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5화 〉모집 - 6 [친구등장] (55/132)



〈 55화 〉모집 - 6 [친구등장]

“너 근데  이렇게 열심히 하냐?”
“하... 나도 솔직히 오늘 너 찾아왔을 때만 해도 그냥 니 능력으로 버스만 탈 생각이었거든?”
“근데?”
“근데 니가 이거저거 막 얘기하는  들으니까 재밌더라. 오, 나도 막 하고 싶어. 그래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그걸 봐 버린 거야.”
“뭘?”
“애들 사진.”

캬아아 감탄을 내뱉는 A.

“진짜 이렇게 이쁜 애들이랑? 과제만 같이 해도 좋고, 밥 사달라고 앵겨도 좋을 것 같은 이런 애들이랑 술도 마시고 떡도 친다고? 거기서 확 돌아버렸어 내가.”
“그러냐? 어째 타이밍 좋게 잘 왔네.”
“하, 그래서 지금 존나 두근두근하고 재밌다 시발.”
“재밌으니 됐다. 그래서 다 정리됐냐?”
“다  것 같다. 내일 아침부터 딱 시작하면 된다.”
“아, 하는 김에  그것도 렌트해놔라. 요새 어플로 쉽게 하잖아.”
“아 맞다. 금방 할게.”

자기 핸드폰을 키고 예약하느라 정신없는 A.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 보니까 자주 불러줘야 겠다.

“이틀 하면 되나? 차는 쪼그만 걸로?”
“걍 이틀 풀로 땡기고. 차는 니가 몰기 좋은 거 아무거나 해라.”
“오케이.”

몇 번 툭툭 누르고 결제하더니 의자 등받이에 기대 쭈욱 팔을 펴고 다시 확인하는 A.

“후, 시발. 이제 준비 다 끝났나?”
“일정 정해지고  빌렸으면 끝이지. 내일 제일 빠른 면접 언제냐?”
“내일 아침 9시로 잡음.”
“... 존나 빠르네. 어딘데?”
“학교 도서관. 한 명이 자기가 스터디룸 빌릴 수 있다네? 나머지는 도서관에서 대기하고.”
“뭐야, 가깝네 그럼.”
“물어보니까 우리 학교 애들 좀 있더라. 가까이에서 오는 사람들 포함하면 한  명쯤 되는 듯.”

어우, 한 번에 열 명?  많은데.

“오전에는 걔들로 끝나겠네.”
“그렇지, 뭐. 그리고 끝나고 차 렌트한  타고 좀 가야지.”
“나머지는 내일 듣고, 다 끝났냐?”
“대충..?”
“몇 시냐 지금?”
“이제 3시 될랑 말랑 하다.”
“피방이나 가자.”
“그럴까?”

요새 계속 능력 관련해서 신경 쓰느라 마음 놓고 논  없는데, 마침 얘도 왔으니까 둘이서 피방이나 가야지.

“B는 뭐하냐 요새?”
“걔 집 내려가서 부모님 일 도와드리느라 학기 시작할 때쯤에 올라온다는데.”
“뭔 일?”
“몰라. 뭐 밭일 하신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그러냐.”

시답잖은 이야기 하면서 밖으로 나간다. 하아, 얼마만의 자유를 느끼는지.

그 뒤로는 별 다른  없이 평범하게 지나갔다. 피씨방 가서 저녁때까지 달리고, 저녁은 내일 바쁠테니까 힘  내라고 기름칠 시키는 겸 소고기 먹였다. 그리고 뭐, 당구 쳤다가, 맥주 한   했다가, 코인 노래방 갔다가 방에 들어오니 벌써 12시다.

허으, 9시니까 아무리 그래도 7시 반에 일어나서 미리미리 준비해야겠지. A 놈은 7시에 일어나서 준비한다는데 그건 뭐 알아서 하라고 했고. 7시 반에 알람 맞추고 그대로 술기운이 가득한 잠에 빠졌다.


