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부르가 용병단?”
“아아! 생각났다. 주로 중동에서 활약하는 다국적 용병단이잖습니까? 저번 베이루트 테러에 가담한 걸로 알려진....”
“베이루트 테러라면....당시 저희 요원 여럿이 죽거나 다쳤던....그럼 그 놈들 적색수배령에다가 지명수배 된 놈들 아닙니까?”
“맞아. 그 놈들이 파키스탄에서 사라졌어.”
“사라지다니요?”
“전세기를 타고 떠났는데....이후 행적을 알 수 없어.”
“그야 그 전세기를 전 세계 공항을 대상으로 수배하면 되지 않습니까?”
방금 나온 말처럼 미국이니까 전 세계 공항을 대상으로 수배가 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리 미국이라도 그걸 하루 만에 알아낼 수는 없었다. 말 그대로 전 세계에 공항이 어디 한두 군데도 아니고 말이다. 당장 미국 만해도 CIA에서 협조요청을 해도 공항에서 그걸 받아드리는데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렸으니까. 즉 부르가 용병단을 태운 그 전세기가 하루 안에 그들이 목적지로 삼은 공항에 착륙하면 그들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CIA에는 없었다.
그들이 공중급유를 하고 하루 이상을 날아간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공중급유를 하게 되면 그 사실을 CIA에서 바로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에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 중 오늘 하루 공중 급유하는 비행기가 과연 몇 대나 될까? 공중 급유가 요청 되면 그 즉시 CIA에서 파악이 됐다.
그걸 과연 부르가 용병단이 모를까? 고로 부르가 용병단이 탄 비행기는 무조건 하루 안에, 그곳이 어디가 됐던 착륙을 할 것이 확실했다. 문제는 그 착륙할 곳이 어딘지를 CIA에서 모른다는 거고....
“지금으로서는 수배해 놓은 공항들에서 그 전세기를 찾아 저희 쪽으로 연락 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말은 부르가 용병단이 착륙한 곳이 어딘지 알아내는 데 하루 이상, 며칠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 사이 놈들이 테러라도 저지르면?”
“일단 미국 주요 공항에 대테러부대를 배치시키고 검문검색을 강화하도록 지시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내가 백악관에 가 계신 국장님께 따로 연락하도록 할 테니까.”
긴급회의랍시고 CIA의 핵심 간부들이 모였지만, 당장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보니 회의는 10여분 만에 끝이 났다. 회의를 주관했던 부국장이 제일 먼저 회의장을 빠져 나가며 자신의 핸드폰으로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그 전화를 상대가 바로 받았다.
-뭔가?
“아직 백악관이십니까?”
-그래. 국무회의 후 대통령님께서 가볍게 같이 한잔 하자고 하셔서....근데 무슨 일인가?
자신이 백악관에 들어가 있는 걸 아는 부국장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전화를 했다는 건 분명 중차대한 일이 생긴 것이다. 그걸 알기에 국장이 부국장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는 것이고.
“그게....”
부국장은 비교적 간략하게, 미국의 적대 세력으로 분류 된 다국적 용병단이 파키스탄의 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이륙한 후 그 행방이 묘연함을 국장에게 얘기했다. 그 얘기를 다 경청하자마자 국장이 말했다.
-수배는?
“전 세계 공항에 내려놓은 상탭니다.”
-빠르면 내일....늦으면 내일 모레나 돼야 알겠군. 놈들이 어디 내렸는지 말이야.
역시 펜대만 굴리는 사무실이 아니라 현장통 국장이라 그런지 지금 CIA국장인 핸드릭슨은 공항이 CIA에 협조적이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물론 공항 입장에서야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테지만, 국가 안보가 최우선인 CIA의 입장에서는 그런 공항의 미온적인 반응이 늘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급한 대로 미국 주요 공항에 대테러부대를 배치시키고, 검문검색을 강화하란 지시는 내렸습니다만....”
-잘했어. 일단 그렇게 해 놓고 기다리자고. 하아. 이것 참....사흘 안에 놈들이 사고치지 않기를 기도라도 해야 하는 건가?
“퇴근하자마자 기도부터 드리러 가야겠군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공항과 항만 주위 경찰과 군부대의 동향에, 평소보다 더 신경을 쓰도록.
“알겠습니다. 제 밑으로 오늘부터 철야에 들어가도록 지시하겠습니다.”
부국장 밑이라 함은 CIA요원들 전부가 오늘부터 퇴근 없이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간다는 소리였다.
