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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백화점 레스토랑의 VIP실에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준열이 부자인 걸아는 비앙카가 레스토랑에 들어가자 그녀를 반기는 직원에게 먼저 VIP실을 언급했던 것. 미국의 음식점은 서비스 쪽으로는 얄짤없이 돈을 챙겼다. 그러니까 VIP실을 이용하게 되면 그만큼 이용비용이 늘어나고 또 직원의 팁도 기존에 비해 2배나 더 받았다.
그러니 비앙카처럼 이렇게 알아서 직원에게 VIP실을 찾아주면, 그 직원의 입장에서는 대박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뭐 준열의 입장에서도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따로 그들만의 공간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거 자체만으로, VIP실을 이용하는데 그다지 불만은 없었고. 준열의 인생에 있어서 돈은 티끌만큼도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그때였다.
지이이잉!
누군가의 핸드폰이 울렸고 준열이 호주머니 속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곤 누구 전화인지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네. 네? 브루노가요? 벌써 녹음이라니....알겠습니다. 그럼 앨범은....정규 앨범은 한 달 뒤에....”
준열은 누군가와 통화를 했고 그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통화 후 준열이 팔짱을 낀 체 멍을 때리는 것을 옆에서 보고 김 비서가 속으로 생각했다.
‘또 시작이네. 한국에서도 그러더니....’
백준열은 사람이 달라지고 나서부터 지금처럼 가끔 눈앞의 허공을 보고 멍 때릴 때가 있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몇 번 물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마다 그는 별거 아니라며 얼버무리거나 교묘히 말을 돌려했다.
지금도 김 비서가 그를 건드리고 뭐하냐고 물으면 그 같은 반응을 보이겠지. 해서 김 비서는 준열이 멍을 때리던 말든 그쪽은 신경 끊고 자신의 눈앞에 있는 메뉴판을 살폈다. 좀 전에 급하게 주문하느라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지금보니 메뉴판은 뒤로 갈수록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많이 있었다.
“쳇....”
그래서 그녀는 추가로 더 주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음식들을 머릿속에 담기 시작했다. 그때 준열과 맞은편에 앉아 있던 비앙카가 준열이 멍 때리는 걸 이제야 본 모양이었다.
“대표님? 뭐하세요? 대체 어딜 보고 있는 거지?”
휙! 휘익!
그녀는 준열의 눈앞으로 자신의 두툼한 손을 뻗어 흔들었다. 그걸 보고 준열이 움찔 놀라면서 말했다.
“에피타이져....나올 때 되지 않았나?”
역시나 말을 돌려서 하는 준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김 비서가 피식 웃으며 보고 있던 메뉴판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녀 머릿속에 추가로 주문한 음식들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 하면서 말이다. 그때 준열의 말처럼 레스토랑 직원이 한 손에 에피타이져 음식을 들고 VIP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 다른 직원이 서빙카를 밀고 들어왔는데, 거기에는 비앙카가 시킨 에피타이져 음식들이 가득 들어 차 있었다.
에피타이져 하면 서양요리에서 식사하기 전에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을 생각하게 되는데, 실제로 미국의 음식점에서는 이를 술이나 칵테일, 와인 등의 주류나 토마토, 오렌지, 그레이프후르츠 등의 과일주스와 미네랄워터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비앙카는 이곳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식전에 가볍게 즐기는 전채 요리를 죄다 주문했다. 해서 각종 샐러드와 파이등 식욕을 증진시키기 좋은 가벼운 음식들이 차례차례 식탁 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에피타이져 중에 준열과 김 비서가 손 댈 수 있는 음식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직접 주문한 음식들에서 에피타이져는 미네랄워터 한잔이 다였으니 말이다.
* * *
준열은 자신이 미국에 새로 만든 연예기획사 쪽의 전화를 받았다. 그랬더니 그쪽에서 놀랄 소식을 전해왔다. 그건 바로 브루노 마스가 준열이 만든 노래를 지금 녹음하고 있단 거였다.
준열은 이렇게 빨리 자신의 노래가 대중에 알려지게 될 줄 몰랐다. 그래서 적잖아 당혹해 하고 있었는데....
-디링! 브루노 마스가 당신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성공 보상으로 개 지수 1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시스템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왔고, 이내 그의 눈앞에 바뀐 상태창이 떴다.