-


우우웅. 우우웅. 진동과 함께 울리는 알람 벨소리에 눈이 뜨인다. 으으, 요새 나 술 너무 마시는 것 같아. 속이 조금 쓰려오는데. 쓰린 속을 부여잡고 몸을 일으킨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어제 안 한 샤워 한 번 빠르게 하고 머리 말리면서 오늘 옷을 뭐 입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갑자기 A한테 전화가 온다. 통화 버튼을 누르니 경쾌한 A의 목소리가 들린다.

“준비 다했냐?”
“다  간다. 옷만 입으면 돼.”
“나 니 방 앞에 벌써 왔다. 차도 끌고 옴.”
“...  이리 빠르냐.”
“얼른 준비하고 내려와라.”

뚝. 끊기는 전화. 오늘 참 기대 많이 했나보다. 이렇게 밝은 목소리는 B가 여자친구한테 차이고 질질 짜는 모습 보면서 술 마신 이후로 처음인데?

흠.. 옷을 뭘 입을까.. 아무래도 완전 캐주얼한 그건 좀 아니겠지. 대충 슬랙스 면바지에튀지 않는 폴로셔츠 입고.. 평소에 잘 안 바르던 스킨이랑 로션까지 바르고 나간다.

정리하고 아래로 내려가니 내 방 건물 근처 갓길에 댄 하얀색 차가 한  보인다. 대충 안에서 손짓하는 A를 보는데.. 어라?  새끼..?

차 옆으로 가서 조수석 문을 여니까 A가 존나 쿨하게 받아준다.

“왔냐?”
“... 무슨 정장을 입고 오냐 미친놈아.”
“왜? 별로냐?”

정장  벌 쫙 빼입고  A. 세상에, 존나 본격적이구나.

“그건 또 어디서 났냐?”
“이거? 작년에 우리 누나 결혼식 때 샀는데, 군대 있을 때 산거라 그때보다 조금  듯.  이후로 처음 입어본다.”
“... 말이  나온다.”
“아,  계속 서있냐. 일단 타라 좀.”

어이가 없지만 일단 탄다. 안전 벨트를 매니 A가 차를 출발시키더니 휘파람까지 불면서 유쾌하게 말한다.

“아침은 어떻게 할 거냐?”
“나는 별로 생각 없는데.”
“그럼 대충 편의점 들려서 마실 거랑 먹을 거랑  사가시죠?”
“그러시죠.”

대충 근처 편의점 들려서 먹을 것들 챙긴다. 그리고 학교 안으로 차 끌고 들어가서 도서관 근처 주차장에 세워 놓는다. 차에서 내려서 존나 당당하게 걷는 A. 아직 방학이라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네.

아직 9시가  돼서 그런가 도서관은 안 열렸다. 근처 휴게실에서 바나나우유 한 모금하고 있으니 점차 사람들이 조금씩 들어오는 게 보인다. 그 와중에 한 미모 하시는 분들도 꽤 보이고. A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나에게 확인 차 물어본다.

“방금 들어온 사람들 중에 면접 보는 애들도 있는  같지?”
“그러게.”
“햐.. 존나 갑자기 실감이 나니까 두근거린다.”
“누가 보면 면접 보는 사람은  인줄 알겠다.”

호들갑 떠는 A를 뒤로 대충 폰 하면서 기다리니 어느새 9시가 되었다. A가 아까부터 바쁘게 누군가랑 카톡을 하고 있는데.. 음.. 설마설마 하고 있는데 우리 쪽으로 한 명의 여성이 다가온다. 범상치 않은 외모를 가지신 여자가 우리한테 온다.. 뭐 그럼 뻔하지.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A랑 그녀가 인사를 건넨다.  역시  모습에 절로 따라 고개가 숙여진다.

“지금 스터디룸 빌려놨으니까 저 따라 오시면 될 것 같아요.”
“아, 넵.”

A랑 나랑 허둥지둥 일어나서 먹은 쓰레기들 버리고 따라간다. 스터디룸이라.. 이번 학기 과제도 맨날 아는 애들이랑 해서 이런 곳 가본 적이 없네. 그녀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서 들어가보니 오, 생각보다 깨끗하고.. 책상도 두 개나 있고. 큰 거는 필요 없고 작은 거에 마주보고 앉으면 되겠다.

