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알파의 사정
1.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이형질, 알파와 오메가. 이들이 가지는 힘의 저울이 그나마 중심을 찾은 것은 의학의 발달 덕분이었다.
근대에 접어들면서 오메가의 페로몬을 억제하고 발정기를 조절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된 것이다. 이를 통해 우선적으로 오메가들의 인권이 비약적으로 신장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페로몬으로 알파를 유혹하는 부정한 악마 취급을 받지 않게 되었으며, 발정기를 제어할 수 있었기에 베타나 다름없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오메가 특유의 아름다운 외모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반면에 문명이 발달하고 인권이 신장됨에 따라 알파들은 과거와 같은 지위를 잃었다고 할 수 있었다. 도리어 그들이 발정기에 성적인 욕구가 만족되지 않으면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또한 알파의 페로몬이 오메가의 발정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 역시도. 항간에서는 오히려 언제 오메가를 겁탈하려 들지 모르는 알파를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다행히 이 갈등이 커지기 전에 알파를 위한 억제제도 개발되었다. 처음 알파들은 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에 커다란 거부감을 보였다고 한다. 본능적으로 상대를 마운팅하고자 하는 알파들에게 페로몬을 방출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어떤 공포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서는 그마저도 다 옛말이었다. 알파와 오메가는 고혈압 약 먹듯이 억제제를 복용하는 세상이다. 3개월에 한 번 병원에 가서 처방받으면 별다른 비용 없이 억제제를 구할 수 있었고, 억제제 처방을 위한 휴가도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었다.
또한 억제제를 먹는다고 페로몬을 아예 방출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알파의 발정기인 러트, 오메가의 발정기인 히트 사이클도 여전히 존재했다. 물론 발정기가 올 즈음에 억제제를 증량하여 복용하면 그마저도 거의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고 말이다. 덕분에 현대사회에서 알파와 오메가, 베타의 구분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알파였다.
이름은 임재희. 나이는 스물한 살. 알파 오메가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서 별다른 풍파 없이 무난한 삶을 살아온 인생.
많은 알파가 그러한 것처럼 키가 크고 외모가 그럭저럭 봐줄 만한 수준이었으며 신체 능력도 좋은 편이었다. 게다가 머리도 좋은 편이고 알파답게 승부욕도 강했다. 학교에서는 성적이 어떤 보이지 않는 계급을 형성한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기에 학창시절 내내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다가 의대에 입학해 올해로 예과 2학년의 대학생이었다.
뭐,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시대에 몇 안 되는 로맨티시스트라는 것.
누군가는 나에게 오글거린다느니 중2병이 아직 낫질 않았다는 소리를 지껄였지만 나는 지극히 진심이었다. 그것도 사랑에 진심이랄까.
내가 나의 사랑을 이토록 특별하게 여기는 데는 물론 이유가 있었다.
“여운아!”
저 멀찍이에서 달려오고 있는 내 연인과 2년 넘게 뜨겁게 연애 중이었던 것이다. 10년도 아니고 고작 2년이 넘었다고 유난을 떤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나 뭘 모르니까 하는 소리였다.
“재희!”
내 부름에 나를 발견하고선 웃는 낯으로 달려와 내 손을 꼬옥 붙잡는 내 연인, 이여운이 베타라는 사실. 알파인 내가 아무런 페로몬도 없는 베타를 2년이나 만나고 있는 것을 알면 누구나 놀라기 마련이었다.
그동안 나는 그 어떤 오메가에게도 흔들리지 않았다. 남자고 여자고 베타고 오메가고 내 사랑은 오직 이여운뿐이었다.
“오래 기다렸어? 미안해. 시간 계산을 잘못해가지고…….”
10분 정도 기다렸지만 상관없었다. 나도 때로는 늦을 때도 있는데 고작 10분 지각에 화를 낼 이유가 뭐 있겠는가. 미안해 죽겠다는 듯이 팔자를 그리는 축 처진 눈썹만 봐도 마음이 풀린다. 아니, 풀릴 것도 없다. 이렇게까지 미안해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으니까.
“어어, 힘들었어. 다리 엄청 아팠어.”
하지만 나는 괜히 투정을 부리고 싶어서 녀석에게 매달렸다. 나보다 10cm 정도 작은 녀석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품으로 와락 당겨 안았다. 다리에 힘이 풀리기라도 한 척 무게를 싣자 품 안의 녀석이 키득키득 웃었다.
