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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조직 내에서도 성질 급하기로 유명했던 멘시니였다. 그런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그 여자 킬러를 찾아냈는데 가만있을 리 없었다.
“뉴욕 시티FC의 대표라고?”
신문에 그녀가 누군지 읽고 난 멘시니는 곧장 뉴욕 시티FC의 구단 사무실이 있는 양키 스타디움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고장 뉴욕 뒷골목의 마약 상이자, 감옥을 수차례 들락거렸던 전과자에다가, 아놀드 바르시니 조직의 중간 간부이기도 한 그가 뉴욕 시티FC의 대표를 만날 수는 없었다. 아니 구단 경비업체 직원들에 의해 쫓겨났다. 하긴 누가 봐도 위험스러워 보이는 멘시니를, 경비들이 구단 사무실 안으로 통과 시켜주는 게 더 말도 안 될 일이었다.
“이것들이....”
경비들에 의해 쫓겨난 뒤 멘시니는 제대로 꼭지가 돌았다.
“바드득! 어디 두고 보자!”
그래서 즉시 자신의 관할 조직 아지트로 달려가서 자기 밑에 조직원들을 소집했다. 조직원들을 동원해서라도 그 구단 사무실을 뒤집어 놓고 그 안에 그년을 만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안 됩니다.”
“뭐?”
조직원들이 그의 명령을 거부했다. 이것은 하극상으로 범죄 조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있었다.
“보스께서 전 조직원들에게 따로 지시가 있기 전까지 일체 움직이지 말라는 한 거....잊으셨습니까?”
“아아....”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보스인 아놀드 바르시니가 전 조직원들에게 그런 지시를 내리긴 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여자 킬러 잡을 생각에 온통 정신이 없었던 멘시니는, 그 지시를 아직 보스가 철회하지 않은 것은 몰랐던 것이다.
“젠장....”
보스가 직접 내린 지시였다. 그걸 어기고 조직원들을 동원해서 그 구단 사무실을 뒤집어 놓으면 그 뒷감당은....
아무리 멘시니가 보스의 신임을 받고 있다지만, 그 정도 뒷감당이 가능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아들 복수를 하려다 자신이 죽을 수는 없는 노릇. 멘시니는 아쉽지만 조직원들을 이용하는 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여자 킬러를 잡는 걸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멘시니는 인맥을 총 동원해서 그 여자 킬러에 대해 알아봤고, 그녀가 어디서 살고 있으며 몇 시에 출근하고 그 출근 루트가 어딘지를 알아냈다.
“오오! 미드타운 사우스 쪽에서 6th로 가는 도로에는 샛길이 많지. 그렇다면....”
그 여자 킬러가 탄 차량을 샛길에서 튀어나와서 그대로 받아버린 다음 그 여자 킬러를 납치하면 될 거 같았다.
성질 급한 멘시니. 그는 될 거 같으면 저지르고 보는 무대포 성향의 인물이었다. 되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성공하면 그 여자 킬러의 신병을 확보하게 될 것이고, 실패하면 그대로 내 빼면 될 일이었으니까. 그 과정에서 주위에 어떤 피해와 생기고, 사람이 다치거나 죽어나가던 말든 그건 멘시니가 신경 쓸 일이 전혀 아니었다.
* * *
다음 날 아침. 멘시니는 미드타운 사우스 쪽에서 6th로 가는 도로로 진입하는 샛길에 차를 대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손에 무전기 하나가 쥐어져 있었고 ,그 무전기에서 이내 그가 기다리던 소리가 흘러나왔다.
-치익! 지금 그 차가 호텔을 빠져 나왔다.
“빨리 따라 붙어.”
-치익! 알았다.
“이봐. 내가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지?”
-치익! 당연하지. 헨리 빵가게 앞이라며?
“맞아. 거기 옆 샛길을 지나갈 때 연락 줘.”
-치익! 그러지.
그렇게 무전기 끼리 통화가 끝나자 멘시니는 차에서 내려서 좀 전 무전 통화를 할 때 언급 되었던 헨리 빵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갓 구운 빵과 커피를 챙겨 든 멘시니가 도로 차에 탔다.
도로 한쪽에 차를 대는 건 불법 주차다. 하지만 뻔뻔한 멘시니는 그런 것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빵! 빵!
당연히 멘시니의 차 때문에 차선 하나가 막힌 것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 그러나 멘시니가 차창 밖으로 권총을 꺼내 보이자, 다들 기겁하며 멘시니 차 옆을 지나치기 급급했다. 그런 가운데 시간은 흘렀고....
-치익! 그 차가 미드타운 사우스 6th 도로로 막 진입했다.
무전기에서 도미닉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도미닉은 멘시니의 오랜 친구로 최근 흥신소를 차린 친구였다. 그러니까 멘시니가 자신의 조직원을 동원할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친구 녀석의 손을 빌리게 된 것이다.
