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798화 (796/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호호호호....”

타미라가 영화나 TV에나 나오는 정의감 강한 주인공이었다면 또 모를까? 그녀는 돈 받고 사람 죽이는 킬러다. 프랭크 파 조직원들이 쏴 대는 총탄에 주변 무고한 사람들이 맞아 죽던 말든 그녀는 상관없었다.

“아아악!”

“저, 저....미친....”

“나 총 맞았어. 911불러 줘. 빨리!”

그녀는 오히려 사람들이 많은 쪽으로 내달렸다. 그로인해 조직원들에 의한 민간인의 피해가 급증했고.....

타타타탕! 탕! 탕! 탕! 탕!

그 때문일까? 신고를 받고 달려 온 경찰차에서 내린 경찰들이, 경찰차를 바리케이드 삼아 조직원들을 향해 총을 쏴 대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타미라를 쫓던 조직원들의 발걸음에 제동이 걸렸다.

“젠장....저, 저년 달아난다.”

“저년 잡아야 하는데....”

핑! 핑! 핑! 핑!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경찰들의 총탄들에 조직원들은 발을 동동 그릴 뿐 감히 타미라를 쫓지 못했다. 그 사이 대피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타미라는 유유히 지하철역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빨리 쫓아!”

“하지만....”

빗발치는 총탄 세례에 조직원들 중 누구도 숨어 있는 곳에서 몸을 빼서 타미라를 쫓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시커먼 승합차량 두 대가 나타났다. SWAT라는 글자가 크게 새겨진 그 승합차에서 시커먼 복장에 두툼한 방탄조끼, 헬멧을 쓴 중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고 조직원들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후퇴....다들 튀어.”

조직원들 중 그나마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던 간부급으로 보이는 자의 다급한 외침. 하지만....

투타타타타타....

“크아아악!”

경찰 특공대의 무자비하 중기관총 세례에 도망치던 조직원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살, 살려 줘!”

“....항, 항복!”

나머지 조직원들은 무기를 버리고 두 손 들고 투항을 해왔다. 그런 조직원들을 경찰들이 나서 제압하는 사이, 경찰 특공대는 폭발이 인 버드랜드 클럽 안으로 빠르게 진입해 들어갔다. 마치 그 안에 있는 악당들을 일망타진이라도 하려는 듯. 하지만 그곳에서도 주요 현장이라 볼 수 있는 VIP룸에는....

“허어....”

“다 죽었습니다.”

프랭키 파의 조직원 20여명의 참혹한 죽음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동타격대로서의 자신들의 역할을 끝낸 경찰특공대는 이내 떠나고 그 수습에 나선 경찰. 그 중에 모종의 스폰서를 끼고 있는 자들이 어딘가로 급하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안톤 록펠러 쪽으로부터 돈을 받고 있는 부패 경찰도 있었다.

“....데 프랭키를 비롯한 놈들의 간부들 대부분이 죽었습니다. 네. 네. 자세한 건 내일 오전 중으로 서면 보고토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통화를 끝낸 부패 경찰. 그는 자신처럼 어딘가에 전화해서 열심히 보고를 하고 있는 다른 경찰들을 보고 ‘쯧쯧’ 혀를 차다가 사건 현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뭐라도 돈이 될 만한 정보가 혹시 그 현장에서 나올지 모르니 말이다.

* * *

안톤 록펠러의 비서실장인 하그리스는 경찰 쪽에 심어 놓은 자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전해 들었다. 물론 그가 자신의 평화로운 가족 저녁 식사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 얘기를 들으시면 안톤 사장님이 좋아하시겠군.”

뉴욕의 암 덩어리와 같았던 범죄 조직이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오늘 하루 사이 보스와 수뇌부를 잃었다. 이건 잘만 하면 뉴욕에서 범죄 조직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그 두 범죄 조직의 뒷배라 할 수 있는 뉴욕 마피아 조직이 여전히 뉴욕의 밤을 지배하고 있는 한 그런 일이 일어나기 힘들 테지만 말이다.

더 자세한 건 그 경찰이 내일 서면으로 보고를 하겠다니 그때, 그 보고서를 살펴보고 나서 하그리스가 안톤에게 직접 통보를 하면 될 거 같았다.

원래라면 전화로 약식 보고를 해야 하지만 오늘 록펠러 가문의 가주의 병문안을 다녀 온 안톤은 누가 봐도 기분이 좋지 않아보였다. 평소 안 마시던 술도 자신의 집무실에서 마셨고 말이다.

해서 하그리스도 안톤의 눈치를 보느라 그 약식 보고를 건너뛰고 내일 오전에 정식 보고를 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

당연히 이때까지 하그리스는 자신의 이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알지 못했다.