“힘들었어? 미안, 미안.”
“누가 나 번호 따려 하면 어떻게 하려고 날 10분이나 혼자 뒀어?”
“아, 뭐래. 네 번호를 누가 따가냐? 나니까 너 좋아하지.”
“그런 거야? 근데 나 가끔 번호 물어보는 사람 있던데.”
“그거 다 다단계야, 다단계. 그런 사람이랑 말 섞으면 큰일 나. 알았어?”
“으응-”
190cm에 가까운 키로 말꼬리를 길게 늘이는 말투는 물론 결코 귀엽지 않을 텐데 이여운은 나를 귀엽다는 듯이 보며 웃었다. 씨익 웃는 이여운이야말로 귀여워서 미칠 것 같았다.
연한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 아래 둥글둥글한 눈매는 흔히 말하는 강아지상 그 자체였다. 오메가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운 얼굴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남자다우면서도 눈이나 코나 입술이 조화로웠다. 베타 중에서는 상당히 잘생긴 외모였다.
물론 내가 더 잘생기긴 했지만, 우리 여운이도 어디 가서 빠지는 얼굴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귀여웠다. 여운이가 날더러 그랬다. 남자는 귀여우면 됐다고. 근데 그 말을 했던 이여운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사람이었다. 내 뻔뻔스러운 애교에도 장단을 맞춰 주고 나를 귀여워해 주는 사랑스러운 연인이기도 했다.
“하아, 여운이 너무 좋아. 우리 얼마 만에 보는 거지?”
“어제도 봤거든?”
“그러니까. 너무 오랜만에 보잖아. 아무래도 안 되겠어, 같이 살아야겠어.”
“뭐라는 거야.”
나를 타박하긴 했지만 정작 이여운도 헤벌쭉 웃고 있었다. 아아, 그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마구 입을 맞추고 싶어서 위기가 찾아온다. 길거리에서 그런 짓을 했다간 이여운이 화를 낼지도 모를 일이다. 겨우 충동을 억누르며 나는 이여운을 품으로 와락 끌어안았다. 빈틈없이 몸을 맞대고 있는 것은 괜찮은데 입맞춤은 왜 싫은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이여운 역시 내 허리를 꽉 안아 주었다.
킁킁. 나는 습관적으로 녀석의 체취를 맡았다. 당연히 이여운은 오메가가 아닌 베타였으니 페로몬이 맡아질 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지.
“하아…….”
이 녀석은 대체 왜 이렇게나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일까. 그것이 언제나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인구의 10%가 이형질이었고 그중 절반이 오메가였다. 과거와 같이 오메가들이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 게 아닌 이 세상에서는 일상에서 오메가와 마주치는 일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맡아 본 그 어떤 오메가의 페로몬도 이여운의 체취보다는 못했다.
이여운에게서는 늘 달콤한 냄새가 났다. 녀석의 체취를 맡고 있노라면 머릿속까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나 향기로울 수가 있는 거지?
“야, 임재희, 너…….”
미치겠다. 진짜 미치겠다. 벌겋게 열이 오른 뺨을 녀석의 뺨에 문질렀다. 물론 녀석을 여전히 꽉 끌어안은 채였다. 이여운은 당황한 기색으로 내 옆구리를 꼬집듯이 붙잡았다.
“야, 영화 보러 가야 한다고…!”
그렇다. 나도 안다. 우리는 지금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만났다. 오늘의 데이트를 위해 나는 영화관의 가장 좋은 자리를 예매해 두었다. 여운이가 10분을 늦긴 했지만 영화 시작 전에 팝콘도 사고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려고 일찍 만난 탓에 아직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물론 아주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흠, 흠. 잠깐 쉬었다가 갈래?”
“윽…….”
나는 부러 녀석의 귓가에 진득하게 더운 숨결을 불어 냈다. 그리고 밀착해 있는 몸을 슬며시 비볐다. 녀석은 진작 눈치를 채고 있었다. 녀석과 맞닿아 있는 내 아랫도리가 서서히 뻣뻣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하, 너 진짜…….”
이여운이 나를 흘겨보았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뺨에 어린 홍조를 놓치지 않았다. 녀석이 베타인 것은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20대 초반의 피 끓는 청춘이 아닌가.
“가자.”
