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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742화 (7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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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운동하는 사람은 머리가 나쁘다는 소리가 있는데 그건 진짜 편견일 뿐, 실제 운동하는 사람의 머리가 보통 사람 머리보다 더 좋았다.

뉴욕에서는 나름 프로 풋볼 쿼터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프랭크. 그는 자신이 막 다뤄 놓은 저 중년남자의 정체를 헬렌에게 전해 듣고서 ‘아차’ 싶었다. 그리고 빠르게 눈알을 굴렸고 제일 먼저 열려 있던 방문부터 거칠게 닫았다.

쾅!

그리곤 최대한 사나운 얼굴로 리암에게 다가갔다. 그런 그의 굵은 팔을 헬렌이 다급히 붙잡으며 말렸다.

“뭐, 뭐하려고? 너 저 사람 때리면....그땐 나와도 끝이야!”

버럭 소리치는 헬렌. 하지만 프랭크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헬렌의 손을 간단히 털어내고 성큼성큼 리암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어딘가 전화를 걸려고 허둥지둥 거리고 있는 리암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발로 걷어찼다.

퍽!

“아악!”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리암의 손에 핸드폰이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리암이 잔뜩 겁을 먹고 연신 뒷걸음질을 치자, 프랭크가 두 눈의 희번덕거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오, 오지 마. 거기 서.”

리암이 오지 말고 서란다고 그 말을 따를 프랭크가 아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프랭크는 먹잇감을 사냥하는 포식자처럼 리암에게 달려들었다.

“으아아악!”

리암은 공포에 질린 채 질끈 두 눈을 감았다. 뒤로 벽이 가로 막고 있어서 어차피 더 물러 날 수도 없었다. 이대로 저놈에게 잡혀 죽도록 얻어터지는 게 아닌가 생각할 때였다.

퍽!

“꾸에에엑!”

벌써 거의 멱살을 잡거나 아니면 주먹질을 하고 있어야 할 녀석이 갑자기 돼지 멱따는 소릴 내질렀다.

그 소리에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뜬 리암. 그런 그 앞에 검은 머리 남자가 등을 지고 서 있었다. 그 남자 맞은편에는 거구의 프랭크가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고. 근데 검은 머리 남자는 어디서 많이 본....

“....준열?”

“괜찮아요?”

리암은 자기 앞에 우뚝 서 있던 준열이 뒤돌아 자신을 보고 묻자 가슴 한쪽이 뭉클해지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 그들 앞에 쓰러져 있던 거구의 프랭크가 몸을 일으켰다.

“저 놈....뭡니까?”

준열이 뒤쪽 리암에게 물었는데 리암이 그 대답을 하기도 전에 프랭크가 욕설을 퍼부으며 준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겁대가리를 상실했는지 준열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프랭크를 향해 되레 몸을 날렸다. 그리곤 멋들어지게 프랭크가 휘두른 주먹을 막고는 반격을 가했다.

콰자작!

준열의 주먹이 프랭크의 입을 강타했고 동시에 프랭크의 입에서 하얀 옥수수 낱알들이 ‘후두둑’ 튀어 나와서는 방 바닥 위로 흩뿌려졌다. 그 뒤 입에서 피를 주르륵 흘리던 프랭크. 그의 두 눈의 동공은 이미 초점이 잡혀 있지 않았다.

턱!

그 상태에서 먼저 무릎을 꿇은 프랭크.

털썩!

그 다음 두 눈을 까뒤집더니 벌러덩 뒤로 자빠진 그는 꼼짝도 안 했다. 그런 프랭크에게 다가간 준열이, 놈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더니 손을 뻗어 놈의 목 경동맥에 검지와 중지를 붙여 갖다 댔다. 그리곤 짧게 말했다.

“...기절했군.”

그 말에 리암의 온 몸으로 아드레날린이 퍼지면서 흥분이 된 그가, 그만 자기도 모르게 솟구친 고양감에 버럭 외쳤다.

“왜 끼어들어? 내가 처리할 수 있었는데!”

그 소리에 방 안에 있던 두 사람, 준열과 헬렌이 황당한 눈으로 리암을 쳐다봤다. 그때였다.

쿵! 쿵! 쿠직! 쾅!

방밖에서 누군가 잠긴 방문을 부수고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프랭크보다 오히려 덩치는 더 좋아 보이는 그 백인 남자는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프랭크를 보고 외쳤다.

“프랭크!”

그는 바로 프랭크와 같은 뉴욕 자이언츠의 선수로 팀의 수비수를 맡고 있는 카일이었다. 팀 동료인 프랭크가 하도 같이 파티 좀 가 주라고 해서 따라 여기 온 그는, 팀 동료인 프랭크가 입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 있는 걸 보고 격앙 된 어조로 준열과 리암을 번갈아 쳐다 보다 이내 시선을 리암에 맞추더니 물었다.

