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728화 (72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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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존재. 팝의 여왕을 거론하면 꼭 등장하는 이름.

그게 바로 휘트니 휴스턴이었다. 하지만 몇 년 뒤에....그녀는 비련의 디바로 우리 곁을 떠날 이름이기도 했다.

‘2년 뒤이던가?’

그녀는 죽는다. 자신이 6차례나 받았던 세계 최고 권위의 팝음악상인 그래미상 시상식이 하루 전날 말이다. 그렇게 그녀는 팝의 전설로 남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살아있군.’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렇게 그녀의 노래 제목을 보고 애잔한 얼굴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

“빨리 선곡해.”

그때 알리샤가 노래방 책자를 내게 건네며 말했다. 내가 모니터를 보고 멍 때리고 있는 걸 그녀도 본 모양이었다.

“네.”

나는 알리샤가 건네는 노래방 책자를 받아서 빠르게 내가 부를 노래를 골랐다.

알리샤가 팝의 여왕이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부른다니 나도 가만있을 수 있나?

‘여기 있다.’

팝의 황제 하면 바로 마이클 잭슨이 아니겠나? 그리고 이때 마이클 잭슨은....안타깝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마이클 잭슨, 작년에 타계한 미국의 가수, 작곡가, 프로듀서, 안무가, 배우, 사업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위대한 뮤지션 중 한 명.

팝 음악의 역사는 마이클 잭슨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그가 팝 음악에 미친 영향력은 어마무시 했다.

“Billie Jean? 진짜?”

내가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선곡하자 앞서 보였던 놀란 반응을 노래방 안의 세 명이 보였다. 하지만 그뿐, 내가 선곡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리암이 노래 반주의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리암이 선곡한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의 전주가 노래방 기기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암이 들고 있던 마이크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There's a lady who's sure All that glitters is gold....”

리암이 진지하게 자신의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부르기 시작했다.

워낙 유명한 곡이었기에 다른 설명은 필요 없었다. 하드 락의 가창법이 레드 제플린의 보컬 로버트 플랜트의 전후로 나뉘고, 기타에 지미 페이지는 메탈 기타 연주법의 창시자로 불리며, 존 본햄의 드럼은 드럼의 역사를 거론할 때 절대 빠지지 않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했으니....

내가 리암의 노래보다는 백준열의 잡 지식이 알려주는 레드 제플린이라는 밴드의 정보에 빠져 있을 때였다.

“When all are one and one is all....”

리암의 노래가 어느 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리암의 노래는 분명 잘 부르는 축에 속했지만 딱 그 정도였다.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감동은 없달 까? 하긴 그 정도까지 리암이 노래를 잘 부른다면 문화사업을 하는 CEO보다는 가수로 무대에 서고 있었겠지....

왜냐하면 내가 아는 리암은....노래를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결혼도 천상의 목소리라 평가 받았던 당시 성악 유망주로 손꼽혔던 여자와 결혼을 했을 정도로....

“....And she's buying a stairway to heaven~~~.”

짝짝짝짝!

리암이 나름 노래의 엔딩에 신경을 써서 노래를 끝내자, 그의 연인 쥬리가 제일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서 박수를 쳤고 그 뒤를 알리샤가 이었다.

나도 늦지 않게 그들을 따라 박수를 치자 리암이 그걸 보고 흡족하게 웃으며 마이크를 든 채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딱 봐도 자신의 노래에 만족한 표정의 리암. 그런 그를 보고 애정이 가득 담긴 눈길을 보내는 쥬리. 알리샤 역시 리암에게 호감 가득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그 만큼 좀 전 리암이 부른 노래는 상당히 잘 부른 축에 속했던 것이다.

* * *

“자아. 다음은....쥬리.”

리암은 좀 전 자신이 부른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가 마음에 들었다. 그가 듣기에도 실수한 곳 없이 완벽하게 부른 노래였다. 전에 쥬리 앞에서 한 번 부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두어 차례 음 이탈이 나면서 살짝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벽했다. 그래서 기분 좋게 자신이 들고 있던 마이크를 다음 노래를 부를 쥬리에게 넘겼다. 그 마이크를 쥬리가 받아서 목청을 가다듬을 때 리암은 나선 김에 쥬리가 선곡한 노래의 반주를 틀어주었다.

쥬리는 너무도 유명한 명곡인 라이오넬리치의 ‘All Night Long’을 선택했다.

“Well, my friends, the time has come....”

간주부터 흥겨운 곡으로 절로 춤이 나올 수밖에 없는 노래였다. 이미 쥬리가 노래를 시작하자 리암이 그녀 옆에서 가볍게 몸을 흔들고 있었고 그건 알리샤도 마찬가지였다. 준열도 적당히 스트릿 댄스를 췄다.

