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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기절해 있다가 깨선지, 아니면 찬물 때문인지 몰라도 고통이 덜 했던 수아레스.
그가 여자, 타미나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물음에 되물었다.
“안토니오? 설마 죽은 안토니오 조장을 말하는 거냐?”
“죽어?”
“그렇다. 저번 준가 저 저번 준가....아무튼 여자 킬러와 같이 호텔에서 죽어 있었고, 그 때문에 조직이 발칵 뒤집어졌었다.”
수아레스의 대답에 타미나의 미간이 좁혀졌다.
“여자 킬러?”
“크으으윽.....아프군....약 좀 없나?”
타미나는 자신의 물음에 대답 대신 약을 찾는 수아레스를 곧 죽일 듯 쏘아보다가 주먹을 들었다. 그러자 그걸 보고 수아레스가 기겁하며 말했다.
“때, 때리지 마라. 말하겠다.”
그 말에 타미나는 들었던 주먹을 도로 내렸고, 그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쉰 수아레스가 입을 열었다.
“자세한 내막까지는 모르고....내가 듣기로 안토니오 조장이 자신의 애인과 호텔에서 즐기다가 프랭키파 놈들이 보낸 킬러들에게 죽은 걸로 안다.”
프랭키파는 토리오파와 함께 뉴욕 슬럼가를 주름잡는 마피아 산하의 조직이었다. 당연히 한 산에 두 마리 호랑이가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둘은 번번이 부딪쳤고 한 달에 한 번 이상의 조직간 유혈 사태를 지금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으음....”
수아레스의 대답을 듣고 나서 타미나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녀가 생각키로 아마 누군가 그 유혈사태를 이용해서, 수잔과 안토니오의 죽음을 조직 간의 사투로 묻어 버린 거 같았다.
수잔은 동성애자였다. 그런 그녀가 안토니오란 자의 애인일리 만무했고 타미나에게 분명 의뢰를 받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너희 보스 지금 어디 있어?”
‘뭐, 뭐?“
타미라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하던 수아레스. 하지만 조직의 보스 얘기가 나오자 긴장한 빛을 역력하게 얼굴에 드러내는 그. 타미라는 딱 봐도 쉽사리 얘기하지 않을 거 같은 수아레스의 오른팔을 손을 뻗어 잡았다.
타미라에 의해 돌아간 그의 팔은 그저 어깨에 붙여 놓은 장식물처럼 축 늘어트린 채였다. 그런 그의 팔을 타미라가 잡아들자....
“크으으윽....”
당연히 끔찍한 고통이 일었고 수아레스의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파랗게 질린 체 말했다.
“나, 난 몰라. 나 같은 똘마니가 어떻게 보스가 지금 있는 곳을 알 수 있겠어?”
일견 듣기 타당한 말이다. 하지만 타미라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단 걸 바로 눈치 챘다.
수아레스는 모르나본데 그는 거짓말을 할 때 슬쩍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눈치 빠른 타미라는 이미 그걸 간파하고 있었기에, 수아레스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잡고 있던 그의 팔을 더 돌렸다. 그럼 원래대로 돌려놓은 거 아니냐고? 그거야 돌린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돌렸을 때 얘기고. 돌린 방향 그대로 또 돌려놓으면 근육이며 힘줄이 끊겨 팔은 영영 쓸 수 없게 될 터였다.
“안, 안 돼!”
그걸 아는 듯 수아레스가 다급히 외쳤다. 그러자 타미라가 막 돌리려던 그의 팔을 일단 멈췄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수아레스에게 말했다.
“보스 어디 있어?”
타미라는 너무나도 무덤덤하게 수아레스를 보고 있었다. 그 냉철함에 수아레스는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돋아 진저리를 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직감했다. 저 미친년은 지금 보스가 어디 있는지 불지 않으면, 그의 팔을 두세 바퀴는 더 돌려놓을 년이란 걸 말이다.
“보, 보스는 지금....캘리의 펍에 있을 거다.”
캘리의 펍이 어딘지는 타미라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잡고 있던 수아레스의 팔에서 손을 놨다.
“크윽!”
그러자 어깨에 붙어 있는 장식물 신세인 수아레스의 팔이 흔들거리며 그에게 끔찍한 통증을 선사했다. 현재 수아레스는 사지가 묶인 상태라 그 고통에 몸을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그런데 어떻게 사지가 결박 된 수아레스의 돌아간 팔을 타미라가 들어 올릴 수 있었냐고?
그건 타미라가 영악하게 수아레스가 오른팔을 못 쓴다는 걸 알고, 왼팔과 그의 몸통을 묶고 또 두 다리를 칭칭 감아 놨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오른팔은 쓰지 못하니 그렇게 묶어도 사지가 완벽하게 결박 된 셈이니까.