“당신 짓인가?”

* * *

미식축구는 수비수들을 파괴하고 공을 잡아내야 득점을 한다. 즉 실점하지 않으려면 수비수는 어떡하든 상대 공격수를 막아내야 한다는 얘기고. 그러기 위해서 미식축구의 수비수는 거칠고 저돌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카일은 딱 미식축구의 수비수에 어울리는 성격이었다. 다혈질에 한번 아니면 죽어도 아닌 고집이 정말로 셌다. 그런 그가 살벌한 눈으로 자신을 지목하자 리암은 자기도 모르게 부들부들 몸이 떨렸다. 그리곤....

“아, 아니. 내가 아니라....”

리암의 고개가 그의 옆에 있던 준열에게로 돌아갔고. 순간 헬렌이 피식거리며 웃었다. 그 웃음이 자신을 향한 비웃음이란 걸 알기에 리암의 얼굴이 금세 시뻘게졌다. 그리고 리암은 차마 준열을 볼수 없어 고개를 완전히 옆으로 돌렸다. 그때 준열의 목소리가 리암의 귀에 들려왔다.

“맞아. 내가 그랬어.”

순순히 자신이 프랭크를 때려눕힌 것을 자인하는 준열. 그러자 카일이 으르렁 거리며 외쳤다.

“비켜!”

그 소리 움찔하며 준열 근처에 리암과 헬렌이 다들 알아서 옆으로 물러났고 잔뜩 흥분한 카일이 준열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덩치에서는 확연히 카일이 준열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키가 195센티나 되는 카일이었다. 몸무게는 120Kg이고. 체구 차가 너무 컸지만 이게 또 덩치 크다고 싸움 잘하는 건 아니었다. 덩치가 크면 그만큼 몸은 굼떠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죽어!”

그렇게 준열이 봤을 때 느려 터진 게일의 주먹이 그의 얼굴로 날아왔다. 그래도 게일의 주먹 쓰는 게 소싯적에 좀 놀아 본 모양이었다. 하지만 카일의 주먹은 싸움 주먹이 아니었다.

일방적으로 때리는 주먹. 즉 꼼짝 못하는 약한 사람들을 때릴 때나 먹히는 주먹이란 소리. 준열이 전문적인 싸움꾼 이제동에게서 획득한 싸움 실력에 비한다면, 카일의 지금 주먹질은 그냥 어설픈 춤사위에 불과했다.

그래서 카일의 주먹이 거의 그의 얼굴에 다다랐을 때까지 준열은 눈을 감지 않았다. 즉 카일의 주먹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단 얘기.

스윽!

준열의 머리가 옆으로 움직이면서 동시에 그의 몸도 그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따라 돌아갔다. 그러자 준열에게 주먹질을 가한 카일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분명이 자기 주먹에 맞을 거라 확신했을 텐데, 준열이 그걸 피하더니 발을 들어 툭하니 자신의 디딤 다리 무릎을 찍었다. 별로 빠르지도 세지도 않아 보이는 발동작.

“어억!”

하지만 게일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오고 그대로 벌러덩 뒤로 넘어가며 철퍼덕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인

간의 관절은 180도 이상 꺾이면 쉽게 부러지거나 빠진다. 준열은 카일의 무릎이 꺾이는 각도를 그저 180도 넘게 발로 눌러 준 것 뿐이었다.

특히 육중한 몸의 카일에게는 꺾인 무릎에 무게가 무리하게 실리면서 자칫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는 상황.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카일은 본능적으로 뒤로 엉덩이를 빼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로 인해 엉덩이의 충격이 척추를 타고 그대로 그의 대뇌에 전달되었다.

“으으으으...”

고통에 겨운 신음 소리가 절로 카일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그때 언제 움직였는지 카일 옆에 서 있던 준열. 그런 그를 빤히 올려다보는 카일. 그와 눈이 마주치자 준열이 먼저 ‘씨익’ 웃었다. 그러자 카일도 어색하나마 그를 따라 웃었다.

휘익! 퍼억!

그때 제대로 된, 준열의 체중이 고스란히 실린 발차기가 카일의 안면을 강타했다. 맞는 순간 기절한 듯 두 눈을 까뒤집은 카일. 그의 무거운 몸이 썩은 고목나무 넘어가듯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쿵!

뒤통수부터 강하게 바닥에 부딪치며 제법 큰 소리가 났는데, 그 때문이지 몰라도 카일은 먼저 정신을 차린 프랭크에게 부축 되어 파티 장을 나갈 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 *

“....”

준열이 프랭크에 이어서 또 한 명의 거구의 백인 남자를 쓰러트리고 나자 잠시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건 지금 이 방에 있는 거 자체가 가시방석인 리암이었다.

“크음....”