내가 둘러보고 있는 와중에 A가 그 여성분에게 말한다.

“감사합니다. 그럼 가장 먼저 면접 보시는 분이신가요?”
“네. 제가 제일 먼저 보기로 했어요.”
“그럼 잠시만요. 잠깐 나가서 대기하고 계시면 준비하고 불러 드리겠습니다.”
“아, 네.”

A의 말을 끝으로 바깥으로 나가는 그녀. 허, 이런 것까지 준비를  했나? 그리고 왜 이렇게 여자랑 말을 잘해? 궁금해서 물어본다.

“저 분이랑은 언제 연락했냐?”
“장소 정하고 순서 이거저거 정하다가 좀 도와주시겠다고 해서 몇  연락했다.”
“이 새끼 사심 있는 거 아냐? 왜 이리 말이 술술 나와?”
“진짜 솔직히 없는 건 아닌데 그거보다 이거 하는 걸 우선으로 한 거임. 믿어주십쇼.”

저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어떻게 안 믿겠냐. 가볍게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의자에 앉는다.

“근데, 준비할  뭐냐?”
“그냥 형식적으로 한 건데. 면접 설정  해도 되냐? 지금 부를까?”
“어? 아, 그렇네. 잠시만.”

스터디룸 드림창을 하나 만들어서 빠르게 추가한다.

「‘면접’에서 질문에는 최대한 솔직하게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도」 - 9
「‘면접’ 진행 도중 어떠한 성적인 희롱과 추행, 접촉이 있어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섹드립을 재미있어 하는 정도」 - 9
「‘면접’이 종료되고  장소를 벗어나면 면접에 관련된 내용은 혼자만 기억하고 절대 타인에게 발설하고 싶지 않은 정도」 - 9

“좋아, 다 됐다.”
“그럼 시작한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니 A가 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서 밖에 계신 그 여성분을 부른다. 그리고 A는 내 옆으로 와서 앉고,  여성분은 긴 생머리를 흩트리며 인사하고 들어와서 맞은편에 앉는다. 면접이라 그나마 오피스룩을 입고 온 건가? 깔끔한 체크패턴 블라우스에 슬림한 체형을 강조하는 검은색의 긴 슬랙스가 커리어우먼의 느낌이 나게 만든다.

“자, 인사는 아까 나눴으니 서류부터 부탁드릴게요.”
“네. 여기요.”

나랑 A가 서류를 받아든다. 일단은 신상정보부터 빠르게 스캔한다. 이름 주소연. 나이 스물둘. 주소는 보니까 이 근처에서 멀지 않은 동네고.. 연락처는 필요없고.. 당연히 학력은 우리 학교고... 둘이서 열심히 서류를 읽어보는데 소연이가 먼저 물어본다.

“저.. 1분 자기소개 이런  안하나요?”
“네? 아, 저희는 그런 거 괜찮습니다. 질문에만 잘 답변해주시면 되요.”
“아.. 그런가요. 열심히 준비했는데..”

다소 주눅이 든 모습을 본 A가 나를 쿡쿡 찌르면서 묻는다.

“야, 그냥 들어보지 그래?”
“그거 들어봤자 다 쓸데없는 내용이야. 자기가 이렇게 쓸모 있는 인재다! 라는  길게 늘인 거라고.”
“그러냐?”

흠흠, 하면서 다시 서류를 보는A. 호오, 키가 163인데 몸무게가 45kg? 슬림한데? 이 정도 몸무게에 가슴을 기대할 수는 없으니... 어라 B네. 그럼  만족이지.

뭐, 이거저거 보고있 으니 대충 무난한 스타일이다. 뭐, 성적 판타지도 크게 볼 거 없을 것.. 같은데....

페티쉬 부분 보고 순간 얼굴이 굳는다. 옆에 A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아직 윗부분을 상세히 읽고 있는 것 같아서 A를 툭툭 친다. 작게 왜? 하고 묻는 그 놈에게 페티쉬 부분을 가리키니 갑자기 그 새끼도 입을 뜨억 벌린다.

아니, 이 청순한 느낌의 스물 두 살짜리 여자가.

... 섹스하면서 목이 졸리는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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