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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아파트촌에 용병들이 묵고 있는 숙소로 들어가기 전, 먼저 지하실을 찾은 타미라. 그녀는 아파트촌의 모든 방으로 공급되는 전기의 개폐기 안에 폭탄을 설치했다. 그 폭탄은 기폭장치인 리모컨으로 언제든 그녀가 폭발 시킬 수가 있었는데, 용병들의 숙소를 찾은 그녀가 은밀히 용병들을 제거해 나가다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자 바로 전기 개폐기를 폭파시켰고, 그로인해 아파트촌은 깜깜한 어둠에 휩싸였다.
처척!
그때 타미라는 준비해 온 야간 투시경을 착용했다. 그리고....
피슝! 피슝!
“크아아악!”
어둠 속에서 눈에 띠는 용병들에게 가차 없이 권총을 쏴서 그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렇게 타미라가 용병들을 10명도 넘게 죽였을 때였다. 후레쉬를 찾은 용병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손에 식칼이 쥐어져 있었다.
다행이라면 용병들에게 총기가 없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이곳으로 오는 과정에서 총기 같은 무기까지 가지고 다닐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하긴 이 정도 인원이 움직이는데 공항이며 정류소에서 그들의 소지품 검사를 소홀히 했을 리는 없었을 터.
자신들의 정체가 들키지 않기 위해서 용병들은 빈손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타미라는 그 점에 만족해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비록 식칼이지만 용병들의 손에 쥐어져 있으면, 그것도 충분히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었으니까.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휘리릭! 턱!
타미라의 옆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뭔가가 방문에 꽂혔다. 타미라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이며 방문에 꽂힌 게 뭔지 확인했다. 그랬더니 방문 위쪽에 식칼이 깊게 박혀 있었다. 용병 중 하나가 타미라를 먼저 발견하고 그녀에게 식칼을 던진 것이다.
그 식칼이 5센티만 더 옆으로 날아왔어도, 저 칼날은 방문이 아닌 그녀의 목에 박혔을 터. 타미라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리고 끼고 있던 야간 투시경을 벗었다.
저들에게 후레쉬가 있는 한 야간 투시경은 이제 그녀에게 방해만 될 뿐이었다. 야간 투시경을 낀 그녀에게 후레쉬를 비추면, 오히려 그녀의 눈에 망막이 손상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비록 수는 저들이 많았지만 그녀에게는 총기와 수류탄이 있었다. 때문에 저들을 제거하는데 자신이 있었던 타미라. 그녀가 자신을 향해 식칼을 던진 자가 있는 쪽으로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권총의 총구를 그쪽을 향해 겨눈 채 말이다.
피슝! 피슝!
그리고 먼저 총부터 쏘면서 상대로 하여금 이쪽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혼선을 주면서....
파파파팟! 데구르르!
재빨리 뛰어서 그쪽으로 몸을 던졌다. 벽 뒤에 숨어서 타미라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용병. 하지만 텀블링으로 몸을 구르고 앉아쏴 자세로 용병이 있는 벽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타미라. 그런 그녀의 민첩한 행동을 전혀 예상치 못한 용병이 할 수 있는 건 멍하니 서 있다가 놀라 손을 드는 것뿐이었다.
“으허어....살, 살려 줘.”
하지만 용병들을 다 죽이려고 여기 온 타미라가 상대가 손을 들고 살려 달란다고 해서 그 용병에게 총을 쏘지 않은 일 따윈 일어나지 않았다.
피슝!
“컥!”
그 용병의 이마 한 가운데 구멍이 뚫리면서 두 눈을 까뒤집은 용병이 썩은 고목나무 쓰러지듯 바닥으로 널브러졌다. 하지만 그쪽은 관심이 없는지 타미라는 벌써 몸을 일으켜서 다른 용병들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녀가 움직인 쪽에서 소음기 달린 권총의 총성이 연쇄적으로 울리고, 그에 따라 이어지는 처절한 용병들이 비명소리가 아파트촌의 밤의 적막을 계속 깨워댔다.
* * *
철컥! 퉁! 퉁! 퉁!
타미라는 준비해간 수류탄 까지 쓰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를 피해 아파트촌을 빠져 나가는 용병들의 등과 뒤통수에 저격총의 총알을 박아주었다. 더는 아파트 안에 죽일 용병이 없음을 확인한 순간, 타미라는 옥상으로 올라갔고 탁 트인 전망에서 도망치는 용병들을 쐈다.
누가 킬러 아니랄까? 타미라의 저격총의 방아쇠가 당겨지면 용병 한 명의 목숨이 끊겼다. 하지만 타미라 혼자서 아파트촌 안에 있는 부르가 용병단의 용병들을 다 해치울 수는 없었다. 타미라의 몸이 두 개, 혹은 세 개라면 또 모를까. 그러나 몇 명의 용병들을 놓친 타미라의 얼굴은 너무도 평온했다. 그건 그녀가 그들을 놓친 걸 전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서 그런 것과는 달랐다. 그건 마치 그들이 달아나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서 그런 여유에서 나온 것에 더 가까웠다.
