올라가는 걸 그녀가 봤다.

“2층이라....알겠습니다. 아아. 여기 얌전히 있어요. 금방 돌아 올 테니.”

그 말 후 그 자는 2층으로 올라갔다. 나나미는 당연히 그 자의 말을 듣지 않고 별장 밖으로 나가려 했다.

“쳇....”

하지만 별장 밖에는 야쿠자들이 다섯이나 지키고 있었다. 별수 없이 정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기 틀려먹었다고 본 나나미. 그녀가 다시 별원 쪽으로 가려 할 때였다.

“그 아가씨 말 참 안 듣네. 가만있으라고 했더니....”

2층에서 총을 든 그 자가 내려오며 나나미를 보고 말했다. 그런 그를 보고 흠칫 놀란 나나미가 긴장해서 그의 눈치를 살필 때였다.

밖에 있던 야쿠자들이 갑자기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별장 안에 무슨 일이 생긴 걸 밖에 야쿠자들이 눈치 챈 거 같았다.

* * *

미우라를 구하라고 곁에 료스케와 수하들을 보낸 우에다.

“자아. 한 잔 합시다.”

그는 VIP고객인 혼다 부사장과 대작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때 료스케 이전에 우에다를 모셨던 야쿠자 히로시가 그를 찾아왔다. 마침 그의 나와바리가 근처에 있었기도 했고.

“어서 와라. 히로시.”

“여기 계시다는 말을 듣고 달려 왔는데....애들 다 어디 갔습니까?”

안 그래도 료스케에게 수하들 다 딸려 보내고 달랑 5명의 야쿠자들만 남은 별장이었다.

히로시가 4명의 수하들을 달고 온 덕분에 자신의 안전이 더 확실해지자, 우에다가 나름 안심이 되었던지 웃으며 말했다.

“잘 왔다. 애들 내 보내고, 와서 내 술 한 잔 받아.”

“네. 잠시만....”

우에다를 곁에서 모셨던 경험이 있는 히로시였다. 그는 기존의 5명의 야쿠자들을 전부 별장 건물 밖으로 내 보내서 주변을 지키게 하고, 자신의 수하 4명 중 한 명은 별장 안쪽, 별원에서 나가는 후문을 지키게 하고, 나머지 3명은 별장 안 1층과 별원 내부를 돌아다니며 경계케 했다. 그리고 자신은 2층으로 올라가서 거기서 손님과 한잔 마시고 있는 우에다에게로 갔다. 그런 그에게 우에다가 웃으며 빈 술잔을 건넸고, 그 술판에 운 좋게 낀 히로시는 TVS방송국의 부사장인 거물급 인사 혼다를 우에다에게서 소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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