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히로시는 우에다가 왜 혼다 부사장을 이곳에 데리고 왔는지 바로 눈치 차렸다.
이곳은 우에다가 소유한 도쿄 내 부동산 중에서, 특히 그가 아끼는 별장이었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아는 사람들, 특히 야쿠자 두목들은 절대 여기로 데려오지 않았다. 그랬다가 그놈들이 여기를 탐낼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 정도로 우에다는 이곳 별장에 많은 신경을 썼고 일주일에 한 번은 찾아와서 묵었다.
그런 우에다가 아무리 급했다지만 혼다 부사장을 여기로 불러들인 것은, 그 만큼 혼다 부사장에게서 크게 뜯어 낼 생각이란 거다.
‘흐흐흐흐. 나는 그 콩고물을 좀 얻어먹는 거고....’
히로시는 오늘 자신이 여기 찾아 온 게 얼마나 잘 한 일인지 속으로 거듭 자신의 결정을 칭찬했다.
‘잘했어. 히로시. 역시 넌 운이 좋아.’
“자자. 마시자고.”
그런 그에게 술잔을 내미는 우에다. 평소의 우에다는 징글징글한 작자였다. 두목이랍시고 챙겨 주는 건 없으면서 뜯어가는 건 많은....
하지만 지금 우에다는 당장이라도 저 냄새 나는 입에 뽀뽀라도 해 주고 싶을 정도로 고마운 두목이었다.
“네. 간빠이(乾杯)!”
그러니 우에다가 따라주는 족족, 그 술을 마셔 대는 히로시. 그 때문에 그가 여기 온지 불과 30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취기가 올라 있었다. 그런 히로시의 귀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순간 짜증이 확 치밀어 오른 히로시.
“누구야!”
그래서 문 쪽으로 버럭 소리를 쳤다. 그가 그런 건 2층으로 올라오기 전 별장 안을 지키게 한 자신의 수하들에게 단단히 당부를 해 뒀기 때문이었다. 가급적이면 2층으로 올라오지 말라고 말이다. 그랬는데 수하 중 하나가 그렇게 말해 뒀음에도 불구하고 2층으로 기어 올라온 거 같았다.
그들이 아니면 별장 안에서 이렇게 아무런 소란 없이 2층으로 올라 올 자는 히로시가 생각하기에 없었으니까.
“@#%$#@&%$#...."
그랬더니 방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자기가 누구고 뭐 하러 여기 왔는지 떠드는 거 같기는 한데, 정확히 무슨 소린지 히로시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취기가 제법 오른 상태인지라 히로시는 그 때문에 자신이 수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큰소리로 말하라고 하려다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일행들, 즉 우에다 두목과 혼다 부사장을 보고서 방밖을 향해 말했다.
“들어와서 얘기 해.”
그 말에 방밖에 그의 수하가 그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왔는데....
“헉!”
“너 뭐야?”
방 안에서 두 사람의 다급한 경악성이 일었다. 그럴 것이 방밖에서 안으로 들어 선 자가, 대뜸 그들을 향해 권총의 총구를 겨누고 있었으니 말이다.
피슝! 피슝!
그때 두 발의 총성이 일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방안에만 울리고 맴돌 뿐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다. 권총에 장착 된 소음기가 총성의 대부분을 상쇄시켜 버렸기 때문에 말이다.
“커억!”
“크아아악!”
오히려 총성 보다 권총에서 발사 된 총알에 맞은 두 사람의 입에서 터져 나온 비명성이 더 컸다.
* * *
혼다는 당연히 안전한 곳으로 옮겨가면 거기서 나나미와 하지 못한 섹스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자자. 마십시다.”
안전을 핑계로 여기로 그를 데려 온 우에다라는 야쿠자 녀석이, 자신을 나나미가 있는 곳으로 보내지 않고 붙잡고는 자꾸 술만 먹여 댔다.
“우에다 두목. 술은 이제 그만 마시고....”
해서 혼다가 우에다에게 자신의 본심을 얘기했다. 자신과 같이 여기 온 여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난 혼다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하. 남자가 술과 여자 좋아하는 거야 당연하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서 이러고 있는 겁니다.”
“뭐라고요?”
그게 무슨 소리냐며 혼다가 우에다를 빤히 쳐다보자, 우에다가 들고 있던 술잔의 술을 입속에 다 털어 넣고 나서 말했다.
“부사장님을 또 다시 곤란하게 하려던 그 뗀지 탐정사무소 놈들 말인데....저희 애들이 싹 다 죽였습니다.”
“네에?”
혼다는 우에다가 사람을 죽였다는 말에 기겁을 했다. 그것도 자신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우에다는 태연하게 하던 말을 이어서 했다.
