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7화 〉29-3. 평온한 주말? (37/116)



〈 37화 〉29-3. 평온한 주말?

"오,  좋다? 누구는 용돈 받아먹으면서 사는데 누구는 벌써 성공했네."

으리으리한 저택. 금태양 마로스가 이만한 저택을 지녔다는 것에 놀랐다.

깔끔하면서도 화려한 장식들. 가구는 상당히 고급진 것을 사용하는지 푹신한 소파하며 바닥에 깔린 몬스터의 가죽 카펫까지.

알렌은 본가의 저택보다 화려한 마로스의 저택을 보며 감탄한다.

"저, 저기... 누님."
"누님 아니야, 형이야."
"네? 그게 무..."

고급진 목재의자에 앉은 알렌이 가발을 벗자 마로스는 황당한 얼굴을  채로 말을 잇지 못한다.

"어... 저... 그... 뭣이냐... 남자였어요?"
"그래. 뭐 불만이라도 있냐?"
"아, 아뇨! 불만이라뇨...!"
"것보다 해독약은?"
"네. 지금 모셔온 누님에게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처방했으니 곧 정신을 차릴 겁니다."
"허튼 수작 부렸다가는 곱게  죽인다?"
"네, 넷. 물론이죠! 감히 제가 어느 안전이라고...!"

금태양 마로스는 벌벌 기며 알렌의 말에 격하게 반응하며 절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한다.

"그보다... 연금술을 독학으로 배웠다니. 나는 그게 가장 신기하거든?"
"아, 그게..."
"어차피 술식 때문에 거짓말하면 심장이 아플 거야."
"저, 정말로 독학으로 배웠습니다! 진짭니다!"

마로스는 침을 튀기며 자신의 서적과 서재를 보여주며 진실을 고하는 모습에 알렌은 신기할 따름이었다.

어차피 술식에 새겨진 심장의 맹약에 의해 마로스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알고 있었다.

"좋아. 뭐, 그렇게 말하니 믿어주기는 하겠는데. 경력은 얼마나 되냐? 아니. 것보다 몇 살이냐?"
"연금술 경력은 올해로 15년 됐고, 16살입니다."
"...뭐? 지금 뭐라고?"
"네? 경력은 15년..."
"아니 아니. 지금 내 귀가 이상한 건가... 분명 열여섯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잘못 들었나?"
"저, 열여섯 맞는데... 그게 문제라도?"

알렌은 금태양 마로스의 외모와 열여섯의 나이를 매칭해보지만, 전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 새끼 구라치나? 아닌데. 거짓말하면 땅에 뒹굴 정도로 아플 텐데?'

"존나게 삭았구나?"
"헤헤!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데 철 들기 전부터 연금술을 독학했다고?"
"네. 저 같은 고아가 먹고살기 위해서는 도둑질하다가 운 나쁘게 잡혀 죽도록 맞는 것보다 차라리 공부하는 편이 더 좋을  같아서."

대부분 부모가 없는 고아들이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목숨을 동반하는 직업을 택한다.

그중에서도 배우는 것도 싫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모험가를 택하는데.

마로스는 달랐다.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 아니, 형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외모로 내게 형님이라 하니... 어째 찝찝하다.

"마로스."
"네, 형님. 뭐 시키실 일이라도? 여자? 돈? 연줄?"
"그딴 건 됐고. 너도 로열 카지노에서 이름 좀 날리냐?"
"제가 이래봬도 VVIP입니다!"
"그러면 그... 그.. 뭐더라? 아, 그래! 다로스? 다노스? 라는 이름을 가진 딜러 알고 있냐?"
"혹시 다오스 녀석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 그래그래! 다오스 그 새끼!"

다오스라는 이름을 말하자 알렌은 맞장구치며 말한다.

"혹시 다오스 녀석이 형님께 무슨 무례라도 저질렀습니까?"
"왜? 네가 복수해주게?"
"지금은 형님의 충실한 부하이니 제가..."
"됐어. 그런 건 내 취향이 아니야. 그리고 복수는 내 손으로 해야 제맛이지."
"그러면 다오스는 왜?"
"내일모레  새끼랑 게임  판 하려고 그런다."
"형님이 다오스랑 게임을요?"
"뭐 잘못됐냐?"

다오스와 게임을 한다는 말에 금태양 마로스가 조금은 걱정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관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다오스 녀석. 요즘 무슨 뒷배가 생겼는지. 예전에는 제 말만 들어도 껌뻑 죽는 녀석이 요즘 거하게 깝치고 다니더군요."
"깝치고 다닌다?"
"네. 원래 로열 카지노에서도 실력이 좋은 녀석이기도 했고 성격도 나쁘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이상해졌습니다."
"흐음... 뒷배라... 혹시 조사해봤냐?"
"이상해진 그날부터 조사하고는 있는데 꼬리는 밟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술식에는 반응이 없다. 지금 한 말이 거짓은 아닌 모양이다.

"하여튼... 저도 약을 유통하려면 보다 큰 거래처나 뒷배가 있어야 하는데..."
"마로스. 너도 이제 든든한 뒷배가 생겼네?"
"네? 갑자기 뚱딴지 같은 소리를?"
"내가 이래 봬도 후작 가의 차남이거든."
"후, 후작 가요?"

후작이라는 계급을 듣자 마로스의 태닝한 얼굴이 파랗게 변한다.

"그중에서도  이름난 가문의 자제야."
"모, 몰라봬서 죄, 죄송합...!"
"됐어. 그냥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라."
"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저는 평민이고 형님은."

불경죄.

평민이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사람에게는 무조건 경어와 예의를 갖춰야 한다, 그것이 설령 갓난아이라고 해도 말이다.

