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10일차 (45/94)



〈 45화 〉10일차

대망의 날이다. 오늘 1등을 하지 못하면 바로 거대한 젖가슴을 달게 생겼다.

그 생각 때문에 잠을 설쳤다. 사실 이 곳에서 자는게 의미 있나 싶기도 하다.


복잡한 머리속을 정리하기 위해 양치를 하고 있으니 제니퍼가 왔다.


"세리아. 1등 할 수 있겠어요?"

안그래도 예민한 문제를 물어보자 짜증이 났다. 얼굴 보면 진짜 걱정하는 표정이라 뭐라 할 수도 없다.


"잘 모르겠어. 노력은 해봐야지."

오늘은 1등 아니면 소용이 없다. 2등만 해도 바로 J컵 행이다. 진심으로 두려워 죽겠다.

애써 태연한  하지만 내 가슴이 머리통 만큼 커지면 진짜 죽고싶을지도 모른다.


옆에서 양치를 하는 제니퍼를 보면 전 모습의 흔적도 남지 않았다.


스포츠 브라여도 봉긋 솟은 가슴이 보인다. 여자친구랑 자고 다음날 같이 씻던 순간이 생각났다.


물론 전 여자친구 보다 제니퍼가 훨씬 예쁘다. 그녀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이다.


이 와중에 길어진 머리가 불편했다.

이를 닦다 말고 머리끈을 찾았다. 왜 묶어놔도 계속 풀어놓는지 짜증나 죽겠다.


대강 잡아서 묶었다.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

오늘도 나와서 스트레칭을 한다. 엘리스가 5등이니 체력적인 게임이 분명 나올것이다. 진짜 필사적으로 해서 1등을 먹어야 한다.


나에게 행운의 여신이 오기를 빌었다.








[오늘도 게임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게임의 제목은 '3등게임'입니다! 와! 짝짝짝! 말 그대로 3등을 해야하는 눈치게임입니다!]


눈을 뜨니 개인 방이었다. 개인전으로 눈치껏 3등을 하면 좋은 게임인 모양이다. 살짝 운적인 요소가 있어보인다.

[총 3라운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라운드마다 최소 조건이 있습니다! 최소 조건을 만족한 다음부터 각각 포기를 외치시면 됩니다!

물론 조건을 달성하기 전에 외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기서 포기를 외친 순서가 3등이면 가장 높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체력적인 조건을 역시 넣었다. 최소 조건이란 말은 뭔가 행동해야 하는 거겠지.

[최소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포기 여부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라운드 결과만 알려드립니다!]


역시 페널티도 추가할  알았다. 말하는 내용은 결국 눈치있게 포기를 외치라는 거다.


[승점은 3등이 5점, 2등이 4점, 4등이 3점, 1등이 2점, 5등이 1점으로 추가됩니다! 1라운드 바로 시작 하겠습니다!]

별로 있는 것도 없는데 뭘 바로 시작한다는 걸까. 그러자 앞에 500mL짜리 생수통이 10개가 쭉 올라왔다.


[1라운드는 물 많이 마시기 입니다! 최소 조건은 6통! 제한시간은 1시간이고, 등수는 물 마신 양으로 측정합니다!]

1시간동안 물을 많이 마시라는 모양인데 최소 조건이 3리터다. 벌써 짜증이 확 밀려왔다.

그래도 3리터는 먹을만 해 보여서 바로 털썩 앉아 물을 마셨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물을  번에 많이 마셔본 적이 없다.


나는 안흘리게 조심하면서  통을 마셨다. 또 흘리면 뭐라 지랄할  있다.


"끕."


간신히 다 마시자 트름이 나올 뻔 했다. 몸이 작아져서 그런지 500mL로 배가 불렀다. 이거 큰일이다.


왜 1시간이나 주는지 궁금했는데 한  마시고 바로 이해됐다.


이거 6개를 언제 먹을 수 있을까? 막상 먹어보니까 남자였을 때도 힘들 분량이다. 울렁거리는 속을 참고 두번째 물통을 입에 물었다.


반 정도 마시고 잠깐 쉬었다. 이게 가면  수록 생각보다  배부르다.


"..."


절대 못 먹을 것 같은데?

3등은 커녕 꼴등하게 생겼다. 나만 못 먹는건 아니겠지? 다른 사람들도 못 마실테니 페널티를 받고 3등하는게 더 좋으려나.

이게 눈치보다 5등  수 있어서 계속 마시긴 해야했다. 다른 방이 안 보이니까 더 헷깔린다.

두 번째 물통까지 비웠다. 소화시키려고 일어나 몸을 움직이니까 배가 출렁거리는게 느껴진다.

세 번째 물통을 들긴 했는데 마실 엄두가 안난다. 겨우 1리터 마셨는데... 1리터 물이 이렇게 많은 양이었다니. 새삼 깨닫는다.


"후우."

심호흡을 한  해준 뒤 마시기 시작했다. 또 반만 마시고 내려놨다.

다들 필사적으로 마시려나? 엘리스는  마시고 있을 것 같고, 마리는 모르겠다.

사실 전부 다 모르겠다. 얼마나 마시는게 좋을까.


차라리 1등 하더라도 6통을 채우는 걸 목표로 해야겠다. 혼자만 멀쩡하면 2라운드랑 3라운드를 노릴  있다. 나중에라도 3등을 잘 하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일단 6통이라는 목표가 생기자 골치는 덜 아팠다.

그렇게 쉬엄쉬엄 배에 여유가 생기면 생각없이 계속 마실  있었다.

꿀꺽꿀꺽.


"크으."


