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855화 (85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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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강팀 FC 몽레알에 승리 후 강등을 탈출한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비교적 홀가분한 심정으로 오늘 MLS 리그의 또 다른 강팀 샬럿 FC를 상대 중이었다.

FC 몽레알처럼 원정 경기였지만 뉴욕 시티FC의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들의 얼굴에 그 어떤 걱정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럴 것이 준열이 있는 한 오늘 경기에서 질 거란 생각은 다들 전혀 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아쉽다. 좀 더 빨리 이랬으면 우승까지는 못해도 상위권 성적은 거둘 수 있었을 텐데.”

“그러게. 뭐 그래도 우리에게는 내년이 있잖아?”

“맞아. 내년에는 리그 컵은 물론 FA컵도 노려 볼 수 있어.”

현재 뉴욕 시티FC라면 그 어떤 팀을 만나도 이길 거 같았다. 그런 밑도 끝도 없는 자만심이 뉴욕 시티FC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에게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준열은 그러던 말던 별 상관치 않았다.

어차피 이번 리그가 끝나면 뉴욕 시티FC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생각이었으니까. 감독, 코치들뿐 아니라 선수들까지 전부 다. 준열의 생각에 아마 여기 있는 선수들 중 내년에도 뉴욕 시티FC의 유니폼을 입고 뛸 선수는 다섯 손가락, 아니 세 손가락 안에도 없었다. 그 정도로 같이 필드에서 뛰어 본 현 뉴욕 시티FC 선수들의 기량은, 준열이 판단컨대 형편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은 준열이 아닌 실무진, 즉 뉴욕 시티FC의 대표가 할 일이었지만. 근데 그 대표가 준열이 너무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어제였나?’

준열은 앞서 자른 뉴욕 시티FC의 대표 자리를 자신의 사람으로 메웠다. 그런데 미국에 준열의 사람이 있었던가? 딱히 자신의 두 여자, 쥬리와 타미라를 제외하고는 실상 준열이 미국인 중 자신의 사람으로 거둔 자는 아직 없었다. 그 말은....

‘그래. 타미라. 그녀가 바로 새로운 뉴욕 시티FC의 대표란 말씀!’

유독 스포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타미라. 그래서 그녀에게 뉴욕 닉스의 구단 운영진 중 한 명으로 일하게 했었다. 그랬더니 그곳에서 그녀가 보여 준 능력이 워낙 탁월했다. 그래서 준열이 전격적으로 뉴욕 시티FC의 구단 운영을 그녀에게 맡겨 버린 것.

자신의 여자인 타미라가 뉴욕 시티FC의 대표였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준열의 영향력이 그녀에게 미칠 수밖에 없을 테고. 즉 앞으로 뉴욕 시티FC의 운영은 준열의 의도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뉴욕 시티FC 감독과 코치들, 그리고 선수들이 무슨 생각을 하던 그건 준열이 알바가 아니었다.

‘오늘 경기를 끝으로 나도 이제 그만 제자리로 돌아가야겠군.’

아직 리그 경기가 한 경기 남았다. 홈경기인데 준열은 그 경기는 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가 그 경기에서 뛰어서 뉴욕 시티FC가 이긴다 한들, 어차피 뉴욕 시티FC의 순위는 중하위권이었으니 말이다.

아쉽게도 중위권의 팀들이 막판에 대거 승리를 거두면서 뉴욕 시티FC의 순위 상승도 더는 어려워졌던 것. 하여 준열이 굳이 마지막 경기까지 뛰어 줄 필요는 없었다.

오늘 뉴욕 시티FC의 상대인 샬럿 FC는 우승을 노려 볼만한 전력을 갖춘 강팀이었다. 하지만 초반에 삐끗한 것이 그들의 발목을 잡았고, 갈 길 바쁜 두 경기 남은 리그에서 하위 팀인 뉴욕 시티FC에 제대로 발리고 있었다. 이런 식이면 샬럿 FC의 올해 우승은 완전 물 건너갔다고 봐도 좋았다.

