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고백(3) (45/301)



〈 45화 〉고백(3)

잠시 후.

수진이는 화장실을 다녀온 다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식사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조용히 식사를 끝냈다.

뒷정리를 도와줄까 싶었으나 수진이의 만류에 식탁에 앉아 수진이를 기다렸다.

"선생님. 커피랑 녹차 있는데 어떤 거로 드실래요?"

"다방 커피 가능?"

"완전 아재라니까."

수진이는 웃으면서 스틱으로 된 인스턴트커피를 꺼내 들었다.

수진이가 타준 커피를 마시며 TV에서 흘러나오는 연예인들의 웃음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삼아 타이밍을 잡았다.

고백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선생님 뭔가 하실 말씀 있으시죠?"

"응?"

"오늘 뭔가 계속 초조한 느낌이 들어서요. 아니에요?"

"대단하네. 뭔가 이제 여고생에서 작가에서 초능력자에서 탐정이네."

"그게 뭐예요?"

"그런 게 있어."

수진이가 타준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할까.

역시 혜정이에 관한 이야기는 무조건 나오는 문제다.

이 이야기를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최대한 수진이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사실을 전하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럴 때 딴따라나 인한 강사라면 어떻게 했으려나.

"저, 음..."

내가 망설이면서도 입을 열려고 하자 수진이는 내 답답한 모습을 보고서도 딱히 보채지 않고 차분히 기다려 주었다.

나는 그 배려에 용기를 얻어 입을 열었다.

"아내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 이혼하기 싫다고  할 거라고 하면서."

"..."

"그 전에 아내가 나간 이유를 먼저 설명해야 하는데... 그럼  길어질 것 같은데 들어줄래?"

수진이는 듣기는 싫은데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 같은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수진이의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내와 처음 만난 것은 내가 32살이고 아내가 31살 무렵일 때고 아내와 잠시간의 만남을 가져서 다음 해 5월 25일에 결혼했다.

맞선결혼이었다.
당시에 결혼 생각이 없던 나에게 어머니가 늙으면외롭고 힘들 거라며 반드시 결혼하라고 하셔서 떠밀리듯이 맞선을 봤다. 더 이상 아들로서 어머니를 걱정시키는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뻑이 되지만대학교도 괜찮은 곳을 나왔고 연봉도 웬만한 중소기업을 다니는 것보단 나은 편이어서 꽤 좋은 상대를 만날  있었고그게 지금의 아내다.

아내는 상당히 미인이었고 중소기업을 다니고 있었으며 패션 센스가 좋고 식사를 할 때 상당히 기품있는 모습을 보였기에 굉장히 좋은 가정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해서 호감이 갔다.

몇 번의 데이트를  다음 서로 나이가 있으니 결혼하자는 이야기가 오갔고 그렇게 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어른들이 결혼하기 전에 연애를 충분히 해보고 결혼하라는 것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서서히 아내에게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천히 아내와 내가 싸우고 갈라지기 시작하고 아내가 외도한 이야기까지 수진이에게 들려주었다.

"그런데 막상 이혼을 하려고 하니까 어머니가 자꾸 생각나는 거야. 아마 당신 탓을 하실 거라 생각해서  미뤘어. 증거 자료가 모였어도 좀 더 좋은 타이밍에 사용해서 유리하게 이혼하자고 생각하고 있었지."

"그래서요?"

"그러다가 널 만난 거야. 비가 오던 그 날에 네 휴대폰에 띄어져있던 화면을 봐버렸거든."

"역시 보셨네요."

"어. 그래서 너한테 흥미를 느꼈지. 내가 가장 재밌게 보고 있던 소설의 작가님이잖아. 그런데 처음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어."

"그럼요?"

"그날, 너한테 진수룰이라는 시답잖은 농담을 했는데 네가 그 이야기를 소설 속에 써놓은 걸  거야. 펜스룰이라고."

"아..."

