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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한 조직의 조직원으로서 조직을 위해 일한다. 다분히 원론적인 말이었지만 그 말에 동의하는 듯 CIA국장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버틀러에게 말했다.
“그 일에 전권을 당신에게 주지.”
“감사합니다.”
무슨 일이든 CIA에서 하는 일에 전권을 부임 받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태 CIA에서 해온 일들 중 실패한 사례를 보게 되면 조직 내부의 분열로 인한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
그러니까 알파 계획의 파기와 추후 정리 문제는 지금 막 실패할 확률을 50%이하로 줄였단 소리였다.
“뭘....다 CIA를 위해서이지 않나?”
버틀러는 진심으로 CIA국장에게 머리를 숙여 보인 뒤 국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가는 도중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백준열의 데이터. 뺄 거 빼고....정리 다 했지? 좋아. 그럼 그걸 지금 즉시 김훈에게 넘겨.”
CIA정보국에서 버틀러가 가장 신임하는 직원에게 그렇게 지시를 내린 뒤 자신의 방으로 간 버틀러. 그가 자신의 책상에 수북이 쌓인 정보들을 다시 살피기 시작하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 전화인지 바로 확인한 버틀러가 그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최대한 느긋하게 말했다.
“어떻게....백준열의 신상정보는 잘 살펴봤나?”
-워싱턴으로 사람들 보내놨으니까, 내일 중 접선하고 그 일을 그들에게 맡기시오.
뚜뚜뚜뚜뚜.....
하지만 김훈은 자기 할 말만 딱 하고는 버틀러와 통화를 끝내버렸다.
“....아쉽군.”
어떡하든 김훈과 좀 더 통화하기를 원했던 버틀러. 물론 그가 그러려고 한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똑똑똑!
CIA정보국장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울리고 누군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정장차림의 건장한 흑인이었는데, 그가 버틀러에게 아쉽다는 듯 말했다.
“너무 빨리 끊어서....서울임은 확인했지만....정확한 위치는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군. 됐어.”
그랬다. 버틀러는 김훈이 지금 어디 있는지 그 위치를 파악하려고 통신을 역 추적하려 한 것이다. 한데 김훈이 그걸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버틀러와 통화를 최대한 짧게 한 거고 말이다.
정보국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게 바로 상대의 위치 파악이었다. 버틀러는 그 기본 룰을 지키려 한 것이고, 김훈은 자신의 신변이 CIA에 노출 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아는 자였다. 어차피 김훈의 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던 듯 버틀러는 자신이 보던 서류에 다시 시선을 뒀고, 그 사이 그의 방문을 열었던 흑인 직원도 국장실 문을 닫고는, 김훈의 위치 추적을 위해 벌여 놓은 것들을 수습하러 갔다.
* * *
호주와 캐나다에서 각기 한 명씩 처리해야 할 자들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김훈이 대표로 있는 처리자 에이전시의 직원들. 그들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만나서, 거기서 하루를 쉰 뒤 그곳 공항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원래는 필라델피아로 가야 하는데....타깃이 튀었다네. 그래서....이젠 샌디에이고로 가야 해.”
하지만 미국에서 제거해야 할 자가 눈치를 챘는지 도망을 쳤고, 그 도망친 곳의 위치가 막 파악 되면서 처리자들의 목적지가 급변경이 됐다.
“젠장....본부에서는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비행기 표부터 다시 바꿔야 했던 탓에 성격 급한 처리자 중 하나가 투덜거리자,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른 처리자가 그 처리자에게 말했다.
“어이. 필라델피아에 가서 듣는 거 보다 지금 여기서 듣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은 안 해 봐? 비행기 두 번 탈일을 한 번 타게 해 준 본부에 고마워하진 못할망정, 거길 탓해서야 쓰나?”
“크음....”
상대의 말이 옳았기에 처리자 본부에 불만을 토로했던 처리자가 무안해 하며 헛기침을 하자, 그런 둘을 중재하기 위해서 일행 중 유일한 여자 처리자가 말했다.
“티켓 취소는 했고 두 시간 뒤에 미국 샌디에이고로 가는 퍼시픽 항공사 티켓 예매할 건데 괜찮지?”
둘은 막상 서로를 쳐다보지 못한 채 여자 처리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여자 처리자는 바로 티켓을 예매한 후 그 둘에게 말했다.
“두 시간 동안 이러고 있을 거 아니면....우리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이 근처에 한식당 있다던데.”
한식당이라는 말에 둘은 관심을 보였고 여자 처리자는 그들을 데리고 한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한식을 먹으면서 어색했던 두 처리자들은 소주를 반주로 마시며 화해를 했다.
그렇게 미국으로 건너간 처리자들. 그들은 샌디에이고의 한 사설 카지노에서 그들이 제거해야 할 타킷을 찾아냈고....
푹!