“셋인가? 넷인가?”
타미라는 자신이 놓친 용병들의 수가 정확히 몇인지 그걸 궁금해 하면서 저격총을 해체해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그 가방을 들고 다른 손에는 소음기 달린 권총을 쥐고는, 이곳 아파트촌에서 유일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탕! 탕!
그녀 앞쪽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 소리에 타미라가 시선을 정면에 둔 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시작 됐네.”
그리곤 잰 걸음으로 그 총성이 일어난 쪽을 향해 움직였다.
“으아아아아....”
그때 용병 하나가 질겁해서는 헐레벌떡 타미라가 있는 쪽으로 뛰어왔다. 그런 그 용병을 향해서 타미라가 들고 있던 권총을 겨눴고, 그걸 보고도 용병은 계속 그녀에게 달려왔다. 그건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타미라보다, 그 뒤에 있는 뭔가가 용병이 느끼기에 더 두려운 존재라는 얘기였다.
피슝!
털썩!
타미라는 그 용병이 자신과 거의 다섯 걸음까지 좁혀오자 무심히 방아쇠를 당겼고, 그녀가 쏜 총알이 가슴 한 복판을 꿰뚫자 그 용병은 픽 쓰러졌다. 달려오던 기세가 있어선지 쓰러진 그 용병의 머리가 타미라의 발치에 다다라 있었다. 그런 용병을 살짝 고개 숙여 쳐다보던 타미라.
그녀는 슬쩍 몸을 틀어서 그 용병의 시신을 피한 후, 그 용병이 도망쳐 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 익숙한 얼굴의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준열?”
“벌써 다 죽였어?”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서로를 향해 물었고 또 동시에 같은 대답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어어.”
잠시 뒤 서로 한 걸음의 거리를 두고 마주 선 두 사람. 타미라가 먼저 말했다.
“놓친 놈 없지?”
그러자 준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과 동시에 그의 두 눈이 그녀의 몸을 빠르게 훑으며 물었다.
“어어.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몸에 멍도 좀 들고 관절이 좀 결리기는 한데....뭐 이렇게 보다시피 괜찮아.”
타미라는 자신의 건재함을 눈앞의 준열에게 팔다리를 움직여 보이며 증명을 했다.
“휴우....다행이다. 그리고 이거....돌려줄게.”
그걸 보고 준열이 안도해하며 자신의 손에 쥐고 있던 권총을 타미라에게 건넸다.
* * *
준열은 자신이 있는 쪽으로 무턱대고 달려오고 있는 남자 둘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이때 준열은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기에, 두 남자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뛰어오기 급급했다. 그런 그들이 5미터까지 다가오자 준열은 방아쇠를 당겼다. 워낙 근거리라 준열이 두 번의 방아쇠를 당기자 두 남자의 앞 가슴이 피탄 자욱이 생겼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허억!”
그때 그 남자들 뒤에서 경악성이 터져나왔고 준열이 그쪽을 쳐다보자 두 명의 남자들이 더 있었다. 그들과 준열의 거리는 대략 10미터 정도. 준열은 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눴고 두 남자는 기겁하며 몸을 돌려서, 자신들이 달려 온 쪽으로 내뺐다.
탕!
그때 준열이 겨냥하고 있던 두 남자 중 한 명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크아아악!”
엉덩이에 총을 맞은 남자가 벌러덩 앞으로 자빠지며 나뒹굴었다. 그 사이 다른 쪽 남자가 홱 방향을 틀면서 내 뺐고 준열이 재차 그자를 향해 총구를 겨눌 때, 그자는 아파트 외벽 코너로 사라졌다. 그걸 보고 준열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귀찮게.”
그리곤 그 자가 사라진 외벽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고 얼마 후 그 자가 타미라의 총에 맞아 죽는 걸 봤다. 준열은 곧장 타미라에게 다가갔고 그녀와 마주섰다. 그리고 둘 사이에 서로 얘기를 주고받았는데....
“몇 명이었어?”
“뭐가?”
“네가 처리한 용병 말이야.”
“아아. 3명!”
“그럼....내가 죽인 놈까지 합쳐서 4명이었네. 내가 놓친 용병이.”
타미라는 자신이 아파트촌에서 제거하지 못하고 놓친 용병이 몇 명인지 그게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준열에게 준 권총을 돌려받으며 그녀가 불쑥 물었고, 그의 대답에 타미라는 자신이 놓친 용병이 4명임을 알고는 뭐가 그리 좋은지 웃었다. 당연히 준열은 그 웃음의 의미를 타미라에게 물었다. 그러자 타미라가 별거 아니라면서 준열의 궁금증을 곧 풀어줬다.
“뭐? 내기?”
타미라가 그녀 자신과 내기를 했단 거다. 그녀가 놓친 용병이 3명인지, 4명인지를 두고서 말이다. 그녀의 선택은 4명이었고 그게 맞자 기뻐서 웃음이 나왔다는 것. 그 말을 듣고 난 준열이 어처구니 없어하며 타미라를 쳐다 볼 때였다. 바지 주머니 속에 넣어 둔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누구 전화인지 확인한 그가 타미라에게 말했다.
