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35. SN 엔터테인먼트
"오늘도 감사해요! 점수 조금만 올리면 이제 진짜 챌린저 찍겠네요. 늦은 시간까지 봐주셔서 감사하고 모두 잘 자요!"
난 밝게 미소를 지으며 양손을 흔들고 방송을 종료했다.
확실히 상점 능력은 굉장하다. 그랜드 마스터 구간에서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87%의 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게 말도 안 되긴 했다.
물론, 나 말고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승률로 더 높은 구간에서 승승장구하는 프로게이머나 연습생도 계셨지만...
"진짜 한 100점만 올리면 이제 챌린저 구간에 진입할 수 있겠다."
난 오늘 플레이한 기록들을 살피고 랭킹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목표에 조금씩 다가간다는 느낌이 들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12시가 조금 넘는 시간에 방종을 하고 난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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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알림 소리에 난 눈을 반짝 떴다. 내가 평소에 쓰지 않은 알림음이었기 때문이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챌린저 티어를 달성합시다.
보상 : F급 스킬 쿠폰 1개
오호... 마지막 F급 스킬 쿠폰 퀘스트였다. 이거를 깨면 이젠 그 다음부터 포인트를 주는 것 같은데. 얼마나 많은 양의 포인트를 줄지 모르겠다.
"10P씩 주면 F급 살려고 해도 10번이나 퀘스트를 깨야 하네."
스킬 쿠폰 한 장씩 전부 줬으니까 이제 스킬 쿠폰 주는 퀘스트는 아예 없으려나? 난 침대에 누운 채로 핸드폰을 들고는 TS상점을 구경했다.
"진짜 없는 게 없네."
TS상점 안에 들어있는 능력들은 전문적인 분야에서 실생활에 필요한 능력까지 정말 없는 게 없었다.
"깎기는 뭐야... 노젓기? 하하... 삽질도 있네. 뭐 진짜 없는 게 없네."
도대체 어디다 쓸까 싶은 그런 능력들도 있었지만 뭐 상점에 물품이 많은 건 좋은 거 아닐까?
"윤세나! 밥 먹어!"
세연 언니의 목소리에 난 발딱 몸을 일으켰다.
"응!"
아, 막내라서 행복하다. 아니... 막내 여동생이라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 남자일 땐 아침상을 받아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받는 날이 있다고 해도 조금만 늦게 나가면 싹 치워버렸다.
지금은 늦게 나가도 깨우러 와주거나 테이블 위에 차려 놓고는 덮개를 덮어준다. 일어나면 먹으라고. 이 얼마나 심한 차별인가.
난 이불을 대충 정리하고 거실로 나왔다. 언니는 앞치마를 곱게 차려 입고 국에 국물을 떠서 먹고 있었는데 고개를 돌려 날 보더니 오라고 손짓을 한다.
"왜?"
"간 좀 봐."
언니가 숟가락에 국물을 떠서 호호 불더니 내게 건네준다.
"음! 맛있어!"
내 말에 언니가 반색을 하며 말한다.
"맛있지?"
"응. 근데 뭐야? 된장찌개?"
"응, 토마토 된장찌개야."
언니의 말에 난 눈을 깜빡이며 쳐다봤다. 그런 내 반응에 언니는 웃음을 터뜨린다.
난 믿기지가 않아서 언니에게서 숟가락을 뺏어 들고는 끓고 있는 된장찌개를 뒤적였다.
"맙소사..."
감자, 두부, 애호박, 버섯, 청양고추라는 정상적인 재료와 함께 이질적인 재료가 함께 들어가 있는 게 보였다.
"진짜 토마토네. 이건 황태고... 아, 다시마도 있네."
다른 건 다 정상적인 재료들이었다. 그런데... 뭐지?
이 토마토는? 난 토마토를 건져 올리곤 언니를 쳐다봤다.
"이게... 뭐야? 토마토 된장찌개? 그런 게 있어?"
"있던데? 언니도 신기해서 한 번 해봤어. 맛있지?"
언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난 숟가락에 올라온 토마토를 다시 던지듯 된장찌개에 빠드리곤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이게 왜 맛있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조합인데... 맛있다. 언니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된장찌개를 바라보는 날 보며 웃더니 불을 끈다.
"앉아. 밥 먹자."
"응? 아... 응."
난 고개를 끄덕이며 언니가 시키는 데로 자리에 앉았다.
호박전에 도토리묵, 멸치와 어묵 반찬이 냉장고에서 꺼내져 있었고 따듯한 쌀밥과 달걀찜도 보였다.
언니는 문제의 된장찌개를 국 그릇에 담아 가져왔다.
"자."
난 다시 한 번 된장찌개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음... 비주얼은 괜찮은데."
