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858화 (85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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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타미라가 정신 없이 밀린 일을 처리하고 있을 때, 구단 사무실을 빠져 나와서 곧장 양키 스타디움의 주차장으로 이동한 닉 감독. 그가 곧장 자기 차에 타면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Fuck!"

그리곤 욕설을 내 뱉고는 곧장 차 안에 있던 자신의 담배 케이스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지이이잉!

물론 담배 불을 붙이기 전에 차 문을 여는 걸 잊지는 않았다. 잠시 후....

“후우우우....”

그의 폐부 깊숙이 들어간 담배 연기가 그의 입에서 일자로 쭉 뿜어져 나왔다. 니코틴의 영향인지 살짝 어질했다가 이내 마음이 착 가라앉음을 느낀 닉 감독.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여기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줄 아나?”

실제 MLS 하위권 팀들 중 2곳과 중위권 팀 1곳에서 그에게 컨택을 해 왔다. 물론 만나봐야 알겠지만 하위권 팀들의 경우 내년에 강등 되고 싶지 않을 테고, 중위권 팀이야 하위권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을 테니 자신을 원하는 걸 테지. 하지만 그들이 제시할 조건이야 뻔했다.

지금 그를 자를 뉴욕 시티FC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한 수준일 테니 말이다. 그걸 알기에 닉 감독도 서둘러 뉴욕 시티FC와 재계약을 체결하려 한 거고.

재계약을 하는 마당이니 뉴욕 시티FC에서도 이전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게 확실했으니까. 그런데....

“도대체 뭐하는 여자지? 어떻게 그런 눈빛을....”

지금 생각해도 뉴욕 시티FC의 신임 대표라는 젊은 여자의 그 살기어린 눈빛은 닉 감독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됐어. 더러워서 내가 관두고 만다.”

실상은 잘린 거지만 닉 감독은 그걸 그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 자신의 생각을 구단 측보다 더 빨리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그는 몇 군데 아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구보다 말 많은 자들이니 그들에 의해 자신이 뉴욕 시티FC를 자발적으로 관둔 게 곧 세상에 널리 터질 터였다.

“....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관두겠다고. 그렇다니까. 내 발로 나왔어. 갈 데? 그야 많지. 너도 알잖아? 뉴욕 시티FC 강등 권 탈출 한 거. 어디? 그거 까지야 말하긴 좀....”

닉 감독은 그렇게 몇 군데 아는 지인과 통화 후, 마지막으로 자신의 손발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 시티FC의 코칭스태프들 중 수석코치 토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데 그 여자가 나보고 관두라고 하더군.”

하지만 다른 사람과 달리 수석코치인 토미에게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얘기했다. 왜냐하면 다른 코칭스태프들은 몰라도 토미 수석코치 만큼은 닉 감독도 반드시 자신의 곁에 있어줘야 할 사람으로 분류해 뒀으니까.

“그러니 자네도 거기 정리하고 일단 집에 가 있게. 나는 우선적으로 컨택해 온 세 곳과 접촉해 보고 그 중 제일 좋은 조건을 제시한 쪽과 계약 하고 나서 자네에게 연락할 테니까. 그래. 계약하기 전에 반드시 자네에게 연락하도록 하지.”

닉 감독은 토미 수석코치와 통화를 끝내자 곧장 차에 시동을 걸고 뉴욕 공항으로 출발했다.

* * *

뉴욕 공항으로 가는 동안 닉 감독은 자신을 원하는 MLS의 세 곳 스카우트 팀장들과 통화를 나눴다. 공통점은 세 곳 모두 자신이 뉴욕 시티FC를 관 둔 사실에 기뻐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를 대하는 세 곳 스카우트 팀장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 중위권 팀의 경우는 느긋하달 까?

한마디로 닉 감독을 그렇게 원하는 거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반면 하위권 두 팀 중 한 곳은 좀 급해보였고 다른 팀은 벌써 간을 보는 느낌이랄까? 해서 닉 감독은 자신을 제일 원하는 듯 보이는 팀이 있는 워싱턴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에 워싱턴을 연고지로 하는 MLS의 창설 초기 멤버인 DC 유나이티드의 스카우트 팀장과 만났다. 그 자리에서 닉 감독은 경악할 수밖에 없는 소리를 들었다.

“네? 오늘 당장이요?”

“네. 어제 감독님과 통화 후 저희 구단에서 긴급회의가 열렸고 그 회의에서 저희 팀 감독인 비니시우스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을 내렸거든요. 아마 지금쯤 그 사실이 비니시우스 감독에게 전해졌을 겁니다.”“허어....”

닉 감독이 기가 차 할 때였다. DC 유나이티드 스카우트 팀장이 급하게 이어서 말했다.

