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766화 (76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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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민간 탐정 사무소 직원들의 희생까지야 특수부대에서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정부에서 어련히 알아서 보상을 할까? 하지만 특수부대원의 희생은 얘기가 다르다.

특수부대 원에게 있어서 동료는 곧 가족과 같았다. 그런 가족이 대체 몇 명이나 죽어나갔나? 아니 당한 동료만 십 수 명이 넘었다. 그 중 5명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나머지 병원으로 실려 간 동료 중 목숨이 간당간당한 중환자가 10명에 다다를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알다시피 특수부대 원은 방탄조끼에 방탄 헬멧을 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희생이 나왔다는 건....그 만큼 상대의 살상 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

그런 위험천만한 놈들은 애초에 잡으려 들어선 안 됐다. 희생만 가중될 뿐이니. 해서 강력한 화기로 희생자가 더 나오기 전에 제거해야 옳았다.

그런 생각을 특수부대 원들이 거의 다 하고 있었고, 그들의 부대장인 히로시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게 무슨 헛소리요? 바주카포를 쏘지 말라니? 저놈에게 죽어 나간 우리 부대원이 몇 명인데?”

혼다의 되지도 않는 말에 발끈해서 히로시가 따지듯 말했다. 하지만 그런 히로시의 말을 혼다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백기를 만들어 와. 빨리.”

혼다는 자신이 직접 저들에게 가서 얘기를 나눠 보기로 했다. 지금으로서 자신의 아내가 자기에게 왜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그걸 알아보려면 이게 최선이었다.

물론 장인에게 전화해서 물어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능구렁이가 자신이 궁금해 하는 걸 있는 그대로 얘기해 줄 리 없었다. 되레 그것도 몰랐느냐며 자신을 힐책할 게 뻔했다.

그러니 자신이 이렇게 직접 나서서 알아보는 게 최선이 맞았다.

“....라 위험한 놈들이라니까. 그냥 바주카포로 쏴 죽이고 나서....”

그 사이 히로시가 강경하게 혼다에게 컨테이너에 숨어 있는 자들을 당장 죽여야 한다고 강변을 토했다. 그러나 히로시의 신경질 적인 말에 히로시의 입이 바로 닫혔다.

“그렇게 쏘고 싶으면 쏴 봐. 대신 그 책임은 당신이 져야 할 거야.”

“....”

혼다가 책임 소재를 두고 말하자, 당연히 이번 일을 두고 책임 질 생각이 추호도 없었던 히로시가 그 입을 즉시 다문 것이다. 그 뒤 혼다는 백기가 준비 되자마자 그걸 흔들며 특수부대 진영에서 나와 컨테이너 쪽에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거기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컨테이너 쪽에서 흔쾌히 그걸 받아드렸다.

해서 혼다는 백기를 들고 그쪽으로 향했고, 몇 분 뒤 혼다가 컨테이너 쪽으로 들어가면서 모습을 감추자, 히로시가 바득 이를 갈며 말했다.

“그 안에서 콱 뒈져 버려라.”

하지만 히로시의 저주는 혼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10여분 정도 컨테이너 쪽에 있었던 혼다가 백기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와서는 곧장 특수부대 진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히로시에게 말했다.

“저들이 곧 무기를 버리고 나올 테니까 앰뷸런스 불러.”

갑자기 구급차를 찾는 혼다에게 히로시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구급차는 뭐하려고요?”

사람을 수십 명이나 죽인 범죄자들을 체포했으면 응당 호송차에 태워가야지. 구급차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설사 놈들 중 다친 놈이 있다고 해도 그건 자위대 심문소로 데리고 가서 거기서 기본적인 조사를 마친 뒤에서나, 보내더라도 철저한 감시 아래 병원으로 보내도 보내야지 말이다.

“내가 구급차로 뭘 할지는 내가 알아서 할 일, 그쪽에서 참견 할 바는 아니지.”

심드렁한 혼다의 반응. 그걸 보고 히로시는 뭔가 불길하고 더러운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히로시의 그 뭔지 모를 불쾌한 느낌은 현실이 됐다. 왜냐하면 혼다가 말 한 대로 무기를 버리고 컨테이너 쪽에서 두 손 들고 나온 두 명의 남자와 한 여자. 그들은 바로 앰뷸런스에 태워져서 현장을 떠나버렸다.

“저, 저....”

그 앰뷸런스에 혼다만 탄 채로 말이다. 그러니까 혼다가 저들을 데리고 날라 버린 것이다. 즉 저들의 신병이 특수부대의 손을 완전히 떠나 버린 것이다. 히로시는 생각 같아서는 저 앰뷸런스 뒤를 쫓고 싶었다. 하지만 특수부대에 그런 명령은 하달되지 않았다. 오히려....

“네. 네. 철수하겠습니다.”

자위대에서 그의 상관으로부터 명령이 떨어졌다. 현장에서 바로 철수하라고 말이다.

