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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9화 〉신혼여행(6) (169/301)



〈 169화 〉신혼여행(6)

몸을 마저 씻고 침대로 향해보니 수진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었다.


나는 살금살금 수진이의 곁으로 다가가서 침대에 누웠다.


이불을 덮으려고 하니 이불을 몸에 둘둘 말아서 번데기가 돼버린 수진이.

아무래도 아까 몸에 오줌을 싸버린 게 많이 화가 났던 모양이다.


선을 좀 넘은 것 같기도 한데 나름 코믹하게 받아들이라는 뜻에서 천마수룡포라는 개소리를 했는데 그것만으론 부족했나.

번데기가 된 수진이를 살짝 끌어안아 본다.


미동도 없다.

나는 번데기를 조금 강하게 끌어안아 봤다.

그러자 번데기에서 머리만 쏙 내민 수진이가 나를 노려본다.

"변태새끼."

"어."

"개자식."


"그래그래."


"왜 갑자기 오줌을 뿌리고 그래요?"


"그냥 갑자기 번뜩여서."

"야동  그만 봐요, 변태야."

"이젠 안 봐."


화가 많이 나지는 않은 모양이다.


나는 속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드러난 수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선생님이랑은 섹스하면 안되나 봐."

"아니, 왜?"

"평소에는 이렇게 카푸치노 같은 남잔데 섹스만 했다 하면  추가한 에스프레소 같아."

아메리카노도 써서  안 마시는데  추가한 에스프레소는 얼마나 쓴지 감도 오지 않네.

아무튼, 수진이가 거친 섹스는 좋아해도 더러운 섹스는 싫어한다는 것은  알겠다.

"이젠 안 할게."

"근데 진짜 왜 그런 거에요?"

"아니, 그냥 따뜻해서 생각보다 기분이 좋길래 너도 한번 느껴봐라 싶어서."


"진짜로 변태에요?"

여고생이랑 사랑에 빠졌다는 것부터 내가 정상인은 아니란 걸 너도  알면서 왜 그리 물어보냐.

나는 수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웃었다.


아무 말 없이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려니 수진이가 천천히 돌돌 말고 있던 이불을 펴서 살짝 들췄다.

이불을 벗고 알몸을 드러낸 수진이.

나는 수진이의 손짓에 따라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수진이가  가슴에 머리를 파묻어온다.

나는 수진이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고개를 든 수진이의 이마에 작게 뽀뽀를 해줬다.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셨네?"

"원래부터 나비였거든요?"

아니, 방금까지 애벌레였는데.

수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려니 수진이가 검지로 내 가슴에 원을 그리면서 놀고 있다.


내가 뭐하냐는 눈빛으로 수진이를 바라보자 수진이는 작게 웃으면서 가슴을 쿡쿡 찔러왔다.

"운동,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그렇긴 하지."

이젠 제법 체력도 좋아진 느낌이다.


전염병이 조금 진정되면 헬스장에 PT도 받아볼 생각이다.


이미 40이 코앞이니 무리는 못 하겠지만 3대 300 정도는 노려볼 생각이다.


"선생님은 찌찌면 다 좋아요?"

"뭔소리야?"

"닭찌찌가 그리 맛있어요?"

아.

"맛있지는 않지. 역시 찌찌는 우리 여보 찌찌가 최고야."

"바보."

수진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쿡쿡 웃기 시작했다.


그리 웃던 수진이가 손을 내려서 본인의 아랫배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러다가 곧바로 임신하면 어떻게 하죠?"


"뭘 어떻게 해. 허니문 베이비지."


"선생님, 참고로 물어보는 건데 첫째는 아들이 좋아요 딸이 좋아요?"

"글쎄... 아들?"

"딸!"

"응?"


"무조건 딸이 먼저에요. 알았어요?"

목소리가 제법 진지하다.


아무래도 처남을 떠올리고 있는 모양이다.

아들이든 딸이든 오면 웃으면서 반겨주는 거지.

어차피 우리가 딸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성별을 고를 수는 없는 문젠데 왜 이리 진지한지 모르겠네.


나는 수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작게 웃었다.


"그래, 첫 아이는 딸이었으면 좋겠네. 그래도 아들이 태어나도 미워하진 말고."

