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8화 〉재능충 강인한(2) (88/301)



〈 88화 〉재능충 강인한(2)

이걸 이 이상 봐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친 흡입력이기는 한데 좀 머리가 아득해지는 기분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 지식의 신인지 뭔지 하는 녀석도 느끼고 있을까?

갑자기 판타지 세계의 드래곤들이 아날섹스를 하는 똥꼬충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잠시 물이라도 한잔 먹고 진정을 해야지.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싶어서 코멘트를 살펴봤다.

프롤로그 개미쳤다는 반응이랑 진짜로 궁금하긴 하다는 댓글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댓글 콜로세움이 열려서 인간으로 폴리모프를 하면 인간과 동일한 신체구조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럼 주인공의 질문처럼 드래곤 폼으로 돌아가면 정액은 어떻게 되느냐는 이야기를 하니 또 말문이 막혀버렸다.

인간과 폴리모프 드래곤 사이에선 종족의 차이 때문에 임신이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럼 하프드래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싸우는 사람이 나타났다.


댓글창은 개판이 되어 있었지만 다들 즐거워 보였다.

내가 썼던 소설에 비하면 굉장히 호평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뒷내용도 읽어보기로 했다.

정신이 아득해진 신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주인공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세상에 인어는 있습니까?


그렇게 묻자 그건 답하기가 쉬웠는지 그러하다며 답을 하는 신

그럼 인어는 포유류처럼 가슴이 있다는 것인데 그러면 인어는 알을 낳는 것입니까? 아니면 포유류처럼 임신하는 것입니까?

알을 낳는다면 제가 바다에서 자위해서 정액을 뿌리면 그건 NTR입니까?


만약에 포유류처럼 체내에서 새끼를 키운다면 왜 굳이 하반신이 물고기입니까?

하반신이 물고기면 사람처럼 섹스할 수 있습니까?


동일한 질문으로 하피는 어떻습니까?

하피도 알을 낳습니까?

총배설강입니까?

섹스 임신 알 총배설강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질문을 듣고 있던 신은 이 주제로 떠드는 것은 정신에 매우 해롭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상한 질문들로 감춰진 그의 진의를 파악했다.

신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이야기


충분한 제물을 바치면 주인공의 체질을 고칠 방법을 알려준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그 힘을 활용해서 누구도 넘볼  없는 강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제물이란 무엇입니까?

그러자 흐릿한 형체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고 느껴졌다.

알고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생명체를 말하는 모양이다.

주인공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더니 갑자기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필멸자여?

주인공은 갑자기 자위를 시작했다.

그러고는 천에 정액을 싸지르곤 정액도 생명체라고 주장하며 훌륭한 제물을 바쳤으니 정보를 내놓으라고 깽판을 부리기 시작한다.


어차피 곧 죽을 목숨 갈 때까지 가보자는 듯 미친 짓만 하는 주인공과 정신이 나가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신

악신으로 배척받고 간신히 힘을 회복하여 가장 강렬하게 자신을 부르는 영혼을 가진 존재를 찾아왔다.

지금 저기서 바지를 내리고 정액을 싸지르고 제물을 바친다는 또라이가 대전사가 되지 않는다면 그는 신성을 잃고 죽음을 맞이한다.

결국 주인공의 제물을 받아들이기로 하자 아주 약간의 신성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지식의 신인 본인조차 몰랐던 제물에 넋이 나가 있자 주인공이 약간 기대하는 눈치를 보인다.

결국 신은 그에게 해답을 알려주게 된다.


5가지 속성은 무의식중에 몸을 더욱 튼튼하고 이롭게 성장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극소수의 존재들을 제외하면 스스로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신의 도움이 있다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후의 설명을 간략히 요약해 보자면 스타2의 캠페인 모드처럼 주인공이 바라는 모습으로 조금씩 육체를 변화시켜서 2가지 속성을 모두 다룰  있는 몸으로 개조시킨다는 이야기였다.