다행히 추적은 잘하는 녀석인지라 출근하는 여자 킬러의 차의 뒤를 쫓아서 자신에게 그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알았다.”
바로 옆 샛길을 통과하면 그때 연락하라고 했더니, 쓸 데 없는 녀석의 연락에 멘시니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미드타운 사우스 6th 도로로 그 차가 막 진입했다면 여기까지 오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을 터.
멘시니는 도미닉의 무전에 대답을 하고는 지금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멘시니가 기다리길 7분 쯤 지났을까?
-치익! 옆 샛길 통과했다.
도미닉이 무전을 보내왔다. 그리고 멘시니가 그토록 기다리던 말을 내뱉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멘시니는 그대로 자기 차의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부아아아앙!
그의 차가 빠르게 샛길 도로를 내달렸고 붉은 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큰도로로 내달렸다. 그런 그의 눈에 검정 캐딜락 리무진이 보였다.
“잡았다.”
운이 좋았달 까? 멘시니는 자신의 예상대로 자기 눈앞에 그 여자 킬러가 탄 게 확실한 검정 캐딜락 리무진의 정 가운데를 자신의 차로 정확히 들이받았다.
쿠콰아앙! 퍼어엉!
당연히 멘시니가 탄 차량에도 데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운전석의 에어백이 터지면서 주먹으로 안면을 제대로 얻어맞은 거 같은 충격 속에서 멘시니는 머리를 흔들면서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리고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서 그가 들이 받은 앞쪽 검정 캐딜릭 리무진의 상태를 살폈다.
들이 받은 충격으로 차량의 유리가 박살나 있었기에 차량 안의 상태 파악이 바로 됐다. 그런데 뒷좌석에 타고 있던 그 여자 킬러가 안전벨트를 풀고는 곧장 자신을 쳐다보는 게 아닌가?
“쳇!”
최상의 시나리오는 여자 킬러가 들이 받힌 차 안에서 의식을 잃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여자 킬러는 뒷좌석에서도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던 탓에 충돌의 여파에 피해를 입지 않았고, 더불어 누가 자신을 노리고 차를 들이 받은 것까지 간파한 거 같았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군.’
멘시니는 바로 바지 뒷춤에 꽂아 둔 권총을 꺼냈다. 자신의 아들을 난도질해 놓은 칼 솜씨로 봐서 여자 킬러와 근접전은 무조건 자신이 불리했다. 그걸 알기에 멘시니는 거침없이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어차피 소음기를 장착해 둔 터라 그가 총질을 해도 그 소리로 인해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아니 이미 도로 주변에 차와 사람들이 그를 보고 있었다. 선글라스는 끼고 있었지만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그의 모습만으로도, 경찰에선 그가 누군지 간단히 특정해 낼 터였다.
즉 더 이상 이곳 뉴욕에서 멘시니는 발 붙이고 살기 틀렸다는 얘기.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눈앞의 여자 킬러를 죽이고 멘시니는 뉴욕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Fuck! 뭐가 저리 빨라?”
멘시니의 총질 속에서도 여자 킬러는 요리조리 잘도 도망쳤고, 그가 쏜 8발의 총알 중 한 발도 그녀를 맞추지 못했다. 바로 그때였다.
팅! 팅! 촤아앙! 촤아앙!
멘시니가 서 있던 차에 구멍이 나고 그 차의 차창이 박살이 났다.
“이히익!”
기겁한 멘시니가 몸을 낮춰 차체 맡으로 몸을 숨긴 후 힐끗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쳐다보니 검은 정장 차림의 경호원으로 보이는 자들이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딱 봐도 여자 킬러의 뒤를 쫓아오던 경호원들이었다. 멘시니는 그들이 자신을 포위하려 들자 이를 악물고 자신이 타고 온 차량으로 달려가서 그 차를 몰고 어렵사리 현장을 탈출했다.
부아아아앙!
신호 따윈 무시하고 도로를 냅다 질주를 하면서 멘시니가 힐끗 백미러를 봤다. 그랬더니 역시나 그의 뒤를 쫓는 차량들이 있었다. 멘시니는 이를 악물었다. 역시나 혼자는 어려웠다. 해서 이대로 LA로 가서 거기 용병들을 데리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서 그 여자 킬러를 잡아야겠다고 멘시니가 막 생각할 때였다.
콰아아앙!
갑자기 그가 운전하던 차량이 옆으로 홱 돌더니 옆 경계석에 걸려서 차체가 벌러덩 뒤집어졌다.
“크으으윽....”
안타깝게도 앞서 자신의 차량의 에어백을 써 먹은 멘시니. 거기다가 경황 중 안전벨트도 메지 않았던 그는, 온몸에 끔찍한 고통과 함께 뒤집힌 차 안에서 그만 의식을 잃었다.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으으윽....물....물....”
멘시니는 의식이 돌아오면서 제일 먼저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그래서 물을 찾았고....
철퍼덕!