"저도 알아요. 아이라... 어떤 아이가 태어나려나."

수진이는 이미 임신이라도 한 여성처럼 자신의 배를 만지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어떤 아이이려나.

"딸이라면 수진이를 닮았을까?"

"저요?"


"어. 수진이를 닮아서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기도 한데 가끔 고집이 있어서 사고도 치고 그러려나."

"그럼 아들이면 선생님을 닮았을까요?"

날 닮은 아들이라고?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데.

내 아들은 나보다 키도  더 크고 긍정적인 아이였으면 좋겠다.

외모는 나와 수진이를 반반 섞은 정도로 하고 성격이나 그런 부분은 수진이를 닮았으면 좋겠다.


수진이는 부드러운 성격으로 보이지만 고집이 있는 아이니까.

만약 나와 수진이가 동갑이거나 오히려 내가 연하였다면 잡혀 살았을 것 같다.


뭐, 수진이 정도로 좋은 여자라면 잡혀 사는 것도 나쁘진 않지.

"무슨 생각을 그리 오래 해요?"

"아니,  닮지 말고 수진이 닮으라고."


"후훗, 그렇게 제가 좋아요?"

"수진이 닮은 딸이 태어나서 아빠 아빠 거리다가 결혼한다고 남자를 데려오면 슬퍼서  것 같아."

"그리고 우리 딸도 엄마 닮아서 나이가 10살도 넘게 차이가 나는 남자를 데려오면?"

우리 딸이 10살도 넘게 나이 차이가 나는 남자를 데려온다고?


그건 절대로 용서 못 할  같은데.


내가 제법 인상을 쓰고 있었는지 수진이는 작게 웃으면서 한 손으론 내 미간을 꾹꾹 누르며 또 다른 한 손으론 내 볼을 꼬집어왔다.


"으이구! 이럴 거면서 잘도 엄마가 허락 안 해준다고  난리를 쳤어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아하하!"


수진이는 웃으면서 이젠 양손으로 내 볼을 꼬집어왔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모르겠네.

"나이도 많은 사람이 왜 이렇게 귀여워요?"

40이 가까운 아저씨가 귀엽긴 뭐가 귀엽다는 건지 모르겠으나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빈말은 아닌 모양이다.

수진이는 나의 뺨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입술만 닿고 떨어지는 키스.

"잘 자요~"


"그래. 잘자."


수진이는 많이 피곤했는지 눈을 감고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었다.

나는 수진이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은 다음 눈을 감았다.


내일은 본격적으로 신혼여행이 시작되는 날이니 나도 일찍 자야지.

잘 자렴 수진아.

***

눈을 뜨니 알몸인 수진이가 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참 부드러워 보였다.


수진이의 가슴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려니 수진이가 눈을 팟하고 떴다.

"아침부터 왜 이리 건강해요?"

수진이는 작게 웃으면서 내 입술에 입을 맞춰주곤 침대에서 빠져나갔다.

"흐읏~ 하아. 얼른 일어나서 준비해요. 신혼여행 떠나야죠."


기지개를 켠 다음 화장실로 들어가 준비를 시작하는 수진이.


그래. 오늘부터 진정한 의미의 신혼여행이다.

준비해야지.


처음엔 호텔에서 조식을 먹은 다음 렌터카를 타고 사람들이 자주 가는 제주도 여행코스로 가볼 생각이다.

전 아내와 가지 않았던 코스도 넣어서 가보고 말이다.

제주도는 대부분 자연경관을 즐기는 코스로 되어있다.

사면이 바다니 해수욕장이나 해돋이 명소 같은 곳이  정비되어 있다.


오늘 하루는 관광명소로 추천받는 부근을 천천히 산책하는 코스로 계획을 짰으니 그대로 해보자.

내일은 스킨스쿠버 예약을 해놨으니 그걸 중심으로 하면 되고.

처음엔 4박 5일 정도로 여행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나도 수진이도 공간적으로 제약을 받는 업종에 일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주도가 신혼 여행지인 건 아쉽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길게 신혼여행을 할  있다고 생각하면 나름 괜찮지 않냐던 수진이의 말을 떠올려본다.


수진이는 과연 여기서 며칠이나 있을 생각인 걸까?


