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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뗀지 탐정사무소 직원 중 대다수가 제 1공정단 출신이었다. 그건 기동조의 조장인 나가쿠라와 사부로 역시 마찬가지였고.
실제 나가쿠라와 사부로는 특수 임무에 같이 차출 되어 함께 움직인 적도 있었다.
그때 사부로가 보여줬던 미치광이 짓을 직접 경험한 나가쿠라. 그래서 기무하라 소장이 사부로를 뗀지 탐정사무소에 영입하려 했을 때 극렬히 반대를 했었다. 하지만 기무하라 소장은 뚝심 있게 밀어 붙여 결국 사부로를 뗀지 탐정사무소 직원으로 받아드렸다.
지금도 나가쿠라는 사고뭉치 사부로를 회사에서 내 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니 오늘도 자기 마음대로 기동조에 상의도 없이 야쿠자를 조져 댄 사부로가 당연히 탐탁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그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 없었고.
“사부로. 너 이 미친 새끼. 누가 도로에서, 그것도 보는 사람도 많은 데 총질을 해대?”
휴게실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사부로를 향해 따지듯 묻는 나가쿠라. 그런 그에게서 시선을 창가로 돌리며 사부로가 새끼손가락으로 자신의 귀를 팠다.
한마디로 들을 가치도 없는, 개소리 그만하라는 제스처였다. 그걸 모를 나가쿠라가 아니었다.
“이이....”
하지만 그는 당장이라도 사부로를 때려죽일 거 같은 살벌한 얼굴 표정을 짓고 있었음에도, 그걸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마치 그래서는 안 된다는 듯, 각고의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말이다.
대신 두 주먹에 잔뜩 힘을 주고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그런 그를 힐끗 쳐다보고 사부로가 피식거리더니 말했다.
“우리가 사람들의 이목을 무서워 하니까, 야쿠자들이 더 기고만장해 진 거요. 놈들도 어디서든 뒈질 수 있다는 걸 알아야 덜 까불지.”
“뭐, 뭐라고?”
사부로의 말에 잠시 어이없어하던 나가쿠라. 그가 콧김을 씩씩 거리며 사부로에게 뭐라 말을 하려 할 때였다.
벨레레레레~
나가쿠라의 호주머니 속에 핸드폰이 울렸다. 그 벨소리에 나가쿠라가 움찔하더니 그 즉시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소장님. 네. 네. 네에?”
그때 전화 받고 있던 나가쿠라의 시선이 갑자기 사부로를 향했다. 그러다 그를 보고 비릿하게 웃고 있는 사부로와 눈이 딱 마주친 나가쿠라. 그가 시선을 슬쩍 옆으로 돌리며 기무하라 소장과 통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네. 네....알겠습니다.”
그리곤 점점 더 침통한 얼굴 표정을 짓더니 통화를 끝낼 무렵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하아아....”
이어 사부로를 한번 날카롭게 쏘아보더니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휴게실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를 보고 사부로가 히죽 웃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게 왜 가만있는 사람을 건드려....”
딴 곳도 아니고 이곳 뗀지 탐정사무소의 본사에는 보는 눈이 많았다.
그 중에 본사 대표 격인 기무하라 소장의 눈과 귀가 많은 건 당연했다. 그러니 나가쿠라가 사부로를 휴게실로 데려 가는 걸 본 기무하라 소장의 사람이, 기무하라 소장에게 지금 상황을 알려 준 모양이었다.
오늘 사부로는 기무하라 소장의 지시를 철저히 따랐다. 물론 무리한 면이 없지는 않았다.
특히 도로에서 총질은 크게 이슈가 될 수도 있었다. 물론 그걸 이슈화 되게 놔 둘 기무하라 소장이 아니었지만.
* * *
나가쿠라보다 몇 분 뒤에 휴게실을 나온 사부로. 하지만 나가쿠라를 비롯한 기동조 쪽 사람들의 모습은 사무실 안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사부로.”
그때 뗀지 탐정사무소의 2인자이지만 실질적으로 이곳을 운영해 나가고 있는 부소장 사토가 나타나서 사부로 쪽으로 걸어왔다.
그를 보고 사부로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 뗀지 탐정사무소에서 사부로가 가장 꺼려하는 인물이 그 앞에 나타났으니 말이다.
슬그머니 몸을 돌린 사부로는 사토 부소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마치 사토 부소장이 그를 부른 걸 못 들은 척 말이다.
“사부로. 네가 친 사고, 네가 다 수습할 수 있으면 그대로 내빼도 좋다.”
하지만 사토 부소장은 사부로 머리 꼭대기 위에 있었다. 그가 괜히 뗀지 탐정사무소의 실질적인 경영자라 불리는 게 아닌 거다.
“쳇....”
투덜거리며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선 사부로. 그가 억지로 웃으며 사토 부소장에게 말했다.