“전화 좀 받고 보자고.”
그 말 후 한쪽으로 걸어간 준열. 그가 심각한 얼굴로 통화하는 걸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타미라, 그녀가 눈빛을 반짝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라? 한국말로 통화하네?”
사실 타미라가 준열에게 말하지 않고 있지만 그녀는 한국말을 제법 잘했다. 군부대에 있을 당시 주한미군으로 한국에서 2년 동안 복무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녀는 딱히 준열에게 들키지 않게 한쪽 귀를 쫑긋 세우고 그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그때 준열이 짜증 섞인 어투로 내뱉은 한국 말 중에 가급적 빨리 한국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듣고서 타미라의 얼굴이 굳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준열이 남자로서 좋기는 하지만 그를 따라 한국에 들어가서 같이 그와 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잠시 후 통화를 끝내고 돌아온 준열. 그가 표정이 좋지 않은 타미라를 보고 물었다.
“왜? 너 자신과의 내기에서 이겼다면서?”
“내기에서 이긴 건 이긴 거고. 너 곧 한국에 들어갈 거냐?”
타미라의 다이렉트로 훅 들어오는 질문에 준열이 움찔 놀라며 그녀에게 말했다.
“너 혹시 좀 전 내 통화 엿 들었어?”
“어어. 뭐....어쩌다보니....”
“....그랬군.”
그런데 준열이 너무도 태연하게 타미라가 자신의 통화를 엿들은 것에 대해 별거 아닌 반응을 보이자, 오히려 타미라가 어리둥절해 하며 그에게 물었다.
“내가 한국말 할 줄 아는 거....너는 놀랍지 않아?”
그러자 준열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거? 나도 김 비서도 이미 알고 있었어. 네가 한국말 할 줄 안다는 거.”
“뭐?”
“김 비서와 한국말로 얘기할 때 네가 알아듣는 거 같아서 김 비서에게 물었더니, 그녀가 그러더라고. 타미라가 한국말 할 줄 아는 데 모르는 척 하는 거 같다며....그녀가 스스로 털어놓기 전에는 우리도 모른 척 해 주자더라고. 그래서 그러자고 했지.”
“허얼....이걸 두고 한국말로....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거지?”
“와아....너 진짜 한국말 잘한다.”
준열이 신기해하며 자신을 쳐다보자 그게 부담스러웠는지 타미라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렇게 보지 마. 그런다고 너 따라서 한국 들어가서 살 생각 없으니까.”
타미라의 그 말에 준열의 머릿속에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디링! 당신의 서양 여자 타미라를 잘 설득해서 한국으로 데려 가세요. 성공 시 개지수 30포인트와 유용한 새로운 스킬 하나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 * *
‘이게 무슨 개소리야?’
준열은 타미라를 상대로 시스템이 제시한 미션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왜냐하면 타미라는 시스템에 등록 된 그의 여자였다. 그 말은 그의 말에 맹목적으로 따라야 하는데, 그녀가 그를 따라 한국에 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부를 승낙하게 만들라는 게 시스템의 미션이었고.
그러고 보니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 타미라가 유독 준열에게 반항적이긴 했었다. 하지만 준열이 잘 얘기를 하면 따랐기에 그냥 성격이 그런가 보다 했었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자신의 여자이면서 타미라는 달랐다.
“그건....차차 얘기하고 호텔로 가자. 쥬리와 미스 김이 기다리겠다.”
준열은 시간을 두고 이점에 대해 시스템에게 따지기로 하고 일단 타미라를 데리고 호텔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 준열의 말에 타미라도 순순히 그러자고 했다. 둘은 각자 아파트촌 안으로 타고 들어 온 오토바이와 차로 갔고, 같이 삼명전자 직원 아파트촌 입구 출입게이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차단기 앞에서 그곳 관리인들에게 당부하듯 말했다.
“휴먼 클리닝이란 청소회사 사람들이 곧 올 겁니다. 문 열어주고 그들도 우리처럼 기록 남기지 않도록 하세요.”
“네. 부회장님.”
관리인은 대답 후 차단기를 올렸고 준열의 차와 타미라의 오토바이가 출입게이트를 빠져 나가자 차단기가 다시 내렸다. 그로부터 10여분 뒤 검은 승합차 한 대가 나타났고, 차 옆에 광고 랩핑이 되어 있었다. 거기 휴먼 클리닝이란 회사명을 본 관리인은 두말없이 차단기를 열었고, 승합차가 조용히 아파트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30분 쯤 뒤 다시 나왔는데 그 승합차가 나오고 나서 관리인은 준열과 타미라, 그리고 휴먼 클리닝 차량이 나오는 대목의 CCTV 화면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에이C....이걸 언제 다 지워?”
성질이 난 관리인. 그는 아예 오늘 밤에 아파트촌에 찍힌 CCTV영상을 싹 다 지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