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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런 그를 보고 뭔가 말을 하려던 제임스.
“....”
하지만 그는 결국 입 안에 맴돌던 말을 입 밖으로 내 뱉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준열이 말했다.
“졌지?”
“그, 그렇다.”
제임스는 질끈 입술을 깨물었지만 자신의 패배만큼은 순순히 인정했다. 그런 그에게 준열이 말했다.
“그럼 이제 팀 훈련 같이 해.”
“뭐?”
“실력도 안 되는 놈이 제대로 밥값하려면 팀 동료들과 협력 플레이라도 잘 해야 할 거 아냐?”
그때였다. 누가 불렀는지 감독실로 사라졌던 감독이 다시 코트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감독을 향해 준열이 외쳤다.
“스미스 감독님. 제임스 선수. 앞으로 말 잘 듣기로 했으니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꼴찌 좀 탈출 합시다.”
준열의 그 말에 뉴욕 닉스의 스미스 감독은 어리둥절해 하며 주위를 살피다가 코트 안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제임스를 발견했다. 그때 테이런 코치가 쪼르르 스미스 감독에게 뛰어와서 말했다.
“저분이 바로....이번에 뉴욕 닉스를 인수하신 새 구단주님이십니다.”
“구단주!”
스미스는 깜짝 놀랐다. 갑자기 등장한 구단주. 한데 구장 안 이 분위기는 또 뭐란 말인가? 그리고 제임스가 말을 잘 듣기로 했다니? 이게 다 무슨 소린지 스미스가 어리둥절해 할 때 테이런 코치가 한 걸음 더 그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목소리 톤을 낮추며 말했다.
“이게 다 어떻게 된 일 인고 하니....”
스미스는 테이런으로부터 자초지종을 전부 다 전해 들었다.
“그, 그런 일이....”
그리고 당연히 놀란 텐션을 취했다. 아니. 그 얘기를 듣고 안 놀라는 게 더 이상할 노릇이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과 달리 스미스는 사태 파악이 빨랐고, 또 뭔가를 행동으로 옮기는 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선수출신도 아니면서 NBA감독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었고.
“일단 알았네. 그러니 자네는 저리로 가서 선수들 좀 챙기게. 어째든 오전 훈련은 해야 할 테니 말이야.”
“네.”
스미스는 먼저 자신에게 너무 달라붙어 있는 코치 테이런을 자신에게서 떼어 놓은 뒤 코트 한가운데로 움직였다. 거기에는 농구화를 벗고 구두로 갈아 신은 동양인 구단주가 정장 상의를 걸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뉴욕 닉스의 감독인 앨런 스미스라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경기장에서 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코트에서 보게 되네요. 뉴욕 닉스의 새로운 구단주 준열 백입니다. 미스터 백으로 불러 주십시오.”
준열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스미스가 정중히 잡았다. 단장과 대표 위에 구단주다. 감독 자리의 주인을 언제든 바꿔 버릴 수 있는 존재. 그러니 눈치 빠른 스미스가 이렇게 어지간히 알아서 기고 있는 것이고.
“얘기 들었습니다. 농구 실력이 대단하시다고....”
“하하하. 별거 아닙니다. 틈틈이 운동을 해왔는데 그걸 이럴 때 다 써먹네요. 앞서 말한 대로 이제 제임스가 협조적일 테니 팀 성적 좀 끌어 올려 보세요. 그럼 감독님도 아마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구단주의 말이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들을 스미스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제임스를 기용해서 팀 성적을 끌어 올리는 데 성공하면 감독 자리를 보장해 주겠다는 말이 아니겠나?
“열심히 노력해서, 반드시 성적을 끌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노력....노력하면 안 될 건 없죠. 파이팅!”
구단주가 싱긋 웃으며 주먹을 쥐어보이자, 그걸 보고 스미스도 억지로 따라 웃었다. 그렇게 구단주가 경기장을 빠져 나가고 나서....
삐이익!
어느 새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있던 스미스가 날카롭게 휘슬을 불었다. 그러자 코트 안에 선수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 되었고....
“자아. 지금부터 전술 훈련에 들어간다. 일단 급한대로 기존의 수비 전술은 버리고 1-3-1 대형 밀착 수비 전술을 도입하도록 하겠다.”
농구의 1-3-1 대형 밀착 수비 전술은 상대 팀의 공격을 확실히 수비해 내기 좋다. 이 전술은 상대 팀 공격을 늦추고 공을 차지하는 것을 막는데, 하프 코트 수비와 함께할 때 더욱더 효과적이었다. 이는 득점을 위해서 앞으로 밀착하고 수비를 위해서 뒤로 물러나야 하는 전략의 대안이었는데, 최근 뉴욕 닉스는 상대 팀의 그 전략에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즉 지금 스미스 감독은 그 대책을 은근슬쩍 내 놓고 있었던 것이다.
감독의 새로운 수비 전술의 설명을 들으면서, 뉴욕 닉스 선수들의 좀 전까지 흐리멍덩했던 눈빛이 점점 밝아졌다.