[이름: 백준열(Lv26)]
[칭호: 개백정, 정력왕]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7Up), 「개좆」(7Up)], 「개목걸이」(7Up), 「개코」(7Up), 「개방울」(7Up), 「개 알약」(역 7Up-1일 40회, 외상과 절반정도의 내상(체내 4기 종양, 절반정도의 후천질환, 1일 7회)한정), 「개불알」(7UP), 「개똥」(역 7Up), 「개막장」(6UP), 「개다리」(6UP), 「개 혓바닥」(6UP], 「개꿈」(2UP], 「개주둥이」(2UP)
[보유 스킬(중 하나 역 스킬 화 가능): 「말하는 개」(일,7Up), 「충견」(일,7Up), 「개끗발」(역,7Up), 「개호구」(역,7Up), 「만능 오프너」(일,7Up-모든 문(마음에 문 1단계)), 「개 멋져」(일,7Up), 「개 짖는 소리」(일.역, 6Up), 「개 스트레스」(역, 5Up), 「개털」(역, 2Up)
[인벤토리: 개컨테이너(In), 역 아이템 1회 이용권(6장), 역 스킬 1회 이용권(7장),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6개)
[개지수: 40]
비록 미션 성공의 보상이 달랑 10포인트 밖에 되지 않았지만, 준열은 덕분에 바뀐 상태창의 자신의 능력 중 당장 써야 할 능력들을 점검할 수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면 비앙카의 몸을 날씬하게 만들려면 반드시 준열이 써야 할 능력들이 있었는데, 지금 내친 김에 그 능력들을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개 스트레스」스킬을 통해 입맛이 없게 만든 다음, 「개 알약」아이템으로 본격적인 비계 살을 빼고....’
여기서 결정적으로 새로 업그레이드 된 「개털」스킬의 능력이 중요했다.
‘사람의 신체는 무리한 절식으로 체중이 빠지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대사 량을 줄이게 되지. 근데 그로인해 더 식욕은 끓어오르게 되고, 더 살이 쪄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거든. 하지만 「개털」스킬의 ’공백‘ 능력을 쓰게 되면 그 식욕을 말끔히 없애준단 말이지.’
그러니 준열이 비앙카의 살을 빼주더라도, 절대 요요현상을 겪을 일은 없을 거란 얘기였다.
‘좋아. 시간도 없는데 어디 지금부터 시작해 볼까?’
준열은 비앙카가 에피타이져로 시킨 음식만으로 식탁이 가득 들어 찬 것을 보면서 아직 눈앞에 떠 있는 상태창의 보유 스킬 중에서 「개 스트레스」스킬의 능력을 비앙카에게 사용했다. 그러자 눈앞에 잘 자려진 다양한 에피타이져 음식들을 보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던 비앙카. 그랬던 그녀의 희열에 찬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뭐, 뭐야? 내가....왜 이러지?’
분명 그녀가 먹고 싶어서 시킨 에피타이져 음식들이었다. 하지만 좀 전까지 주 메뉴의 음식들이 나오기 전에 빨리 먹어치우자고 생각했던, 그 에피타이져 음식들이 갑자기 먹고 싶지가 않아졌다.
‘미, 미친....’
그녀가 식욕이 없어서 뭘 먹지 않은 게 언제였던가? 어언 10년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지금처럼 자기 앞에 차려진 음식이 먹고 싶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것도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의 경우는 더더욱. 그때였다. 준열의 목소리가 비앙카의 귀에 들려왔다.
“비앙카. 안 먹어?”
“네? 먹, 먹어야죠.”
음식을 잔뜩 시켜놓고 먹지 않는 다는 건 비앙카에게 있어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포크를 들었다. 하지만....막상 그 포크로 찍어 먹고 싶은 음식이 없었다.
그런 그녀를 준열과 김 비서가 빤히 쳐다봤고 비앙카는 어쩔 수 없이 근처의 사과파이를 포크로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쩝쩝쩝....”
하지만 사과향 가득한 맛있는 파이가 그녀 입안에서 마치 모래를 씹는 거 같았다. 당연히 파이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 * *
‘성공이군.’
먹고 싶지 않은 에피타이져 음식을 억지로 꾸역꾸역 먹는 비앙카를 보면서 준열은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그리고....
‘다음으로 바로 넘어가자고. 어차피 시간도 없으니....’
내일모레 한국으로 가야 하는 준열의 입장에서 내일 또 비앙카를 만날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준열은 급하게 비앙카의 살을 빼주려 들었다. 해서 「개 스트레스」스킬에 이어서 「개 알약」아이템을 비앙카에게 사용해 버렸다. 그러자....
“....우걱우걱....쩝쩝쩝....우욱!”
억지로 에피타이저 음식을 먹고 있던 비앙카.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쳐들면서 다급한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다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녀가 후다닥 VIP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걸 보고 김 비서가 준열을 돌아보며 말했다.
“왜 저래요?”
그러자 준열이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급한가 보지 뭐.”