일반 된장찌개와 비교해서 별로 크게 다른 모습은 아니었다. 정말 토마토가 들어갔다는 것만 제외하면 정상적인 된장찌개의 모습이었다.
난 조심스레 다시 국을 떠서 먹었고 언니는 자기 국을 담아 자리에 앉으면서 그런 날 보곤 웃음을 터뜨린다.
"어어... 맛있어?"
여전히 의문이 섞인 내 표정과 말투에 언니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린다.
"왜?"
"아니, 맛있어서."
내 말에 언니도 처음에는 나와 똑같은 반응이었다며 계속 웃음을 터뜨렸다.
"얼른 먹어. 식으면 이상할지도 몰라."
언니 말에 듣고 보니까 일리가 있어 얼른 먹기 시작했다. 잘 지은 밥과 된장찌개 갖은 반찬들이 있으니
꿀맛이었다.
"잘 먹었어, 언니."
"그래.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 오늘 11시라고 했던가?"
"응, 11시."
언니는 내 말에 밥을 먹으며 시계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8시니까 아직 시간 좀 있네."
"응. 난 오늘 아침에 점수 좀 올려 놓으려고."
"녹화하는 거 잊지 말고. 너 조금만 더 하면 챌린저 찍는다고 했던가?"
"응. 100점 정도 남았어."
"올리는 거 어려워?"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 100점이야 금방 올리지."
내 말에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챌린저 찍지 말고 한 판이나 두 판 정도 이기면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 놓고 저녁에 정규 방송 시간 때 게임 돌려."
"안 그래도 그러려고."
아예 그냥 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하긴 했었다. 보통 내가 8시부터 방송을 켜니까 100점이라고 해봐야 내 상각엔 충분히 12시 이전에는 찍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리 점수를 올려 두지 않는 게 오히려 방송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흠... 어떻게 하지. 난 고민을 하며 밥을 먹었는데 언니가 그런 나를 보더니 묻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니. 그냥 아예 하지 말고 8시부터 방송 시작하면서 돌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봤어."
내 말에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한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근데 너 게임 안 하면 뭐 할 거 있어?"
"그냥 뭐... 일반 게임하던가. 그냥 다른 거 해도 돼."
내 말에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한다.
"그럼 그것도 녹화해 둬."
"알았어."
난 언니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의 연속성도 있고 차라리 게임을 하지 않는 게 시청자들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랭크 게임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
"흠, 일반 게임이나 해야겠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을 싱크대에 담고 설거지를 했다. 언니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자기가 다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담아주더니 내 엉덩이를 토닥인다.
"어이구, 예뻐라. 고생 좀 해."
"고생은 무슨."
밥까지 친히 차려주시는데 설거지는 무조건 내가 해야지. 언니는 테이블을 깨끗히 닦고는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난 설거지를 끝내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LOM을 실행시키고 일반 게임을 돌렸는데 상당히 빠른 시간에 게임이 실행되는 걸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진짜 빠르게 잡히네. 확실히 일겜이 빨리 잡히는구나."
게임에 들어가자 채팅창에서 유저들이 굉장히 신기해했다.
-뭐야? 진짜 한국대 여신인가?
-한국대 다니심?
-롤 BJ임. 여자. 엄청 예쁘심.
-검색 들어감.
날 알아보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었는데 상위 티어에서는 거진 나를 다 알아봤기 때문에 나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게 조금 신기했다.
처음엔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했는데 이젠 모르는 사람이 신기하다니... 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재수 없나? 킥킥.'
나도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안녕하세요! 한국대 여신입니다! 너튜브 구독 안 하셨으면 한 번씩 부탁드려요!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나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감사한 일이고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날 알게 만들 수 있다.
-오... 대박. 몸매 엄청 좋으시네.
-그걸 왜 이제 말함. 저도 바로 구독 박으러 감.
인기 동영상이라 아마 내 너튜브에 들어가면 바로 나올 거다. 뭐, 안 보고 싶어도 안 볼 수가 없겠지. 너무 잘 보이는 곳에 있으니까.
게다가 영상 길이도 짧고 썸네일이 잡아당겨서 밀착시킨 장면이었기 때문에 마우스가 갈 수밖에 없을 거다.
-구독 받았습니다. 여신님.
-저도요. 사랑합니다.
-뭐야? 왜들 그럼?
-하... 담배 피고 오셨나. 빨리 한국대 여신님 너튜브 검색해서 들어가가지고 구독 박고 나오셈.
알아서 홍보까지 해주는 팀원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에 예쁜 게 최고다. 게임은 정말 즐겁고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랭크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도 부담감 없이 했고,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게임도 잘 풀렸다. 상대 미드도 마스터였는데 거의 압살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났다.