그 중에서 특히 한 선수는 초롱초롱하게 눈빛을 빛내고 있었는데, 그 선수와 스미스 감독의 눈빛이 마주치자 둘 사이에 보이지 않은 불꽃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이 전술이 제대로 먹히기 위해서는, 확실한 공격 포인트를 올려 줄 포워드가 필요한데....”
그 포워드가 누구겠는가? 말하지 않아도 그게 누군지 잘 알고 있던, 뉴욕 닉스 선수들 중 가장 강하게 눈빛을 빛내고 있던 선수, 제임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제가 매 경기 40점은 책임지겠습니다.”
제임스의 그 말에 스미스가 오랜 만에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 * *
뉴욕 닉스의 홈구장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나선 나는 점심을 먹기 위해서 미리 예약해 둔 뉴욕 한인 타운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음식점인 솥뚜껑 삼겹살 구이 집에 들어섰다.
“좋군.”
그곳에서 나는 삼겹살과 함께 김치가 익으며 나는 냄새가 안 그래도 허기진 내 배를 괴롭혔다. 가게 안에는 제법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를 위한 예약 석은 비어 있었다. 당연히 나와 같이 움직이고 있는 경호팀원들 자리도.
지글지글.
삼겹살이 구워지며 내는 기름진 소리에 입 안 가득 군침이 돌았다. 그걸 본 듯 나와 같이 앉아서 고기를 굽고 있던 문대식이 먼저 익은 삼겹살을 내 앞 접시에 올려주었다.
“여기....”
“생큐!”
나는 거절하지 않고 그 잘 익은 삼겹살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 안에 넣었다.
“오오....”
한국의 돼지고기, 그 중에서도 제주도 흑돼지를 쓴다더니 외견상 분홍색이 아닌 검은색을 띠는 게 흑돼지 같았는데 먹어보니 바로 확신이 들었다.
‘이건....진짜다.’
육질이 쫀득하고 씹을수록 고소하고 찰진 맛이 일품이었다. 그건 문대식도 마찬가지인 듯 굽던 삼겹살을 입에 넣고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으으....배부르다.”
그렇게 시작 된 한 시간 가까운 먹방의 시간. 문대식과 나는 둘이서 흑돼지를 3Kg이나 먹었다. 근 수로 따지면 5근을 먹어치운 것이다. 하지만 그건 우리 둘 얘기고 내 경호팀원들이 먹은 건 그 보다 더 했다. 그 덕분일까?
“죄송합니다. 흑돼지 고기는 품절인 터라....”
가게의 흑돼지 고기를 우리가 다 먹어 치운 모양이었다. 가게 주인이 다른 손님들에게 연신 사과를 하기 바빴다. 뭐 어째든 먹은 만큼 계산은 확실하게 하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MLS에 속해 있는 뉴욕의 축구 구단, 뉴욕 시티FC의 홈구장 양키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지이이잉!
그때 내 바지 호주머니 속에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안소니 의원이었다. 아마도 내가 뉴욕 닉스를 인수한 게 벌써 그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나는 그의 전화를 받았다.
“네. 의원님.”
-얘기 들었소. 나와 한 약속을 지켰더군.
“지금 뉴욕 닉스에 이어서 뉴욕 시터FC를 인수하러 가는 중입니다. 이제 남은 건....”
-알고 있소. 다음 주 월요일에....뉴욕 주의회 의사당에서 행사가 있는데 그때 선언할 생각이오. 뉴욕시장 경선에 출마 할 것을 말이오.
“잘 생각하셨습니다. 반드시....뉴욕시장이 될 테니 저만 믿으십시오.”
-하하하하. 미스터 백의 그 기백이 나는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그래요. 까짓....뉴욕시장 한 번 해 봅시다.
아마도 내가 뉴욕 닉스와 뉴욕 시티FC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안소니 의원은 내가 좀 전에 한 말을 오만하다며 불쾌하게 받아드렸을 거다. 하지만 내가 그 두 구단을 인수하면서 그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표명하는 한다면, 그가 뉴욕시장 선거에서 낙선할 일은 없었다.
정치 9단까지는 아니더라도 7단쯤은 되는 안소니 의원이 그걸 모를 리 없었고. 될 선거판에 뛰어드는 그의 입장에서야 내게 전향적으로 대할 필요가 있을 테지.
그 뒤 사소한 얘기를 몇 마디 더 나누는 사이 나를 태운 차가, 뉴욕 시티FC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의 널따란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네. 네. 그럼 월요일 저녁에 뉴욕에서 뵙겠습니다.”
나는 다음 주 월요일 저녁에 안소니 의원과 저녁 식사를 같이하기로 약속을 잡고 그와 통화를 끝냈다.