“아시다시피 그 뗀지 탐정사무소 놈들이 보통내기들이 아니라서....놈들과 저희 애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고, 그 결과를 아직 모르는 상탭니다.”
“싸, 싸움이라고요? 그, 그럼 여기 있던 자들이 우르르 빠져 나간 게....”
“맞습니다. 그 싸움에 지원을 하러 내가 내 경호 조직원들까지 죄다 그쪽으로 보낸 거지요.”
“....”
우에다의 말에 그제야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해가 된 혼다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혼다를 보고 우에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수적으로 내 수하들이 더 많으니까. 곧 좋은 소식이 올 겁니다.”
그 말을 당당하게 하면서도 정작 우에다는 불안한 눈으로 술병 옆에 자신이 올려놓은 핸드폰을 힐긋힐긋 쳐다봤다. 딱 봐도 우에다는 지금 수하들에게서 연락이 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 초조함을 달래기 위해서 혼다와 같이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고.
이러면 혼다도 더는 우에다에게 칭얼거릴 수가 없었다. 여자와 겨우 그 짓 못한다고 말이다. 그때 우에다 밑에 중간 간부급 야쿠자가 한 명 그들 앞에 등장했다. 히로시라는 자로 그 자가 온 걸 두고 우에다가 크게 기뻐하는 걸 보고, 혼다도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떨쳐 낼 수 있었다. 그랬는데....
히로시까지 합류해서 술판이 좀 더 화기애애해 졌을 때였다. 노크 소리가 들리고, 잠시 뒤 히로시가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더니 권총 든 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자를 보고 경악하는 우에다와 히로시. 그런 그들을 향해 두 발의 총성이 울렸고 이내 처절한 비명소리가 방안 가득 울렸다.
“히익!”
뒤늦게 혼다가 기겁하며 입 밖으로 경악성을 냈다. 그럴 게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그와 같이 술잔을 부딪쳤던 두 사람이 머리와 가슴에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고, 아니 죽었으니 말이다.
“쉬잇!”
그런 혼다에게 한 템포 늦게 두 사람을 총으로 사살한 자가, 총을 들지 않은 손의 검지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말했다. 혼다는 두려움에 덜덜 떨면서 그러겠다는 시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자가 혼다에게 말했다.
“여기 꼼짝 말고 있어요. 괜히 이 방에서 기어 나오다 눈 먼 총알에 맞아 뒈지지 말고.”
그 자는 혼다에게 상당히 불친절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따질 만큼 혼다의 간은 크지 않았다.
“그, 그러지.”
자기보다 어려 보였기에 반말로 대답을 했지만 혼다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하지만 상대는 생각보다 무던했다. 혼다의 반말 대답이 전혀 그의 귀에 거슬리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걸 혼다가 속으로 다행이다 여길 때였다.
그 자가 바로 뒤돌아서 방문 쪽으로 걸어가더니, 그대로 그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혼다가 이 방에 있든 말든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무심하게.
* * *
자신이 야쿠자 두목을 총으로 쏴 죽이는 걸 전부 지켜 본 목격자가 있었지만 사부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원래라면 방 안에 있던 자들을 싹 다 쏴 죽였어야 했다. 그런데 기무하라 소장이 그랬다. 다른 자들은 몰라도 TVS방송국의 혼다 부사장만큼은 죽여선 안 된다고 말이다.
그러며 정보조에서 혼다 부사장의 얼굴이 찍힌 사진파일을 사부로의 핸드폰으로 보내주기까지 했다. 그러니 사부로는 혼다 부사장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봤고, 그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의 가슴과 머리에 총알을 박아 주었다.
근데 머리에 총 맞은 놈과 달리 가슴에 총 맞은 놈이 뒈지기 전 너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뭐 어째든 둘 다 그 자리에서 즉사하긴 했지만....
그렇게 이곳에 있는 야쿠자 두목을 제거하는 자신의 임무를 사실상 완수한 사부로는 방밖을 나서며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기무하라 소장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전화 연결 음이 울림과 동시에, 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기무하라 소장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어떻게 됐나?
그리고 그가 지시한 것의 결과부터 사부로에게 성급히 물었다. 사부로도 기무하라 소장과 딱히 길게 통화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 즉시 대답했다.
“제거했습니다.”
-휴우. 잘했다.
“근데....혼다 부사장이 그 놈과 같이 있었습니다.”
사부로의 말이 무슨 소린지 모를 기무하라 소장이 아니었다.
-설마....그 까지 죽인 건 아니지?
“아닙니다. 혼다 부사장은 멀쩡합니다. 단지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계속 있으라고 협박은 해뒀습니다.”
사부로가 협박한 이유를 바로 파악한 듯 기무하라 소장이 말했다.
-그는 신경 쓰지 말고, 너나 빨리 거기서 나와.
“네.”