* * *

철수의 핸드폰은 벌써 배터리가 방전 되었다. 세르게이는 귀찮다는 이유로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고. 하지만 나나미는 오늘 도망 중에 혹시 몰라 핸드폰 전원을 꺼놓았다. 지금처럼 긴급하게 핸드폰을 쓸 데에 대비해서 말이다.

특수부대 쪽에서 협상을 위해 비무장한 사람이 그들에게 백기를 흔들 때 나나미는 자신의 핸드폰 전원을 다시 켰다. 그러자 이내 그 핸드폰이 울렸고 누구 전화인지 확인한 나나미가 얼굴에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준열상!”

준열이라는 말에 철수의 고개가 나나미 쪽으로 홱 돌았다.

“백 대표님 전홥니까?”

“네.”

“빨리 받으세요. 그리고 저 좀 바꿔 주시고.”

“네.”

대답과 동시에 나나미는 준열의 전화를 받았다.

“준열상. 저예요. 네. 저희는 괜찮아요. 저....근데 철수씨가 전화 바꿔 달라시는데. 네. 알겠어요. 철수씨. 전화 받아보세요.”

나나미는 자신의 핸드폰을 철수에게 건넸고, 그 핸드폰을 받아 든 철수가 그걸 바로 자신의 귀에 가져갔다.

“네. 대표님. 네. 지금 저희는....”

그리고 철수는 백기를 든 사람이 컨테이너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동안 백준열과 빠르게 통화를 했다.

“....그렇죠. 네....네....으음....알겠습니다. 백기 든 자가 다 왔습니다. 네. 그럼 여기를 뻗어나면 그때 연락드리겠습니다.”

철수는 백기 든 사람이 컨테이너 바로 앞에 와서 발걸음을 멈춰 세우자, 준열과 나누던 통화를 끝냈다. 그리곤 그 자에게 말했다.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철수의 말에 상대가 들고 있던 백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철수가 있는 컨테이너 안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리곤 철수를 보고 말했다.

“나는 혼다 다에스케라고 일본 방송사 TVS의 부사장이요.”

상대가 자신이 누군지 밝히자 철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는 한국인이고 이름은 철수라고 합니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가급적 빨리 이곳, 일본을 뜨는 것.”

철수의 그 말에 혼다가 기가 찬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그럴 게 이렇게 만나자 마자 상대가 자신에게 요구사항부터 밝히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철수라는 자의 말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래야 당신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서둘러 주십시오.”

상대의 그 말에 혼다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사는 것과 당신들이 일본 땅을 떠나는 게 무슨 상관이라고?”

저들과 짧은 기간에 쌓은 원한은 이제 혼다에게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혼다의 생명 줄인 그의 아내 세이코가 왜 이 놈들을 못 구해서 안달이 난 건지였다. 그 말에 마치 혼다가 그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철수가 대답했다.

“그거야 당신 부인, 세이코씨에게 들었을 텐데? 그러니 더 간 보지 말고 우리를 빨리 여기서 빼내주기나 하시죠?”

철수의 그 말에 혼다는 두 눈을 부릅떴다. 상대는 자신의 아내가 혼다에게 한 협박의 말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역시 당신들....회장님 쪽 사람들이로군?”

“....”

혼다의 그 질문에 철수는 가타부타 대답은 않고 싱긋 웃기만 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또 오해를 하든 그건 철수가 알바 아니었다. 하지만 혼다는 그런 철수의 모습이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주었다.

“일단 구급차 불러서 병원부터 가도록 하지. 거기서 응급 처치를 하고 공항으로 가서 한국으로 보내주도록 할 테니까.”

혼다의 그 말에 철수가 좋다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협상을 끝마친 혼다는 특수부대 진영으로 돌아갔고, 호출한 앰뷸런스가 현장에 도착하자 혼다는 그 앰뷸런스에 철수와 세르게이. 나나미를 태우고 인근에서 가장 가까운 쇼화병원 응급실로 가서 세르게이의 몸에 박힌 총알을 제거하고 하네다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미리 예약해 둔 한국행 비행기 표를 철수에게 넘기며 말했다.

“우리 다시 보지 맙시다.”

“네. 뭐....”

혼다의 말에 철수가 떨떠름해 하며 대답을 한 후, 일행과 같이 출국 수속을 마치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 * *

세이코가 내 여자와 해결사의 신병을 확보해서, 안전하게 한국 땅으로 보내주겠다고 말하는 통화를 끝낸 뒤, 나는 혹시 몰라서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랬더니 철수와 세르게이는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니 받지 못했다는 말이 맞겠네. 그들은 지금 일본 자위대 소속 특수부대에 포위당해 언제 죽을지 모를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으니까.

나는 지금 그들이 함께 있는 관계로 당연히 나나미도 자신의 전화를 받지 못할 거라 여겼다. 그런데....

-준열상!