예전에는 혀를 자르고 손목과 발목의 힘줄을 잘라 평생을 말도 못하고 기어 다니는 벌을 내렸지만, 시대가 변했기에 이제는 버릇없는 입을 찢어버리는 벌을  뿐이다.

"괜찮아, 새끼야."

마로스는 어리둥절했지만, 기껏 들어온 기회를 걷어찰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뒷골목에 구른 지도 벌써 16년째.

눈치도 좋을뿐더러 산전수전 다 겪은 마로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속으로 좋아하며 우렁찬 목소리와 힘에  자세를 취하며 카펫에 대가리를 박는 마로스는 이번 기회에 자기도 든든한 지원군을 얻는다는 사실에 감격한다.

"앞으로 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새끼. 욕심은 많아서 좋네. 어차피 술식까지 새겨 놓았으니 너랑 나는 한배를 탄 거야. 그렇지?"
"네, 형!"

'원래 존경스러운 형을 따르는 남동생 역할은 쇼타가 제격인데... 나는 금태양이네.'

그러면서도 알렌은 속으로 마로스를 마음에 들어 했다.

짭짭할 용돈. 독학으로 연금술을 공부한 노력까지. 노다지도 이런 노다지가 없지만, 의외로 녀석이 마음에 드니 이것 참 이상했다.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나한테 부탁해라."
"넵! 형님도 무슨 일이 생기시면 저한테!"
"그래. 그런 의미에서 우리..."

쾅!!!

"씨이파알! 마로스 무사하냐!?"

알렌과 마로스가 가볍게 악수하려던 때.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턱수염의 남자가 문을 발로 차며 누군가를 속박한 채로 소리 지른다.

"이, 미친 새끼야! 지금 뭐하는 짓이야!?"
"괜찮냐, 마로스! 내가 인질을 잡고 왔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빨리 이쪽으로 와!"

턱수염의 남자는 반즈음 깬 코델리아를, 아직 의식을 완전히 되찾지 못한 코델리아를 인질로 잡고는 자신의 친구인 마로스를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혀, 형님! 이, 이건 정말  의도가 아닙니다! 믿어주십쇼!"
"뭐 하는 거야 이 병신아! 빨리 이쪽으로 오라니까!?"
"괜찮아, 괜찮아. 것보다 저 친구 의리는 있는 모양이네. 비록 내 여자를 건드려서 뒈지게 생겼지만."
"혀, 형님!!  친구의 죄는 제가 달게 받을 터이니 제발! 모자르고 겁도 많고 맨날 변명만 해대면서 도망치는 개좇같은 새끼지만, 그래도  친구입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알렌은 의자에서 일어나 코델리아를 인질로 잡고 있는 턱수염 남자에게 가볍게 손짓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저건 또 뭐 하는 병신이야? 야, 마로스! 빨리 이쪽.... 커어어어억...?!"
"여긴... 또 어디지?"

순간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턱수염 남자의 입에서는 이빨과 피가 흩뿌려지며 쓰러졌다.

"일어나셨네요?"

알렌은 벗어둔 가발을 쓰며 코델리아를 보며 말한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통 모르겠어. 설명..."

태평하게 마법으로 턱수염 남자를 날려보내고 내게 상황을 묻는 코델리아의 말문이 갑자기 막히며 이내 얼굴이 빨개졌다.

"오, 오늘 쇼핑은 이만하도록 하지. 아르렌! 빨리 이쪽으로 오도록."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테니까, 나중에 보자고."
"아, 네...! 그러면 조심히 가십쇼, 형님."

조용한 목소리로 인사를 나누며 알렌은 먼저 나가는 코델리아의 뒤를 따른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디, 디금 무순 니리 니러나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냐?)"
"씨팔... 살아서 다행이네. 거기 밖에! 포션 하나 빨리 가져와!"

****

"오, 오늘 일은  의지가 아니라..."

오늘 있었던 야외 플레이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는 궁색한 변명과 허둥지둥하는 손으로 애써 부정하는 코델리아.

"알고 있습니다. 녀석들이 무슨 짓을  모양이라 제가 혼내줬습니다."
'고, 고마워... 아르렌."

일단 맞장구치기로 했다.

어차피 발정이 났다고는 해도 순수히 자신의 욕망을 드러낸 셈인데... 이제 겨우 이틀 남았는데 여기서 부정했다가 괜히 기간을 연장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어떻게든 변명하려는 코델리아의 모습이 귀여워서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우리 이제 뭐해요?"
"응?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아직 시간도 여유로우니 돌아다닐까요?"
"응. 그러자."

중앙 시계탑의 시곗바늘은 여섯 시를 알리지만, 아직 일몰 시각은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돌아다니며 군것질도 하고 가끔 오는 공연도 보고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오자 하늘은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럼 슬슬 갈까요?"
"..."

슬슬 가자는 알렌의 말에 묵묵하다 코델리아가 이내 자신보다 어린 소년의 손을 낚아채며 어디론가 향했다.

'데자뷔? 뭐야? 뭐지?'

또 다시 영문도 모른 채로 인적이 드문 공원... 아니, 지금 시간대는 벤치에 앉아있거나, 공원을 거니는 사람들... 커플이 꽤 많았다.

'아. 아까 저기서 한 판 하려고 했었지.'

"아르렌."
"네, 코델리아 언니."
"공원... 산책하자."

이 말을 하려고 공원까지 나를 끌고 왔던 것일까.

그러나 알렌은 아무 말도 못 한다.

노을을 뒤따라오는 밤하늘을 등진 코델리아의 눈부신 모습에 넋을 놓고 바라봤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그녀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 예쁘네요..."
"어, 응... 고마워."

알렌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코델리아는  한 번 부끄러운 듯이 답하며 두 사람은 손을 잡고는 서서히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며 공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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