“조건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리 섭섭하진 않으실 겁니다. 거기에 남은 두 경기만 이겨줘서 저희 팀을 강등에서 벗어나게 해주신다면....인센티브로 100만 달러를 지급해 드릴 거고요. 물론 그 인센티브는 내년 감독님 연봉과는 별개입니다.”

“100만 달러요?”

순간 닉 감독의 두 눈이 탐욕에 물들었다. DC 유나이티드 스카우트 팀장의 말대로라면 이건 순수한 보너스였다. 물론 강등 될 것이 유력한 팀을 건져 내는 만큼 그 정도 돈이야 구단 입장에서는 전혀 아깝지 않을 테지. 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까? DC 유나이티드의 현재 전력으로....’

그때였다. 닉 감독의 머릿속에 계약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에게 연락을 하란 토미 수석코치의 말이 생각났다.

“잠깐 화장실 좀....”

“네. 다녀오십시오.”

닉 감독은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고 토미 수석코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듯 토미 수석코치가 그의 전화를 받았다. 닉 감독은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으며 누구와 만나고 있는지 사실대로 토미 수석코치에게 얘기했다. 그리고 DC 유나이티드 스카우트 팀장이 자신에게 제시한 조건도....그러자 토미 수석코치가 말했다.

-나쁘지 않은 조건입니다. 물론 다른 두 곳의 조건도 더 들어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DC 유나이티드에는 한참 미치지 못할 조건일 겁니다.

“그렇다면 자네 생각에는 내가 DC 유나이티드로 가야 한다는 건가?”

-네. 아무래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DC 유나이티드니 그런 조건에 감독님을 모시려는 거죠. 무엇보다 두 경기만 이기면 100만 달러라니....충분히 해 볼만 하다고 봅니다.

없는 소리는 일절 하지 않는 토미 수석코치였다. 그런 그가 DC 유나이티드에서 남은 두 경기를 이길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자 닉 감독의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즉 토미 수석코치에게 무슨 수가 있단 얘기였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지?”

-책임이라....그거야 제게 얼마나 떨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좋아. 그럼 반. 어때?”

-50만 달러라....나쁘지 않군요.

토미 수석코치의 대답에 웃고 있던 닉 감독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왜냐하면 나쁘지 않다는 건 좋지도 않다는 얘기니까. 잠시 눈알을 굴리던 닉 감독이 말했다.

“거기에 10%, 10만 달러 더 얹어 주지.”

그러자 바로 토미 수석코치에게서 긍정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좋군요. 그럼 지금 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습니다.

그렇게 토미 수석코치와 통화를 끝낸 닉 감독.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거 너무 키워줬나?”

하지만 당장은 토미 수석코치가 필요했다. 막말로 그가 없으면 무슨 수로 DC 유나이티드의 남은 두 경기를 이기겠는가? 곧장 화장실을 나간 닉 감독. 그가 웃으며 DC 유나이티드의 스카우트 팀장에게 말했다.

“계약 합시다.”

“하하하하.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저희 구단 사무실로 바로 가시죠.”

그렇게 닉 감독은 DC 유나이티드의 스카우트 코치와 같이 DC 유나이티드의 스카우트 팀장은 DC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이 있는 RFK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그 홈구장의 부대시설 중 한곳에 DC 유나이티드의 구단 사무실이 있었으니까. 닉 감독이 DC 유나이티드의 스카우트 팀장과 만난 곳과 RFK 스타디움은 꽤나 가까웠다. 그래서 차로 10여분 이동 후 RFK 스타디움에 도착한 두 사람. 그때 닉 감독이 DC 유나이티드의 스카우트 팀장에게 말했다.

“잠깐 담배 좀 피우고....”

“네. 그럼 저는 먼저 사무실에 들어가서 계약서 준비를 해 놓겠습니다.”

그렇게 DC 유나이티드의 스카우트 팀장이 종종걸음으로 먼저 구단 사무실로 향하고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던 닉 감독. 그의 눈에 RFK 스타디움이 보였다. DC 유나이티드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구단으로 열성 팬들이 많지만 노후된 구장 문제 등으로 흥행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한때는 로스앤젤레스 갤럭시와 더불어 가장 화려한 역사를 자랑하는 팀으로, MLS컵 우승 4회, 서포터즈 실드 우승 4회, US 오픈컵 우승 3회, CONCACAF 챔피언스 리그 우승 1회, 코파 인테라메리카나 우승 1회 등 수많은 타이틀을 획득한 명문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구단이건만 2007년에 정규시즌 1위를 마지막으로 기록한 이후로, 리그 초기 강팀으로 명성을 날린 예전의 영광에 비해서 상당히 주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는 그 중 최악으로 강등 될 위기에 몰려 있었고. 그런 팀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이 여기 왔다는 사실에 닉 감독은 짜릿하니 벌써부터 흥분이 됐다.

“아참....”