"그 순간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짜릿함을 느꼈어. 내가 글을 쓰던 건 순수하게 쓰는 게 재밌던 것도 있지만 내가 쓴 소설로 누군가나란 존재의 가치를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거든. 그런데  소설에서 이야기가 나온 순간 이제 뭐 하아... 그 감정을 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 저, 그... 뭐라 해야 하지?  그냥 별생각 없이 쓴 건데."

"알아. 그래도  순간에 정말로 기뻤거든. 그래서 그날 나이도 잊고 미친놈처럼 그렇게 장문의 댓글을 단 거야."

수진이는 그 댓글을 떠올렸는지 작게 웃었다.

"그다음에도 네가 내 이야기를 또다시 소설 속에 넣어주었고 그 순간에 운명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꼈거든. 그때였어. 가슴이 벅차올라서 이 감정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어. 그래서 써내려간 소설이 그거야. 제목 미정."

"아!"

작은 감탄을 내뱉은 수진이.

커피를 마시며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정리했다.

"너랑 우연히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렇게 가까워지고 하다 보니 어떻게든 이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아내가 내가 찍은 불륜 현장 사진이랑 내 휴대폰을 봐버렸더라고."

"그래서 나간 거 였어요?"

"어. 그래서 나갔다가 돌아오더니 절대로  헤어진다고. 내가 이 나이에 헤어져서 누구한테 가느냐고, 이제부터 좋은 아내가  거고 날 사랑하니까 절대로 헤어지지 않겠다고 했어. 본인이 불륜을 저질렀으니 나도 바깥으로 겉돌아도 된다는 헛소리도 하면서."

"그,래서요?"

수진이는 매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의 입에서 나오는이후의 이야기가 듣고는 싶지만 듣고 싶지 않다는 모순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협박하더라고. 학원에서 깽판을 친다더라. 너한테 피해 주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남편으로서 행동하라고."

수진이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수진이가 천천히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대로하기로 했어. 남편으로서 행동했지.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정리하려고. 이혼은 할 거야. 부모님께도 말씀드렸고 학원에 피해도 주기 싫으니까 올해까지만 일하겠다고 원장님이랑도 대화를 끝냈어."

가슴에 묵혀두고 있던 모든 이야기를 내뱉었다.

속이 후련해졌다. 자,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수진이에게 고백해야지.

"선생님."

나를 부르는 소리.

손에 들린 컵을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올렸더니 수진이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읍?!"

수진이가 양손으로 나의 얼굴을 붙잡고 키스를 해왔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 부드러운 입술이 너무나 달콤해서 취해버렸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입술의 감촉을 즐겼다.

하지만 키스는  생각보다 훨씬 짧았다.

수진이는 식탁에서 일어나더니 나에게 등을 보였다.

"수진아?"

"저도 선생님께 할 말이 있어요."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은 수진이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저 선생님이 생각하는 만큼 좋은 애도 아니에요."

"응?"

"저 사실, 선생님이랑 처음 만난 순간 선생님이 보인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떠본 거에요, 소설 속에서. 혹시 나를 아는 사람이 아닌가 싶어서."

그런가... 나한테 영향을 받은  아니었나. 그저 내 반응을 떠보기 위함이었구나.

"혹시 몰라서 반응을 떠봤는데 바로 격한 반응을 보이는 댓글이 보이더라구요. 혹시나 해서 살펴봤는데 역시 선생님이었고요. 그런데 다음 날에도  반응은 안 보이시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더 떠봤어요."

"..."

"그래도 선생님은 별 반응이 없어서 그냥 잊으려고 했죠. 근데 소설을 쓰시더라구요. 호기심에 소설을 읽어봤는데...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이전까지 쓰던 소설 만해도 순문학도 웹소설도 되지 못한 뭔가 굉장히 허접한 소설이었는데  소설은 달랐거든요."

허접했구나. 아메리카노보다 에스프레소에 가까운 감평이네.

좋아하는 사람이 니 소설 병신 같다고 하는 말을 듣고 있으니 머리가 멍해졌다.

