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74. 한국대 소냐
유라 언니와 나는 오붓하게 근처 레스토랑에 들어와 식사를 했는데 운전 때문에 와인은 나만 마셨다.
말을 편하게 해서 그런지 언니는 나를 무척 편하게 대했는데 서로 존대를 하는 것보다 확실히 이 편이 더 좋은 것 같았다.
"이번 거 공개됐을 때 반응이 너무 궁금하다. 진짜 대박 날 것 같아."
"에이, 너무 그렇게 기대하지 마. 그러다가 쪽박 차면 어쩌려고 그래."
유라 언니의 설레발에 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유라 언니는 뭘 모른다는 표정으로 손가락까지 까닥이며 말했다.
"무조건 대박이야! 무조건.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라 거기 있는 사람들이 다 그랬잖아."
유라 언니는 벌써 행복 회로를 돌리는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내가 만든 곡 자체가 치밀하게 분석해서 만든 곡이었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멜로디나 가사를 연구했고 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작곡한 곡이었으니 솔직히 내 생각에도 실패할 확률은 적다고 봤다.
"내가 생각해도 성공할 것 같긴 해."
내 말에 유라 언니가 웃음을 터뜨린다.
내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은근히 자신감 있는 얼굴이었나 보다.
"말 안 해도 알아. 네 얼굴에 딱 쓰여있거든. 나 자신 있음, 하고."
"아, 그래? 어제 써놨는데 아직도 있어?"
난 이마를 열심히 지우는 척하면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더니 유라 언니가 웃음을 터뜨린다.
"이거 선공개하고, 다른 곡들도 완성이 되면 차근차근 준비해서 공개하자. 그렇게 다 공개가 되면 정식으로 음원도 내고."
"응."
"좀 정상적인 루트가 아니라서 어떨지 잘 모르겠다. 잘 되는 건 무조건 잘 되 는건데. 얼마나 잘 될지가 감이 안 잡히네."
"설마 손해야 보겠어."
내 말에 유라 언니가 웃으며 말했다.
"손해 볼 수가 없지. 여기 들어간 예산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사실이 그렇다. 거창하게 어디 세트장을 빌려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것도 아니고 감독이나 배우 섭외에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곡이 무슨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등장할 필요도 없어서. 정말 출연하는 사람은 나 혼자. 그리고 장소는 녹음실.
그게 끝이었다. 가장 비싼 등장 소품이라고 해봐야 기타 정도고. 다른 뮤직비디오 촬영과 비교하자면 정말로 돈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봐도 됐다.
"만약에 이거 손해 보면 내가 책임진다."
유라 언니의 말에 난 웃으며 말했다.
"오... 감동인데?"
"감동할 거 없어. 손해 절대 안 볼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게 감동이라고."
내 말에 유라 언니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너도 절대로 안 망할 거라고 생각하는구나."
"당연하지. 내가 만든 곡인데."
"그럼, 그럼. 누가 만든 곡인데."
유라 언니도 얼른 내 말에 동의하며 내 기를 세워준다.
나와 언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쳤고 언니는 나를 숙소까지 데려다줬다.
"조심히 들어가. 연습 열심히 하고!"
유라 언니는 자동차 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며 내게 말했고 나도 같이 흔들어주면서 말했다.
"어! 언니도 조심히 들어가. 운전 조심하고!"
"걱정하지 마. 언니 운전 진짜 잘해."
언니의 말에 난 살짝 한기가 돌아서 팔짱을 껴 몸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언니가 운전 잘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남이 박으면 같이 손잡고 천국 가는 거지."
내 말에 언니는 푸핫! 하고 웃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건 네 말이 맞다."
"조심히 들어가. 방어 운전! 알았지?"
내 말에 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너도 얼른 들어가. 춥다."
"언니 가는 거 보고 들어갈게."
내 말에 언니는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내게 손을 흔든다. 나도 손을 마주 흔들어주며 언니가 가는 걸 보고 숙소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이라 숙소에 누가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내 예상대로 숙소엔 아무도 없었다.
언니 집에 갈까 하다가 그냥 숙소로 왔는데 몇 시간 걸리지 않은 녹음이 육체적으로 힘들진 않았는데 정신적으로는 좀 힘들었던 것 같다.
나 혼자 조금씩 홀짝이던 와인도 무시할 순 없고. 하여간 아무도 없는 숙소에 돌아와 일찍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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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뭐냐?"
나와 언니가 의기투합해 열심히 키웠던 게임 너튜브 채널은 이제 겨우 100만이 넘어가고 있었는데... 그것도 프로 선수가 된 후 늘어서.