하지만 그건 그거고 확실하게 알아볼 건 알아봐야했다. 닉 감독은 바로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그를 원하고 있는 나머지 두 곳 구단의 스카우트 팀장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으음....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모든 것은 토미 수석코치의 말 대로였다. 두 구단 중 중위권 성적의 팀은 급할 게 없다며 감독 선임에 대한 얘기를 리그가 끝나고 나서 정하자며 한발 뺐고, 하위권 팀은 뉴욕 시티FC의 조건에도 못 미치는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그쪽과 저는 인연이 아닌 거 같군요. 네. 그러니까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 다시 불러주십시오.”

최대한 정중히 감독 자리를 거절했다. 그랬더니 두 구단에서는 급할 거 없다는 듯 닉 감독의 거절을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드렸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닉 감독은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토미 수석코치야.’

토미 수석코치의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자 닉 감독은 더 고민할 것도 없이 곧장 몸을 돌려서 흡연 장을 빠져 나온 뒤, 곧바로 DC 유나이티드의 구단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미리 준비 되어 있던 계약서에 거침없이 사인을 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맡겨 주십시오. 실망 시켜드리는 일 없도록 잘 하겠습니다.”

닉 감독은 구단 대표와 악수 후 바로 필드로 나갔다. 필드에는 DC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이 훈련 중이었는데 그들과 간단히 인사 후, 닉 감독은 선수들 프로필부터 살피며 당장 내일 있을 리그 37라운드 경기의 전술과 선발명단 작성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그러나 닉 감독에게는 토미 수석코치가 있었다. 닉 감독은 곧장 토미 수석코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DC 유나이티드는 4-4-2를 주로 쓰는 팀이니까 그에 맞게 내일 선발명단을 작성하시면 됩니다. 일단 메일로 선수들 프로필을 보내주시면 제가 선발명단 작성해서 답 메일로 바로 쏴 드리겠습니다.

“오오. 그래 주겠나? 고마워.”

-지금 비행기 타니까 6시쯤 DC공항에 도착할 겁니다.

“알았네. 내가 마중 나가지. 자세한 건 저녁 같이 먹으면서 얘기하도록 하고.”

-그러시죠.

그렇게 토미 수석코치와 통화를 끝낸 닉 감독. 그는 토미 수석코치가 요구한 DC 유나이티드의 선수 프로필을 토미 수석코치의 메일 주소로 바로 보내 주었다. 그랬더니 30분쯤 뒤 토미 수석코치로부터 답 메일이 왔고 확인하니, 내일 DC 유나이티드의 선발명단을 토미 수석코치가 작성해서 보내왔다.

닉 감독은 그 선발명단을 오후 훈련을 끝낸 선수들에게 보여주고는 곧장 RFK 스타디움을 나와 DC 공항으로 향했다.

* * *

워싱턴 DC 공항에서 토미 수석코치를 픽업한 닉 감독은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가서 그곳에 따로 토미 수석코치의 방을 잡아주었다. 그리곤 그곳 호텔 레스토랑에서 토미 수석코치와 같이 저녁을 먹었다. 그러다가 토미 수석코치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다.

“뭐? DC 유나이티드의 마지막 경기 상대가 뉴욕 시티FC라고?”

“모르셨습니까?”

“어어. 강등 탈출만 내내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었거든. 으음. 그래서 DC 유나이티드가 나를 감독으로 선입한 건가?”

닉 감독도 이제야 왜 DC 유나이티드가 이렇게 급하게 자신을 감독으로 선입한 것인 그 이유를 알거 같았다. DC 유나이티드의 강등 성패를 좌우할 마지막 38라운드 원정 경기 상대가 다름 아닌 그가 엊그제까지 이끌었던 뉴욕 시티FC 였기 때문에. 그러니 뉴욕 시티FC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닉 감독이라면 요즘 제대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뉴욕 시티FC를 꺾어 줄 수 있을 거라 본 것이다. 그 결과로 DC 유나이티드는 강등을 면하고 말이다. 바로 누이좋게 매부 좋은 게 이런 걸 말하는 걸 테지. 하지만 뉴욕 시티FC에 백준열이 있는 한 그런 결과가 나올 리 없었다.

“하아아....”

그걸 아는 닉 감독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올 때였다. 그런 그에게 토미 수석코치가 말했다.

“그렇게 한숨 쉬실 필요 없습니다. 감독님.”

“뭐?”

“준열은 마지막 경기에 나오지 않을 테니까요.”

“그, 그게 정말인가?”

“네. 제가 이 두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준열이 자기 입으로 마지막 홈경기는 뛰지 않을 거라고 말한 걸 말입니다.”

“됐어. 그럼 된 거야. 크하하하하.”

백준열이 빠진 뉴욕 시티FC. 그건 햄버거에 패티가 빠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DC 유나이티드의 전력으로 충분히 패티 빠진 햄버거, 뉴욕 시티 FC를 잡을 자신이 충분히 흘러넘치는 닉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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