나나미가 내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녀가 괜찮은지 물었고 괜찮다고 대답한 나나미가 근처 철수가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해서 나는 그녀에게 철수를 바꿔 달라고 했고 철수는 지금 그가 처한 상황을 간략히 얘기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철수와 협상하러 백기를 들고 그들에게 오고 있는 자가 세이코의 남편 혼다 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과 함께 철수에게 이후 어떻게 해야 할지 빠르게 얘기했다.

백기를 든 자가 혼다가 맞다면 그를 활용해서 가급적 빨리 일본 땅을 떠나 한국으로 가는 게 최상책이었으니 말이다.

“그자가 혼다가 맞아야 할 텐데....”

백기를 든 자가 혼다가 아니면 일이 좀 꼬일 수 있었다. 반면 맞는다면 철수 일행은 오늘 중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 거고 말이다.

한데 그 얘기를 나는 철수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 바로 혼다의 부인인 세이코에게서 말이다.

자신의 남편인 혼다가 그녀의 말을 듣고 내가 말한 세 사람의 신병을 잘 확보한 것이다.

“....앰뷸런스에 실어서 병원 응급실로 간 다음 바로 공항이라. 좋군요. 그럼 오늘 중에 그들은 한국에 갈 수 있겠네요.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준열상에게 그렇게 소중한 사람들인데 제가 나서야 맞죠.

세이코와 잠깐 더 얘기를 나눴다. 그녀는 내가 한국에 가기 전, 또 그녀가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더 나와 만나고 싶은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그녀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따로 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정확히 언제 보자는 말없이, 두루뭉술하게 다음에 보자는 식으로 얘기를 끝내고 통화를 마쳤다. 그 직후 철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잘했어요.”

-아닙니다. 저는 그저 대표님이 시키신 대로 했을 뿐....

철수는 내가 알려준 대로 혼다를 상대했고, 운 좋게 그가 협상한 그 백기 든 남자는 내 예상대로 세이코의 남편 혼다가 맞았다. 그래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으며, 나는 철수 일행이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걸 좀 전 전화로 확인까지 했다.

도쿄와 LA는 16시간의 시차 차이가 났다. 지금 여기는 자정이니 도쿄는 오후 4시쯤 됐겠다. 앞으로 한 시간 뒤에 철수 일행은 한국에 있을 거고 그걸로 내 걱정도 끝이었다.

혹시 몰라서 나는 새벽 1시까지 자지 않고 있다가, 그들이 김포 공항에 도착해서 나나미가 묵을 호텔로 이동 중이라는 전화를 받고 나서, 그제야 두 다리 쭉 뻗고 잠을 청했다. 물론 자기 전에 내 조카 둘이 잘 자고 있는지 녀석들의 방을 찾아서 일일이 확인하고서.

* * *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의 학교에 전화해서 모친의 부고 사실을 알렸다. 그 다음 아이들을 데리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말이 장례식 주관자지 내가 할 일은 딱히 없었다. 글로벌 그룹인 삼명답게 LA지사장이 밑에 직원들을 데리고 장례식장을 찾아와서 알아서들 장례식을 척척 치렀으니까. 나는 상주인 두 아이들과 같이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됐다. 그때 점심 무렵이 다 돼서 백승렬 회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네. 아버지.”

-수고가 많구나.

“아닙니다. 좋은 일도 아니고.....조카들 생각해서라도 삼촌으로써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일이죠.”

-그래. 그렇게 생각해 주다니 대견하다. 근데 그 조카들 말인데....장례식 끝나는 대로 사람 보낼 테니 한국으로 보내라.

역시 내가 생각한 대로였다. 백승렬 회장은 두 조카를 내 대항마 겸 내가 자식이 없을 경우 그 대비책으로 자신의 주변에 남겨 두고 계속 지켜 볼 생각인 거 같았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순순히 대답했다. 조카들을 내 주는 거야 쉽다. 하지만 그 조카들이 한국 땅을 무사히 밟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후계자로 내 대항마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 뭐 그렇다고 내 손으로 조카들을 어쩌기는 좀 그렇고. 그때 내 머릿속에 떠 오른 건 록펠러 가문이었다. 여기는 미국이고 미국에서 영향력은 나와 삼명그룹은 그들에 미칠게 못 됐다. 나는 잠깐 화장실로 갔고 거기서 현 록펠러 가문의 가주인 마이어 록펠러에게 전화를 걸었다.

-또 무슨 일입니까?

그러자 전화기에서 날선, 불친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연히 그 전화를 가주인 마이어 록펠러가 받지는 않았다. 대신 그의 비서실장인 아담이 받았지. 그러니까 아담이 지금 내 전화를 다소 신경질 적으로 받고 있었던 것이다.

“쯧쯧....고작 작은 일 좀 해결해 줬다고 너무 티내네.”

-....

그런 그에게 내가 비아냥거리며 말하자 아담이 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아마도 내 말에 제대로 빡 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걸 감히 내게 티내지는 못한다. 어째든 그들의 약점을 쥐고 있는 내게 항상 말조심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래서....뭘 해드리면 됩니까?

아담이 딱 봐도 끌어 오르는 화를 참으며 내게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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