샬럿 FC의 홈에서 치러진 경기. 당연히 초반 홈 팀 샬럿 FC는 기세등등하게 뉴욕 시티FC 진영을 공략해 들어갔다.

“이쪽으로....”

경기가 시작 되고 빠르게 진행 된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

턱!

하지만 공은 샬럿 FC의 스트라이크 레온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그 전에 준열이 훌쩍 뛰어 올라서 먼저 헤딩으로 끊어 버린 것이다.

그 뒤 두 팀은 서로 번갈아가며 상대를 두들겼다. 하지만 전반 45분이 지날 때까지 두 팀 모두 번번한 유효슈팅 한 번 기록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하프 타임이 주어졌고 양 팀은 후반에 반드시 골을 터트리기 위한 전술적인 대안을 생각해서 후반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후반 승리의 여신은 뉴욕 시티FC를 보고 웃었다.

준열이 기회를 엿보다가 2대 1 패스로 샬럿 FC의 수비벽을 뚫은 것이다.

툭! 툭! 파파파팟!

준열은 그대로 가볍게 드리블을 치며 앞으로 올라갔고, 그런 그의 앞을 샬럿 FC의 센터백 토레스가 막아섰다. 토레스는 피지컬이 뛰어났고 눈치가 빨랐다. 하지만 그런 토레스도 준열을 막지 못했다. ‘아차’하는 사이 준열이 토레스를 통과해 버린 것이다.

‘드래그 백?’

축구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유용한 기술에 당해 버린 토레스는, 그렇게 자신의 옆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준열을 보면서 속으로 혀를 찼다. 일체 페인트가 없다보니 되레 토레스가 거기에 속아 버린 것이다. 재빨리 몸을 돌린 토레스가 준열을 쫓았다.

“어어...”

하지만 토레스는 좀체 준열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드리블해서 치고 들어가는 준열의 순간속도를 토레스가 따라 잡지 못한 것이다. 토레스가 뚫리자 샬럿 FC의 골키퍼가 바로 튀어 나왔다.

파앙!

하지만 준열은 돌파만 능한 선수가 아니었다. 정확한 패스만큼이나 슈팅도 가능한 그가 더 안으로 치고 들어 갈 것처럼 하다 그대로 슈팅을 때려 버린 것이다. 샬럿 FC 골키퍼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말이다.

‘늦었다.’

제대로 허를 찔린 샬럿 FC 골키퍼. 다급히 몸을 틀어 몸을 날렸지만 늦었다.

출렁!

“와아아아....”

경기장 한쪽. 뉴욕 시티FC를 응원하는 팬들의 함성이 일었다. 반면 경기장의 가득 메운 샬럿 FC 홈팬들은 망연자실해서 다들 할 말을 잊고 있었다.

* * *

후반 10분에 터진 준열의 골로 인해 샬럿 FC 선수들이 급해졌다.

“이리로....”

그 중 샬럿 FC의 골을 거의 전담하고 있던 공격수들인 레온과 카를로스는 자신에게 어서 패스를 하라고 팀 동료들을 재촉했다.

경기가 끝나려면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동점골로 끝낼 상황이 아니었다. 역전골까지 넣으려면 동점골을 넣는 것이 시급했다.

샬럿 FC 선수들도 그걸 알기에 가급적 빠른 템포로 레온과 카를로스에게 패스를 넣어 주려 했다.

촤악!

하지만 그런 그들의 조급함을 잘 간파하고 있었던 준열이 몸을 날려서 중간에 그 패스를 끊었다.

“저, 저런....”

패스가 끊기면 축구에서 바로 찾아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역습 찬스! 상대에겐 위기가 찾아 들었다.

준열은 바로 뉴욕 시티FC의 전방 공격수에게 킬 패스를 찔러 넣었다. 다른 찬스보다 이런 역습 찬스에 강점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뉴욕 시티FC의 스트라이커 마이클이었다.

“막아!”