하지만 수진이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그 소설이 저에 대해서 쓴 소설이란  보자마자 알았어요. 그래도 그 내용이 너무 따뜻하고 좋아서 계속 읽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내용이 조금 바뀌더라고요. 꼭 러브레터를 읽는 것 같았어요. 섬세한 묘사에서 뭔가 이질적인 감정이 느껴졌거든요."

그래. 새벽 감성으로 글을 써버려서 실수를 저지르고말았다.

"그때부터였어요. 선생님을  더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선생님이 유부남인 걸 알았거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혼했다는 소리는 없었는데 반지는 안 끼시는 거 보니 관계는 좀 서먹서먹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소설에서 썼어요."

성녀의 이야기마저 너의 의도였나. 그걸 러브레터라고 생각했다니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알고 싶었어요. 엄마랑 나랑 오라비를 버리고 간 아빠가어떤 심정일지. 가족을 배신하는 그 감정이 어떤 건지."

나를 바라보는 수진이의 눈은 투명해서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나를잠시 바라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버리는 수진이.

"그런데 선생님이 도망치시더라고요. 너무 당황해서 붙잡았어요. 단골도 아닌 카페에 단골이라고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만났는데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끝나면 우습잖아요? 그래서 데이트에서 그런 이야기를 꺼낸 거에요. 저에 대해서 들려주면 선생님이 그 소설에서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거든요."

그런가. 모두 의도된 상황이었나.

"그런데... 뭔가, 뭔가 아니더라고요."

"뭐가?"

"선생님 소설 속에서는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그저 그 소설가 대학생에 대한 애정밖에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좀 더 선생님을 알아보고 싶어서 카페에서 계속 만나고 데이트를 하고 그랬어요."

그래... 이건 차인 건가.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그 표정과 동작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 모든 게 연기였다는 말인가.

이수진. 너는 작가도 어울리지만, 배우도 참 잘 어울리겠다.

병신새끼. 결국은 이런 결말인가.

 번 찍어서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지만 수진이는 나무가 아니었다.

"그런데 선생님을 알아가면서 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그런 게 별 상관이 없어졌어요. 언제 소설을써주시나 언제 이야기를 들려주실까 그런 것보다 그냥 선생님이랑 있는 시간이 즐거워졌어요."

"응?"

"선생님이랑 별것도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쇼핑하고 같이 밥해 먹고 같이 영화 보고 그러니까 꼭 진짜 연인이 된 거처럼 즐거웠고 그러다 보니 진짜로 아내분이 너무 부럽고 미웠어요."

나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니까 안되는 거에요."

수진이가 나를 돌아봤다.

투명해서 감정을 읽을 수 없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수진이의 눈에서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저,다 알아요. 선생님, 요즘은 학원에서 강의하실때 굉장히 즐거운 표정으로 강의하시는 거 알아요? 꼭 선생님 친구분들 이야기 꺼낼 때의 표정을 하고 계세요."

내가 그렇게나 강의를 즐기고 있었나.

"그리고... 사실은 아내분도 그렇게 미워하시지는 않잖아요. 지금까지 봐온 선생님이면 아내분이 정말로 미웠으면 바로 이혼하셨을 거에요. 바람을 피는 아내가 미웠지만, 사랑해서 질투한 거 아니에요?"

"그건 아니야."

"맞아요. 선생님은 누굴 정말로 싫어하시면 바로 관계를 끊어버리고 연락도 안 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저 이제 잘 모르겠어요."

수진이가 고개를 숙여버렸다.

바닥으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선생님 아내분한테 우리 가족 같은 심정을 겪게 하는 것도 싫고 엄마한테 선생님을 어떻게소개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때문에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학원 그만두는 것도 싫어요."

훌쩍이는 소리가 마음을 술렁이게 한다.

"우리 그냥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내요. 평소처럼 카페에서 만나고... 같이 놀러도 가고... 그러는 거예요. 선생님은 저랑 잠깐 놀아주시는 거고 집으로 돌아가시면 되는 거예요."

이제 알겠다. 네가  키스의 의미를.

수진이는 우리의관계를 로마의 휴일과 겹쳐보고 있다.