“그나저나 어떤 놈들인지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마피아도 경찰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곳에 폭탄을 터트리다니 말이야.”

록펠러 가문의 후계자인 안톤의 비서실장인 하그리스는 클럽 버드랜드의 실소유주가 누군지 아는 모양이었다.

“누군지 몰라도 ‘붉은 방패’의 영업장에 수류탄을 던지다니....”

‘붉은 방패’는 독일어로 '춤 로텐 실트'(zum rothen Schild)인데 이걸 영어식 발음으로 바꾸면 로스차일드가 된다. 즉 클럽 버드랜드가 로스차일드 가문의 소유란 얘기다.

로스차일드는 환전 혹은 고철 쓰레기를 매매 등 잡다한 일들을 하던 천민 출신으로 19세기에 전성기를 맞이한 이후 현재까지도 많은 재산을 소유한 가문이다.

주된 사업 분야는 금융업이고, 그외 석유, 금, 레저, 와인, 광산, 호텔 등 각종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데, 이곳 하면 떠오르게 된 사건들과 비밀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각종 음모론과 서브컬처에서는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밀스럽게 세상을 지배하는 흑막으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사실 이런 이미지가 생긴 이유는 현재까지도, 그들이 그 만큼 미국 내에서 정치, 금융 등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켜보는 재미는 있겠군. 과연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오늘 일에 대해....어떻게 나올지....”

미국에서 록펠러 가문 만큼이나 정재계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이었다. 특히 그들의 유대계 카르텔은 그 힘이 유럽 전역에까지 미치고 있었다. 그래서 로스차일드 가문 만큼은 록펠러 가문에서도 한 수 접어주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 진지한 일이 될 거 같았다.

그래서 하그리스는 내일 오전에 안톤에게 버드랜드의 일을 보고 할 때가 벌써부터 기대됐다. 안톤은 야망이 컸고 그가 가주가 되면 하고 싶은 일들 중 하나가 바로 유럽 진출이었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할 수 있는 걸 록펠러 가문이 하지 못할 리 없다는 게 안톤의 생각이었던 것. 그랬기에 버드랜드의 일을 두고 과연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 지를 지켜보는 건 향후 그들 가문의 최근 성향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분명 도움이 될 터였다. 보나마나 안톤은 그 모든 걸 은밀히 지켜보라는 지시를 하그리스에게 내릴 게 확실했다. 해서 하그리스는 미리 그 일을 맡을 자들을 누구로 정할지 그걸 정하느라 밤잠을 설쳤다. 그러다 겨우 새벽에 잠이 들었는데....

“뭐, 뭐라고?”

아침 일찍 그에게 걸려 온 전화 한통이 하그리스를 그대로 절망의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

“말, 말도 안 돼. 어, 어떻게 그런 일이....”

마치 하늘이 무너져 내리기라도 한 듯 창백한 얼굴의 하그리스.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이 들은 말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차를 몰아서 안톤 록펠러의 집으로 향했다.

* * *

프랭키 파 조직원들의 추격을 피해 지하철역으로 내려간 타미라. 그녀는 지하철을 타고 유유히 뉴욕의 중심부를 빠져 나온 뒤, 다시 택시를 타고 복수가 아닌 진짜 자기 일을 하러, 그녀가 제거해야 할 타깃이 있는 곳을 찾았다.

“저긴가?”

타미라는 뉴욕에서도 보기 흔치 않은 크고 화려한 저택 주위를 잠시 배회했다. 마치 굶주린 야수가 사냥감을 살피듯 말이다. 그때였다.

“응?”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든 그녀가 시선을 홱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지?”

마치 누가 그녀를 빤히 지켜보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이랄까? 킬러로 그 누구보다 촉이 좋았던 그녀다.

그녀는 그때부터 신중하게 움직였다. 누가 그녀를 쫓고 있다면 들통 날 수밖에 없는 패턴대로 움직이길 몇 차례. 하지만 그녀 눈에 그녀를 뒤쫓고 있는 자는 보이지 않았다.

“으음....이상하군. 내가 너무 예민해 진건가?”

하긴 오늘만 해도 그녀 손에 죽어나간 자가 세 자리 수였다. 좀 있으면 자정이 넘어가니 이따 새벽에 그녀가 제거할 대상은 오늘이 아닌 내일 죽인 자에 포함 될 테지만....

앞서 그녀가 제거한 조직 놈들과 달리 이제 그가 죽여야 할 타깃은 수류탄이며 총으로 죽여서는 안 될 자였다.

그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어렵게....자연사로 위장해서 제거해야 했기에 그 전에 그녀가 해야 할 일이 좀 많았다.