미드가 잘 크면 그 어떤 게임보다 수월할 수밖에 없다. 미드라는 자리가 전략적인 요충지였기 때문인데 탑으로 지원을 가기에도 좋고 바텀으로 가기에도 좋고 정글 싸움에 지원을 가기도 편하다.
내가 라인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정글 싸움은 무조건 이득일 수밖에 없고, 탑이나 바텀 입장에선 잘 큰 미드가 맵에서 잠시만 보이지 않아도 플레이에 리미트가 걸리기 때문이다.
-저 여기 밑에서 낚시 함.
난 양치기 소년... 아니, 소녀처럼 바텀으로 내려가는 척하며 부시에 숨어 있었다.
상대 미드는 헐레벌떡 내 움직임을 따라 아래로 내려왔다가 갑자기 뛰쳐나오는 나와 빠르게 접근하는 정글을 보며 혼비백산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포탑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피가 이미 다 빠져버렸다.
"오케이."
야무지게 킬을 먹고 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이모티콘을 보여줬다. 그러자 정글도 나를 따라 똑같은 이모티콘을 보여준다.
난 미드 라인에 복귀해 빠르게 라인을 밀고 포탑 철거 골드를 먹고는 귀환 버튼을 눌렀다.
-야, 게임이 너무 편하네.
-ㅁㄷㅊㅇ 오지고요.
-이게 그랜드 마스터인가?
팀원들은 나를 찬양하는 멘트를 날려줬고 난 그런 팀원들을 보며 배시시 미소 짓고는 채팅을 쳤다.
-다들 잘 하시는데요,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미드가 이렇게 흥하면 다른 라인을 잘할 수밖에 없다. 우리 탑이 싸우려고 할 때 탑으로 가는 모션만 보여줘도 상대 탑은 자기가 이길 것 같아도 쉽게 싸움을 걸지 못한다.
진짜로 로밍을 가서 풀어주기도 했고 그런 양치기 같은 움직임이 알게 모르게 게임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른 라인이 라인전을 할 때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탈논 같은 챔피언은 더욱 그렇다. 유통기한이 후반에 가면 온다고 하지만 초반에 이렇게 박살을 내버리면 유통기한 따윈 오지 않는다.
"로밍 타이밍."
난 바텀에 대규모 싸움이 나서 빠르게 벽을 넘어 합류했다. 상대 미드도 쫓아오긴 했지만 시야가 없어서 부시를 지날 때마다 움찔거린다.
당연히 합류가 나보다 늦을 수밖에 없다.
먼저 합류한 나는 대규모 한 타에 먼저 합류했고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오케이, 대승!"
손가락만 빨고 다시 미드로 복귀하는 미드의 모습을 본 나는 빠르게 미드로 돌아갔다.
역시나 탈논의 장점인 기동력을 활용해 난 생각보다 더 빠르게 미드에 도착했는데 시야가 없는 곳을 이용해 벽을 타고 넘어간 나는 빠르게 미드 라인을 밀고 집으로 가려던 상대 미드의 뒤에서 기습을 가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가볍게 솔킬을 내곤 미드 라인을 쭉 밀어 놓고 곧바로 귀환을 탔다.
확실히 일반 게임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랭크 게임보다 쉽게 플레이가 가능했다.
다만, 한 가지 조금 곤란한 게 있었는데 상대방이 다 나만 죽이려고 한다는 점이었다.
-우리팀 다 필요 없어. 무조건 탈논만 딴다.
-그래, 그래. 우리 싸우지 말고 여신님 한 번 잡자.
페이크 선수가 당했던 바로 그거였다. 페이크 한 번 죽여보기. 상대방은 더이상 승패엔 연연하지 않았다.
0데스를 기록하고 있는 나를 어떻게든 누군가가 따겠다는 의지로 가득해 굉장히 난감했다.
"아... 죽기 싫은데."
노골적으로 나를 노리는 모습이 보이자 이상하게 나도 꼬여서 그런지 죽는 게 싫어졌다.
최대한 안정적으로 플레이 하고 도망갈 수 있는 길을 항상 열어 놓고 라인 푸시를 했다.
시야가 없으면 절대고 혼자 가지 않았고 미니맵을 통해 상대방 인원을 항상 파악해 위험 요소를 줄였다.
결국, 난 0데스를 유지한채 게임을 종료할 수 있었다.
-와... 진짜 프로는 프로구나.
-잡을 수 있는 각 자체가 안 나옴.
-아... 한 번은 진짜 아쉬웠다... 그걸 사네... 진짜...
-대단하다... 노골적으로 노렸는데 못 죽이네.
-버스 감사합니다!
-여신님, 사랑해요! 버스 감사합니다!
랭크 게임도 아니고 일반 게임에서 이겼을 뿐인데 진심으로 기뻐하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저도 재미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