"아니, 이게 진짜 무슨 일이야."
한국대가 빠지고 소냐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내 채널의 구독자 수가 벌써 100만이 넘어가고 있었다.
연습을 하다가 유라 언니의 전화에 놀라서 확인해 봤더니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이었다.
팀원들도 뉴스를 봤는지 하나, 둘 내게 다가와 노래를 하는 내 영상을 내게 보여주며 이게 뭐냐고 묻기도 했다.
[윤세나 1위! 유튜브 구독자 최단기간 100만 돌파!]
프로게이머이자 오늘 SN엔터테인먼트와 정식 계약 체결을 발표한 윤세나 선수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음원을 공개하며 데뷔했다.
윤세나 선수는 소냐라는 자신의 채널에 First Love라는 제목으로 첫 영상을 업로드했는데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이었다.
간단한 자신의 소개와 곡 설명이 들어간 이 영상은 공개 11시간 만에 100만명의 구독자를 달성했다. 이 기록은 기존의 블루핑크의 재니가 가지고 있던 1위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재니는 12시간 만에 100만명의 구독자를 달성했다.)
현 시간 기준, 이 영상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조회수 500만을 넘어섰다.
특히, SN소속 가수들이 자발적으로 홍보에 열을 올렸고, 국내 소속사 PJY, YZ의 유명 가수들은 물론, 해외 유명 가수가 자신의 SNS에 공유한 기사들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꿈인가?"
난 수많은 기사들을 보며 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내게 벌어진 일들이 믿기지 않아 얼떨떨했다.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오른다는 말이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을 정도로 내게 쏟아지는 관심이 대단했다.
온라인으로 느끼는 열기가 이 정도인데... 실재로 피부에 닿는 오프라인 반응은 어떨까?
연습 시간에는 핸드폰을 꺼놓기 때문에 몰랐다가 식사 시간인 4시에 켰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이래도 거짓말이야?]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그러게나 말이다. 진짜 이게 다 무슨 일이냐. 나도 아침에 일어나서 깜짝 놀랐잖아. 전화하고 싶어서 얼마나 손이 근질거렸는지 알아?]
내 스케줄은 다 꿰고 있는 언니였기 때문에 내가 지금 시간에 식사를 하러 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내게 전화를 한 것 같은데. 뭔가 얼떨떨했다. 이렇게나 폭발적인 반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내 능력에 대한... 아니 내 능력이 아니라. 내가 가진 이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잘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이건 지금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반응이었다. S급이면 모르겠는데 A급인데 이 정도라고?
난 고개를 갸웃했다.
"SN이 돈을 많이 썼나?"
[돈이야 뭐 많이 썼겠지? 근데 이건 아마 SN에서도 예상한 범주를 훨씬 뛰어넘은 것 같은데? 지금 회사도 난리야.]
"아, 그래?"
[어. 너한테 들어오는 러브콜이 지금 장난 아니야. 문의도 아티스트들한테도 엄청나게 들어온다더라. 아!
우리 회식 한 번 더 해야 할 수도 있겠어.]
"응? 회식을 갑자기 왜?"
[너 전담하는 팀이 늘었거든.]
유라 언니의 말에 난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 내가 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거 알고 있을 텐데 내 전담 팀을 늘려서 뭐에 써먹으려고?
난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SN측의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엥? 그럴 필요가 있나?"
[네가 아직 몰라서 그렇지 지금 우리 팀 아주 죽어나고 있어.]
"아, 그래?"
[응. 다른 팀 사람들도 지금 우리한테 붙었다니까.]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당황스러웠다. 하나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정말로 이 정도로 반응이 올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나 지금 언니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 약간 그런 느낌이야. 트루먼 쇼에 빠진 주인공 같은."
내 말에 언니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넘어온다.
[나도 그 생각 했는데. 하여간 언니 지금 정신없다. 너한테 알려줬으니까 됐어. 연락할게.]
"어, 알았어."
곧바로 끊기는 전화, 인터넷 검색어 상위에서 하루종일 내려오지 않았다는 내 이름이 보인다.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 때나 게임을 좋아하는 어떤 연예인이 내 이름을 언급할 때가 아니면 검색어 순위에 내 이름이 올라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진짜 이게 다 무슨 일이냐."
난 멍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우재 목소리가 들린다.
"누나 치킨 드세요."
난 고개를 돌려 우재를 쳐다봤다. 우재도 모니터를 보며 웃더니 말한다.
"누나 지금 장난 아니던데요."