“찾으셨습니까?”
그런 사부로에게 뚜벅뚜벅 걸어가서 그와 한 걸음 거리까지 좁힌 상태로 사토 부소장이 빤히 사부로를 보며 말했다.
“다 들었다. 민간인 피해가 없더군. 잘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해라.”
예상 밖의 사토 부사장의 칭찬에 사부로가 오히려 경계심 어린 얼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토 부사장은 할 말을 다했다는 듯 그대로 사부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 사토 부사장을 사부로가 뻥 찐 얼굴로 돌아봤는데, 그때 갑자기 걸음을 멈춘 사토 부사장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부로 들으라고 말했다.
“근데 왜 혼다 부사장이 아니라....아니다. 됐으니 그만 들어가 쉬어라.”
사토 부사장은 사부로에게 뭔가 궁금한 걸 물으려다 그만 두고 곧장 가던 길을 마저 걸어갔다. 그런 사토 부사장을 잠시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사부로. 그는 사토 부사장의 말처럼 진짜 쉬러 집에 가려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사부로. 그가 갑자기 뒤돌아서 나나미가 들어가 있는 휴게실 쪽을 향해 쭉 걸어갔다. 그리곤 벌컥 휴게실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뭐죠?”
그러자 휴게실 안에 나나미와 같이 있던 여직원이 사부로를 보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러던 말든 사부로는 나나미를 찾았고....
“자네?”
소파에 기대 잠들어 있는 나나미를 발견했다.
“네. 좀 전에 잠들었어요. 혹시 깨울 생각이면....”
“아니. 계속 자게 놔둬.”
사부로는 나나미가 더 잘 수 있게 조용히 휴게실을 나왔고 곧장 직원 숙직실로 향했다. 업무상 뗀지 탐정사무소 안에는 각종 시설들이 갖춰져 있었는데, 그 중에서 숙직시설 만큼은 최고를 자랑했다.
말이 숙직이지 숙직실을 이용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임무 수행 전후 휴식을 취하기 위해 그곳을 이용했다. 그건 사부로도 마찬가지였고.
털썩!
숙직실 안으로 들어가자 사부로는 비어 있는 침대에 그대로 몸을 내 던졌다. 그러자 푹신한 느낌과 함께 바로 수마가 달려들었고, 사부로가 눈을 감자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 * *
“사부로....사부로....”
누가 깨워 정신을 차린 사부로. 그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그를 깨운 것으로 보이는, 처음 보는 직원이 그에게 말했다.
“나나미상을 지금 즉시 수련관으로 옮기라는 소장님 지십니다.”
그러니까 기무하라 소장이 사부로보고 나나미라는 여자를 도쿄 외곽 사이타마에 있는 뗀지 탐정사무소의 수련관으로 옮기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거다.
“몇 시요?”
그 말에 사부로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고 상대 직원은 그럴 줄 알았다며 바로 대답했다.
“좀 있으면 5시 입니다만....”
어제 자정이 좀 넘어서 잠든 사부로였다. 얼추 4시간은 잔 모양이었다. 깊게 숙면을 취했기에 갓 깨어 좀 멍하긴 했지만 머리는 맑은 상태의 사부로. 그가 말했다.
“씻고 5시 20분에 휴게실에서 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직원이 숙직실을 나가고 사부로는 숙직실에 딸린 욕실로 곧장 들어갔다.
쏴아아아아!
그리고 시원한 찬물로 샤워를 해서 정신을 차린 사부로가 숙직실 옆에 드레스 룸으로 갔다. 그곳에서 자신의 몸에 맞은 옷을 받아서 그곳으로 갈아입은 사부로. 그는 휴게실로 가서 커피 한잔과 쨈 바른 식빵 한 조각으로 급한대로 뱃속 허기를 진정 시켰다.
그 사이 휴게실로 좀 전 사부로를 깨웠던 그 직원과 두 여자가 같이 들어왔다.
두 여자는 나나미와 어제부터 그녀 곁을 지키고 있는 뗀지 탐정사무소의 여직원이었다. 그들 중 사부로를 깨웠던 직원이 곧장 사부로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혹시 지원이 필요하시면 말씀 하십시오.”
“지원이라....수련관에도 직원들은 있지 않소?”
사부로의 그 물음에 그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있죠. 하지만 그들이 경호 인력은 아닌지라....”
“괜찮소. 많이 지킨다고 그게 잘 지키는 건 아니니까.”
“뭐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그 직원은 휴게실에 두 여자를 남겨 놓고 휑하니 밖으로 나갔다. 그때 나나미와 사부로의 눈이 딱 마주쳤다.
“잘 잤소?”
그러자 사부로가 먼저 입을 열었고 그 말에 나나미가 바로 응답했다.
