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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이혼하면 먼치킨(3) (52/301)



〈 52화 〉이혼하면 먼치킨(3)

"너 일처리 존나 빠르다?"

"고럼. 빨리 이혼하고 수진이랑 결혼해야지"

"미친새끼, 고딩인거 잊었냐?"


"아"


"또라이새끼네 이거"


나는 오늘도 손주이름이 뭘까 고민하는 녀석인데  생각이 들겠나


오늘은 변호사를 만났으니 내일은 부동산을 찾으러 다닐 차례다.

"아 그냥 내일 부동산 데이트나 할까?"

"뭐?"


"그런게 있음"

"설마 집보러 같이 가자고 할라고?"


"엉"

"..."


"뭘 꼬나봐?"

"좋냐?"


좋지 시발라마. 존나 좋다.


매일 아침 히히하면서 웃고는 모닝키스해주는 수진이랑 결혼한다고 생각해봐라.


아 결혼은 아직인가


"생각난 김에 물어봐야겠다."

'지금 통화가능하니?'


나는 그렇게 톡을 보낸다.


바로 숫자가 사라진다.


저번에 밀당 곤란이라고 보낸 이후부터는 곧바로 읽고 답장을 해준다.

...솔직히 좀 걱정되기도 한다.

이렇게 즉각적으로 반응할려면 공부할때 책상 옆에 휴대폰이 있다는 뜻인데 자꾸 시야가 거기로 갈텐데 말이다.

톡이 오지는 않았다. 전화가 걸려온다.

'여보세요. 선생님?'

"어, 수진아. 내일 시간  될까?"

'무슨일인데요?'


"내일부터 집 좀 알아보러 다닐려고. 같이 가줄래?"

'...'

숨을 들이마시는 듯한 소리를 내는 수진이


'네엣'


뭔가 삑사리가 난듯하다.


수진이도 내 월세를 알아보러 가는 것에 뭔가 다른 상상이라도 했나보다.


야스를 생각한걸까 결혼을 생각한걸까

뭐든 좋을 것 같다.

"그럼 내일보자. 잘자고"


'네, 안녕히 주무세요.'


나는 전화를 끊고 잠시간 행복감에 잠긴다.

곧 있으면 수진이와 좀더 진득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안된다 된다 안된다 된다 하며 내적갈등을 겪던 내가 맞단말인가?

가슴이 웅장해진다. 점점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싱글벙글 그렇게 앞날을 생각하고 있으니 준범이가 뭔가 좆같은 표정으로 여기를 바라보고 있다.


"아니지?"

"뭐가?"


"씨발 그거 범죄아니냐? 고딩이랑 갈때까지 간거지? 이 씨발롬 이새끼 이거 완전 로리콘이네"


"지랄 그만"


"씨발 맞나보네, 와 시발  김준수씨가 와! 법준수 어디갔어!"


"몰라 레후"


"이새끼 진짜 개또라이네 아 ㅋㅋ"

준범이는 처음엔 어땠냐고 물어볼려고 하다가 아 이건 아닌가 싶었는지 입을 닫았다.

솔직히 다른 여자는 몰라도 여고생이랑 떡친 감상을 물어보는 새끼는 나도 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고생이라서 좋아한게 아니다.

수진이가 우연찮게 여고생이었을 뿐이다. 그 부분은 착각하지 말아라

***

"왜 이렇게 멀찍이서 걸어"


"그, 그게...  그렇잖아요?"


"뭐가?"


"읏! 선생님은 안 부끄러워요?"


"좋기만한데"

나는 수진이랑 부동산을 몇차례 돌았다.

나와 수진이가 같이 부동산에 들어갔을땐 과연 미묘한 표정이었다.


닮지않은 부녀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연인이라고 소개했더니 얼굴이 빨개져서 몰래 내 허벅지를 꼬집는 수진이

아프지만 좋았다.

아무튼 처음엔 전세를 찾아볼까 했지만 과연 전세는 없다는 것 같다.

전세난 전세난 했는데 막상 내가  상황이 되어보니까 실감이 난다.

월세는 싼곳이 있었지만 그곳은 거의 고시원 급이었다.

수진이를 불러야하는데 그런 곳은 안된다.


결국 월세 80만짜리가 현재로는 베스트 초이스로 보였다.

"월세 엄청 비싸네요..."

"그러게"

하지만 괜찮다. 나에겐 곧 현금화가 될 돈이 있다.

준범이가 매일 아침마다 F젠은 30만원에 매도주문을 걸어두라고 했다.


이게 팔리면 그 순간은 걱정할게 없다.

아내랑 이혼하면 전셋집에 들어가있는 돈도 돌아온다.