처음에는 나를 통해서 아버지의 심정을 알고 싶었지만, 어느새 나라는 존재를 좋아하게됐다는 것이다.

그동안에 그녀를 위해 해왔던 것들이 효과를 발휘했겠지.

마음속에 작은 짐이었던 내 아내가 나랑 완전히 갈라섰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도 아내도 서로에게 미련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즐거워하는 학원을 그만두게 한다는 죄책감.

어머니에게 나란존재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복잡하겠지.

나도 아직 아버지란 존재가 어렵고 무섭다.

수진이는 아직 어리다.

19살 불완전한 나이. 운전면허증은 딸 수 있지만, 술이나 담배는 살  없는 나이.

불완전한 숫자 서로소 19.

그래. 너는 불완전한 존재다.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이 되지도 못한 존재.

착각했다.

네가 보여준 귀엽고 요망한 모습에 눈이 팔려 네가 아직은 약하고 여린 존재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부담스럽겠지. 무서울 거다.

용기를 내자.

나는`어른`이다.

무서워서 떨고 있는 이 아이를 대신해서 내가 용기를 내야 한다.

아마 여기서 수진이를 놓아준다면 다시는 수진이와 연인이 될 수 없다.

나와 만나는 것도 피하게 되겠지.

용기를 내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수진이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선생님?"

"나도 아직 무서워."

"..."

"이 나이가 됐는데도 아버지가 무섭고 어머니가 실망할까 두렵고 주위에 민폐를 끼치면 어쩌지. 혹시, 아내가정말로 날 아직 사랑해서 저럴까? 내가 아직 미련이 남은 걸까? 그런 생각도 들어."

 품에 쏙 들어와 있는 수진이.

이렇게 작고 가녀렸단 말인가.

지금은 아무도 없다.  떨림을 멈추게 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수진이는 아직 미숙하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어른인, 아재인 내가 해야만 할 일이 있다.

용기를 내자.

"학원도 사실은 계속 다니고 싶어."

"그러니까!"

"그래도 상관없어."

"네?"

"솔직히 수진이,  어머니를 설득시키는 것도 힘들 거야. 내가 부모라도 미친 새끼라며 싸대기를 갈겨버릴 거 같거든. 그래도 상관없다고."

"선생님?"

"나 이제 38살이야. 요령 있는 사람들은 출발을 하겠지만 난 그게 안 돼. 너한테 반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 순간부터 각오는 했어. 언젠가는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

"손가락질 받을 거야, 미친 새끼라고. 욕먹을 거야, 변태새끼라고. 싸대기도 맞겠지, 제정신이냐고. 그래도 상관없어."

"선,생님..."

"여긴 로마도 아니고 너도 공주님은 아니잖아. 왕실도 없고 의무도 없어."

수진이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내가 개새끼니 미친 새끼니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이제 체면 따위 신경 안 쓰니까."

수진이의 떨림이 멈췄다.

"나, 이제 38살이니까 더는  기다려 주거든. 그러니까 지금 확실히 말해줘."

수진이를 품에서 놓아줬다.

수진이가 비틀거리며 천천히 나를 돌아봤다.

수진이의 양어깨를 붙잡고 진지한 눈으로 그녀의 불안에 흔들리는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나랑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 줄 거면 키스해주고 아니면 날 밀쳐. 개변태새끼 꺼지라고 해."

"..."

수진이가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불안하다. 하지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38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

변화를 어려워하고 어른들을 무서워하던 `어른이`가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한 채 이곳에  있음을.

"선생님은 정말 치사한 알아요?"

수진이의 손이 다가왔다.

내 얼굴을 감싸는 포근하고 따뜻한 손.

수진이의 입술이 내 입술 위에 겹쳐졌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의키스.

이별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키스다.

달콤하고 짜릿했다.

수진이가 천천히 거리를 벌렸다.

"선생님께 꺼지라는 말을하는 학생이 어딨어요?"

수진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그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져 있다.

눈물을 흘려 살짝 충혈된 눈동자가 안쓰러웠으나 수진이가 입가에   미소는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수진이의 미소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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