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7화 〉40-1 술에 취하면. (67/116)



〈 67화 〉40-1 술에 취하면.

'아네스가 크리스틴이 괜찮다고 하니 마음을 놓이는데... 불안하구만.'

모든 수업이 끝난 방과 후.


알렌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가진 채로 클로에와 함께 나란히 복도를 걸으며 손에 들린 테마, 한  후에 있을 축제 테마가 적힌 종이를 들고는 교무실로 향했다.

"이봐, 메스티아. 축제 테마를 그걸로 할 거야?"


말없이 복도를 걷던 클로에는 조금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다른 생각하던 알렌을 올려다보며 말을 건다.


"어? 뭐가 그리 걱정이야? 어차피 투표로 정한 거잖아? 결과가 증명하듯 이걸로 결정된 거지, 뭐."

들고 있던 종이를 툭툭 치는 알렌은 재미있다며 웃기 시작한다.

"..."
"응? 왜 그렇게 쳐다봐? 잘생긴 사람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공작과 후작이 합심해서 테마를 정했는데 누가 안 따라오겠어. 하여튼... 이놈의 귀족 사회란. 하아..."
"어쩌겠냐.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는 것도 실력이지. 물론 나는 머리도, 몸도 좋으니..."
"시끄러워, 메스티아...!"

쏘아붓는 듯한 앙칼진 말투에 알렌은 입을 다물며 얼굴이 씰룩거렸다.


"뭘 웃어...? 내가 웃겨...?"
"웃기기는. 그냥 하는 행동이 귀여워서 웃었다."
"귀여워? 이게 진짜...! 오늘 약속 지켜. 꼭!"
"알았다, 알았어."


약속을  지킨 알렌의 허리를 쿡쿡 찌르는 클로에는 오늘은 반드시 지키라며 안 그래도 앙칼진 눈매가 더욱 날카롭게 변한다.

똑똑똑.

도착한 교무실 문을 노크하는 알렌. 그리고 아무 반응이 없자 그냥 문을 열어버렸다.

"아, 저기 계시네."


 멀리 홍차를 마시며 앉아있는, 그러면서도 소파에 앉아있는 코델리아를 제외하면 교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히 노크 소리를 들었는데 무시하네.'

알렌은 하는  없다며 자신이 쥔 테마 주제 및 기획서를 클로에의 손에 쥐여주며 살짝 허리를 밀었다.


"ㅈ, 지금 무...크으윽.."

평소라면 윽박지르며 나를 노려보았겠지만.

장소가 장소인 만큼 클로에는  다물며 낮은 울음을 내는 고양이처럼. 코델리아에게 가기 전에 살기가 담긴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두고 보자는 말이 절로 들릴 정도였다.

"코델리아 선생님."
"아, 왔구나."
"오, 오늘 정한 축제 테마... 입니다..."

'왜 저래? 어느 때나 당당한 꼬맹이가 맞아?


물론 게임 내에서는 악역영애의 따가리 1, 2, 중에서 1을 맡아 활약은 별로 없지만, 나름 자존심이 강하며 매사에 굴하지 않던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코델리아를 독대한 클로에는 살짝 말을 더듬으며 몸이 흠칫 떨리고 있었다.


'설마... 그쪽인가?'

사실 클로에가 동경하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자 우상으로 여기는 코델리아와 홀로 대면해서 진정이  된 것뿐이다.


"그래?"


클로에가 가져온, 내가 쓴 기획서를 찬찬히 살피는 코델리아가 순간 나를 노려보았다.


"알렌 메스티아. 이쪽으로."

붉은 머리를 옆으로 넘기니 그녀의 하얀 턱선과 목덜기가 살짝 보이며 여느 때와 다름없는 눈빛에 이끌린 것인지 나는 곧장 웃으며 코델리아의 부름의 답한다.

"네.  부르셨어요?"
"내가 조회 시간에 했던 말을 잊은 건가? 다른 반과의 합동이라니. 타당치도 않아!"

