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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23화 (23/250)

Chapter 23 - 그녀를 위한 모험가의 사교육 -8-

네마 나타스에서 말하는 소각장은 이름 그대로 쓰레기를 불에 태우는 장소이다.

소각장 자체는 어디에나 있고 이상할게 없지만.

네마 나타스 소각장의 문제라 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쓰레기가 아니라 태우는게 인간인 경우라 문제다.

그들의 비인간적인 소각장의 불길은 쉬는 날 없이 활활타고있다.

제물로 사용하려고 잡아들였지만 이동하는 노동력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

혹은 정신이 완전히 망가져 혼자서 걷지도 못하는 경우 등.

그 경우와 수가 제법 많다.

가치가 하락한 제물들을 재로 만들어 흑마법의 잔재를 지우고 새로운 인간을 받을 준비를 한다.

제물을 마구잡이로 모으고 있는 지부들에 공간의 쾌적함과 여유를 되찾기 위한 장소라 볼수있다.

****

고르넥의 시신은 조기발견을 위해 일부러 길가에 던져뒀다.

'운이 상당히 좋았다. 콧수염 덕에 헬 브룸의 위치를 특정한게 컸어.'

감사의 표시로 고통없이 보내줬다.

이동경로는 콧수염이 아닌 헬 브룸의 블러프일 확률도 있지만 소각장은 게임에서도 헬 브룸 등장확률이 두번째로 높은 곳이었다.

블러프를 할 이유도 특별히 없을거고.

그렇기에 보육원의 일은 길게 끌 필요 없이 교단과 엮어두는게 차라리 움직임이 편해질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흑마법사 지부가 뜬금없이 무너지면 첫번째 의심은 당연히 교단으로 향한다.

교단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흑마법사와 끄나풀은 한둘이 아닐터.

일이 터진 지금 조금이라도 특별한 움직임을 찾기위해 눈이 빠질때까지 관측을 계속할 것이다.

그들이 확인한 정보가 입에서 입으로 퍼져 검증까지 끝내면 각자 지부로 전달.

교단의 짓이 아니었다는게 검증까지 지나는데 얼마나 시간을 잡아먹을까.

보육원에 대한 소문이 소각장까지 도달하기전에 우리는 먼저 도착할것이다.

모종의 수단으로 바로 알려지더라도 중요도가 아주 낮은 소각장에 인원이 줄었으면 줄었지 늘지는 않을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점.

'우리가 움직이는 경로는 제일 중요한 부분이 없다.'

어떻게 숨겨진 지부에 대한 정보를 얻었는가?

정보길드도 아니고 블랙서클이나 멘데스 펜타그램과 접촉한 정황도 없다.

일어난 결과는 눈 앞에 있는데 중간 과정이 아예 없는 것이다.

이 부분이 붕 떠있으니 애초부터 의심을 받지 않거나, 최소한 의심 받더라도 제일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으니 타임어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속도를 붙여 끝내긴 해야해.'

여유가 있다면 돌아가는 길에 관계없는 지부를 하나정도 더 부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를 대신하여 머리통 스팀이 돌아간 트리스탄 공작이 교단과 힘 좀 써주기를.

-

'소각장에도 최소 간부가 하나 거기에 헬 브룸이 있다면 간부가 적어도 둘··.'

네마 나타스에 있어 중요도가 낮은 소각장이니 실력자가 있을 확률은 낮지만 강자가 있을 확률이 아예 없는건 아니다.

보육원에 있던 콧수염 정도라면 안심이지만 세상일은 정말 한치 앞도 모르는 법이니.

준비는 지금보다 철저해야 한다.

나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 리케를 내려주었다.

"여기서 조금만 쉬다가 움직이자."

지금 내 몸은 며칠간 격렬하게 사용하고도 잠을 아예 자지 않은 상태다.

아직 며칠은 버틸 수 있지만 만전의 태세라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잠시만 눈을 붙일테니ㅡ 혹시 무슨일이 있으면···."

"제가 소리를 지르거나 어떻게든 깨워드릴게요. 편하게 주무세요."

아마 자고있어도 리케보다 빠르게 알아차리고 깨겠지만.