* * *
뉴욕의 공항은 국제 여객에게 있어서 미국 최대의 관문이라는 볼 수 있었다. 이를 대변하듯 뉴욕에는 국제공항이 3개나 있었다. 바로 퀸스 남부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퀸스 북부의 라과디아 공항, 뉴저지에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 그 중 존 F. 케네디 공항은 전 세계의 편리한 장소로 거점 시 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뉴욕에 네 번째 공항으로 뉴버그 근교의 스튜어트 국제공항이 증가하는 여객에 대응하기 위한 완화 공항으로 확장 및 정비될 계획에 있었고, 이 때문에 뉴욕 뉴저지 항만공사의 사장인 테일러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런 그에게 뉴욕 공항으로 온 CIA의 협조요청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것들은 툭하면 이딴 요청이나 하고....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공항은 민감한 곳이었다. 때문에 민원이 많았고 또 그 민원 중에는 권력자나 유력 인사들도 다수였다. 그런 고위층에 시달리다보니 테일러도 면역이 된 듯 CIA의 협조요청이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현장 여건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라고 해.”
그래서 그 요청에 대한 대응을 각 공항의 현장 책임자들에게로 떠넘겼다. 그런 사장의 결정에 공항의 책임자들은 CIA의 요청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선입견이 생겼고 그로 인해 공항의 직원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자기 일에만 집중을 했다. 그렇다보니....
“저쪽이 출구니까 저리로들 가세요.”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험상궂은 사람들을 공항 밖으로 내 보내기 급급했다. 덕분에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착륙한 전세기에서 내린 부르가 용병단원들은 공항검색과 보안대를 거치지도 않고 공항의 뒷문이라고 부르는 공항버스 출입로를 이용해서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대기 중인 특정 기업 버스 두 대에 나누어 탑승했다. 그렇게 부르가 용병들이 다들 버스에 타고나자 두 대의 버스가 알아서 출발을 했고, 그들 뒤에 공항버스 출입로 밖으로 막 나온 공항버스가 있었다. 그 버스 기사가 자신의 눈앞에서 떠나가는 두 대의 버스를 보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삼명전자?”
왜 삼명전자 직원들을 실어 나르는 기업 버스가 두 대씩이나 여기 대기하고 있다가 떠나는지 버스 기사는 잘 이해가 가지 않은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공항 직원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들을 실은 버스 기사는 평소처럼 공항버스를 운전해서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때 그 공항버스보다 앞서 떠난 두 대의 기업 버스 중 앞 차에 타고 있던 부르가 용병단의 부 단장 마르틴이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데 다들 무사히 버스타고 이동 중입니다.”
-좋아. 그 버스가 앞으로 너희들이 지낼 곳으로 바로 데려다 줄 거야.
“그런데 이 버스....삼명전자 직원 버스 같은데요?”
-역시....그쪽이 그쪽 같지?
먼저 물은 건 마르틴이었는데 대답하는 상대인 카이클이 그에게 되묻고 있었다. 그러자 마르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쪽이 확실히 보이네요.”
-뭐 그쪽이면 돈 만큼은 확실히 챙겨주겠지.
“뒤탈도 적고요. 나쁘지 않은 고객입니다.”
-그야 두고 봐야 알겠지. 숙소에 도착하면 애들 일단 푹 들 쉬게 해. 너도 좀 쉬고.
“단장님은 언제 오실 겁니까?”
-준비 해 놓은 일은 끝내야지. 그 일 끝내면 여기 애들 데리고 거기로 갈게. 오늘 잘 되면 내일 갈 거고, 꼬이면 가는데 2-3일 더 걸릴지 몰라. 일단 해보고 이따 다시 연락하지.
“네. 그럼 수고하십시오.”
-그래.
여기까지가 마르틴이 카이클과 부르가 용병단의 부 단장과 단장으로 나눈 공적 대화였다. 하지만 전화를 끊기 전 도저히 못 참겠는지 마르틴이 사견을 말했다.
“단장님. 그년 잡으면 죽이지 말고 여기로 꼭 데려 오십시오.”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하지만 마르틴도 카이클도 알았다. 그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말이다. 그게 쉬웠다면 그들이 여태 복수를 못했을 리 없었으니까.
“몸조심하시고요.”
-걱정 마. 애들이 있잖아.
카이클이 걱정이 돼서 마르틴이 일부러 용병단원들 중에서도 빠릿빠릿한 놈들로 추려 보냈다. 그걸 아는 듯 카이클이 한 대답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틴은 카이클이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 걱정을 대 놓고 카이클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마르틴은 자신이 뽑아보 낸 용병단원들을 믿기로 하고 카이클과 통화를 끝냈다.
* * *
카이클이 여자 킬러를 잡기 위해 요청한 지원 인력은 다섯이었다. 마르틴은 그 다섯 중 넷을 자신이 눈 여겨 보고 있던, 최근 용병단원들 중에서 가장 센 녀석들로 추렸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로 비록 용병단에서는 골칫거리로 여겨지지만 폭파 능력 하나만 놓고 보면 최고라고 해도 될 녀석을 넣어서 뉴욕으로 카이클을 지원하라고 보냈다.
