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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25년차 모험가는 아카데미 교관이 되었다-99화 (99/250)

Chapter 99 - 설레는 단맛

침묵을 싣고 질주하는 마차에서 내려 단장을 필두로 삼각 대형을 유지한다.

그렇게 주위의 시선을 받으며 모험가 길드까지 걸어가는 길.

여자 단원들의 말을 의식하고 있으니 단장의 걸음이 평소보다 미묘하게 빠른 것 같기도 하다.

조금 걸으니 눈에 들어오는 목조 건물.

원초적인 냄새라 해야 할지 그런 분위기? 모험가 길드는 들어가기 전부터 매번 거부감이 느껴졌다.

열린 문 사이로 흘러나오는 싸구려 담배 냄새와 술 냄새에 표정관리가 힘들지만. 참아내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니 단장이 입구에서 들어가지 않고 발을 멈췄다.

"접견실에서 일을 보고 올테니 둘은 건물 밖에서 기다리도록. 혹여 나에게 창피를 줄만한 일을 벌인다면··· 이번엔 말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번엔 접견실의 문 앞에서 기다렸는데 이제는 아예 모험가 길드의 밖으로 밀려났다.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으르렁거리는 단장의 기세에 동기는 바짝 움츠러들어서 대답했고.

나야···찔리는 전과도 있고 당분간은 잠잠한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기에 순순히 대답했다.

구석에서 이 녀석과 수다나 떨고 있으면 되겠지.

*****

-똑똑똑.

-들어가겠다··.

접견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에클레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몇 번이고 있던 상황인데 관계가 변하니 풋풋한 기대감이 있다.

'오···뭔가 진짜 설레는데?'

끼익.

문이 열리고 검은색 제복을 단정하게 입은 에클레어가 들어왔다. 주위에 겉절이들 없이 접견실에 들어온 그녀를 보고 나는 자리에서 곧바로 일어났다.

"왜··일어나지?"

저벅. 저벅. 저벅.

한발 한발 다가가니 에클레어가 상기된 얼굴로 침을 꼴깍 삼키는 게 보였다.

딸깍.

일단은 손을 뻗어 접견실의 문을 조작. 접견실의 문은 잠금으로 바꿔줘야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된다.

"이리 와. 키티."

"무, 뭐 하는 거냐! 지금은 어··업무 중이다!"

살짝 뒷걸음질 치는 에클레어를 껴안으니 손으로 내 가슴팍을 살짝 밀어 왔다.

격렬하게 거부하는 언변과 달리 힘이 전혀 실려있지 않은 손동작. 그래서 더 귀엽게 느껴졌다.

에클레어는 정사로 정신의 족쇄가 풀리면 아이를 몇 명이고 낳아준다느니 사랑한다느니. 내게 달라붙어 오지만 그전에는 어지간해서 표현을 하지 못한다.

이때 저돌적으로 애정표현을 하면 여러 가지 재밌는 반응을 볼 수 있다.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다고. 조금만 안고 있을게."

"하···정말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보고 싶었다는 말에 기분이 좋은지 목소리 톤과 입꼬리를 무의식중에 살짝 올리는 그녀를 보며 나는 물었다.

"설마- 나만 보고 싶었던 건가?"

"짓궂은 장난은 그만해라··."

에클레어는 얼굴을 붉히며 말 대신 양팔을 뻗어 내 허리를 감더니 더 강하게 밀착하며 안아왔다.

꾹 눌리는 가슴의 감촉이 남심을 울리며 아래에 혈류를 조금 모이게 했다.

둘만 있는 접견실의 분위기가 이상야릇 해지자 에클레어는 나를 안고 있던 팔에 힘을 풀었다.

"로만··이제 그만··일을 해야··하는데··."

"내가 내용을 안 들어줄 건데?"

"흣-! 간지럽··정말···안된다니까··."

한 손으로 턱을 살살 긁어주며 고개를 치켜들게 만드니 에클레어는 말과 달리 자연스럽게 눈을 살짝 감았다.

리케는 키스를 하면 자신의 혀를 내게 밀어 넣으며 저돌적으로 섞으려 들지만.

에클레어는 내 혀를 받아들이며 소심하게 혀를 엮으며 내 타액을 마시고 혀를 빠는데 집중한다.