즉 타미라는 수아레스의 오른팔을 지금처럼 그의 입을 열게 만드는 열쇠 역할을 위해 애당초 풀어 놓은 것이다. 팔 병신 되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뭐 결과적으로 이런 수아레스를 살려서 녀석의 조직으로 돌아가게 내버려 둘 생각이 타미라에게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어느 새 수아레스 앞에 바짝 붙은 타미라. 그녀의 두 손이 수아레스의 윗머리와 그의 아작 난 턱을 잡았다.
처척!
“어?”
타미라가 왜 이러는지 수아레스가 불안한 얼굴로 그녀를 빤히 쳐다 볼 때였다.
우두둑!
타미라의 억센 힘에 수아레스의 얼굴이 그의 등 뒤로 돌아갔다. 타미라가 잡고 있던 손을 놓자 부릅 뜬 눈 그대로 수아레스의 몸이 그녀 맞은편으로 꼬꾸라졌다.
아직 그의 몸이 죽음을 받아드리지 못한 듯 꿈틀거렸지만 타미라는 그쪽은 신경도 쓰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슬럼가 입구에 있는 그나마 번듯한 술집인 켈리의 펍으로 향했다.
* * *
타미리는 예술 같은 살인을 즐겼다. 물론 처음 그녀가 킬러 세계에 몸담았을 때는 이러지 않았다. 그 당시는 그저 잘 죽이고 돈만 잘 챙기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 수가 두 자리에 접어들자 현타가 찾아왔다.
그걸 극복해 내는 과정에서 타미리는 살인을 즐길 필요성을 느꼈고 그때부터 시작 되었다. 살인을 예술로 승화 시키는 것을 말이다.
여기서 살인과 예술이 무슨 연관이냐고 물을 텐데, 타미라는 살인이 살인이 아니게 만드는 것, 그것을 바로 예술이라 생각했다.
즉 타살을 자살이나 자연사로 보이게 만드는, 그 모든 과정이 타미라에게 있어서 예술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타미라가 가고 있는 곳은 그런 예술적으로다가 살인을 할 수 있는 데가 아니었다.
거기에는 뉴욕의 슬럼가를 주름잡고 있는 조직의 보스 한 놈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 보스를 지키기 위해서 몇 명의 조직원들이 거기 있을지는 타미라도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놈들이 지금 있다는 켈리의 펍이란 술집에는 적어도 착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타미라가 아는 한 거기 일하는 직원들까지 전부 다 나쁜 놈들이었다.
그 말은....그 안에 있는 것들에 대해 손속의 사정 따윈 둘 필요가 없단 얘기다.
그래서....타미리가 지금 메고 있는 가방 속에는 수류탄이 5개나 들어 있었다. 그리고 두 자루의 권총과 실탄 수백 발....
“으흐음....”
타미라가 수아레스를 죽인 곳에서 켈리의 펍까지는 도보로 10분이 못 걸렸다.
그랬기에 그녀가 걷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켈리의 펍의 간판과 입구 문이 그녀 눈에 보였다. 거리상으로는 70-80미터 남짓. 한데 딱 봐도 그 술집 안에 조직원들이 버글거리고 있었다. 저 안에서 무슨 조직 단합 회라도 하는 듯 말이다. 딱 봐도 100여명도 넘어 보이는 조직원들이 술집 안에 가득 들어차 있었다.
“쳇....”
타미라가 제 아무리 뛰어난 킬러라도 혼자서 백 명도 넘는 자들, 그것도 다들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 자들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개죽음 당할 게 확실했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도 문제였다.
토리오파라는 조직이 그리 호락호락 한 곳은 아니니까. 그녀의 손에 죽은 세 명의 자기 조직원들의 복수를 위해서, 그들은 몰이사냥을 시작할 것이고 그녀는 쫓기는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느니 차라리....
타미라의 눈빛에 순간 강렬한 살기가 폭사 되었다.
“그래 해 보자.”
켈리의 펍으로 쭉 걸어가던 타미라. 그녀는 그 입구를 10여미터 앞두고 방향을 옆으로 틀었다. 그리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가 몇 분 뒤 다시 나왔다.
그녀가 그렇게 한 건 가방 속에 있던 수류탄들을 꺼내기 위해서였다. 그걸 증명하듯 그녀의 양손에 수류탄이 쥐어져 있었는데, 특히 왼손에는 수류탄 2개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바지 호주머니 속이 불룩한 게 그 속에 수류탄 2개를 넣어 둔 모양이었다.
그렇게 골목을 나온 타미라는 곧장 켈리의 펍 입구로 향했고, 그런 그녀를 입구 앞을 지키던 조직원들이 슬쩍 쳐다봤다.