그 중 그의 왁킹은 실제 라이오넬리치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춤들의 축소판 같았다. 그래서 리암과 알리샤는 자연스럽게 준열의 춤을 따라 추면서 흥이 더욱 더 일었다. 그런 가운데 쥬리도 무난하게 라이오넬리치의 노래를 불렀다.

“.... All night long! Feel good! Feel good.”

춤추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노래방 안의 사람들은, 그녀가 마지막 소절을 끝으로 마이크를 내리자 아쉬워하며 춤을 멈추고 제자리에서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

“후아. 쥬리. 정말 좋은 선곡이었어요.”

“맞아. 진짜 신나는 무대였어.‘

알리샤와 리암이 쥬리의 노래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칭찬을 늘어놨다. 하지만 준열은 별말이 없었고 그게 쥬리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건 이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쥬리. 마이크 좀....”

“아네. 여기....”

그리고 쥬리 손의 마이크가 다음 노래를 선곡한 알리샤에게로 넘어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리암이 아닌 알리샤의 파트너인 준열이 그녀가 선곡한 노래를 틀었다.

“고마워. 준열.”

그런 준열에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빠르게 목소리를 가다듬던 알리샤.

그녀가 이제 부를 휘트니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라는 노래는 R&B 에 소울, 팝이 다 가미 된 부르기 쉽지 않은 곡이었다.

‘휘트니 휴스턴의 이 곡 제목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인 앤 다이야~ 부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이 곡이 있었기에 휘트니 휴스턴은 90년대를 대표하는 3대 디바에 오를 수 있었다. 그 만큼 이 노래를 부르기 극악한 난이도를 자랑했다. 근데 알리샤가 이 노래를 거침없이 부르기 시작했다.

“If I should stay I would only be in your way....”

시작은 좋았다. 소울발라드의 감정을 알리샤가 나름 잘 잡은 것이다. 하지만....

“....You, you, my darling you....mm....”

서서히 감성이 삐꺽거리며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그놈에 앤다이아....“

첫 코러스는 어찌어찌 넘어갔지만 그 다음 코러스에서 호흡이 딸리면서 박자 따라 잡기도 버거워진 알리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위태위태한 가운데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을 다 불렀다.

“....Oh, I'll always, I'll always love you....oo-oo.”

짝짝짝짝!

그런 그녀의 노력만큼은 노래방 안에 사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노래가 끝났을 때 다들 박수를 쳤다. 그 중에는 준열도 있었고. 그런 그를 째려보는 눈길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쥬리였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고 나서 준열이 박수를 치지 않은 걸 그녀는 여전히 꽁하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알리샤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고 있는 그를 향해 쥬리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디....얼마나 잘 부르는지 두고 보자고.’

쥬리의 그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으면서도 정작 준열은 그걸 느끼지 못하는 지, 자신이 선곡한 노래의 플레이 버튼은 눌러주는 알리샤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생긋 웃고 있었다.

* * *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앨범 속에 수록된 첫 번째 히트곡, 연 7주간 1위를 기록하면서 마이클 잭슨 붐의 도화선이 되었던 바로 그 노래 ‘Billie Jean’은, 여배우 브룩 실즈(Brooke Shields)를 모델로 했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나는 그 브룩 실즈를 보듯 지금 이곳 노래방안에 있는 알리샤를 쳐다보며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그녀는 영화에 나오는 미의 여왕보다 더 황홀했지요. 걱정 말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나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영어가 아닌 우리말, 즉 한국어로 불렀다.

“What?”

“What is this(이게 무슨)?

그러자 황당하고 놀란 얼굴이 역력한 노래방 안에 있는 사람들. 하긴 내가 마이클 잭슨의 명곡을 설마 자기 나라 말로 부를지 생각도 못했겠지. 하지만 그들의 놀람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나는 노래뿐 아니라 춤까지 췄으니까.

“오 마이 갓....”

“....오오....지저스....”

내가 노래를 부르며 마이클 잭슨의 춤까지 따라 추자 경악하며 넋이 나간 노래방 안의 사람들. 그러든 말든 나는 계속 노래를 부르고 그 리듬에 맞춰 춤을 췄다.

“그녀 말이 글쎄 나보고 플로어에 나가 춤을 추라니,그게 웬말 이예요?”

당연히 우리말로 번역한 노랫말로 말이다. 하지만 이내 내가 영어로 제대로 된 빌리 진을 부르기 시작하자 그제야 그들은 흥을 내기 시작하면서 몸을 일으켜 나와 같이 마이클 잭슨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노래의 절정부분에서 마이클 잭슨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문 워커를 선보이자....노래방 안의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박수를 쳤다.