하지만 준열에게는 당했지만 샬럿 FC의 센터백 토레스는 자신의 왜 MLS 수비수 중에서도 최상의 선수로 꼽히는지 그걸 증명했다. 개인기로 자신을 돌파한 마이클을 쫓아서 그가 슈팅을 때리기 전 완벽한 태클로 공을 걷어 낸 것이다.

자칫 백태클로 퇴장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토레스는 정확히 공만 건드렸다. 주심이 그걸 근처에서 다 보고 있었는데 마이클은 반칙이 아니냐며 심판에게 거세게 항의를 해 샬럿 FC 팬들의 원성을 샀다.

준열이야 워낙 빨라 쫓을 수가 없어서 당했지만 마이클 정도의 공격수는 얼마든지 막아 낼 수 있는 토레스였다. 그것도 모르고 몇 차례 더 깝죽거렸던 마이클은 그때마다 토레스에 막혔고 좌절을 맞봤다. 하지만 그 사이 시간을 흘렀고 후반도 채 5분도 남지 않은 상황.

이대로라면 샬럿 FC가 1대 0으로 이기는 게 아니라 1대 0으로 지게 생겼다. 샬럿 FC 감독은 다급히 남은 한 장의 카드를 꺼냈다. 과감히 수비수를 빼고 공격수를 넣은 것이다. 당연히 수비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었지만 샬럿 FC의 감독은 토레스와 소리아노라면 남은 시간 동안 샬럿 FC의 수비를 책임져 줄 것으로 보았다. 그렇게 공격수가 더 보강 되면서 샬럿 FC는 경기 종료 직전 득점 찬스를 잡았다.

공격형 미드필더 카를로스가 뉴욕 시티FC의 수비벽을 뚫고 기어코 중거리 슈팅을 때려냈는데 그 공을 뉴욕 시티FC 골키퍼가 겨우 막아냈다. 하지만 제대로 잡지 못한 공이 흘러 나왔고 그 공을 레온이 골대 안으로 툭 차 넣은 것이다.

“우와아아아아...”

경기가 끝나가는 타이밍에 터진 이 동점골에 샬럿 FC 팬들이 홈구장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내질렀다.

* * *

패배를 직감하고 있던 샬럿 FC 홈팬들이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를 불과 코앞에 두고 동점 골이 터졌다.

“레온! 레온!”

“역시 우리 해결사는 레온이야. 하하하하.”

샬럿 FC 팬들은 연신 레온을 연호하고 그를 칭찬하기 급급했다. 그런 가운데 뉴욕 시티FC 선수들은 다들 넋이 나가 있었다. 하긴 다 이긴 경기를 이렇게 놓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뉴욕 시티FC 선수들 중에는 준열이 있었다. 그는 전광판을 보고 후반전 시계가 멈춘 걸 확인했지만 서둘러 공을 들고 센터포트에 갖다 놓고 주심을 쳐다봤다. 경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기심이 라인 앞에서 표지판을 치켜들었다. 추가 시간 3분.

“삐이익!”

동시에 주심이 경기 재개 휘슬을 불었다. 준열은 직접 킥오프 후 샬럿 FC 진영으로 제일 먼저 넘어갔다. 그런 준열을 보고 뉴욕 시티FC의 스트라이커 마이클이 뒤늦게 그를 따라 중앙선을 넘었다. 그때 킥오프 된 공을 받은 뉴욕 시티FC의 미드필더가 곧장 준열을 향해 공을 차 넣었다.

“압박해!”

당연히 최고 경계 선수인 준열을 그냥 둘 샬럿 FC 선수들이 아니었다. 준열은 자신에게 달라붙는 샬럿 FC 선수 두 명을 몸싸움으로 버티며 자기 앞으로 떨어진 공을 발을 뻗어 잡아냈다.

파팟!

그러자 준열 양쪽의 샬럿 FC 선수들이 그 공을 향해 발을 뻗어 왔다. 준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툭 하니 공을 앞으로 밀어 놓고 그대로 상체를 숙인 체 내달렸다.

“어엇!”