“커억!”
여자 처리자가 처리해야 할 자를 유인해 내자 대기하고 있던 처리자가 단숨에 그 자의 가슴 깊숙이 칼을 박아 넣었다. 그렇게 상대의 숨통이 끊어진 걸 확인한 후 처리자들은 그곳을 빠져 나갔고, 자신들을 추적하는 존재가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 샌디에이고 공항으로 곧장 움직였다.
“이제 드디어 한국으로 가는군.”
“그러게. 집에 가면 일단 하루 종일 자고....김치찌개 먹으러 가야지. 단골 가게가 있는데 거기 김치찌개가 예술이란 말이지.”
“난 에스테틱부터 갈 거야. 호주와 캐나다에서 피부가 너무 많이 손상 됐어.”
그렇게 그들이 막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으려 할 때였다. 셋 중 여자 처리자의 핸드폰이 울렸고 누구 전화인지 확인한 그녀의 얼굴에 웃음 끼가 싹 사라졌다. 그걸 본 두 처리자들도 긴장을 했고....
“네. 대표님. 네. 네. 지금은 샌디에이고에 있습니다. 네. 워싱턴에요? 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훈 대표와 통화 후 여자 처리자가 좀 전과는 사뭇 달리 진지한 얼굴로 두 동료 처리자들에게 말했다.
“대표님 특별 지시다. 우리는 한국이 아니라....지금 즉시 워싱턴으로 간다.”
여자 처리자의 그 말에 두 동료 처리자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쳐지나갔지만 둘은 일체 군말 없이 여자 처리자와 같이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미국 내 국내선인지라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는 많았고, 처리자들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워싱턴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그렇게 워싱턴 공항에 도착한 그들은 CIA요원과의 접선지로 향했고, 거기서 CIA요원을 만나서 그들이 처리해야 할 일을 지시 받았다.
* * *
김 비서의 화장품을 사러 근처 백화점으로 간 준열. 하지만 준열이 간과한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여자의 취향이었다.
그러니까 준열은 김 비서를 데리고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 가면 끝일 줄 알았다. 거기서 김 비서가 필요한 화장품을 알아서 살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제가 쓰는 화장품이 없네요.”
“뭐?”
김 비서의 말에 준열이 당황했다. 그럴 것이 그의 눈에는 매장 안에 화장품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설마 이 중에 김 비서가 쓸 화장품이 없겠는가? 하지만 없었다. 그러니까 김 비서가 쓰는 화장품만 여기 없었던 것.
“다른 거 쓰면 안 될까?”
김 비서가 말한 화장품과 유사한 화장품을 매장 직원이 꺼내왔지만 그녀의 고집은 확고부동했다.
“안 돼요.”
그래서 준열은 별 수 없이 다른 백화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김 비서가 쓰는 로션 하나 때문에 말이다. 혹시 몰라 준열은 지금 가고 있는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 전화를 걸어서 김 비서가 말한 화장품이 있는지 확인부터 했다.
“있다고요?”
다행히 그 백화점에는 김 비서가 쓰는 화장품이 있었다. 하지만 거기로 가는 길에 퇴근 시간에 걸리면서 10분이면 갈 곳이 한 시간이나 걸렸다. 어째든 그 백화점으로 간 준열은 김 비서의 화장품을 사 주는 데 성공했다. 그때였다.
“어?”
내친 김에 김 비서의 옷도 좀 보러 여성 매장에 들어갔던 준열. 그는 거기서 비앙카 남을 만났다.
“비앙카!”
“대표님!”
순간 준열은 시스템이 말한 그 귀인이 누군지 알 거 같았다. 그때 마음에 든 옷을 입어보러 탈의실에 들어갔던 김 비서가 나왔고....
“누구?”
“아아. 이쪽은 비앙카 남이라고 JYB엔터 LA지사 직원이고 이쪽은 내 비서인....”
준열이 김 비서와 비앙카 남을 서로 소개할 때 김 비서가 준열의 말을 도중에 끊고 먼저 비앙카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김헤인이라고 해요.”
그러자 비앙카가 그 손을 잡으며 말했는데....
“네. 비앙카 남이에요.”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파팍 하고 튀는 게 준열의 눈에 보였다.
‘미친....’
이런 경우는 준열도 여태껏 살아오면서 처음 보는 기사(奇事)라, 그가 속으로 많이 놀라고 있을 때였다.
“쇼핑 끝나셨으면 식사하러 같이 가요. 대표님.”
여전히 김 비서와 손을 잡은 채 비앙카가 그렇게 말했고, 준열에 그에 뭐라 대답하기 전에 김 비서가 먼저 말했다.
“쇼핑 아직 안 끝났거든요. 그러니 배고프면 먼저 식사하러 가세요.”