그리고 그 박수는 노래가 끝날 때까지 쭉 이어졌다.

“....Billie Jean is not my lover....Billie Jean is not my lover.”

그리고 노래가 끝났을 때 그들 박수도 끊겼다. 대신 알리샤가 감동한 얼굴로 내게 다가와 나를 끌어안았다.

“준열....당신 진짜....”

그리곤 뭐라 주체할 수 없는 울림에 가슴이 먹먹한 듯, 한 손을 가슴 위에 올린 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눈에 어느 새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때 리암이 다가와서 말했다.

“준열. 완전 멋있어. 네가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를 줄 몰랐어.”

그때 알리샤 만큼이나 감동을 받은 듯 얼굴에 홍조를 띤 쥬리가 끼어들며 말했다.

“맞아요. 마이클 잭슨보다 더 잘 부르는 거 같아요.”

원곡 가수보다 더 잘 불렀다는 건 그야말로 최고의 극찬이다. 하지만 작년에 죽은 마이클 잭슨이 아니던가?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기보다는 좀 많이 민망했다.

“칭찬 고마워요. 하지만 마이클 잭슨이 저보다 더 낫죠.”

겸양 적게 쥬리에게 그렇게 말했는데 쥬리는 내 그 말에 강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내 귀에는 분명 당신의 빌리진이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보다 더 좋게 들렸어요.”

역시나 고집 하나는 대단한 쥬리였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은 달랑 4명뿐이고, 그녀가 뭐라고 한든 그게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그래서 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더는 거기에 대해 더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준열. 다른 노래도 들려 줘.”

알리샤가 내게 노래방 책자를 내밀며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노래를 잘 부르자 그 감동을 이어나가고자, 노래 선곡의 우선권이 내게 넘어 온 거 같았다.

나도 빌리진을 부르며 목이 불린 터라 거절하지 않고 바로 다음 곡을 선곡했다. 그러자 그 뒤로 알리샤, 리암, 쥬리가 각자 부를 노래를 선곡해서 노래방에 번호를 입력 시켰다.

그렇게 노래방 안에 있는 사람들의 선곡이 끝나자, 알리샤가 재빨리 내가 부를 노래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 * *

그 뒤 세 사람이 부르는 노래의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어느 순간 나 혼자 두 곡을 연속으로 불렀다.

“와아아아....”

짝짝짝짝!

그리고 세 사람은 청중으로 변했고 더불어 노래방 안으로 술이 들어왔다. 뭐 나도 그들과 같이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불렀는데....그때 쥬리가 내게 물었다.

“준열은 엔터테인먼트 대표라고 하셨죠?”

노래방에서 오히려 대화가 물꼬가 트였고 나는 내가 한국에서 뭐하는 사람인지 세 사람에게 제대로 얘기를 했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잘 노는 이유를 그때 알거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내가 미국에 K-POP의 씨앗을 뿌린 윈드 걸스의 소속사 대표라는 사실에 쥬리가 많이 놀라했다. 그리고 앞서 내게 품고 있던 악감정도 이때 풀었다.

나는 앞서 쥬리가 처음 노래를 불렀을 때 노래를 다 듣고도 박수를 치고 칭찬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때 잠깐 딴 생각 중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 실수를 사과할 틈이 없었다. 계속 이어 노래 부르는 상황이어서 말이다.

근데 내가 노래를 부르고 나서 쥬리는 악감정 대신 경이로운 눈으로 나를 쳐다봤고, 그 뒤로 그 악감정은 사라진 거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두 번째 노래를 부르고 나서 내가 박수를 치자 그 악감정이 다시 생겨났고, 나는 아무래도 사과를 해야겠다 싶었다. 근데 내가 한국 노래, 그것도 내 회사 소속 윈드 걸스의 ‘Talk Me’를 부르자 그때 쥬리가 감격한 얼굴로 물었다.

“윈드 걸스를 잘 아세요?”

“물론이죠. 제 회사 소속 걸 그룹인걸요.”

“뭐, 뭐라고요?”

깜짝 놀란 쥬리는 윈드 걸스에 대해 내게 계속 물었고 나는 그녀의 그 궁금증을 다 해소시켜 주었다. 그랬더니 그녀가 부탁을 해왔다. 윈드 걸스 싸인 앨범을 좀 받을 수 없겠냐고 말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게 그건 그야말로 손쉬운 일이었다. JYB엔터에 전화해서 윈드 걸스 싸인 앨범을 국제 택배로 보내라고 하면 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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