사부로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뗀지 탐정사무소의 특임조 하나를 없애 버린 야쿠자 놈들의 배후, 즉 야쿠자 두목을 제거하는 거였다. 그걸 완수했으니 그가 여기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아니. 가급적 서둘러 여길 빠져 나가서 여기 야쿠자 두목을 죽인 게 누군지 들통 나선 안 됐다. 만약 사부로가 여기 야쿠자들에게 잡혀 그 정체가 탄로라도 난다면....
그때는 야쿠자 조직과 뗀지 탐정사무소 간에 피 튀는 혈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뗀지 탐정사무소에 비해 그 야쿠자 두목이 속한 고베야마구치 구미의 조직원의 수는 10배도 넘었다. 그럴 일은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그 두 곳간에 싸움이 벌어진다면, 도쿄에 피바람이 거세게 불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야쿠자 두목을 죽인 것만큼이나 사부로는 여길 무사히 빠져 나가야만 했다.
사부로의 대답을 듣자마자 기무하라 소장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래야 사부로가 그 즉시 이곳을 빠져 나갈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가 우연히 구해준 여자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건만 기어코 사고를 쳤다. 사부로가 여기서 빠져 나갈 때 그 여자도 같이 데리고 나갈 생각이었는데, 그 잠깐을 못 참고 입구 쪽으로 나가려다가 별장 밖에 야쿠자들 눈에 띤 거 같았다.
“저 안으로, 아니 별원으로 가 있어요.”
그 말 후 사부로는 자신의 손에 쥐고 있던 권총의 총알이 몇 발 남아 있는지 재빨리 확인을 하면서 별장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별장 밖을 지키고 있던 야쿠자들을 향해 움직였다.
별장 밖을 지키던 야쿠자의 수는 전부 다섯. 다행히 사부로의 권총에 총알은 7발이 남아 있었다. 명사수인 사부로라면 그 총알만으로도 다섯의 야쿠자들을 제거하기 충분했다. 한데....
“저기다.”
탕! 탕! 탕! 탕! 탕!
별장 밖에서 안으로 들어 온 야쿠자들이 대뜸 사부로를 보고 먼저 총질을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화력에서 사부로가 저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같은 권총이라도 저쪽은 다섯이나 되니 말이다. 즉 초장부터 기선을 저쪽에서 잡은 셈이었다.
“쳇....”
별장 안에서 수상쩍은 자를 발견했다고, 이렇게 대 놓고 별장 내부에서 총질을 해댄다는 건 분명 이해가 안 되는 조치였다.
사부로의 생각에는 아무래도 좀 전 2층에서 가슴에 총 맞고 뒈진 놈이 죽기 전 빽 내지른 그 비명소리가 화근이었다. 그 소리를 별장 밖의 야쿠자 놈이 확실히 들은 거 같았다.
‘정작 소음기 때문에 총소리는 외부로 울리지 않았는데....’
그랬기에 놈들이 두목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 별장 내부에다 사정없이 총질을 해 댄 것이다.
‘귀찮게 됐군.’
놈들은 별장 내부로 들어와서 철저히 몸을 숨겼다. 이쪽에 총이 있다고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그걸 보고서 사부로로서도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어째든 여기는 야쿠자 소굴이고 아무래도 야쿠자들이 여기로 더 오면 왔지, 사부로를 도와 줄 자가 여기 올 일은 없었으니까.
시간을 끌면 무조건 사부로에게 불리했다. 결국 사부로가 먼저 움직여야만 했다. 그때 사부로의 시선에 별장 1층 내부의 창문들 중 유일하게 열려 있는 창문이 보였다.
* * *
휙!
사부로가 근처 소파의 쿠션을 앞으로 집어 던졌다.
타타타타탕!
그러자 별장 밖에서 안으로 들어와서 은신할 자리를 잡은 상태의 야쿠자들이 일제히 그 쿠션을 향해 총을 쐈다. 그 만큼 야쿠자들도 숨어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 사부로가 열린 창문 쪽으로 뛰어가서 이내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창밖으로 낮은 관목이, 사부로가 좀 전 미끼로 내 던졌던 그 쿠션 역할을 해주었기에 사부로는 다친 데 없이 별장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바로 담벼락이 보였다. 저 담만 뛰어 넘으면 그는 무사히 여길 빠져 나갈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사부로는 담벼락 쪽이 아닌 별장 건물의 입구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가 이러는 이유는....
‘그 여자....’
사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사부로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사부로가 지켜주기로 했었던 그녀. 바로 아라가키 사토미.
사부로가 지금처럼 변하기 전인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이자 첫 사랑이었던 그녀. 그리고 사부로 때문에 죽은 비운의 여인이었다. 그녀와 그 여자는 판박이처럼 똑 닮아 있었다. 마치 쌍둥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