기획서를 테이블에 내리치는 코델리아.

그리고 이에 놀란 클로에는 내 허리를 무의식적으로 잡으며 얼굴만 내미는 모습이 귀여웠다.

벌벌떠는 새끼 고양이 같달까. 아무튼, 귀여웠다.

쾅!


"알렌 메스티아."


다시금 테이블을 치는 코델리아는 날카로운. 아니, 뭔가 부러워하는 듯한 눈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아니겠지.'


겁을 먹은 클로에가 내 허리춤에 숨어 있다고 해서 화를  그녀가...


"그리고 클로에 리사흐. 당장 알렌 메스티아의 허리에서 떨어져라. 경망스럽게 이 무슨...!"


'...? 진짜 질투하나?'


흔들리는 눈빛. 그러나 클로에가 떨어질 때까지 노려보는 올곧은 코델리아의 눈을  알렌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클로에. 일단 나가자."
"어? 어! 머, 먼저 가보겠습니다! 가, 같이 가!"


교무실을 나간 두 사람은 표정은 각각 달랐다.


소년은 묘한 웃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소녀는 어쩌지... 라는 걱정에 휩싸인 표정을.


서로 극과 극의 표정을 지으며  사람은 교실로 되돌아간다.

****

한편 교무실에 홀로 남아 중얼거리는 코델리아는 알렌의 기획서를 곱게 접어 따로 보관하고는 아공간으로 이동한다.

자신만의 아공간으로 들어온 코델리아는 맨 처음  행동은 먼지가 수북이 쌓인 술이 보관된 함을 열자 쌓인 먼지가 눈처럼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코델리아는 떨어지는 먼지를 피하지도, 자신의 소매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지도 않고, 손을 안쪽으로 뻗어 그중에서도 가장 독하디독한 술을 빼내 들고 다른 손에는 글라스를 든 채로 테이블에 올려두고서는 동시에 소파에 앉아 독한 술병에 쌓인 먼지와 소매에 묻은 먼지를 마법으로 처리한다.

"후우우..."


코델리아는 결심을 다짐한 사람처럼 심기일전하며 깨끗해진 술병을 열었다.

그러자 향을 맡기만 하더라도 코가 비뚤어질 정도로 매우 독한 향기가 고리타분하고 케케묵은 코델리아의 아공간을 뒤덮이며 그녀의 굳게 다짐한 결심을 조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니야... 마시자. 마실 거야...!"

 뺨을 찰싹 때리며 다시금 굳게 다짐한 코델리아는 손을 뻗어 살짝 기울이자 과일 내음과 동시에 독한 향이 글라스를 채우기 시작했다.


"나쁜 노오옴...!"


희석도 하지 않은 채, 얼음도 넣지 않은 채. 그저 보관함 깊숙이 잠든 금색 주를, 자신에 손에 들린 글라스에 가득 담긴 금색 주를 마시기 전 떠오르는 교무실의 상황을.


알렌에게 달라붙은 클로에를 생각하며 코델리아는 단숨에 독한 금색 주를 마신다.

술에 닿은 입술이 타오르는 느낌. 그러면서도 닿은 입술이 생기를 잃으며 바짝 말라갔으며.

입술을 넘어 이제는 독한 금색 주를 입안에 머금은 감각을 흡사 뜨겁게 달군 쇠구슬 여러 개가 입안에 녹이듯 전해져오는 뜨거운 고통.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강렬한 고통을 주는 금색 주를 빨리 뱉어내고 싶었지만, 오늘만큼은 뱉어내고 싶지 않았다.


"하아...! 하아...!"

입안에 든 금색 주를 마시고 불타오를 것만 같은 고통에서 진정이 된 것인지 코델리아는 테이블에 놓인 독한 금색 주를 떨리는 글라스에 따르니 테이블에는 진한 금색 물방울이 안착하며 순식간에 증발하기 시작한다.

금색 주를 마신  불과 몇 초 만에 그녀의 새하얀 피부는 자신의 진홍 머리칼보다 더욱 진하게 물들며 이 이상 더 마신다면 겨우 이성을 붙들고 있는 끈이 끊어질 것 같았다.