나는 활력 포션 두개를 꺼내 하나는 마시고 하나는 리케에게 건낸 뒤 나무에 등을 기댔다.

*****

'이 사람도 잠을 자는구나···.'

눈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잠든 로만을 보고 리케는 새삼 놀랐다.

사람이 잠을 자는건 당연한 사실이지만 로만이 리케에게 보여준 것들은 인간의 인지를 넘어선 것들이었다.

'자고있으니 나랑 똑같은 사람이네ㅡ'

천천히 그를 관찰했다.

이상하게 자꾸 눈길이 간다.

검은머리에 미약한 붉은빛이 도는 검붉은 눈동자.

얼굴은 자신의 직업과 명예를 증명하듯 호기롭고 드센 느낌이다.

턱 부분에 찢어진 흉터가 있지만 그건 얼굴 아래를 보면 비견할 바가 아니었다.

손만 봐도 자질구레한 흉터가 가득하고 복장 아래로 살짝살짝 보이는 부위에도 흉이 가득하다.

자신의 상처와 같이 포션으로 회복할 시기를 놓쳤기에 지우기에는 귀찮은 절차가 필요한걸까.

'저 상처는 어쩌다 생긴걸까?'

모험가가 아니라 '로만'이라는 남자는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장담컨대 평탄치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과 나이차이도 크지 않을텐데 격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는건 다 이유가 있을것이다.

범인은 이해하기 힘든 그의 행동과 능력.

겨우 재능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그에게 큰 실례가 되는 발언이겠지.

'궁금하다···.'

이 남자는 어쩌다 모험가가 된걸까.

평소에 어떤 사람들과 어울릴까.

그들과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길래 이름만 꺼내면 여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도는건지.

상상만으로는 그려지지가 않는다.

거기서 이어지는 생각.

지금 가는 소각장이라는 장소에서 할수있는 일이 끝나면.

나는 이 남자에게 어떻게 보답해야 하는가.

피할 생각은 없다.

그저 자신이 그를 어떤 면으로든 만족시킬수있는가?

백금이라면 내로라하는 제국의 미인들이 줄을 설텐데 애초에 자신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르겠어.'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

이 값비싼 포션도 나한테 그냥 줘도 되는건지.

천만 골드가 있는 사람이라고 십골드가 아깝지 않을리가 없는데.

뽁-

리케는 활력포션을 열어 천천히 내용물을 들이켰다.

-

"···내가 얼마나 잤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1시간은 안지난것 같아요."

리케는 토납법을 하고있었는지 앞머리에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간단하게 끼니만 해결하고 출발할까."

나는 이제 스스럼없이 리케의 앞에서 인벤토리를 사용하고 있다.

정도가 지나친 물건을 꺼낸적이 없기에 무기와 소모품 취급 받는 물건들을 다루는 스킬이라고 이해한듯 하다.

"뭐라도 먹을 수 있겠어?"

"··아까 포션을 먹어서 괜찮아요."

리케는 보기만 해도 마음 아픈 소식가였다.

일이 해결되면 음식도 즐기게 되고 위장도 늘어나겠지.

기대고있던 나무에서 일어나지 않고 반쯤 누운상태로 말린 과일과 육포를 꺼내 씹었다.

개인적으로 일할때는 기름지거나 호화로운 음식보다 간단한게 좋다.

자극적인건 평소에는 좋은데 이럴땐 영 들어가지 않는다.

"응? 왜?"

리케가 드물게도 나를 빤히 보고있었다.

그녀는 내 말에 시선을 내리고 손가락을 비비더니 개미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궁금한게···."

하긴 지금 궁금한게 많을 타이밍이다.

소각장이 어디있는지 말한적도 없고 돌입을 어떻게 할건지 설명도 안했다.

"뭐든 물어봐."

"···모험가님은 왜 모험가가 됐나요?"

'엥?'

순간 당황했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변수에는 익숙하다.

나는 이런 호재를 기다려 왔다.

나는 치고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부여잡기위해 생각하는 척 입을 살짝 가렸다.

"말해주기 전에- 한 문장에 모험가 두번은 좀 이상하지 않아?"

"···그런가요?"