좋든 싫든 3억짜리 전센데 계속 혼자 살기에는 부담스럽겠지.


내 돈이 1억 5천, 혜정이 돈이 1억 5천 들어있는 집이다.

생각해보니 26살부터 바로 취직해서 약 13년을 일했는데 3억 5천밖에 못벌었다는 뜻인가?

주식이 없었으면 정말 어쩔뻔했나 모르겠다.

없을땐 몰랐는데 있으니까 알겠다. 마음이 풍족해진다.


"그래도 좋으시겠네요? 아침에  잘수도 있잖아요?"

"어차피 살던 집이랑 여기랑 거리도 얼마 안되서 별 차이도 안나지.  기름값은  아끼겠다."


"그래요?"


"어, 그러니까 드라이브나 자주 다녀볼 생각인데"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수진이를 바라본다.

 조수석엔  태우고 싶다는 의미를 던져본다.

"음, 그럼 태워주세요"

"이젠 진수룰도 필요없어 보이니까 말이지"

"아하하!"

우리는 그렇게 잠시간 함께 걷다가 손을 흔들고 헤어졌다.

나도 돌아가야지

***

"오늘 F젠 눌림목 끝났으니 내일 팔릴거다, 아마도?"

대뜸 그렇게 말하는 준범이

뭔가 차트를 보여주고 이러저러 말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절반도 못 알아먹겠다.

대충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격이  오르고 그래서 기대감에 더 오를거란 뜻인듯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저게 팔리면 월세 계산하러가야지


보증금은 따로니까 일단 돈이 좀 있어야한다.

"바로 돈 나오냐?"

"아니, D+2일이라고 팔면 이틀 후에 계산된다."

그럼 낼 팔린다고 계산하면 토요일에 돈이 나오나?

"토요일에 출금가능?"

"아니 월요일"

"아 그래? 좀 아쉽구만"


"왜  나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냐?"


"고추새끼랑 같이 사는데 안나가고 싶은게 비정상아니냐?"


"존나 맞말이네"

"그지?"


월요일부터는 바로 계산이 가능할 듯 싶다.

이미 부동산에는 계약하겠다는 이야기를 해놓았으니 돈만 주면 입주가 가능할 것이다.

이불, 침대, 옷걸이 등등 준비할게 좀 많아보인다.


월요일에 계약을 하고 화요일까지 짐을  옮기고 뭐 설치하고 청소하고 하다보면 1주일은 순삭일듯 싶다.

그러니 1주일만 참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수진이와 진무른 아니 뭔가 새콤달콤한 매일이 기다린다.


나는 일단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다음주 초에 보증금이랑 관련해서 이야기를 끝내자고 이야기를 했다.

침대는 꼭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월세니까 금방 빼야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역시 섹스는 침대에서 하는 것이 국룰이다.

이불만으로는 여러가지로 불편하다. 아프기도 아프고 말이다.


 방에 있던 침대를 가져올까 아니면 이참에 침대로 좀 큰사이즈로 주문을 할까?

가져올려면 이삿짐 센터를 불러야하는데 비슷한가?


여러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나는 곧장 이삿짐에 관해서 찾아본다.

아 트럭을 빌려서 짐을 옮기는 방법도 있구만


어차피 인력은 남는다.


"뭔가 좆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뭐냐?"


"별건아니고"


난 그렇게 벌써부터 다음주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


이혼 문제는 사실상 해결이 됐다.

이사도 시간이 지나야 해결된다.

그럼 이제는 남은 시간에 소설을 쓰기위한 밑준비를 해야지.

아직도 수진이는  이야기의 뒷부분은 언제 쓰냐고 보채고있다.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만 한다.

못하더라도 다음 작품에 쓸 내용정리라도 해야지.

일단 등장인물들의 이름부터 써내려가자

강범수는 주인공, 로판작가는 이진희, 주인공 전 여친 돌싱 김혜지


김혜지라는 인간이 복잡한 인간이라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소재가 되는 존재를 떠올려본다.


개걸레 고혜정


그날 이혼협의를 하기 위해서 두 집안이 모였을때  너의 그 표정을 보았다.

결국엔 일을 냈으니 끝을 보자고 생각했겠지

끈적한 타르같은 너의 그 썩은 미소

내가 자신과 같은 지옥으로 떨어짐에 기뻐하던 너의 그 질척한 부의 감정을 느낀다.

그랬던거였다.

그 남자 아닌척 했지만 내가 꼬리를 밟았다고 생각해서 개걸레년한테서 멀어진거다.


그 개걸레는 본인한테 지랄하던 남자를 본적이 없으니 나한테 잠깐 설레였고 자신에게 집착하는 남자도 없으니 나와의 관계회복을 바란거다.


