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915화 (91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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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내 능력들은 대개 레벨 업이 되면서 업그레이드가 된다. 하지만 가끔 레벨 업이 되지 않아도 무슨 이유에선지 업그레이드가 될 때가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 시스템은 이렇다 할 해명이나 설명 따윈 내게 해주지 않았다.

‘뭐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그런 거겠지.’

나는 그에 대해 쿨하게 받아드렸다. 시스템과 나는 그 동안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그 기 싸움에서 대개는 내가 이겨왔지만 몇 번은 내가 지기도 했다. 그 동안 내가 시스템과의 싸움에서 유리했던 건 순전히 견신이 내 편 이었기 때문. 하지만 요즘 들어 견신이 내게 소홀해진 틈을 타서 시스템은 나를 교묘히 가스라이팅 하기 시작했다.

내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것을 지양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그 동안 시스템의 체계를 구축해 온 것이다.

그걸 내가 간파했을 때 나는 더는 시스템이 쳐 놓은 그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일상에, 특히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는 데 있어 시스템은 그 어떤 훼방도 놓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시스템에 반항하지 않고 내 삶을 살아가는 중이었고.

즉 지금에 있어 나는, 갑자기 나타나서 내게 호감을 드러낸 견신을 믿고 깝죽거리다가는 좆 될 수 있었다.

내가 봤을 때 견신의 나에 대한 관심은 반짝 호기심일 공산이 컸다. 그러니 지금은 시스템의 눈치를 보면서 녀석의 심기를 건드리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옳았다.

얘기가 옆으로 좀 새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내 미래 예지몽의 능력이 최근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좋은 쪽으로 말이다. 비록 그 범위가 1년 내로 한정 되었지만, 내가 원하는 쪽을 지정해서 예지몽을 꿀 수 있다는 게 어딘가?

그러니까 내가 김종훈 부장을 지목하고 잠이 들면, 그가 내년에 어떤 활약을 할지를 내 기준에서, 나는 그걸 미리 살펴 볼 수 있는 거다.

실제 나는 양키 스타디움으로 이동 중에 비앙카 남을 상대로 그 능력을 써 봤다.

그랬더니 내 꿈속에서 비앙카는 늘씬한 미녀로, 나와 같이 한국으로 들어가서 내가 삼명그룹 회장 자리를 지키는 데 있어 맹활약을 펼쳤다.

재미있는 건 그 꿈이란 게 내가 5분 정도 설핏 졸았을 뿐인데, 그 사이 나는 비앙카가 내년에 나를 위해 어떤 활약을 했는지 다 알 수가 있었단 거다.

‘이거 완전 사기능력이네.’

당연히 나는 이미 날씬해져 있는 비앙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업그레이드 된 미래 예지몽 능력을 그녀에게 써 본 게, 지금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 그녀 살을 어떻게 뺄지에 대한 난제를 해결할 해법이 된 셈이었다.

그렇게 나는 비앙카를 어떻게 하면 날씬하게 만들지에 대한 해답을 얻은 채, 타미라가 있는 뉴욕시티FC의 구단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런 나를 구단 사무실 안의 직원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봤는데, 나는 이곳을 잘 알았기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타미라가 있는 대표실 쪽으로 향했고....대표실 앞에서 노크를 했다.

똑똑똑!

그러자 안에서 타미라의 하이톤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요.”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대표실 문을 열었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노크 한 사람이 나인 줄 알았다는 듯 타미라가 말했다.

“저기 앉아.”

타미라는 책상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턱짓으로 가리킨 응접 소파로 나는 곧장 걸어갔고 그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책상에서 열심히 서류를 살피고 있던 타미라가 내게 물었다.

“차 마실 래?”

“아니. 됐어.”

먹고 마시는 건 비앙카와 함께 한 점심 식사 때 지겹게 했다. 지금의 나는 물 한 모금 먹기도 싫었다.

“그럼....5분만 기다려.”

그 말에 나는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 하지만 5분이라는 시간을 멍 때리고 앉아 있긴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해서 나는 또 다시 내 미래 예지몽의 능력을 사용했다. 그 대상은....

* * *

“....어이....정신 차려!”

타미라가 준열을 흔들어 깨웠다. 그녀는 기가 차다는 눈으로 준열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소파에 앉은 채 잠이 들었는 준열은 잠에서 깨자, 싱긋 웃으며 자신의 눈앞 타미라에게 말했다.

“5분 지났어?”

“어어. 미안. 일 하다보니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7분이 더 걸렸네.”

“아니. 됐어. 덕분에 필요한 건 다 알아냈으니까.”

“뭐?”

당최 준열이 하는 말이 무슨 소린지 이해하지 못하는 타미라. 그럴 만도 했다. 준열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니, 애당초 그녀가 준열을 이해하는 거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걸 알기에 준열은 굳이 타미라를 이해시키는 것보다 말을 돌리는 쪽을 선택했다.

