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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제이크는 얄리샤가 내 놓은 봉투를 보고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툭하니 내 뱉은 말....
“내가 언제 당첨금을 수표로 달라고 했죠?”
제이크는 얄리사가 세금을 공제하고 나머지 당첨 수령 금을, 지금 그 앞에 수표로 끊어서 내 놓은 거라 생각 중이었다.
“네?”
그때 알리샤가 제이크의 그 말에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
“수표라니요?”
그러다 뭔가 불현 듯 생각이 난 듯 그녀가 계속 이어서 말했다.
“아아....그 부분을 말씀 드리지 않았군요. 제이크님이 수령하실 당첨금에서 그 동안 내지 않고 있던 벌금이 차감 되었습니다. 뭐 그 덕분에 당첨금에서 세금이 적용 되지 않았습니다만.”
“벌금이요?”
알리샤의 벌금이란 말에 제이크가 인상을 팍 썼다. 그러자 알리샤가 그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을 시작했다.
마약에 손 대고 나서 그 동안 제이크가 저질러 온 경범죄는 상당히 많았다. 그로인한 벌금이 꽤 되었고. 그 중에서 집에 불을 질러서 입힌 피해 보상 말고도, 그로 인해 그에게 주와 시 정부에서 내린 벌금도 상당히 컸고.
그런 각종 벌금들이 그 동안 연체 되면서 매년 붙어 온 연체율이 상당해서, 어느 새 그 돈이 5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는 게 알리샤의 설명이었다. 그 벌금을 빼다 보니 제이크가 받게 될 당첨금이 지금 그녀가 제이크에게 건넨 봉투 속의 돈이 전부란 거다.
알리샤의 말에 제이크는 어처구니 없어하며 봉투 속의 돈을 꺼내 봤다.
“말, 말도 안 돼. 내가 받게 될 당첨금이 8억 달러인데....거기서 5만 달러를 제한다 하더라도 내가 받을 돈이 고작 이거뿐이라고?”
제이크가 꺼낸 봉투속의 돈은 백 달러짜리 지폐 몇 장과 십 달러짜리 지폐 몇 장뿐이었다. 제이크의 그 말에 알리샤가 바로 말했다.
“8억 달러요? 누가 그러던가요? 당신이 여기서 받을 돈이 8억 달러라고?”
“그, 그야 당첨자가 두 명이니까....”
“그건 맞아요. 당첨자는 두 명이죠. 한데 당신 말고 당첨 된 당첨자가....당첨 복권을 10000장이나 더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죠.”
그 말인즉 실질적으로 당첨자가 제이크 포함 10001명이라는 소리였다. 당첨금이 비록 컸지만 그 당첨자가 1만 명이 넘으니 제이크가 받을 당첨금도 그만큼 팍 줄어든 것이다. 거기다 제이크의 경우 벌금이 워낙 많았기에, 그 벌금을 제하고 나서 실제 제이크가 수령 받을 당첨금은 600달러가 채 되지 않았던 것이고. 그래서 알리샤가 제이크의 당첨금을 두고 세금 뗄 것도 없었다고 말한 것이었다.
“이, 이럴 수가....”
제이크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억만 장자가 될 줄 알았던 그는, 막상 까보니 500달러 조금 넘는 돈 밖에 손에 쥐지 못하자 크게 낙심했고 급격히 위기감이 들었다.
직장은 날아가 버렸고 새로운 신종 마약에 눈을 뜬데다가, 당장 다음 주까지 카드 값을 막아야 하는데 정작 그에게는 중요한 돈이 없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었다.
* * *
매주 복권국을 찾아오는 복권당첨자들은 복권국 일반 직원들이 상대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몇 달 당첨자가 없어 당첨금이 몇 배, 혹은 몇 십 배로 불어난 복권의 당첨자가 나오게 되면, 그건 미국 전역, 아니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다.
그 이슈의 덕을 좀 보려고 미주리주의 복권국 수퍼 바이저 알리샤는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복권국 직원인 앤서니를 데리고 직접 당첨자의 당첨금 수령 업무에 나섰다.
“헉....이 무슨....”
근데 두 명의 당첨자 중 한 명이 들고 온 007가방 속에 당첨 복권이 가득했다.
당연히 진짜 여부는 확인을 했고 전부 다 진짜 당첨 복권들이었다. 그 결과 안 된 건 다른 한 명의 복권 당첨자였다.
자신이 받을 복권 당첨금이 졸지에 만분에 일로 줄어들어 버렸으니 말이다.
반면 당첨금을 거의 다 가져가게 된 저 젊은 동양인 남자는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다. 하긴 복권국에 나타났을 때부터 저 동양인 남자는 여타 다른 당첨자들과는 달랐다.