그들이 어제 뉴욕에 도착했고 오늘 카이클과 같이 그 여자 킬러를 잡기 위해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부르가 용병단의 단장인 카이클은 절대 계획 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사전 준비가 갖춰지지 않으면 그 어떤 외압에도 움직이지 않는 게 바로 카이클이었다. 대신 그가 세운 계획대로 움직이면 성공확률이 90%를 넘었다. 그런 카이클이 계획해 놓고 최고의 부르가 용병단원들과 움직이는 중이었다. 마르틴은 카이클이 그 여자 킬러를 잡을 것을 확신했다. 단지 그 여자 킬러가 보통이 아닌 만큼 사로잡는 것까지는 어렵고 죽이는 선에서 끝낼 거라고 봤다. 그 과정에서 용병단원 1-2명의 희생은 마르틴도 각오하고 있었고.
“병신 같은 새끼 하나 때문에....”
원래라면 마르틴도 카이클이 하려는 이번 일에 대해 그리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을 터였다. 한데 웬 미친 놈 하나가 최근 그 여자 킬러를 죽이려 들었다가 실패하면서, 그 여자 킬러 주변에 VIP전담 경호팀이 붙었다 지 뭔가.
그렇다면 일은 카이클이 계획을 했다고 쳐도 이쪽 희생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마 카이클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짰을 터.
앞서 말했듯이 마르틴이 카이클에게 보낸 용병단원들은 그가 아끼는 최정예 용병들이었다. 부르가 용병단의 미래라도고 할 수 있는 녀석들인 것이다. 그런 녀석들 중 죽어나가는 녀석이 곧 생길 거란 생각이 들자, 마르틴의 속에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하지만 그것을 겉으로 티 낼 마르틴이 아니었고, 그 화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마르틴은 요즘 빠진 핸드폰 모바일 게임을 시작했다.
그렇게 두 시간 가까이 게임에 몰두 한 마르틴의 귀로 근처 버스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왔습니다.”
그 말에 벌떡 몸을 일으킨 마르틴. 그가 버스 뒤쪽으로 몸을 돌려서 부르가 용병단원들에게 외쳤다.
“다들 내린다.”
그 말 후 버스 앞쪽 문이 열렸고 그 문에 제일 가까이 있던 마르틴이 가장 먼저 버스에서 내렸다. 그런 그의 뒤를 따라 부르가 용병단원들이 차례차례 내렸고, 그 사이 뒤쪽 버스로 뛰어간 마르틴이 그 버스에 있던 나머지 부르가 용병단원들도 버스 밖으로 내리게 했다. 그 뒤 부르가 용병단원들을 인솔한 마르틴은 널찍한 공터 뒤편의 건물을 보고 말했다.
“여기만큼 안전한 곳도 없겠군.”
그런 마르틴의 눈에 건물 외벽에 떡하니 그려져 있는 대기업 로고가 보였다. 그 로고의 한가운데 적혀 있는 'SamMyeong'이라는 글자를 보고 비릿하게 웃고 있던 마르틴.
“이봐요?”
그런 그 앞으로 딱 봐도 한국인처럼 보이는 동양인들이 나타났고 또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마르틴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조용히 있다가, 흔적 남기지 말고 가시오.”
“그러죠.”
마르틴도 굳이 여기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하긴 전 세계적으로 오로라 스마트폰으로 유명한 삼명전자 직원 아파트촌에 마르틴도 이렇게 오게 될지는 상상치도 못했으니까.
* * *
카이클은 미국 동부 최대 범죄조직의 보스 아놀드 바르시니가 말한 그쪽이 누군지 마르틴이 파키스탄으로 넘어간 뒤 알 수 있었다.
“뭐? 삼명건설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고 있다고?”
그뿐만 아니었다. 공항에서 대기 중인 전세기는 삼명 해양조선의 전세기였다. 그걸 숨기려고 회사로고를 지웠지만 제대로 지우지 못한 티가 전세기 곳곳에서 보였던 것. 그리고 뉴욕에 도착해서 그들을 태워가려고 대기하고 있던 버스는 삼명전자 직원 버스였고. 이렇게 그쪽이 누군지 대 놓고 티를 팍팍 내는 데 카이클도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삼명그룹이 우리에게 과연 뭘 요구할지 그게 궁금하군.”
아놀드는 그게 뭔지 알거 같은데 그자가 순순히 그게 뭔지 자신에게 말해 줄 거 같지는 않았다. 해서 카이클은 그쪽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하고, 그 전에 사소하게 자신이 처리하려고 계획했던 일부터 진행시켜 나가기로 했다. 그 일은 두 가지로 하나는 자신의 동생과 동료 용병들을 죽인 여자 킬러를 잡는 거고, 또 하나는 아놀드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