“네. 잘 잤어요. 그런데....지금 우리 어디에 가요?”
“네. 여기도 안전하지 않다고 해서....”
나나미에게 말을 하던 사부로. 그는 나나미 곁에 여직원이 매서운 눈매로 자신을 쏘아보자 하던 말을 멈췄다. 아무래도 나나미에게 굳이 하지 말아도 될 소리를 사부로가 지껄여 대자 그녀가 그 즉시 눈치를 준 것이다. 뗀지 탐정사무소에서 하도 눈치 보고 살아오고 있던 사부로. 그는 여직원의 눈치를 살피며 나나미에게 하던 말을 마저 다 했다.
“....뭐 근처니 금방 갑니다.”
그런 그에게 나나미가 똑 부러지게 물었다.
“저는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요?”
“그야 안전해지면 어련히....”
“크음. 사부로상. 출발할 시간 다 된 거 같은데요?”
사부로는 나나미의 물음에 대답하려다 자신의 말이 끊기자 기분 나쁜 얼굴로 나나미 옆의 여직원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 여직원이 그런 사부로와의 눈싸움을 피하지 않고 그의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할 말 안 할 말 좀 가려서 하는 게 어떨까요? 사부로상. 막말로 당신이 뗀지 탐정사무소의 소장도 아니잖아요?”
여직원은 그 말에 함축 되어 있는 의미가 뭔지 사부로도 바로 캐치를 했다. 즉 나나미를 언제 풀어 줄지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기무하라 소장이 할 거란 얘기였다. 사부로 네가 아니라.
사부로도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주인을 물 생각은 없었다.
“시간 다 됐네. 갑시다.”
그 말 후 사부로가 몸을 일으키자 그런 그를 따라 두 여자도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부로는 그대로 휴게실을 나섰고 두 여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 사부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오토바이를 대 놓은 지하 1층이 아니라 지하 2층으로 두 여자와 같이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차량 한 대를 지원 받아서, 그 차에 두 여자를 태우고 도쿄 외곽 사이타마에 있는 뗀지 탐정사무소의 수련관으로 향했다.
* * *
어제 하루 정신적으로 너무도 피곤했던 나나미. 그녀는 어젯밤, 딱 봐도 안전해 보이는 뗀지 탐정사무소에서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고 잠을 잤다.
“으음....”
“나나미. 일어나요.”
그런 그녀를 누가 깨웠고 눈을 뜨니 여기 왔을 때부터 그녀 옆을 떠나지 않고 붙어 지냈던 이곳 여직원 사유리가 보였다.
“왜요? 뭔데요?”
누워 있던 나나미가 벌떡 상체를 일으켜 앉으며 말하자, 그런 그녀를 사유리가 진정시키며 말했다.
“아뇨. 무슨 일이 생겨서 나나미를 깨운 건 아니고. 여기 말고 딴 곳으로 지금 이동을 해야 할 거 같아서요.”
“지금이요?”
나나미가 느끼기에 아직 사위가 밝지 않았다. 이렇게 일찍, 그리고 갑자기 그녀가 뜬끔없이 어디 가야 한다는 사실이 나나미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걸 눈치 차린 사유리가 말했다.
“사부로상과 같이 갈 테니 걱정 말아요.”
“사부로상 과요?”
사유리의 입에서 사부로의 이름이 언급되자 언제 그랬냐며 나나미의 얼굴에 불안한 빛이 싹 사라졌다. 사유리는 그런 나나미를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과연 소장님 말씀대로군.’
사부로처럼 사유리도 특수부대, 그러니까 제 1공정단 출신의 요원이었다.
여자로 특수부대 교육을 전부 이수하고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 만큼 기무하라 소장이 사유리를 영입하기 위해들인 노력은 사부로에 비해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 영입은 대박을 쳤다.
사유리가 회사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맹활약을 했기 때문에. 그래서 뗀지 탐정사무소에서는 사유리는 제대로 된 영입이고, 반대로 사부로는 잘못 된 영입의 대표적인 예로 손꼽혔다.
하지만 사유리는 알고 있었다. 사부로가 얼마나 뛰어난 자인지 말이다. 그리고 그건 소장인 기무하라 역시 알았기에, 그가 어제 사유리에게 사부로의 지원을 지시하며 한 말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사부로와 연결 된 사람은 반드시 그를 신뢰한다더니....’
어제 사부로에 의해 구해진 나나미라는 여배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부로가 어떻게 했는지 사유리는 몰랐다. 하지만 나나미는 사부로가 같이 간다니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았고 일체 군말도 없었다. 그렇게 사유리는 쉽사리 나나미를 데리고 사부로가 기다리고 있는 휴게실로 갔고, 거기서 사부로와 합류해서 도쿄 외곽 사이타마에 있는 뗀지 탐정사무소의 수련관으로 무사히 이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