실제 준열의 예민한 귀로 좀 전 VIP실을 나간 비앙카가 화장실 쪽으로 뛰어가는 게 감지되었다.
준열의 경우 오늘 「개 알약」아이템은 소화제 역할을 제대로 해 주었다. 반면 비앙카의 경우 살 빼는 것과 화장실이 무슨 연관이 있는 거 같았다. 그때 준열이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에이C...."
그리곤 신경질 적으로 양손의 검지로 자신의 귀를 후벼 파는 준열. 그런 그를 보고 김 비서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그러자 준열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무 잘 들려도 문제라니까. 입맛 다 떨어졌네.”
그러며 여전히 자신의 귀에서 검지를 빼지 않는 준열이었다. 아무래도 준열은 그 검지로 귀를 후비는 게 아니라 귓구멍을 막고 있는 거 같았다. 그렇게 얼마 뒤 준열이 귀를 막고 있던 검지를 빼냈다. 그리고 잠시 뒤 초췌한 얼굴로 비앙카가 VIP실로 돌아왔고. 하지만....
“으윽! 안 돼!”
앉은 지 채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비앙카가 다시 후다닥 VIP실을 빠져 나갔다. 그리곤 휑하니 사라졌다.
그걸 비앙카가 한 차례 더 반복하고 났을 때 에피타이져에 이어서 본 메뉴의 음식들이 VIP실 안으로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걸 보고 눈빛을 빛내며 자기 자리에 앉으려던 비앙카. 그녀는 바로 얼굴이 사색이 되더니 도로 홱 몸을 돌려서 VIP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곤 후다닥 화장실로 달려갔다.
* * *
준열은 비앙카가 처음 화장실을 다녀 온 걸 보고 직감했다. 그녀가 시킨 음식은 아마 하나도 먹지 못할 거란 걸 말이다. 그래서 그녀가 두 번째 화장실을 다녀왔을 때 그녀에게 물었다.
“이거 우리가 좀 먹어도 되지?”
“안....아니....먹어요. 먹어.”
그러자 비앙카가 고개를 내저으면 안 된다고 하려다가 말고 준열에게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몸을 돌려서 다시 화장실로 뛰어갔고. 그렇게 준열은 김 비서와 비앙카가 시켜 놓은 레스토랑의 모든 에피타이져 음식들 중 먹고 싶은 것만 대충 몇 개 골라서 맛만 봤다. 그리고 그 사이 본 메뉴의 음식들이 나왔는데....
“치울까요?”
아직 다 먹지 않은 에피타이져 음식들. 그걸 보고 직원이 물었고 준열은 그러라고 했다. 그래서 직원들이 식탁 위의 에피타이져 음식들을 치우기 시작했는데, 그걸 보고 비앙카가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쌔앵!
그녀는 이제 VIP실에 있는 시간보다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고....준열과 김 비서가 주 메뉴의 음식을 거의 다 먹었을 때 무려 15번이나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렸던 비앙카. 그녀가 진짜로 바닥을 기어서 VIP실에 들어왔다.
“911에 전화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그녀를 보고 김 비서가 걱정어린 얼굴로 준열에게 물었고, 준열은 괜찮다며 몸을 일으켜서 비앙카에게 가서 그녀를 부축해서 자리에 앉혔다. 하지만....
꾸루루룩~ 꾸루룩~
자리에 앉자마자 비앙카의 배에서 울리는 소리. 그리고 힘없이 애잔한 목소리로 비앙카가 준열에게 부탁을 했다.
“대, 대표님. 저, 저 좀 화장실에 데려다 주세요.”
“그러지.”
지금 비앙카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준열이었다. 그는 아직은 무거운 비앙카를 안아들고 화장실에 가진 못하고 부축해서 VIP실을 나섰다. 그걸 보고 김 비서도 도우려했는데 준열이 말렸다.
“아냐. 김 비서는 마저 식사 해.”
“그, 그래도....”
준열은 김 비서를 VIP실에 남겨두고 비앙카를 부축해서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그녀를 화장실 안에 넣어주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제는 「개 알약」아이템을 그만 써야겠군.”
그랬다. 준열은 김 비서가 화장실을 다녀 올 때마다 계속 「개 알약」아이템을 비앙카에게 사용했던 것이다. 그러니 비앙카는 자리에 앉을 틈도 없이 계속 화장실로 달려가야만 했고. 그것을 15번이나 하고 난 뒤 비앙카는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실제 준열이 좀 점 비앙카를 부축해 본 결과 그녀 몸무게는 자신과 비슷했다. 준열의 현재 몸무게가 75Kg이니 비앙카는 그 사이 25Kg이나 살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한데 놀라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앙카가 탈수 증상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단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