“그래서. 나보고 뭘 도와 달란 건데?”

“아아. 그게....”

타미라는 준열 앞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기 책상으로 돌아가서 책상 위의 서류더미에서 일부 서류를 들어서는 그걸 챙겨 들고 준열 쪽으로 왔다. 그리고....

“여기....”

준열 바로 앞의 테이블 위에 그 서류들을 올려놓고 다시 그의 맞은 편 자리에 가서 앉았다.

“이게 뭔데?”

준열이 그 서류를 살피자 타미라가 말했다.

“현 뉴욕시티FC에 소속 된 선수들 명단이야. 그들 중에서 쓸 만한 선수가 있는지....네가 좀 찾아봐 줬으면 해서.”

“뭐?”

타미라의 말에 서류를 살피던 준열이 기가 차다는 듯 잠시 그녀를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그의 시선은 다시 서류 쪽을 향했고....

“....이안 델프러는 이적 시켜....도미니크는 1군으로 올리되, 부상 신경 쓰고....톰은 계약해지하고 놔줘버려.”

준열은 마치 타미라가 자신에게 이런 걸 시킬 줄 미리 알고 오기라도 한 듯 태연하게 선수 명단에서 선수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걸 놀라기는 했지만 그녀 역시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희열에 가득한 얼굴로 지켜보고만 있던 타미라. 그녀가 갑자기 준열의 말을 끊고 나섰다.

“잠깐....계약해지라니? 톰은 2군 코치진에서 1군으로 올려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진짜 유망주라고.”

“진짜 유망주? 그러면 뭘 해. 어차피 사고 칠 텐데.”

“사고?”

“그래. 녀석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음주 운전으로 문제가 됐잖아? 두 번은 운이 좋았지만 내년에는 아닐걸. 그러니까 대형사고 쳐서 구단 이미지 개박살 내놓기 전에 빨리 놔 줘버리란 말이야.”

준열의 말에 타미라는 확인 차 2군 코치 중에 그녀도 잘 아는 인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확인 결과....준열의 말 대로였다.

톰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음주 운전을 했는데 구단에서 그게 새어나가지 않게 틀어 막아줬다는 거다. 그러니까 준열의 말대로 톰은 내년에도 음주 문제로 사고를 칠 공산이 큰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대로 1군에서 뛸 수 있는 수준급 선수와 무턱대로 계약해지하는 건 구단 대표로 아쉬웠다. 그런 타미라의 생각을 읽은 듯 준열이 말했다.

“아깝다고 끼고 있다가 된통 당하는 거야. 그냥 빨리 털어버리고 속편하게 가는 게 나아.”

준열의 그 말에 타미라의 눈이 반짝 거렸다.

“너....톰이 곧, 리그가 시작되기 전에 사고 칠거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

준열은 대답 대신 침묵했고 타미라는 그걸 긍정으로 받아드렸다. 해서 바로 2군 코치에게 다시 전화해서 말했다.

“톰 말인데 당장 구단 사무실로 데려와요. 왜냐고요? 톰과 계약해지 하려고요.”

당연히 그 뒤 타미라는 2군 코치와 실랑이를 벌였다. 하지만 뉴욕시티FC의 대표는 타미라였고 그녀 뜻대로 될 수밖에 없었다. 타미라가 그렇게 2군 코치와 통화 할 사이, 준열은 그녀가 원하는 2군 선수들과 유망주들 중 내년에 1군에 합류시킬 경우, 맹활약을 펼칠 선수들을 다 분류 해 놓았다.

“여기에서는 쓸 만한 선수가....이 정도 밖에 없어. 그리고....”

준열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몇몇 축구 선수 이름을 타미라에게 언급했다. 그리고....

“그들을 데려오면 절대 손해는 보지 않을 거야.”

* * *

앞서 비앙카의 미래 예지몽 때도 그러더니 설핏 잠들었고 깨어 나보니까 10분의 시간이 흘러 있었다. 즉 준열이 지정한 후 꿈꾸게 되는 미래 예지몽의 최소 시간이 10분이란 얘기다. 그러니까 타미라가 자신이 말한 대로 5분 만에 일을 끝내고 준열을 깨웠으면....

‘내 미래 예지몽도 거기서 끊겼을 거란 얘기지.’

천만 다행으로 타미라가 5분을 더 일하면서 준열은 제대로 된 미래 예지몽을 꿀 수 있었다.

그렇게 준열이 꾼 미래 예지몽은 다름 아닌 내년 뉴욕시티FC 구단이었다. 그러자 내년 한해에 걸쳐서 뉴욕시티FC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정보들이 준열에게 쏟아져 들어왔고....

‘내년에도....우승은 못하는군.’