"읍··! 쯔읍··헤읍··하읏··."

오랜만에 만난 에클레어의 입안을 유린하며 손을 내려 탄력 있는 엉덩이를 톡톡 두들기고 조물조물 만져준다.

제복 특유의 배덕적인 질감을 느끼며 5분 정도 키스를 하다 입을 떼냈다.

실처럼 늘어지는 키스의 흔적을 손으로 닦아주며 눈이 멍하게 풀린 에클레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품에 안았다.

"사랑해."

내 말에 고개를 품에 박고 있는 에클레어가 몸을 움찔 떠는 게 느껴졌다. 얼굴을 숨기고 허리를 부술 기세로 안아온다.

이 근력이면 일반인은 척추가 진짜로 아작 났을 것이다.

"···나도··사, 사랑한다."

개미가 기어가는 작은 목소리였지만 이렇게 말하는 정도의 표현이면 장족의 발전이었기에 크나큰 만족이었다.

"가끔 저녁이라도 우리 집에서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그럼 클로에는 혼자가 되지 않느냐··."

"리케까지 해서 네 명이서 먹을 수도 없고···참 난감하네."

"···."

내가 에클레어의 남자가 된 걸 클로에도 알고 있다지만, 리케는 아직 나와 에클레어를 제외한 주위에 말하지 않은 상태다. 본인도 생각이 좀 많아 보이기도 했고.

이걸 꺼내면 전후사정도 설명해야 하는데. 세리아와 클로에라는 해맑은 둘에게 가문의 어두컴컴한 이야기로 괜한 걱정을 사고 싶진 않은듯했다.

"클로에도 성인인데 자는 건 가끔 우리 집에 와도 되잖아? 자매가 둘이 같이 자는 것도 아닐 거고··."

"그··그건··로만이랑 자고 온다고 암시하는 것 같아서···."

에클레어는 클로에에게 남자와 하루를 보내러 간다고 티 내는 것 자체에 강한 부끄러움과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서재까지 몰래 찾아가도 저택에 클로에가 있으면 키스 이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아! 그럼 내가 더 자주 찾아갈까? 얼굴이라도 더 자주 보게."

"아예 집에 오지 않는 날도 있는데···그러지 마라. 그럼 나도 일할 때 신경이 쓰인단 말이다."

"어렵네. 빨리 퇴직해야겠어~"

내 품에서 침묵을 지키던 에클레어는 순간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휙 들었다.

"···저번에 클로에가 자기는 괜찮으니 언제든 편하게 외박하라 했는데. 그, 그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아느냐!"

천진난만한 동생에게 그 말을 듣고 정말 당황했었는지 에클레어의 목소리 높낮이가 들쑥날쑥했다.

"클로에도 성인이라 알 건 다 알 텐데·· 뭘 그리 걱정이 많아. 귀엽긴··사랑하는 사람끼리 시간 좀 보내겠다는데."

에클레어의 첫 경험 때를 생각하면 클로에도 이론만 대충 아는 정도일 가능성이 높지만···성인은 성인 아닌가.

"아, 알고 있다. 이게 결코 범죄나 잘못된 행위는 아니라는걸··그래도··."

"그래. 그렇다고 뭐···동생한테 떳떳하게 자랑할 것도 아니지."

이 세계의 성 관념이란 그런 것이다. 다 떠나 자매라도 가벼운 언사를 하기에는 그녀의 위치와 위엄도 있고.

짧게 입맞춤을 해주니 에클레어는 시선을 피하며 내 가슴팍을 꾸욱- 눌러 밀어냈다.

"로만. 이제 일이다··! 이러다간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을 거다··."

내 품에서 떨어져 나온 에클레어가 앞만 보고 성큼성큼 걸어간다. 접견실의 소파에 착석한 에클레어를 보고 나는 맞은편에 앉았다.

"그렇네. 일해야지···추가 보상은 대충 알겠는데. 높은 분이 하고 싶은 말도 있다며?"

"오늘은 내려온 서신이 없고. 그것에 대해서도 내가 구두로 전하겠다."

"그게 좋지. 키티의 목소리도 듣고."

내 말에 헛기침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은 그녀는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흠··! 진지하게 들어라. 추가 보상은 말 그대로 처음에 내건 사항과 별개로 필요한 게 있는지 물어보고 가능하다면 최대한 들어주라 하셨다."