헛기침으로 주위 이목을 자신 쪽으로 끈 리암. 그가 방 안의 두 사람, 준열과 헬렌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잠깐 미쳤었나 봐. 그래서 말인데....아까 아까 한 말....제발 좀 잊어 줘.”

아마 준열과 헬렌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여기 있었다면 리암은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혹시 그가 한 말이 언론 매체에 노출 되어도 리암이 아니라고 발뺌해 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언론 매체를 찍어 눌러 버리거나 포섭하면 됐다. 그 정도 돈과 권력을 가진 리암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같은 목소리를 내게 된다면 얘기는 또 다르다. 그 언론 매체도 교차 검증이 된 만큼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고 다른 언론에서도 득달같이 달려들 터였다.

그렇게 이슈가 되기 시작하면 리암이 록펠러 가문의 일원이라도 막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 사실을 가주인 마이어가 안다면....

‘그건 안 돼.’

마이어는 리암이 겸손하고 양보 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줄 알았다. 그래서 사업적으로 실수가 있어도 다른 가문 일원에 비해 질책하는 강도가 약했고 보통 좋게 말로 끝냈다. 한데 리암이 사실은 다른 록펠러 가문의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놈인 줄 알게 된다면....아마 상속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고 또 향후 사업 실패에 따른 후폭풍 역시 거셀 게 확실했다.

‘저번에 헨드슨 형이 중공업 사업을 말아 먹었을 때 그 형의 사무실을 찾은 마이어가 크리스탈 명패를 집어 던졌다던데....’

리암도 그렇게 당하지 말란 법은 없었다. 무엇보다 리암의 이번 스포츠 사업 투자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손실규모가 천만 달러를 훌쩍 넘길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그만큼 록펠러 가문의 가주 마이어의 눈밖에 나는 게 두려웠던 리암은, 자신의 실언을 지금 반드시 봉합하고 여기서 확실히 수습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걸 느낀 듯 먼저 준열이 말했다.

“잊어 주면....리암은 내게 뭘 해줄 거지?”

“뭐, 뭐든 내다 들어 줄 수 있는 부탁은 다 들어 주도록 할게.”

“그럼 나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록펠러 가문의 가주인 마이어 록펠러를 만나고 싶어.”

준열의 요구에 리암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업가다운 요구였기 때문에.

미국에서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이어 록펠러를 만나고 싶어 한다. 그와 인연을 맺는다는 건 곧 미국에서 성공의 로열로드에 올라 부자의 길을 질주할 수 있다는 얘기니까.

하지만 그는 아무나 만나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록펠러 가문의 일원도 그의 허락이 있어야만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리암의 스포츠 사업의 투자자나 동업자라면 얘기는 또 달랐다.

안 그래도 뉴욕에 오면 본가에 잠깐 들르라는 얘기를 마이어 록펠러의 비서실장인 아담에게 들은 리암이었다.

마이어 록펠러가 단지 리암이 보고 싶어서 본가에 들르라고 했을 리는 만무하고. 이건 보나마나 리암이 뉴욕의 스포츠 사업에 한 투자가 마이어 록펠러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다. 아마 그에 대한 리암의 생각을 들어 보려고 마이어 록펠러가 부른 게 확실했다.

그러니 리암으로서는 마이어를 만나는 건 쉬웠다. 아담에게 전화하고 본가로 찾아가면 되었으니까. 단지 뉴욕의 스포츠 투자에 대한 그럴듯한 청사진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면, 본가에서 가주인 마이어에게 개 처 발릴지 몰랐다. 하지만 리암이 한국의 대기업 삼명그룹의 후계자인 백준열을 데리고 간다면....

‘거기에 다가 준열이 내 스포츠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말해 준다면....’

욕먹는 게 아니라 가주인 마이어에게 칭찬을 들을지 몰랐다. 그래서 리암은 준열의 요구를 흔쾌히 받아드렸다.

“좋아. 그렇게 하지. 내일, 아니 늦어도 모레까지 가주와 만나게 해줄게.”

그러자 준열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리암이 여기서 한 말과 행동을 전부 다 잊었어.”

그 말을 듣고 리암이 싱긋 웃으며 시선을 헬렌에게로 돌렸다. 그러자 준열이 리암에게 하는 요구를 누구보다 집중해서 듣고 있었던 헬렌이 리암을 향해 입을 뗐다.

“나는....록펠러 센터 옆에 있는....리암 당신의 집에 가고 싶어요. 오늘밤에....”

헬렌의 그 말을 들은 뒤 리암이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면서 환하게 웃었다.

“휴우우....하하하하....”

준열에 이어서 헬렌도 그가 들어 줄 수 있는, 별로 어렵지 않은 요구를 해 왔기 때문에.

“그러지 뭐. 파티 끝나면 나랑 바로 가.”

리암이 뉴욕에 있는 자기 소유의 집에 가는 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겠는가? 그냥 가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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