지금 머무는 호텔은 비싼 호텔이라 가격도 생각보다 많이 나가고 식비도 비싸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주도는 오래 놀면서 시간을 보낼 만큼 많은 볼거리가 있는 곳도 아니다.

며칠이나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선생님, 운전은 제가 할게요."

"피곤하지 않겠어?"


"서울보단 차가 적을 테니 괜찮아요. 그리고 운전하는  생각보다 재밌고."

"그러든지."


수진이와 렌터카업체에서 차를 빌리자 수진이는 나에게서 차 키를 받고 운전석으로 이동했다.

운전이 재밌다니... 그 생각이 오래갔으면 좋겠다.


나중엔 그저 피곤하다는 생각밖에  드는 데 말이다.


"내비게이션 좀 찍어주세요."


"그래."

내비게이션에 위치를 입력하자 곧장 안내 문구가 나오기 시작했고 수진이는 천천히 액셀을 밟았다.


"이젠 뭐 거의 베스트 드라이버네."

"생각보다 쉽던데요?"

"너 잘났다."


"네.  잘났습니다. 히힛."


수진이가 차를 몰아 얼마간 시간이 지난 다음 우리는 섭지코지에 도착했다.

이곳이 생각보다 경치가 좋단 말이지.

수진이는 차에서 내린 다음 주변을 둘러보며 기분 좋다는 듯이 양팔을 벌리며 바람을 맞았다.


"후으~ 기분 좋다. 마스크만 없다면 더 좋겠는데."

"그건 어쩔 수 없지."


집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마스크를 쓰는 게 생각보다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전에야 학원에 다닌다고 서로 쓰고 다녔는데 같이 살기 시작한 다음부턴 거의 집에만 박혀있었으니 갑갑하긴  거다.

수진이는 천천히 내 팔에 팔짱을 껴왔다.


"가요."


"그래."

수진이는 핸드백에서 셀카봉을 꺼내더니 휴대폰을 끼웠다.

아무래도 오늘도 사진을 찍을 생각이 가득한 모양이다.

"이제 그거 들고 다니네?"


"저도 찍을 이유가 생겼으니까요."

하긴, 수진이도 요즘 여자애들이랑 같은데 사진 찍는 걸 좋아하겠지.


보기 좋은 요리가 나오면 사진을 찍었으니까 은근히 사진 찍는걸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수진이와 팔짱을 낀 상태로 주변을 천천히 걸어본다.


따사로운 햇살과 바다에서 불러오는 조금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을 타고 바다내음이 풍겨온다.


수진이는 나를 잠깐 멈춰 세우더니 바다를 등지고 셀카봉을 들어서 사진을 찍는다.

"음..."

조금 미묘하긴 하다.


사진을 찍는  마스크를 쓰고 찍으려니 이게 뭔가 싶네.

수진이는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확인했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수진이는 나에게 잠깐 숨을 참으라고 한 다음 마스크를 벗었다.


그리고는  깜짝할 사이에 사진을 찍고 다시 서둘러서 마스크를 썼다.

"세이프~"

"아니, 이건 아웃 아닌가?"

"보는 사람도 없는 데요. 뭘."

"그렇긴 하지."

수진이는 뭔가 커다란 일을 해낸 사람처럼 이마의 땀을 닦는 시늉을 하더니 작게 웃으면서 다시 내 팔에 팔짱을 끼고 걷기 시작했다.

"이거 불편하지 않아?"


"조금 그렇긴 하죠."

"그냥 손을 잡으면 되잖아?"

"...손에서 땀이 나면 부끄러워요."


페라치오랑 파이즈리를 하는  괜찮고 손을 잡아서 땀이 나는 건 또 부끄럽다니 요즘 여대생은 잘 모르겠어~


 수진이의 부드러운 가슴이 팔에 닿아서 기분이 좋으니 나야 별 상관이 없긴 한데.


수진이는 평소보다 조금 느긋한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살펴보다가 나를 바라보며 작게 웃고 경치가 좋은 곳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면 걸음을 멈추고 셀카봉을 들었다.

사진을 찍는 취미는 없었는데 이렇게 찍다 보니 나름 괜찮은  같기도 하고.


나중에 찍었던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서 이땐 어땠는데~ 하면서 이야기하면 제법 즐거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함께 주변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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