"후우... 나아쁘은 노오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알렌을 원망하는 코델리아는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잡으며 상체가 좌우로 흔들거렸다.


"저어엉마아알 나아쁜 노옴!


독한 금색의 주를, 북쪽 추운 지방에서 남자들의 술, 생존을 위해 마시는 통칭 피닉스의 눈물이라 일컫는 술은 웬만한 주당, 아니. 신이 온다 하더라도 그 향에 취해 주정을 부릴 정도로 매우 독한 술로 알려졌다.

"나아아아쁘으은 노오오오옴!!! 아...! 머뤼.. 머뤼 아파아앙..."

두통을 호소하며 가뜩이나 술에 약한 코델리아의 몸뚱이와 가슴이 출렁이며 한참을 주정 부리며 알렌을 원망하며 어린아이처럼 울부짖다가 소파에 비스듬히 누우며 이내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작은 숨소릴 내며 잠이 들었다.

****


"왜 그렇게 풀이 죽었냐?"
"누, 누가 풀이 죽었다고..."


한편 코델리아의 상황을 모르는 알렌은 교실로 돌아와 클로에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다가, 평소 당당하던 들고양이 모습을 보이지 않아 조금은 걱정이 됐다.


물론 알렌이 걱정해야 할 사람을 따로 있었지만 말이다.


"코델리아... 선생님이 갑자기 화나셔서 놀란 거냐?"
"어? 어... 응."
"실례가 되는 말이지만, 뭐 하나 물어봐도 되냐?"
'뭐, 뭔데? 이상한 말 했다가는 때릴 거야..."
"너, 코델리아 선생님 좋아하냐?"
"...좋아한다는 의미가 혹시 사랑한다는 의미로 말한 거지?"
"아야, 아야...! 그만 때려."
"이상한 말 하면 때린다고 했잖아...!!"

어느새 들고양이로 돌아온 클로에는 알렌의 어깨를 무자비할 정도로 빠른 스피드로 때리기 시작한다.

'냥냥편치 귀엽네.'

"하여튼, 원래대로 돌아와서 다행이네. 오늘 수업은 이쯤에서 끝내자."
"뭐? 배, 배운 것도 없는데 갑자기 끝낸다고?"
"배운 게 없기는 뭐가 없어? 쉬는 시간에 틈틈이, 그리고 지금 알려준 내용을 기반으로 시험 칠 거니까 준비해 놔."
"좋아. 내 실력을 보여주지...!"
"나한테 진 녀석이 큰소리치기는. 하여튼, 내일 시험에서 60점 미만이면 벌을  테니까, 그리 알고 있어."
"뭐? 겨우 60점 미만? 하! 웃기는 군!"
"자신 있나 보네?"


60점 미만이면 벌을 준다는 말에 화가  것이 아니라, 겨우 60점이라는 점수를 들먹이며 자신을 무시한 알렌에게 화가 난 클로에는 빈약한 가슴을 당당히 펼쳐 보이며 삿대질과 함께 선언한다.

"최소 80점이겠지!"
"그렇게 자신이 넘치면 또 내기할래?"
"좋아!  대신에 오늘 물어봤던, 오늘 내가 배웠던 것만 나오는 거 맞지?"


당당하게 말하는 것치고는 조심스럽게 오늘 배운 내용만 나온다는 것을 확인하는 클로에를 보니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았다.


"크, 크흐음...! 오늘 배웠던 걸로만 낼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럼 나는 간다."
"내가 80점 이상이면...!"
"80점 이상이면?"
"다시는 나를 무시하지 마!"

"...그래, 좋아. 네가 80점 이상의 점수를 낸다면 내가 앞으로 일주일 동안 클로에 아가씨라고 부르며 수발을 들어주지."
"...꽤 괜찮네. 그 약속 어기지 마라?"
"나는 약속은 무조건 지키는 스타일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럼 진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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