물벼락을 얼굴에 맞았다. 뭐 덕분에 약간의 물이 그의 입 안으로 들어왔는데 겨우 마른 혀에 물칠 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어쨌든 얼굴에 끼얹은 물세례에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뜬 멘시니.
그런 그의 눈에 먼지 가득한 폐공장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주위에 시커먼 인영 둘이 보였고. 아마 저 둘 중 하나가 그의 얼굴에 물을 끼얹었을 테지.
분명 차량이 뒤집어지는 교통사고를 당한 그였다. 그렇다면 깨어나면 당연히 병원에 누워 있어야 할 그가 이런 곳에, 그것도 지금 몸 상태로 봐서 전혀 치료를 받지 못한 채로 이렇게 방치 되어 있다는 건....
‘Fuck! 좆 됐다.’
그가 여자 킬러에게 하려던 짓을 고스란히 그가 당한 꼴이었다. 멘시니 자신이 여자 킬러를 납치해서 이런 곳에다 그년을 방치하고 서서히 고통 속에서 죽여 갈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신세가 바뀌었다. 되레 그가 그 꼴이 된 거 같으니....
“....크으윽....아픈데....약 좀 주지? 아니면 몰핀이라도 한 대 놔 주던가.”
어두운 폐 공장 안에서 멘시니는 자신을 감시 중인 두 인영을 향해 힘겹게 말을 늘어놨다. 그가 아파 죽겠는 가운데 이런 식으로 말을 한 것은, 그 두 감시자들을 통해서 뭐라도 알아내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
두 감시자들은 멘시니의 말에도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멘시니는 곧 알 수 있었다.
쿠르르르!
폐 공장 앞 쪽에 커다란 철문이 열리면서 일단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고....
화아아악!
갑자기 폐 공장 안이 환하게 밝혀졌다. 그 때문에 멘시니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가 눈을 떴을 때였다. 카랑카랑한 여자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저 놈이에요?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봐. 당신 왜 그랬어?”
“뭐, 뭐가 말이냐?”
“왜 내 차를 들이 받았냐는 말이야. 총질도 해 대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멘시니는 직감했다. 지금 그의 눈앞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저 금발의 여자가 누군지 말이다. 순간 멘시니의 몸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크으으으윽....”
안 그래도 성한데가 없는 몸인데 그걸 억지로 움직이려 한 탓에, 온 몸에 끔찍한 고통만 느낄 뿐....그때였다. 그 여자가 성큼 멘시니에게로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스윽!
그리고 멘시니의 귀에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겨우 고개를 들어 보니....그 금발 여자의 손에 칼이 하나 쥐어져 있었다. 그 칼을 본 순간 멘시니는 떠올랐다. 자신의 아들의 처참함 주검이 말이다. 그런 그에게 그 금발 여자가 말했다.
“네가 누군지는 천천히 알아보면 될 일....자아. 다들 그만들 나가 주실까요?”
금발 여자가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누구도 꿈쩍하지 않았는데 그때 누가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뭐라 말을 했다. 그러자 금발 여자 주위에 인영들이 우르르 폐공장을 빠져 나갔다.
“동양인?”
그제야 멘시니는 금발 여자 주위에 인영들이 죄다 동양인들임을 깨달았다. 폐 공장에 불이 밝혀진 순간 그들이 동양인들임을 알아봤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 멘시니의 신경이 온통 금발 여자에게 꽂혀 있었다보니, 그는 그녀 주변의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아시안 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하긴 그 아시안들이 다들 덩치가 미국인 남자들보다 더 컸으니, 얼굴이 아닌 서 있는 형체만 보고서 그들이 아시안 임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었다.
더불어 멘시니는 아까 자신이 말을 걸었는데도 두 감시자들이 반응을 하지 않은 이유도 이제는 알거 같았다. 영어를 모르니 그가 영어로 찌껄여 봐야 그들이 대꾸조차 않는 건 당연한 거였다. 그때 다른 아시안은 다 나갔는데 끝까지 남아 금발 여자 곁에 있던 젊은 아시안 남자가 불쑥 말했다.
“기다릴까?”
“아니. 시간 좀 걸릴 거 같아. 먼저 들어가.”
“알았어.”
그 젊은 아시안 남자는 능숙하게 영어를 썼고 금발 여자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눈 뒤 폐 공장을 나갔다. 금발 여자는 그런 그를 흐뭇하게 쳐다보다가 그가 폐 공장 밖으로 나가고 폐 공장의 문이 닫히자 그때까지 짓고 있던 입가의 웃음을 싹 지우고는 멘시니를 보고 말했다.
“자아. 이제 시작해 보자고. 참고로 내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줘.”
“뭐?”
멘시니는 지금 금발 여자가 자기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지 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해는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바로 이해가 됐다.
“끄아아아악!”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처절한 비명소리가 10분, 20분이 지나도 끊이지 않고 그의 입에서 계속 흘러나오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