제물을 바쳐 업을 얻어 그 업으로 대전사에게 가호와 능력을 내려준다는 이야기


주인공은 정액을 받아간 지식의 신이 잠깐 보여준 광경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최대한 발버둥이라도 쳐보겠다며 말이다.

초반은 충격적인 장면의 연속이었지만 이후는 의외로 왕도적인 전개였다.

어차피 죽을 운명 여행을 하다가 죽겠다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을 마지막까지 곁에 두고자 하는 가족들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려준 아버지가 최소한 자신을 지킬 정도는 되면 나가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주인공은 10년간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훈련을 받는다.

20살이 되어 가문의 기사와 대련을 하는 장면은 몰입감도 좋았다.

철저히 약점을 공격하는 기사와  공격을 막는 것만으로도 벅찬 주인공

결국 기사의 공격에 이마가 찢어지며 한쪽 눈이 피에 젖어 시야까지 방해되자 철저히 보이지 않는 사각으로 돌면서 주인공을 공격하는 기사

주인공이 다치는 것도 싫지만 죽더라도 가족의 품에서 죽었으면 하는 가족들은 손에 땀을 쥐고 주인공이 포기하기를 기도한다.


주인공은 계속 공격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격해오는 기사의 손목을 공격하는  성공한다.

검을 놓치고 패배를 선언하는 기사


주인공이 순간적으로 내보인 한 수에 모두가 놀라고 이후에는 왕도적인 장면을 보여주며 주인공의 여행이 시작된다.


강인한 작가가  소설은 시작은 미친 것처럼 보였지만 힘을 주는 부분에는 확실히 힘을 주는 작품이었다.


특히 한쪽 눈이 다친 순간 다들 주인공의 패배를 생각했을 때 주인공이 10년의 시간 동안 우직하게 훈련을 받아 온 순간을 떠올리는 장면은 감동조차 느껴졌다.


보이지 않아도 수십만, 수백만 번 검을 휘둘러온 자신의 감각에 따라 적이 있을 곳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장면은 몇 화나 수련하며 고통받는 주인공을 묘사하여 지문을 낭비한 장면을 커버칠 만큼 훌륭한 빌드업이었다.


일일 3연참을 하면서 휙휙 나아갔기에 욕을 하는 독자도 적었다.

진지하다가도 자신의 몸을 개량시키기 위해 자신의 정액을 제물로 바치는 장면이나 6살에 전생의 기억이 나서 아기 때 모유 플레이를 못했다고 슬퍼하는 장면


사람을 죽이는 게 아직은 낯설다며 덤벼온 도적들의 부랄만을 잘라버리곤 시티가드에게 넘겨서 보상금을 획득하고 부랄은 신에게 제물로 바치고 능력을 받는 둥 적당히 진지하다가도 코믹한 장면이 이어져서 순식간에 모든 화를 다 읽어버렸다.


인한 강사는 갤에서 홍보까지 했다고 했는데 반응을 살펴보니 상당히 호평이었다.

특히 떡타지답게 주인공이 정력도 넘쳐서 야스도 자주 하는데 애초에 정액을 제물로 바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려 자신의 신체를 정력도 강하게 개량시켰기 때문에 개연성도 지켜졌다는 게 중론이었다.


요즘은 보기 드문 정착이 아닌 진정한 방랑기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험물

던전도 가고 사막도 가고 하늘에 떠다니는 부유섬도 등장한다는 작가의 말에 사람들은 뒷내용이 궁금하다는 의견이었다.


솔직히 인한 강사의 첫 소설은 실패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소설을 쓰는 것이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이건 확실히 성공한 처녀작이었다.


아니 내가 그렇게 평가하는 것도 민망할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었다.


그가 세계사 강사였기 때문일까?


그가 녹여낸 세계관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주인공이 모험하는 여정은 꼭 영상으로 본 것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미개한 중세 놈들은 휴지가 없어서 곤란하다느니 소금이 없으니 고기가 밋밋하고 비린내가 오진다느니 불씨를 튕기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묘사하는 장면은 너무나 생생했다.


인한 강사는 흔히들 말하는 재능충이었다.