"앞으로 편한대로 불러. 모험가님은 딱딱하잖아?"

"네에···."

나는 하나 남은 과일을 입에 털어넣고 손을 가볍게 털었다.

"내가 모험가가 왜 됐냐라."

"실례가 되는 질문이라면 알려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고민하는 내 반응에 아차 싶었는지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나는 하지말라해도 말할생각 뿐이다.

"숨길만큼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서···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간단하게 내 삶을 축약해보니 시작점은 분명했다.

"내가 태어난 곳은 이름도 없는 마을이었지. 부모님은 농민이었어 아직도 농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군요··"

"내가 몇살때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비도 안오고 벌레까지 들끓어서 엄청난 흉년이 왔었거든. 당장 수확은 해야하는데 뭐 있는게 없었지."

"아하···흉년을 버틸 돈을 벌기위해 모험가를 시작한건가요?"

리케는 역시 이런 순수한 맛이 있다.

후작가에서는 절대 겪지 못할 상황이기에 상상 자체가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좋았을텐데··· 내 나이가 어려서 그것까진 무리였어."

"으음··."

"며칠 굶으니 부모님이 농기구를 들고 집에 들어오더라고. 도저히 자기 자식을 먹을수는 없으니 옆집 자식과 바꿔먹기로 했다나? 이해해달라고 울기 시작하는데···."

"···?"

"그래서 전력으로 도망쳤지. 그후로는 나이가 찰때까지 여러 마을을 전전하며 청소도 하고 짐을 옮기기도 하고···."

"자,잠깐만요!"

리케의 안색은 상당히 창백해져있었다.

이제야 내가 말한 내용을 활자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응?"

"···부모가 자식을 먹는다구요?"

"아무래도 자기 자식은 안먹지만 자식을 팔아서 먹을수있는 '고기'를 사는거지."

"····"

"이건 아직도 대륙 어디선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야."

"죄송해요···좋지 않은 기억일텐데···."

리케의 말에 오랜만에 과거를 상기했지만 딱히 불쾌하다거나 슬프다는 생각은 들지않았다.

삶에 있어 각자에게 주어진 평등함은 평등하지 못한 삶이라는걸 알고있고 나는 그걸 전생부터 납득한 인간이었다.

"하하-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 이제는 딱히 아무생각도 안들고··· 부모 얼굴도 기억안나."

"···대단하시네요. 저도···언젠가 과거를 웃으면서 말할 날이 올까요?"

그 말에 잠시 고민해봤다.

타인의 일은 내가 답을 내리기 어렵다.

"글쎄?"

"역시 그렇겠죠···."

내말에 리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제는 표정없이 허공만 바라보는 시간이 상당히 줄어든 그녀가 귀엽기만 했다.

"굳이 과거를 웃으며 말할 필요가 있나?"

"네?"

"내가 웃으면서 말할수있는건 그때를 생각하면 진짜 우습기 때문이야. 슬프지도 않고··· 이정도는 모험가들과 술을 마시면 웃으며 꺼낼 수 있는 이야기지."

"···"

이때까지 쌓아온 경험이 말한다.

지금이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리케의 머리에 살포시 손을 올렸다.

그녀는 내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조금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있을 뿐이다.

"자신이 슬프다면 슬픈 대로 받아들이고 가끔은 그 일을 생각하며 울기도 하고 마음을 다 잡는것도 괜찮지."

"과거를 극복한다는건 그걸 아예 잊는게 아니잖아."

뭐라 말해야 그녀에게 내 생각을 깔끔히 전할 수 있을까.

절로 간지러워지는 마음에 나는 애꿎은 턱을 긁었다.

"으음ㅡ 내 머리로는 좋은 예시가 생각나지 않지만····그냥 속에 품고도 당당하게 살아가면 그걸 극복이라 하는거 아니겠어?"

"로만님은···따뜻하신 분이네요."

리케가 아주 옅게 웃고있다.

게임이 아니라 막막한 현실에서 처음으로 보는 '진짜' 미소였다.

'보고싶다···.'

그게 너무나 눈부셔 나는 활짝 웃는 그녀가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싶은게 생겼으니 망설임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제 이번 일을 마무리 지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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