그 말 후 다시금 김 비서와 비앙카 사이에 스파크가 파팍 거리고 튀었다. 준열의 눈에는 그게 선명하게 보였고.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준열도 시스템의 능력을 여태껏 사용해 왔기에 초현실적인 능력이 발현 되는 걸 보고 그리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좀 달랐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게 그의 눈에만 이렇게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 준열은 곧 알 수가 있었다.
‘아아....그러니까 이게 다 「만능 오프너」스킬의 능력 때문이란 거네.’
이번에 레벨 업이 되면서 준열의 보유 스킬 중 「만능 오프너」스킬의 능력이 업그레이드 되면 세상의 모든 문 뿐 아니라 마음의 문까지 열수 있게 되었는데, 그 마음에 문이 진짜 사람의 마음의 문일 줄 알았겠나?
‘아니지. 이제 알았잖아?’
아무튼 그 마음에 문의 1단계를 열수 있게 된 지금 준열의 눈에 두 여자간의 팽팽한 기 싸움. 즉 신경전이 여실히 형체화 되어 그의 눈에 보이고 있는 거였다.
* * *
문제는 그 두 여자의 팽팽한 기 싸움에 준열은 그 누구 편을 들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원래라면 현실적으로 봐서 자신의 여자인 김 비서의 편을 드는 게 맞았다. 하지만 시스템이 비앙카 남을 귀인이라고 하지 않았나?
귀인이 괜히 귀인이겠나? 그 만큼 귀하게 대해야 하니 귀인인 건데, 여기서 준열이 김 비서 편에 서게 되면 딱 봐도 귀인이 기분 나빠할 게 뻔했다. 그래서....
“김 비서. 이 매장 옷들이 괜찮은 거 같은데 어때?”
이곳 백화점의 여성복 매장 중 여기가 딱 김 비서 취향의 옷들을 팔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옷을 사게 되면 이 매장에서 살게 확실했다.
“괜찮긴 한데....골라 봐야죠.”
“고르긴 무슨....이봐요. 여기 이 여자분 사이즈에 맞게 여기 있는 옷들 싹 다 살게요.”
“네?”
준열의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매장 직원. 하지만 그래봐야 그 돈 얼마나 한다고.
“옷들 배달 돼죠?”
“당, 당연히 되고 말고요.”
“좋아요. 그러면 뉴욕 호텔 로얄 스위트 룸으로 그 옷들 다 보내 줘요.”
그러니까 김 비서가 옷을 고르는 건 이 매장 말고 호텔로 돌아가서 해도 된다는 얘기다.
“자아. 그럼 우리 이제 식사하러 갈까?”
그렇게 준열은 일단 김 비서와 쇼핑을 마무리 지었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비앙카 남을 데리고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던 것. 물론 거기에는 김 비서도 동행을 했다.
“내키지 않으면 먼저 호텔로 가도 돼.”
그 과정에서 김 비서에게 굳이 비앙카 남과 같이 저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김 비서는 쇼핑하다보니 배가 고파졌다며 같이 식사를 하겠다고 했다. 김 비서의 고집을 준열이 무슨 수로 꺾겠나? 해서 준열은 김 비서도 데리고 백화점 레스토랑으로 향했고....
“여기서....여기까지....다 주세요.”
비앙카 남은 메뉴판을 쓰윽 한 번 훑어보더니 주문 받으러 온 레스토랑 직원에게 메뉴판의 음식을 다 시켰다. 그걸 보고 황당해하는 김 비서.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좀 전 비앙카가 주문한 건 자신이 먹을 음식들이란 걸 말이다. 즉 여기서 따로 주문을 하지 않으면....
“저기....”
그래서 준열은 비앙카의 주문을 받고 바로 뒤돌아서 가려는 레스토랑 직원을 불러 세웠다.
“네?”
보아하니 레스토랑 직원도 비잉카가 주문한 게 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다 주문 한 것으로 여기는 듯 했다. 하긴 그 음식들을 비앙카가 혼자서 다 먹으려고 주문했다고 보기는 음식의 량이 많아도 너무 많았으니 말이다.
“나는 메뉴로 롱혼 스테이크, 미디움으로....사이드로 감자뇨끼와....”
근데 준열이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시작하자 직원은 바로 들고 있던 메모지에 그걸 적었고, 그걸 본 김 비서는 황급히 메뉴판을 펼쳐서 자신이 먹을 음식을 정했다. 그리고 준열의 주문이 끝나자 자신이 먹을 음식을 주문했다.
비앙카는 당연하다는 듯 준열과 김 비서가 주문하는 걸 멀뚱히 지켜보고 있었고, 정작 레스토랑 직원이 황당한 얼굴로 세 사람에게 주문이 맞는지 확인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비앙카에게 만큼은 재차 확인을 했다. 그게 익숙한 듯 비앙카는 그런 레스토랑 직원에게 맞다며 거듭 대답을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