나는 인한 강사의 실패한 글을 읽으며 처음은 원래 다 그런 거라며 위로를 하려고 했던 나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런 문구가 떠오른다.

멀고 높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썼다는 것 같은데...

지금 내가 인한 강사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딱 그것에 가까웠다.

***

"어땠습니까? 제 소설?"

자리에 짐을 내려놓으며 그렇게 물어오는 인한 강사


약간 긴장한 표정을 보인다.


그렇게 재밌게 잘 썼는데도 비평이 두려운 모양이다.


후우... 이제 와서 질투라니 천박하다.

그만하자.


그는 순수하게 웹소설을 보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시원하게 그를 인정해주는 것이 예의지.

"재밌었습니다. 다 봤어요."


"아 정말요? 그럼 어디가 어땠는지 장점, 단점으로  나눠서 이야기해주세요."


"예? 그건 좀..."

"현역 국어 강사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그렇게 약간 웃으면서 말해오는 인한 강사

나는 살짝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주인공이 나름 유쾌한 면이랑 전개가 시원한 장면, 떡타지 답게 떡도 자주 나오고 연참도 최소 2연참은 하신다고 하셨으니 매일 따라가면서 읽는 독자들도 만족스럽다는  장점이죠."


"그럼 단점은 뭔가요?"

"역시 퇴고를 거의  하셔서 그런지 읽다 보면 어색한 문장이나 틀린 맞춤법이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랑 30화 가량쯤 됐는데 명확한 히로인이  나온 것 정도일까요?"

떡타지는 역시 흔히들 말하는 캐빨물 즉 캐릭터의 인기도 중요하다.

인한 강사의 소설엔 메인 히로인으로 불릴만한 존재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역시 소설 퇴고를 하긴 해야 할까요? 일을 끝내고 쓰려고하니 아무리 빨리 써도 퇴고는 힘드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내쉰다.


"히로인은 이번 주에 등장시킬 예정입니다. 기대해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웃음을 보인다.


아무래도 퇴고를 거의 하지 않은 게 아니고 안한 모양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간 모양이고 쓸 시간도 없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비축분도 없이 퇴근하자마자 써서 올린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로 소설로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은 인한 강사 같은 사람이 아닐까?


"그런데 국가나 지방도시, 마을 이름 같은 건 다 언제 생각했어요?"


그렇게 물어보자 인한 강사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하하하! 제가 세계사 강사인  이럴 땐 도움이 되던데요? 대충 예전에 불리던 지명이나 아니면 지금 불리는 이름을 섞어서 그럴싸하게 만들면 아무도 뭐라고 않더라고요."


세계관도 그냥 잠을 자려다가 나도 소설이나 써볼까? 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메모장에 적어서 정리하다 보니 설정이 완성됐다는 모양이다.


대단한 인간이다.

"근데 왜 하필 빨딱에 조노블이죠?"


그렇게 물어보자 뺨을 긁적이며 입을 여는 인한 강사


"솔직히 문쪽으로 가면 아무도 안 읽어줄 것 같아서요. 여긴 빨딱으로 쓰기만 하면 정액제니까 일정 이상은 따라오잖아요? 뭐 저도 용돈 벌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썼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의 소설은 하루 만에 150명이 더 늘어서 지금은 650명이 선작을  상태였다.

"그리고 한번은 써보고 싶었거든요. 모험물"

"모험물이요?"

"네. 하늘에 떠다니는 부유섬을 모험하거나 세계가 평평하다는 평평충들을 비웃던 주인공이 정말로 평평한 세계에서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아무도 찾지 않는 지하세계를 모험하거나 이렇게 돌아다니는 모험물이요."


"재밌긴 하겠네요."

"네. 알아보니까 이렇게 배경이 자주 바뀌는 소설들은 독자들이 자주 하차한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집 마련의 꿈을 소설 속에서도 찾는 건지 배경이 휙휙 바뀌면 독자들이 떨어져 나가니 작가들도 모험을 안 하고 말이죠."

그래서 직접 써보기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약간 즐거운 표정을 보이며 자신이 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는지 말하는 인한 강사가 매우 눈부셔 보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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