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2화 〉31-2. 암묵적 서열이 아닌 본보기로 보여드림. (42/116)



〈 42화 〉31-2. 암묵적 서열이 아닌 본보기로 보여드림.

"여름철에는 모기가 많지. 안 그런가, 알렌 메스티아?"
"그러게. 모기 새끼는 참 귀찮단 말이지. 때려 죽이지 않으면 계속 근처에서 윙윙거리고 지랄이니까."

알렌의 도발에 응당 반응하며 다시 돌아온 떡대 급식.

"이봐, 알렌 메스티아. 고명한 후작 가의 차남이 모기 하나를 제대로 못 잡으면 쓰나. 어째 내가 아예 확실히 잡아줄까?"

웰턴 아르스나.

알렌이 모든 엑스트라 캐릭터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녀석은 잘 알고 있다.

아르스나 가문의 삼남이자 매번 전쟁에서 크나큰 공을 세워 공작 가문이 된, 선조부터 지금까지 왕을 보필하며 전장의 선봉장으로 적들을 무참히 무찌르는 유서 깊은 무가.

무엇보다 게임에서는 후반에 이르면 전쟁이 일어나는 이벤트가 있는데 만약 루센의 군대에 아르스나 가문의 사람이 있다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적들의 사기가 떨어져 적군을 쉽게 죽이거나 생포하여 정보를 캐내기에는 적합한 파티원이기도 했다.

그리고 적군의 장교급 포로가 잡히면 허탈한 혼잣말을 하며 이리 말하기도 했다.

'전쟁에서 아르스나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무언가를 본다면 객기부리지 말고 무조건 도망치라고 했던데. 나는 그러지 못했군...'

그만큼 적들이 경외할 정도로 전쟁의 스폐셜리스트라고 불리는 아르스나 가문은 왕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었기에 아무리  꽤나 있는 가문이더라도 왕의 신임을 얻는 아르스나 가문에게 굳이 적대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잘 보여도 모자랄 판인데.

"언제부터 나를 이토록 생각해줬지? 나는 너와 처음으로 말을 섞어본 것 같은데?"
"이제부터라도 차차 알아가는게 좋겠지. 내 앞에서는 불편한 사실이 있다면 겉으로 드러내지 말아라. 괜히 방금처럼 처맞지 말고."

위압적인 거구와 함께 내 책상을 힘껏 내리치는 손바닥에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폭발적인 소리가 또 다시 교실에 들려왔다.

"잘 알았으면 이만 가보도록 하지. 아, 그리고..."
"비... 비겁해요...!"
"뭐? 아니, 너는 또 뭐야?"
"사, 사람을 때리고...! 아, 아무리 나쁜 말을 들었어도... 사람을 때리면 안 되는 거예요...!"

자리로 다시 돌아가려는 웰턴이 미라이의 용맹스러운 모습에 핏대를 세운다.

"이봐, 꼬마. 나는 여자라고 해도 봐주지 않거든. 하물며 그 어린 몸으로 내게 대들었다가는."
"그, 그래도...! 때리는 건 나쁜 행도.... 까아아악!!"

웰턴 아르스나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미라이를 향해 두꺼운 손을 들며 힘차게 내려치려고 한다.

"어우... 존나게 무식해서 그런지 힘은 쎄네."

미라이를 향해 내리치던 손이 어느새 알렌의 손아귀에 붙잡혔다.

"학자 샌님은 빠졌으면 좋겠는데. 괜히... 크으윽?!"

알렌의 손아귀에 벗어나려던 웰턴 아르스나가 순간 고통에 찬 단말마의 신음을 내뱉으며 알렌을 노려보았다.

"거, 새끼가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것보다 노려보면 어쩔건데?  대 치기라도 하겠어?"
"누가 못할 줄 알고...!"

웰턴은 붙잡힌 손을 풀기 위해 자유로운 손으로 주먹은 쥔 채로 알렌을 향해 날렸으나...

"밥은 먹고 다니냐? 왜 이렇게 힘이 없....어!"
"크으윽...!!"

공기를 가를 정도로 무겁고 빠른 주먹을 잡은 알렌이 웃으며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보다 어리고 약한 여자애를 때리면 되겠어? 응?"

겨우 힘을 써서 알렌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웰턴은 방금 붙잡힌 손을 보니 검붉은 손자국이 새겨있었다.

"여리한 녀석이라 약한 줄 알았는데. 꽤 힘이 있는 모양이군."
"너처럼 무식하게 힘 자랑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말이야."

 소년의 시선이 맞붙으며 순간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아까처럼 손찌검이라도 해 봐, 새끼야. 그것도 아니면 쫄았어?"
"재미있군. 사람을 도발하는 재주가 갸륵하군. 수업이 끝나고 보도록..."
"아, 잠깐만."
"무슨 볼...!?"

잠시 볼일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난 알렌이 자리로 돌아가려는 웰턴은 멈춰세워 마나를 손에 집중하며 뺨따구를 갈겼다.

"이걸로 쌤쌤?"
"...방과 후. 아니, 오늘은 대련이 있으니 기대해라."
"오우. 그러면 합법적으로 너를 존나 팰 수 있겠네?"
"나한테 당해도 그 입이 계속 주절될 지 궁금하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가는 웰턴.