"그러게나 말이다."
"근데 누나 원래 음악 쪽 전공하셨어요? 아닌데. 누나 한국대 법대라고 했잖아요."
"어. 음악은 그냥 취미로."
난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우재가 내 말에 입을 쩍 벌리곤 말한다.
"취미로 한 음악이 그 정도라고요? 기타도 엄청 잘 치시던데. 음색도 엄청 예쁘시고."
"얘가 음악 들을 줄 아네. 내가 음색이 좋긴 하지. 와, 치킨 냄새."
연습실 안에 마련된 휴게실에 다가가니 맛있는 치킨 냄새가 진동했다. 난 킁킁거리며 걸음을 빨리했고, 나 빼고 모든 팀원들이 모여있는 게 보였다.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다 계셨는데 간혹 지금처럼 식사를 연습실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 스타! 대스타 왔다!"
"오오오오! 가수, 윤세나아아."
"SN! SN! SN!"
"아니, 누나 언제부터 SN이랑 계약한 거예요?"
"뭔가 좀 사람이 달라 보이는데."
"세나 누나는 진짜 못하는 게 없네."
"얼른 와서 치킨 먹어라."
난 팀원들이 비워둔 자리에 앉아서 민영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민영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머니에서 머리끈을 꺼내 내 손바닥에 올려줬다.
어디를 가든 항상 챙겨서 다니라고 했더니 이젠 알아서 잘 가지고 다녔다.
"민영이는 아예 세나 노예가 다 됐네."
그 모습을 본 뱅기 코치님이 말하기에 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에이, 노예라뇨. 제 남친이거든요."
내 말에 다들 치킨을 먹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와 민영이를 번걸아 쳐다본다.
"아, 저 누나 또 저러네. 그런 거 아니에요."
"노예 아니라고? 남친 아니라고?"
진선 오빠의 물음에 민영이는 치킨을 뜯으며 말했다.
"노예 맞고 남친 아니라고요."
"뭐야, 나 차인 거야?"
난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끈을 물고 머리를 정리했다. 흘러나오지 않도록 단단히 뒤로 당겨 입에 물고 있던 머리끈을 다른 손으로 잡아 묶었다.
'이것도 자주 하니까 느네.'
난 손뼉을 짝 치며 눈을 빛내고 치킨을 쳐다봤다. 윤기가 잘잘 흐르는 치킨의 모습에 저절로 손이 간다.
"아, 누나 손도 안 씻었잖아."
민영이가 나무젓가락으로 내 손을 막으며 말했다.
"자, 이거 써."
내 손을 막는 용도로 쓴 젓가락을 내게 내밀었고, 난 순순히 그 젓가락을 받았다.
"되게 깔끔 떠네. 야! 먹어도 안 죽거든요."
"많이 아플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젓가락으로 드세요."
"사람이면 도구 좀 써라. 도구 좀."
찬동이의 핀잔에 난 젓가락을 던지는 척하며 말했다.
"넌 왜 난리야."
"오오!"
찬동이는 옆에서 치킨을 맛있게 먹고 있던 감독님을 붙잡아 자신의 앞에 세웠고 감독님은 무척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냐?"
그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린다.
"와, 김찬동 저거 미쳤네."
"하극상이냐?"
"저거 감독님이 경기 안 내보내준다고."
"아, 진짜 김찬동 대박이네."
나도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며 젓가락을 손바닥으로 비비곤 아름답게 반으로 쪼갰다.
"민영이랑 많이 친해졌다."
옆에 앉은 우찬 오빠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응. 아무래도 뭐 원딜이라 얘기도 많이 하고 나보다 나이가 어리고 하니까 좀 편해서 금방 친해졌어. 아, 그리고 민영이 누나 있는 거 알아?"
"알지. 이하연이라고 했던가? 인사도 몇 번 했어. 경기 자주 보러 오셔."
"나랑 같은 대학교더라."
"아, 그래? 그건 몰랐네."
"한국대 음대 다니신다더라."
내 말에 우찬 오빠는 그건 몰랐는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 그래? 되게 예쁘시던데. 그럼 너 그건 아냐?"
"뭘?"
"민영이네 7남매야."
"에에? 이민영 너 7남매야?"
내 말에 민영이가 날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어. 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 민영이를 보며 난 손뼉을 짝 치면서 말했다.
"그래서 네가 편했구나. 위로 누나가 있어서 편한 줄 알았더니. 7남매면 뭐... 산전, 수전, 공중전 다 겪었겠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내 말에 민영이가 헛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