하지만 그들은 빼어나게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몸매가 드러나게 섹시한 차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 타미라를 자세히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이곳 슬럼가에 넘쳐나는 약쟁이들 중 하나로 보는 듯 했다. 그 덕분에 켈리의 펍 입구 가까이까지 걸어간 그녀는 홱 몸을 틀어서 켈리의 펍 건물 옆으로 돌아들어갔다. 그런 그녀를 관심 있게 쳐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타미라는 켈리의 펍 창밖에서 창 안으로 수류탄 3개를 던졌다. 마침 창문이 열려 있었기에 타미라는 펍 한 가운데와 그 양 옆으로 적절히 거리를 두고 수류탄을 던져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곤 냅다 입구쪽으로 뛰었다. 그때였다.
쾅! 콰앙! 콰아앙!
세 발의 수류탄이 펍 안에서 연이어 터지면서 그 여파로 창문이 박살나며 무수한 유리 파편을 창밖으로 뿌릴 때, 이미 그곳을 벗어나 입구 앞에 도착한 타미라의 오른 손에는 권총이 쥐어져있었다. 그리고 펍 안의 폭발로 그쪽에 온통 시선을 두고 있던 입구 앞의 조직원들.
탕! 탕! 탕! 탕!
네 발의 총성이 울리고 뒤통수와 등 한복판에 총을 맞은 네 명의 조직원들이 픽픽 쓰러졌다. 그때 타미라는 펍 안에서 밖으로 나오려는 운 좋게 수류탄의 폭발을 피한 토리오파의 조직원들에게 왼손에 들려 있던 수류탄을 던졌다. 그리고 몸을 옆으로 피했다.
콰앙!
폭발과 입구 문이 떨어져 나와 길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사이 옆으로 피해 있던 타미라는 호주머니 속에 마지막 수류탄을 꺼내 왼손에 쥐고, 그대로 폭발이 휩쓸고 간 켈리의 펍 입구로 뛰어 들어갔다.
탕! 탕! 탕! 탕!
그리고 눈에 띠는 대로 멀쩡히 두 다리로 서 있는 펍 안 사람들을 권총으로 쏴 죽였다.
핑! 핑!
그때였다. 타미라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총알. 펍 안에서 누군가 그녀를 향해 총질을 가 해 온 것. 타미라는 그 즉시 근처 엄폐물에 몸을 숨겼다. 그녀가 제 아무리 뛰어난 킬러라도 총 맞으면 죽는 건 같은 인간이었으니까.
탕! 탕! 탕! 탕!
그리고 총알이 날아 온 쪽으로 권총을 쏘면서 누가 자신에게 총질을 가했는지 살폈다. 그랬더니....
“저기 있었군.”
딱 봐도 보스로 보이는 자를 보호하고 있는 조직원이 있었다. 그 자도 온몸이 피칠 갑인 상태였지만 보스를 지키려 혼신을 다하고 있었는데 그 자 주위로 움직일 수 있는 조직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그걸 보고 타미라가 피식 웃었다. 그러며 자기 왼손에 쥐고 있는 수류탄을 오른 손에 쥐고 있는 권총과 바꿔 쥐었다.
팅!
이내 수류탄에서 뽑혀 나온 핀이 바닥에 떨어지고 타미라는 왼손의 권총으로 대충 놈들이 있는 쪽으로 총질을 가하면서 오른 손의 수류탄을 그쪽으로 던졌다.
“수류탄이다.”
“안 돼!”
콰아아앙!
밖에서 수류탄을 던졌을 때 전해져 온 충격파와 펍 내부에서 수류탄이 터질 때 느껴지는 여파는 차원이 달랐다. 귀기 멍하고 머리가 띵한 가운데 타미라는 이를 악 물고 비틀거리면서 수류탄이 터져 나간 쪽으로 뛰었다. 다행히 그 폭발에 휩쓸린 조직원들은 대부분 쓰러졌고 특히 토리오파의 보스는 넝마처럼 변해 있었다.
타미라가 미리 봐 두지 않았다면 토리오파의 보스가 맞는지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시신이 심하게 훼손 되어 있는 상태.
“....끄으으으....”
그때였다. 타미라를 향해 총질을 가했던 그 조직원이 다 죽어가며 그녀를 향해 뭐라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입에서는 핏물만 흘러나올 뿐 그녀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툭하니 고개가 젖혀지며 몸을 축 늘어트리는 조직원. 그 조직원 말고 타미라가 봤을 때 지금 이 펍 안에 살아 있는 사람은 없는 거 같았다. 물론 중상을 입고 죽어가고 있는 조직원들이 꽤 될 거다. 하지만 경찰은 모를까, 신고 받고 구급차들이 오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릴 터. 왜냐하면 이곳은 뉴욕에서도 악명 높은 슬럼가니까 말이다.
웨에에엥! 웨에에엥!
경찰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 타미라의 귀에 들려왔다. 그녀는 곧장 몸을 일으켜서 켈리의 펍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경찰 사이렌 소리가 나는 도로 쪽과는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