"위에 계신 '그분'이 이번 결과가 어지간히 마음에 드셨나 보네."

에클레어는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기뻐하시는 건 내가 근속한 뒤로 처음이라···솔직히 당황스럽더군. 필요한 게 있다면 편히 말해라. 내가 빠짐없이 전하겠다."

"오늘 키티를 만났으니 그걸로 보상은 충분한데."

그녀는 내 말에 어이가 없는지 한 손을 올려 하관을 가렸다. 입가를 움찔움찔 떨면서도 근엄한 표정은 지켜냈다.

"정말···그런 말을 하면 부끄럽지도 않나··?"

"뻔뻔함과 솔직함은 모험가의 기본 소양입니다. 기사님."

"그만. 진짜 필요한 걸 말해라···필요한 것이 없다고 하면 그것도 내부 평가가 이상해질 거다. 무욕한 모험가라니···교단의 수행자도 아니지 않나."

"그럼 영약류? 질 좋은 걸로."

내가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에클레어는 품에서 수첩을 꺼내 메모를 시작했다.

"음. 그리고?"

"회복에 관련된 소모품도 있으면 좋지. 교단에서 돈으로 못 사는 최상급 성수 같은ㅡ"

··

··

"···이제 진짜 없다. 머리에서 다 짜 낸 거야."

어지간한 물건은 다 가지고 있다 보니 막상 필요한 걸 말하라 하니 쉽지 않았다.

"음. 이 정도면 보상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을 거다. 실용적이라 모험가라는 느낌이 들어."

일방적으로 듣기만 했던 예전과 달리. 의견을 주고받으며 메모를 마친 에클레어도 수첩을 보며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끝?"

내 말에 고개를 저은 그녀는 눈에서 진지한 이채를 빛냈다.

"그리고 황실의 전언이다. 그대··로만을 만나면 필요 없는 절차는 모두 생략 하라 하셨으니 필요한 부분만 일축하여 전하겠다."

역시 안면을 몇 번 터서 그런지. 황제가 소소하게 모험가를 챙기는 법을 알고 있다.

"듣고 있어."

"이번 림노의 의뢰를 수행하며 받은 조건···그게 나는 뭔지 모르지만. 한쪽에서 이야기가 나와도 수습이 쉽게 가능하도록 허례허식을 챙겨주면 그것도 기억하겠노라고 하셨다."

무슨 말인지 단번에 이해했다.

마나 계약서를 토대로 한 일기토를 하거나, 명예를 건 행동···귀족들이 좋아하는 흰 장갑을 던져서 한판 붙는다거나?

모험가인 나. 혹은 리케가 후작 가문을 터치할 때 문제를 보다 쉽게 무마할 수 있는 행동들을 향신료처럼 뿌려달라는 뜻 같다.

"이번에 받은 게 뭔지 키티도 알고 싶어?"

"···내게 말해도 되는 건가?"

속이 비어있는 내용만 전달하는데 궁금하지 않을 수가 있나. 그녀는 숨기지 못한 옅은 기대감을 보이며 나를 보았다.

"당연하지. 여기 앉아. 천천히 말해줄게."

비어있는 소파의 옆자리를 툭툭 치니 입을 우물거리며 망설이던 그녀는 옆으로 다가와 앉더니 내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왔다.

"시간이 없으니 설명만 간단히 해라··."

"천천히 하면서- 매일 바쁜 키티가 여기서 최대한 쉬고 가면 좋겠는데."

"걱정 마라··벌써 충분히 쉬었으니. 그리고··· 이때가 휴일이니 알아둬라. 그날은···로만의 집으로 가겠다."

업무 메모가 한가득인 수첩에 있는 작은 달력에 별표를 보여주며 그녀가 소곤소곤 말했다.

"리케랑은 어떻게 이야기됐어? 또 클로에랑 리케랑 세리아. 셋이 저택에 모여서 논데?"

분명 리케와 합의가 됐으니 나오는 말일 텐데. 그녀는 뜬금없이 얼굴을 화악 붉히더니 고개로 내 어깨를 콩콩 박았다.

"세, 세세한 건 신경 쓰지 마라! 다 이야기가 되어 있으니··얼른 이야기나 시작해라! 나도 돌아가기 전에 보여줄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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