준열을 집중 마크 중이던 샬럿 FC 선수 두 명은 이때 시선이 온통 공에 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준열을 잡는 것을 놓쳤고, 뒤늦게 손을 뻗었을 때 준열은 이미 두 어 걸음 앞에서 달리는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와아아아...”

준열이 마크 중이던 샬럿 FC 선수 두 명을 그대로 통과해서 샬럿 FC의 페널티 박스로 내달리자 경기장 한쪽에서 원정 온 뉴욕 시티FC 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반면 샬럿 FC 팬들은 다들 긴장한 얼굴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파앗!

준열은 뒷걸음질 치며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샬럿 FC 수비를 판나로 제치고 그대로 페널 박스로 들어가려 했다.

촤아아악!

그때 거친 태클이 가해지면서 준열의 다리가 뭔가에 걸렸다.

“아악!”

준열은 비명과 함께 그라운드를 나뒹굴었다. 그런 준열의 시야에 준열에게 태클을 가한 샬럿 FC 선수가 보였다. 샬럿 FC의 수비수, 센터백 토레스였다. 그런데 그가 반칙을 범한 위치가 패널티 박스 바로 앞이었다. 준열이 위험지역 안에 들어가기 전에 토레스가 반칙으로 끊어 낸 것이다.

“쳇!”

준열은 아쉬워하며 몸을 일으켰다. 당연히 다리는 살짝 절뚝거리면서. 당연히 주심은 반칙을 선언한 상태. 준열이 힐끗 전광판을 보니 주어진 추가 시간에서 1분이 흘러 있었다. 준열이 1미터만 더 앞에서 반칙을 당했다면 페널티킥을 얻어 냈을 테고 그럼 경기는 가볍게 뒤집을 수 있었을 터. 하지만 주심은 이미 뉴욕 시티FC가 프리킥을 찰 위치까지 정해 놓고 있었다.

준열은 그곳에 공을 갖다 놓고 빤히 전방을 주시했다.

“어디 막을 테면 막아 봐라.”

준열은 한국말로 그렇게 중얼거린 뒤 주심을 쳐다보았다. 그때 주심이 휘슬을 불었고 준열은 가볍게 발을 내딛었다. 경기장의 모든 시선이 준열에게 집중 된 그 순간 준열의 발등이 공을 강타했다.

뻥! 슈우우웅!

파공성과 함께 준열이 찬 공이 먼저 훌쩍 샬럿 FC 선수들의 벽을 넘었다. 그리곤 살짝 옆으로 휘어지는 공.

“헉!”

그 공을 보고 샬럿 FC 골키퍼가 황급히 몸을 날렸다. 역동작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샬럿 FC 골키퍼가 과부하가 걸린 몸을 비틀어서 공을 향해 몸을 던졌던 것이다. 만약 준열의 슈팅이 빨랐다면 골키퍼는 그런 행동을 취하지 못했을 터. 하지만 준열이 찬 공은 스핀을 먹고 휘어짐이 심한 대신 그 속도가 느렸다. 때문에 샬럿 FC 골키퍼는 이를 악물고 손을 내뻗었다. 그 손에 준열의 찬 공이 닿을 것 같았다.

철썩!

하지만 샬럿 FC 골키퍼가 내 뻗은 손에 준열이 찬 공은 닿지 못했다. 스핀을 먹은 준열의 공이 골키퍼 손 아래로 뚝 떨어져 버린 것이다.

“아아....”

손을 조금만 더 밑으로 내렸어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샬럿 FC 골키퍼도 휘어져 골대로 들어오던 그 공이 다시 골문 앞에서 아래로 꺾여 떨어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

“와아아아...”

경기장 한쪽 뉴욕 시티FC 원정 팬들은 난리가 났다. 반면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대부분의 샬럿 FC 홈팬들은 절망에 빠졌다.

“빨리....”

그나마 샬럿 FC 선수들 중에 이성을 잃지 않고 있었던 선수가 있어서 공이 곧장 센터서클로 날아갔고 빠르게 경기가 속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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