* * *
앞서도 말했지만 내가 약속 시간에 맞춰 양키 스타디움에 도착했을 때, 뉴욕 시티FC 구단 측에서는 사장과 임원들 뿐 아니라 감독이 닉 쿠크까지 나와서 나를 맞아 주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닉 쿠크 감독이 내게 뉴욕 시티FC와 같은 동부 컨퍼런스, 같은 뉴욕을 연고지로 하는 MLS구단 뉴욕 레드불스와 친선 경기가 있을 예정임을 내게 밝혔다. 나는 그 경기를 보기 위해서 바로 뉴욕 시티FC 구단의 사장인 브래들리와 협상에 들어갔다. 그런데 레드불스의 사정상 경기를 30분 당겨서 하게 되었다는 말에 나는 브래들리 사장과 인수합병에 대한 얘기를 친선 경기 후로 미뤘다. 그렇게 관중석으로 이동, 브래들리 사장과 나란히 같이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게 되었는데....
“으음....”
친선 경기가 시작되고 채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철썩!
“우와아아아....”
골이 터졌다. 그런데 그라운드 안에서 경기 뛰고 있는, 그 중 막 골을 넣은 쪽 선수들은 기뻐하며 골을 넣은 자기 편 선수를 축하해 주고 있는 반면, 양키 스타디움 안의 관중석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못해 침울했다.
“죄, 죄송합니다. 못 볼꼴을....”
특히 내 옆의 뉴욕 시티FC의 대표인 브래들리는 마치 쥐구멍이 있으면 거기 숨고 싶어 하는 얼굴로 내게 연신 사과를 했다.
“아뇨. 골이야 먹을 수 있는 거죠. 대신 더 넣으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내가 긍정적으로 말하자 그제야 브래들리 대표의 면목 없어하던 얼굴이 조금은 펴졌다. 그러나....
철썩!
“이야호! 또 넣었다. 크하하하하....”
10분 뒤 다시 골이 터졌고....그 골 역시 뉴욕 시티FC에서 터트린 게 아니라 상대 레드불스 쪽에서 넣은 골이었다. 순간 내 옆의 브래들리 대표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내 절망으로 물들었다. 딱 봐도 오늘 구단 인수합병은 물 건너 간 것으로 여기는 듯 했다. 그런 그가 안쓰러워서 내가 먼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상대 쪽 스트라이커가 오늘 운이 좋네요.”
“그, 그렇죠? 하하하하. 오늘 브로노의 컨디션이 진짜 좋은 모양입니다. 하하하하....”
다행이라면 그 뒤로 뉴욕 시티FC는 골을 먹지 않고 전반전을 끝냈다. 근데 내가 봤을 때 두 골은 더 먹을 뻔 했다. 한 골은 뉴욕 시티FC의 골키퍼가 슈퍼 선방을 했고, 또 한 골은 상대 공격수가 너무 흥분해서 텅 빈 골대에 툭 공만 차 넣으면 되는데, 너무 세게 공을 차 버리면서 골 포스터 위로 공이 떠서 날아가 버리면서 골을 먹지 않았다.
“진짜....골 때리는 팀이네요.”
전반전이 끝나고 나서 내 입에서 터져 나온 그 말에 브래들리 사장은 세상 다 산 사람 얼굴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내가 불쑥 물었다.
“혹시 선수들 라커룸에 가 봐도 될까요?”
“네? 라커룸에요? 거, 거긴 왜....”
“오늘부터 내 선수들이 될 선수들인데 격려 좀 해 줄까 해서요.”
내 그 말에 곧 죽을 사람 얼굴을 하고 있던 브래들리 사장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사실상 내가 뉴욕 시티FC를 인수할 거란 확신을 그에게 내비쳤으니 말이다.
“아아....그, 그러셔야지요. 구단주님께서 격려해 주시겠다는데 누가 감히 그걸 막겠습니까?”
브래들리는 흔쾌히 자신이 앞장서서 나를 뉴욕 시티FC 선수들의 라커룸으로 안내해 주었다.
“헉!”
“대, 대표님!”
당연히 뉴역시티FC 선수들의 라커룸은 발칵 뒤집어졌다. 감독인 닉도 깜짝 놀란 얼굴로 여기는 왜 왔냐며 브래드리 대표를 쳐다 봤는데....그 옆에 나를 보고는 움찔하며 쪼르르 우리 쪽으로 다가와서는 설설 기었다.
“하하하....이거....진짜 오실 줄 모르고....”
그럴 것이 아까 나를 마중 나와서 당당하게 친선 경기 보러 오라고 떠벌렸던 그가 아니던가? 그래놓고 정작 스코어는 2대 0으로 상대 팀에 개 쳐 발리고 있으니 감독으로서 나를 볼 면목이 없는 걸 테지.
“나야 감독님이 하도 자신 있어 하시기에 뉴욕 시티FC선수들이 얼마나 잘하나 보러 왔을 뿐입니다만.”
“하하하하. 선수들의 몸이 아직 덜 풀려서....후반은 다를 겁니다.”
닉 감독은 딱 봐도 허풍이 심했다. 자기가 내 뱉은 말에 대해 책임질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고.
‘어디....’
나는 내 능력을 슬쩍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