해서 타미라는 일단 근처 셀터를 찾았다. 거기서 필요한 독약성분들과 위장복, 그리고 잠입을 위해 필요한 각종 도구와 장비를 챙긴 뒤, 그녀가 다시 타깃이 있는 곳, 즉 현 록펠러 가문의 가주 마이어 록펠러가 살고 있는 저택에 다시 돌아왔을 때, 시간은 새벽 3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자아. 이제 들어가 볼까?”

두 눈만 나오고 그 외는 온통 검은 위장복으로 가려진 자신의 몸을 이끌고 타미라는 록펠러 본가 저택의 담장 쪽으로 움직였다.

담장 위로 전기가 통하는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었고, 담장 너머에는 수색견과 같이 주택 주위를 순찰하고 있는 경호원들의 눈을 피해서, 저택 안으로 침입하는 거 자체가 보통 사람이라면,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휘리릭! 척! 파파파파팟!

하지만 개의 후각을 잠시 마비시키는 연기를 피우고, 인간이 보이기 어려운 유연성과 민첩함으로 전기가 통하는 철조망을 훌쩍 넘어 유유히 록펠러 본가 저택 안으로 잠입해 들어가는데 성공한 타미라.

그녀는 기척을 내지 않고 최대한 조용히 저택 안으로 계속 들어갔고....

‘저기다.’

안톤이 알려 준 타깃인 이곳 가주 마이어 록펠러의 침실. 물론 그 방 앞에는 경호원들이 배치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로 그 방을 비추고 있는 CCTV카메라만 무려 4대.

타미라가 침실 앞을 지키는 경호원들을 다 제거한다고 해도, 그녀는 침실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 그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이어 록펠러를 제거할 수 없었다.

일단 저 문이 쉽게 열릴 거 같지 않았고, 또 CCTV카메라를 통해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자가 근처 경호원들을 움직여서, 무조건 그녀의 발목을 잡을 테니 말이다.

고로 저 방문을 통해 마이어 록펠러의 침실로 침입해 들어가는 건 불가능했다. 해서....

타미라는 마이어 록펠러의 침실 옆방으로 몰래 들어간 다음, 창문을 통해 그의 침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당연히 창문 쪽으로도 최첨단 감시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잠시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최신 장비는 타미라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장비를 사용해도 막상 창문은 열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창문이 열리면 무조건 경보음이 울리게끔, 최첨단 감시 장치를 믿지 못하겠는지 경호팀에서 그런 단순 조치를 취해 놓았던 것이다.

해서 타미라는 어쩔 수 없이 창문의 유리를 통으로 잘 잘라내고, 유연한 몸을 활용 창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창가에 매달려서 그 짓거리에만 걸린 시간이 무려 1시간. 어렵사리 마이어 록펠러의 침실 안으로 잠입해 들어가는 데 성공한 타미라.

그녀는 곤히 자고 있는 마이어 록펠러에게 다가가서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향을 하나 피웠다. 타미라가 배합한 일종의 독향으로 그 향을 맡으면 심장마비가 유발 되었다.

안 그래도 노환으로 심장이 좋지 않는 마이어 록펠러. 그런 그에게 있어서 타미라가 피운 독향을 맡는 거 자체가 죽음의 문턱을 넘는 일이었다.

타미라는 1분 정도 그 독향을 피운 뒤 그 흔적을 싹 없애고는, 그녀가 들어간 창문을 통해 그곳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몇 분 되지 않아서....

웨용~ 웨용~

록펠러 가문 안에 있던 구급차에 마이어 록펠러가 실려 본가 저택 밖으로 나가는 걸 확인한 타미라.

“....빠르네.”

아무래도 마이어 록펠러의 몸에 무슨 의료장치가 설치되어 있은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빠른 대처가 이뤄지긴 어려웠으니 말이다.

근데 정작 그걸 보고도 그녀는 너무도 태연하게 혼란스런 록펠러 본가의 경비 시스템을 뚫고 유유히 그곳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자신에게 청부한 안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타깃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출발했다고 말이다.

평소의 그녀라면 타깃의 죽음을 확인하고 안톤에게 그 죽음을 알렸을 텐데, 지금은 뭔가 달랐다. 마치 그녀의 맡은 의뢰가 마이어 록펠러를 저렇게 구급차에 실어 병원으로 보내는 것인 냥 말이다.

“자아. 이걸로 내 할 일은 다 끝났네.”

안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타미라는 홀가분한 얼굴로 큰 길 쪽으로 움직였고, 거기서 운 좋게 지나가던 빈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 택시를 타고 일주일치 숙박비를 미리 내 놓은 아까 그 게스트 하우스로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