내가 수진이와 첫데이트를 한날 평소와는 다른 향수를 뿌리고 집에서 나갔던 그날

너는 나에게 어떤 이성의 그림자를 느꼈을 것이다.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남편의 모습

분했겠지


처음엔 뭔가 달라보이는 나한테 관심이 생겨서 전처럼 지내볼려고 노력을 했다가 본인이 곧 다른 남자들한테 그랬듯이 버려질 것이란걸 알았을거다.


최선을 다해서 기특한 여자를 연기했겠지.

내가 본인을 벗어나서 다른 사람에게 간다는 가능성이 미치도록 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알아버리고 말았다.


 마음속에 있는 여성이 본인보다 이쁘고 젊고 가능성이 넘치는 여자라는 것을

마트에서 마주쳤으니 어떻게 생긴지도 알았을테고 말이다.


아마 죽고싶었을 것이다.


본인은 나보다 나은 남자라고 생각하는 새끼한테 안기면서 아직 나는 여자로서 살아있다고 느끼고 싶었는데 정작 본인 남편이 지보다 훨씬 잘난 연애를 하는거다.

본인은 기껏해야 썩은 고목이고 나는 이제  피어나기 시작한 꽃과의 연애니까 말이다.

혼자 죽을수는 없다고 생각했겠지.


나를 지옥까지 끌고 가려고 했을 것이다.

내가 질척하고 더러운 기분을 토해낼 때마다 37년 평생 몰랐던 너의 섹스판타지를 충족시켜줬을 것이고 서서히 자신과 같이 가라앉는 나를 보며 즐거웠겠지.

하지만  그 진흙탕에서 기어나왔다.

너는 그곳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한다.


그 차이만이 남았을 뿐이다.


결국 김혜지란 인간에게 그 개걸레년을 담아내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늙어가는 인간의 추악함을 그대로 담아낸듯한 존재


내 이야기는 인생을 대충사는 딴따라가 착실한 삶을 사는 밝고 건강한 여대생을 만나 서서히 물들어가는 이야기다.


달달한 카푸치노에 에스프레소 샷 10개를 추가한듯한 또라이년을 녹여낼 수는 없다.

가볍게 다루는 정도로 넘기고 다른 소설에서 소재로 삼아야지.

나는 그 개걸레년에 대한 나 자신의 생각과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서 따로 메모장을 만든다.


이후 부모님 앞에서 개지랄을 떨었을 때의 이야기도 정리해본다.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나왔을지는 모르겠다.

그냥 좆지랄을 떨었다.

속이 후련했고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찝찝함이 남는다.


그날 지랄을 했던 그날 내가 했던 말들을 천천히 떠올려본다.

아빠랑 목욕탕을 갔다는 이야기와 아빠랑 놀러갔다는 이야기가 왜 튀어나왔을까...

결국은 그거다.


난 친구들의 아버지가 너무나도 부러웠던 것이다.

나도 친구들처럼 아버지랑 놀고 싶었던거다.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아버지란 존재에게서 받았던 상처와 섭섭함이 있던 것이다.


지금은 그저 증오가 되어있는 이 마음에는 분명히 아버지와 친해지고 싶다는 어린날의 김준수가 품고있던 마음이 남아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같다.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다. 관계를 돌이키기에는 너무 먼곳까지 와버렸다.

나는 그날 있었던 일들도 텍스트로 남겨서 저장을 했다.

 이야기도 다른 소설에서 쓸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나저나 나의 재혼은 만인의 축복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생각하긴 했었는데 과연 몇명이나 축하를 해줄려나 모르겠다.

강인한 강사는 축하를 해줄려나? 준범이는 아마도 해줄 것 같다.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놈이니까

고향 친구놈들은 어쩔려나 모르겠다.


재밌다고 좋아할 놈들이 태반이라 도저히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조차 되지않는다.

수진이는 친구가 없다고 했다.

아마도 상당히 쓸쓸한 결혼식이 될 것 같다.

아니 수진이라면 그냥 호적만 올리고 해외로 신혼여행이나 다녀오자고 그럴것같다.

일생에 한 번뿐인 연애라고 했던 수진이


챙길 수 있는 기념일이란 기념일은  챙기자고 했던 수진이가 결혼식은 친구가 안올테고 내가 부담될테니 그냥 하지말자고 약간 외로운 눈빛으로 고개를 흔드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미래만큼은 절대로 보고싶지않은데 말이다.

언젠가는 친구놈들에게 사실을 고해야겠다.

그래. 믿어야지

여고생 따먹는 개또라이라고 욕하면서도 최종적으론 나와 수진이를 축하해줄 놈들은 그놈들 뿐이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 아니다.


새출발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출발은 화려하게 장식하는게 국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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