하지만 성적은 올해보다 괜찮았다. 하긴 올해 뉴욕시티FC의 성적은 중상위권. 말이 중상위권이지 중위권 팀들의 승점차이는 1, 2점 차에 불과했으니 사실상 뭉텅 거려서 중위권 성적으로 보면 됐다. 그랬던 뉴욕시티FC의 내년 성적은 5위로 상위권에 겨우 턱걸이 했다고 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정도 성적을 내기 위해 구단에서 쓴 돈이지.’

뉴욕시티FC는 우승을 목표로 내년에 천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쓰게 된다. 그 투자 대비 5위의 성적은 구단주 입장에서 아무래도 만족스러울 수는 없었다. 그랬기에 준열은 예지몽을 꾸고 나서 속이 좀 많이 쓰렸다. 그런 그에게 타미라가 말했다. 현재 뉴욕시티FC의 선수들 중에 내년에 제몫을 해 줄 선수를 좀 찾아달라고 말이다.

준열은 바로 자기 눈앞에 뉴욕시티FC 선수들의 명단 속에서 내년에 그나마 팀을 위해 제대로 활약할 선수들을 찾아내서 타미라에게 건넸다. 그리고....

뉴욕시티FC가 5위의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게 만든 다른 팀에서 맹활약한 선수들, 그 중에서 새로 영입된 선수들 위주로 그 선수들의 이름을 타미라에게 알려 주었다.

‘어차피 써야할 천만 달러라면....“

그 돈으로 내년에 제대로 활약할 선수들을 사는 데 쓰는 게 나을 테니 말이다. 타미라는 준열이 불러 준 그 선수들을 꼼꼼하게 자신의 수첩에 적었다. 그걸 보고 준열은 기지개를 켠 후 앉아 있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아. 이제 다 끝났으니까 난 이만 가보도록 할게.”

그 말 후 준열이 막 몸을 돌려 대표실 방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려 할 때였다.

-디링! 당신의 서양 여자 타미라가 당신에게 뿅 갔습니다. 그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사무실 안에서 상사와의 섹스라니 그걸 들어주고 보상을 챙기세요. 성공시....개지수 20포인트를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런 시스템의 미션. 거기에 요즘은 그가 자신의 여자들과 빠구리를 해도 시스템은 보상을 지급하지 않았다. 한데 갑자기 그걸 바꿔서 타미라와 여기서 빠구리시 개지수를, 그것도 20포인트라 주겠다니....

‘이건....’

견신이 준열에게 퍼주기 위해서 시스템을 압박한 게 틀림없었다. 왜냐하면 미션 설명 시 끝에 가서 시스템이 잠깐 뜸을 들였는데, 그게 다 시스템이 그렇게 하는 게 영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준열의 입장에서야 견신의 이런 호의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이는 당연히 받아드려야 했고 그 정도는 시스템도 이해해 주는 듯 했다. 예전처럼 그에게 투덜거리지 않은 건만 봐도 말이다.

* * *

타미라는 자신이 의도한 바를 알아듣고, 그녀가 필요로 하는 선수들을 척척 골라내 주는 준열이 고마우면서 그렇게 잘생겨 보일 수 없었다.

‘미치겠네. 여기가 사무실만 아니었어도....’

그녀는 준열에게 뛰어들어서 그와 뜨겁게 키스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억지로 떨쳐냈다. 그때 준열이 그만 가겠다고 일어섰고 그런 그를 타미라가 배웅하려 할 때였다. 그가 갑자기 몸을 틀어서 그녀를 보더니 물었다.

“여기 방음은 어때?”

“뭐?”

뜬금없는 준열의 질문에 어리둥절해 하던 타미라.

“너랑 여기서 하고 싶은데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갈까 봐 물어 보는 거야.”

하지만 이어진 준열의 대 놓고 노골적인 말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방, 방음을 확실해. 저번에 내가 화가나서 소리 좀 질렀는데 밖에 비서도 그 소리를 못 들었다는 걸 보면 말이야.”

“잘 됐네. 그럼 빨리 한 번 어때?”

“그, 그게....하지만 사무실에서 어떻게....”

“좋잖아? 짜릿하니. 물론 사전에 손은 좀 써 둬야겠지만.”

그 말을 하면서 준열이 책상 위에 인터폰을 쳐다봤다.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바로 알아들은 타미라가 곧장 책상 쪽으로 걸어가서는 인터폰을 눌렀다.

-네. 대표님.

그러자 대표실 밖의 비서가 즉각 대답을 해왔고, 그런 그녀에게 타미라가 말했다.

“지금부터 30분, 아니 한 시간 동안은 누구도 내 방에 들이지 마.”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표에게 볼일이 있어서 찾아 올 사람들을 한 시간 동안 차단시킨 뒤 타미라가 준열을 향해 싱긋 웃었다. 마치 ‘나 잘했지?’라고 묻듯이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 준열이 피식거리며 말했다.

“그래도....한 시간은 좀 긴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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