진짜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얼마나 먹었나 볼까? 와! 4통 먹었다!

나는 내 이마를 짚었다. 4통만에 속이 울렁거리고 괴로웠다. 내 가는 허리에 배만 뽈록 나왔다.  치니까 출렁거린다.


"끅."


괜히 쳤더니 물이 올라오려고 한다. 황급히 몸을 진정시켰다.


급할 것 없다. 아직 10분밖에 안지났으니까 소화를 시켜야겠다. 움직여서 땀으로 빼면 더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바보같다. 차라리 먼저 거친 운동을 하고 마셨어야 했는데.


지금 뛰려니까 더 울렁거리기만 한다. 마음이 너무 급했다.


입을 열면 다 뱉을 것처럼 올라와서  다물었다. 옛날 고문중에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언뜻 봤던 기억이 난다.

다섯번째 물통을 들고 뚜껑을 열지 못했다. 차마 용기가 나질 않는다. 이거 제한을 너무 높이 놓은 것 아닌가?

처음에 6통을 우습게 봤던 내가 미쳤지. 최대한 심호흡을 하며 물을 입에 댔다.


5분의 1 정도 마시고 내려놨다. 일단 벽에 기대서 앉았다. 마음 같아서는 눕고 싶었는데 누우면 입으로 물이 역류하는 기분이 들었다.


제발 모두 포기했으면 좋겠다. 나처럼 다섯개 정도만 마시고 그만 둬서 내가 3등 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무조건 많이 마신다고 좋은 것도 아니라서 어렵다.

"흐음."


아직도 살짝 묵직한 물통을 들고 고민이 된다. 그냥 페널티 받을까 말까.


목표를 6통으로 스스로 잡아놓고 번복해서 살짝 창피하긴 한데 어쩔 수 없다.

 몸상태를 보면 어려워 보인다. 사실 이만큼 마신 물이 페널티나 다름없는데 더 늘어나면 힘들지도 모른다.


여기 붙잡혀 와서 이렇게 배부른 적이 처음이다. 하필 물배라는 것도 마음에 안들지만 목표치를 다 못먹은 것도 짜증난다.

몸이 바뀐게 확 느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작아지긴 했구나.

어차피 한 시간 동안 할 것도 없어서 물통을 보고 있었다.

뱃속에 조금의 틈이라도 생긴 기분이 들면 계속 마셨다. 찔끔찔끔 마셔도 시간이 지나니까  먹어지긴 한다.

다섯개를 클리어 했을  30분이 지나있었다. 이제 나머지 30분 동안 한 통을 먹으면 된다.

솔직히 이만큼 먹었으면 5등은 절대 아닐 것이다. 마리는 무조건 포기할만한 강도였다.

아니지. 마리가 의외로 마시는데 강하려나? 워낙 서로를 아직 잘 몰라서 어렵다. 얘기를 제대로 나눈 기억이 별로 없어서  그렇다.


물통을 입에 물고 생각만 계속 하게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다른 사람들의 성향을 알면 앞으로 이기기  쉬울 것이다.

오늘 여기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봐야 하나? 그러다 정들면 설득당할지도 모르는데.


솔직히 내가 일부러 사적인 대화를 피한 경향도 있다.


에이씨. 모르겠다.

나는 내 머리를 헝크러트렸다. 나름 사람들에게 친절한 성격이었는데 이곳이 나를 바꿨다.


그 때 아랫배에 감각이 이상해졌다. 배도 살짝 땡기고 소변의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아."


망했다. 여기서 노린게 이거일지도 모른다.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오줌을 싸게 만들겠다는 노림수.


물 좀 많이 마셨다고 30분만에 신호가 올  있나? 나만 배뇨감을 느끼는건가? 설마 나만 그러겠어.


밖에 있을 때도 물을 이만큼 마셔본적이 없다보니 예상 못했다.


다른 사람들도 소변이 마려워질게 뻔했다. 우습게도 나만 당하는게 아니라는 사실에 살짝 안심이 됐다.


급하지만 일단 화장실도 없으니 참아보기로 했다.

"읏!"

여자의 요도라서 그런가 반응이 빠르게 느껴졌다. 이건 참을만한게 아니었다.

나는 다급해졌다. 어쩌면 좋을까!


허둥지둥 주위를 둘러보다가  물통이 보였다. 저거 밖에 답이 없나?


고민은 짧았다.

잽싸게 쥐어들고 구석탱이로 가서 팬티를 내리고 쪼그려 앉았다.

진짜 가능하면 참으려고 했는데 신호가 온지 5분만에 찔끔 나오려고 했다. 물에 뭔가  건 아닐까?

물을 마시기 힘들까봐 1시간을 준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챘다.

자세를 잡는데 당장이라도 쏟아져 나올 것 처럼 움찔거렸다. 망설일 시간도 없었다.

 짧은 사이에 식은땀이 흘렀다. 오래 참는게 진심으로 불가능했다.


내가 요도 조이는 기술이 약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여자로 변한지 얼마 안돼서 감각이 다 낯설다. 본능적으로 행할 뿐.

물통 입구를 보지에 갖다대고 힘을 풀었다.

조르르


구멍을  맞췄는지 물통 옆으로 새어나오진 않았다. 불행중 다행이었다.

막상 싸니 시원하긴 한데 모두 녹화중이란게 떠올랐다.

남들이 본다고 생각하니 대놓고 노상방뇨하는 기분이 들었다. 얼굴이 화끈해졌다.

그런데 물통에 액체가 거의  차는데도 오줌이 멈추지를 않는다! 어쩌지!

 방에서 나머지 게임을 할텐데 여기에 지리면 큰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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