변호사에 보안업체까지 미리 고용해서 나타났고, 당첨금을 수령받자마자 바로 자신이 미국에 세운 투자 법인 계좌에 넣더니 그 중 절반을 거침없이 주식에 투자했다. 그런 그의 돈 씀씀이를 보고 알리샤는 직감했다.
“저 남자....한국인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알리샤는 동양인 남자가 분명 한국의 재벌가 사람일거라 확신했다. 가까이서 보니 동양인 남자가 걸치고 있는 것 중 명품이 아닌 게 없었다. 무엇보다 그를 수행하고 있는 비서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미국 고위 공무원인 자신의 부친의 옆에 늘 붙어 다니던 특수요원에게서 느껴지던, 바로 그 날카로운 예기, 그게 그 동양인 남자의 비서에게서 풀풀 풍기고 있었던 것이다.
“또 보게 될 거 같네요.”
“그 말씀은 내가 또 복권에 당첨 될 거란 얘긴가요?”
“그럴 수도 있고....아니어도 사석에서 볼 수도 있는 거죠.”
“사석이라....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지금은 아니군요. 제가 좀 바빠서.”
알리샤는 미인이었다. 그녀가 다녔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미인 대회에서 머리에 왕관을 썼을 정도로. 그래서 그녀가 원하는 남자는 다 그녀의 남자가 되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유명 풋볼 선수, 농구선수, 야구선수. 손만 내밀면 그들을 위해 훌훌 옷을 벗어 던지고 달려들 미녀들이 즐비한 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가 원하면 그들은 기꺼이 달려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머리를 밀어 넣었다. 그리곤 그녀를 기쁘게 해주었다.
한데 멀리서 온 동양인 남자가 그녀의 제의를 거절했다. 물론 지금 그녀는 자신의 미모를 완벽히 발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직장이다보니 가급적 자신의 아름다운 미모를 가리려 안경도 쓰고 옷도 칙칙하게 입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 남자들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저기 있는 동양인 남자의 비서조차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때 동양인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동양인 치고 키가 컸다. 체격도 앉아 있을 때는 몰랐는데 제법 당당해 보였고.
그 동안 꽤 많은 남자들의 알몸을 봐 온 알리샤. 그래서 이제는 딱 보면 알았다. 저 남자 벗겨 놓으면 어떤 모습일지 말이다.
‘하지만....’
대체로 동양인 남자들의 성기는 작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대학에 유학 온 남자와 관계도 가져 본 알리샤. 그녀는 직접 확인하고 경험까지 해 봤다. 그 결과 동양인 남자는 성기가 작아도 강직도가 강하고 스테미너가 제법 좋았다. 그리고 작은 성기를 만회하려고 다른 쪽으로 애무를 잘해 주었고. 결과적으로 동양인 남자와 섹스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알리샤.
‘어떻게 오늘 한번....’
그때 기억이 나면서 아래가 찌릿해짐을 느낀 알리샤. 하지만 그녀가 뭘 어떻게 작업을 시도하기 전에 그 동양인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알리샤는 얼떨결에 그 손을 잡았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
동양인 남자는 잡은 알리샤의 손을 가볍게 흔들어 악수 후 손을 떼고는 곧장 복권국의 VIP룸을 나섰다. 그런 그 동양인 남자를 얄리샤가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때 그녀 옆의 직장 동료 앤서니가 말했다.
“알리샤. 옆방에 시간 다 됐어.”
앤서니의 옆방이라는 말에 알리샤는 이곳 말고 또 다른 VIP실에 있는, 다른 복권 당첨자 제이크가 생각났다.
제이크 보다 동양인 남자가 먼저 왔기에 그부터 담당해 줬던 알리샤. 그녀는 바로 시간을 살폈고 서류작업에 필요한 30분의 시간이 다 흘렀음을 확인하고는 곧장 근처 다른 VIP룸으로 향했다.
* * *
따지고 보면 제이크란 남자는 지지리도 운이 없었다. 하필 그와 같이 복권에 당첨된 자가 당첨 복권을 10000장이나 사다니 말이다. 그럴 경우가 얼마나 되겠나?
알리샤도 알았다. 복권에 당첨 될 확률이 마른하늘에 날 벼락, 즉 번개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걸 말이다. 한데 그 낮은 확률에다가 같이 당첨 된 자가 같은 당첨 복권을 무려 10000장이나 살 확률은 대체 얼마나 될까?
“쯧쯧쯧....”
마치 영혼이 탈곡기에 탈탈 털린 듯 완전 넋이 나간 체 터덜터덜 VIP룸을 나가는 제이크를 보고 알리샤가 혀를 찰 때였다.
벨레레레레~
그녀의 핸드폰에 울렸고 누구 전화인지 바로 확인한 알리샤.
“리암 오빠네? 무슨 일이지?”
알리샤는 의문 가득한 얼굴로 그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알리샤. 나야 리암.