그리고 알렌은 꽤 강하게 때렸는데도 태연한 반응을 보인 웰턴의 뒷모습을 보았다.

'새끼. 그 짧은 순간에 마나로 보호하네. 머가리 텅텅  새끼는 아닌가 보네.'

알렌은 자리에 다시 앉으며 붉다 못해 이제는 한껏 부은 뺨을 만지니 조금 따가운 느낌이 불편했다.

"괘, 괜찮으세요...? 괘, 괜히 저 때문에..."
"괜찮... 지는 않아. 그래도 미라이 때문은 아니야. 내가 욕을 해서 얻어 맞은 거지."
"그, 그래도... 아프시잖아요..."
"뭐, 그렇기는 하지."
"제, 제가 손수건 적셔올게요...! 조, 조금만 기다리세요!"

알렌이 말릴 틈도 없이  조그만 몸이 손수건을 고이 모시고 화장실로 향했다.

"이, 이 정도면 되겠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느린 걸음으로 보였겠지만, 미라이에게 있어 이보다 빠른 걸음은 다시는 없을 거라 자부할 수 있었다.

'미라이. 너를 때리려는 그 녀석... 용서하지 마.'

그렇게 차가운 물로 적신 손수건을 들고 교실로 향하려는 그때. 미라이의 안에서 모든 상황을 보고 듣던 르카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르, 르카네? 하, 하지만..."
'너를 때리려던 쓰레기 같은 녀석이야. 만약에 뺀질이가 막지 않았다면... 아니지. 애초에 그럴 일을 만든 뺀질이의 잘모... 아니지. 아무튼! 절대로 용서하지 마. 나는 저런 것들을 아주 잘 알아. 이번에는 뺀질이 덕에 넘어갔지만, 만약 미라이 혼자만 있다면 분명 앙갚음할  분명해.'

검붉은 마나의 잔향이 미라이 주변에 맴돌다가 이내 서서히 모여들더니 칠흑같은 여성의 모습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저, 정말로... 나를 괴롭힐까...?"
"그건 나도  몰라. 그래도 너를 다치게하려는 녀석은... 아마 마음이 여린 너는 용서해도 나는 절대로 용서 못해."
"르, 르카네..."

흉흉한 검붉은 마나가 흩어지며 르카네는 다시 미라이의 안으로 돌아와 말을 한다.

'미라이. 나는 너의 결정을 존중해. 그렇지만... 지금 이 결정을 미루고 미루다 만약 저 녀석이 너에게 차마 못할 짓을 한다면... 그때는... 그때는 나는 절망하고 말 거야.'
"르카네... 고마워. 하지만..."
'알았어. 나는 미라이의 친구니까. 미라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아. 어차피 저딴 버러지 인간이 덤벼든다고 해도 내가 약간의 힘만 써도 평생을 혼돈에 구렁텅이에 빠져 죽는 날까지 절망으로 물들여 남은 생을 폐인으로 만들면 되니까.'

맑은 목소리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 으응...!"
'그럼 돌아갈까? 그리고 그 손수건. 뺀질이 뺨따구에 문질러줘야지.'
"아, 맞다! 고, 고마워 르카네...!"

르카네가 말해준 덕분에 적신 손수건을 고이 모시며 다급히 뛰어가는 미라이.

'것보다. 뺀질이 녀석... 뭔가 이상하던데. 마나의 흐름이나 성질이 완전히 딴 사람이라도  것처럼 바꼈던데... 설마...  호전적인 도마뱀 계집은 아니겠지?'

****

"주...! 아, 아니 알렌 학생! 뺨이 왜 이래요?"
"그냥 사소한 다툼이 있어서요."
"그렇다 쳐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자칫 눈가에 맞았다면 실명 됐을지도 모르는데...!"
"실명 되지 않았으니 다행이네요."
"... 하아... 일단 치료할게요."

여러 학생이 있는 지금. 아네스는 내게 주인이라는 호칭이 아닌 타 학생들과 똑같이 대하며 지금 부어오른 내 뺨을. 이미 퉁퉁 불어 눈까지 잘 안 보이는 내 뺨을 치료하고 있었다.

"붓기는 가라 앉혔지만, 조심하세요."
"오...! 고맙습니다, 아네스... 선생님. 그러면 이만 가보도록 할게요."

학생이 있는 관계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렌은 서둘러 보건실을 나갔으며, 아네스 또한 자신의 일을 하며 두 사람은 별다른 대화없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

"고명한 학자 자제께서 갖은 변명을 해대며 싸움을 거부할  알았는데."
"새끼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아주 아가리로 싸우지 그러냐?"
"실컷 떠들어도 좋다. 어차피 떠들 수 없을 테니까."
"그래. 상상은 자유니까."

피가 튀길 정도로 두 소년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말을 주고 받으며 싸웠다.

"자, 다음에 대련할 학생은... 알렌 메스티아! 웰턴 아르스나! 앞으로!"

크리스틴의 명랑한 목소리가 나와 떡대 급식을 부른다.

"지금이라도 포기한다면..."
"어휴... 사내 새끼가  말이 이렇게 많냐? 그냥 닥치고 올라오기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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