그러자 여자들이 딱 좋아할 매력적인 남자 목소리가 알리샤가 들고 있는 핸드폰 스피커에서 울려왔다. 하지만 그녀에게 전화를 건 이 리암이라는 남자는 알리샤에게 있어 이웃 집 오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알아. 리암 오빠. 근데 이 시간에 오빠가 무슨 일로 나한테 전화를 다 하고....”
-그게....나 지금 컬럼비아야.
“뭐?”
당연히 뉴욕에 있어야 할 사람이 갑자기 그녀가 있는 컬럼비아라니....
“어. 어. 그랬군. 당연히 봐야지. 오늘? 알았어. 이따 거기로 갈게.”
그렇게 그녀에게 든 의문은 통화로 간단히 해소가 되었다. 그리고 먼데서 온 친분 있는 사람과 만나 같이 저녁을 먹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해서 알리샤는 스스럼없이 리암이라는, LA에 있는 본가의 바로 옆집에 살았던 이웃 집 오빠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 뒤 VIP실을 나온 알리샤는 복권국 내, 수퍼 바이저인 자신에게 주어진 사무실로 향했다.
“저기....미스 알리샤.”
그때 누가 그녀를 불렀고 뒤돌아보니 앞서 복권 당첨금을 수령해 간 그 동양인 남자의 비서가 서 있었다.
“뭐죠?”
“그, 그게....저희 대표님께서 알리샤양과 점심을 같이 드시자고....”
겨우 자신에게 얘기를 하고 곤욕스런 얼굴 표정을 짓는 동양인 남자의 비서. 그런 그에게 알리샤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
“이름이 뭐죠?”
“김종훈입니다.”
“미스터 킴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얼마든지.”
“좋아요. 미스터 킴. 당신의 그 대표님께 전하세요. 저와 같이 점심을 먹고 싶으면 직접 와서 말하라고.”
그때였다. 언제 왔는지 자신의 비서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동양인 남자가 알리샤에게 말했다.
“같이 식사나 하면서 서로에 대해 얘기를 좀 나눠 보시죠?”
그 말 후 얄밉도록 능청스럽게 그녀를 향해 웃고 있는 동양인 남자. 한데 저 남자에게서 알리샤는 그 어떤 싫은 감정도 생기지가 않았다. 그래서 흔쾌히 승낙하는 알리샤.
“그래요. 하지만 아직 점심시간이 아니라서....”
그러며 자신의 손목 시계를 확인하는 알리샤. 그런 그녀에게 동양인 남자가 말했다.
“괜찮은 곳이 있으면 알려주시죠. 거기 먼저 가서 음식 주문해 놓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안 그래도 오늘 먹고 싶은 게 있었던 알리샤. 그녀는 그 먹고 싶은 음식을 컬럼비아에서 가장 잘하는 음식점이 어디 있는지 동양인 남자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한 번 들었을 뿐인데 마치 그곳을 안다는 듯 동양인 남자가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거기서 보죠.”
그리곤 자신의 비서와 같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움직였고 그런 그들을 잠시 지켜보던 알리샤도 자신의 방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생각해 보니 수퍼 바이저로서 그녀가 오전 중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각 난 것이다.
* * *
내가 예상했던 대로 현지에 능력 있는 자들을 데리고 복권국에 가니 모든 게 편했다.
나와 김종훈은 그저 복권국에서 당첨금을 수령하기만 하면 됐다. 그 왜 나머지는 내가 현지에서 고용한 변호사 겸 공인회계사인 스미스가 다 알아서 처리해 주었다. 그리고 안전 쪽은 미국 내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는 보안업체 바이널리의 커트 컬럼비아 지부장이 책임지고 직접 가드들을 인솔했기에 걱정할게 전혀 없었다.
한데 복권국에서 나온 담당자들 중 여자 한 명이 내 시선을 끌었다.
‘대단한 미인이군.’
백준열이야 미국 유학시절 백마를 많이 탔었다. 미국에서도 돈으로 안 되는 게 없었으니까.
내 소속사에도 백마, 그것도 금발의 미인은 있다. 곧 걸그룹 데뷔를 하는 에이미. 바로 내 여자 중 한 명이다.
그 에이미에 비해 저 여자는 금발이 더 진했고 이목구비 역시 더 또렷했다. 그리고 몸매의 글래머러스함은, 에이미처럼 타고났다기 보다 잘 가꿔 온 티가 났다.
그 말은 그 만큼 그녀가 꾸준히 자기 몸 관리를 잘 해 오고 있다는 얘기다.
에에~ 그게 무슨 소리 인고하니, 에이미에 비해 저 여자가 더 나이가 많다, 뭐 그런 소리다.
내가 봤을 때 화장으로 가리고 있지만 저 여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 나이를 먹었을 거다.
서양 여자들은 노화가 빠르다. 그렇게 봤을 때 저 여자가 저 나이에 저 정도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실 대단하다 박수 받아 마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