마침 눈앞에 외관이 썩 괜찮아 보이는 모텔이 떡하니 있었다. 개봉 당일 영화를 보고 싶긴 한데 지금 영화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고추를 벌떡 세운 채로 영화를 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는 이여운의 어깨를 감싸 안고 모텔로 몸을 돌렸다. 걸음이 급했다.
이여운은 베타다.
억제제를 복용하는 오메가가 아니었다. 아무리 억제제를 복용한다 해도 알파나 오메가는 특유의 체취를 가지는 법. 이여운에게서는 신기할 정도로 좋은 냄새가 나지만 페로몬은 결코 아니었다. 그건 알파인 내가 가장 잘 안다.
하지만 베타라고 해서 성욕이 없는 건 당연히 아니었다. 알파나 오메가가 발정기라는 특이성을 가지는 탓에 부각되곤 하지만 베타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이여운을 통해서 배웠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나서 고3으로 올라가는 겨울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그 1년 동안 혹시라도 녀석의 입시에 방해가 될까 봐 손장난 정도만 할 때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들러붙었다. 비로소 대학생이 되어 첫 경험을 한 이후 우리는 늘 뜨겁게 사랑을 나누곤 했다. 사랑 앞에 타고난 형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흐읍… 흡, 으읍…….”
발갛게 상기된 얼굴이 땀으로 반짝거렸다.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입술은 그보다 더 질척하게 젖어 들어 번들번들 빛이 났다. 그리고 그 육감적인 입술이 열심히 내 성기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하아……. 으응, 응…….”
거칠어진 숨소리 사이로 섞이는 비음에 귓가가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이여운의 혀가 단단하게 일어난 성기를 핥고 축축한 입안이 귀두를 빨아 당길 때마다 내 이성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이 위태로워진다. 이대로 녀석의 조그만 머리통을 붙잡고 마구잡이로 박아 넣고 싶었다. 목구멍 깊숙이까지 단번에 좆을 처박아 흔들고 싶은 충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하, 너무 좋아…….”
하지만 나는 애써 흉포한 욕구를 억누르며 녀석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에 응해 이여운은 입을 더 크게 벌리며 내 성기를 꾸역꾸역 빨아 삼킨다. 알파답게 훌륭한, 그래서 버거운 크기일 게 분명한 성기를 녀석은 구역감을 참아 가며 끝까지 빨아 주었다. 질척한 입안의 점막이 들러붙어 조여 대는 감각에 내 허리가 절로 흠칫흠칫 떨렸다.
“으응, 재희야…….”
한참 내 성기를 빨다가 뱉어 내고 타액에 젖은 것을 손으로 쥐어 문지르며 이여운이 나를 바라보았다. 꽤나 힘들었던 모양인지 녀석은 눈가까지 발갛게 젖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듯한 눈매가 나를 올려다보자, 그 순간 정말이지 그대로 쌀 뻔했다. 꼬리뼈부터 척추를 따라 찌르르한 쾌감이 번진 것이다.
“나 턱 아파……. 빨리…….”
투정하듯이 중얼거리곤 녀석은 내 성기를 뭐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양 붙잡고 혀를 내어 끄트머리를 핥기 시작했다. 미치겠다. 녀석의 입술 사이에서 낼름거리는 혀를 보며 나는 그냥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도대체 이여운은 왜 이렇게 야한 거야?
나는 녀석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그와 동시에 녀석의 몸을 밀어서 침대로 쓰러뜨렸다. 나를 끌어안고 몸을 비벼 오는 녀석의 다리를 넓게 벌리며 그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보통 오메가라면 성교에 돌입한 알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페로몬에 저절로 아래가 젖어 들겠지만 이여운은 아니었다. 나는 급히 젤을 집어 녀석의 아래를 적셨다. 늘씬한 몸 곳곳에 입을 맞추며 열심히 손가락을 놀렸다. 그리고 배꼽 아래 납작한 아랫배를 깨물고 난 뒤 기꺼이 녀석의 가랑이에 얼굴을 묻었다.
“하아…!”
꿈틀거리는 녀석을 억누르며 녀석의 성기를 빨고 또 아래를 넓혔다.
정말로 신기한 일이었다. 오메가도 아닌 베타의 성기를 빨며 흥분하는 알파라니. 녀석의 체액이 달콤한 것도 아닌데. 페로몬을 뿜어내는 것도 아닌데-
역시 결론은 내 사랑이 이렇게나 진심이라는 것이었다.
“아, 아!”
귓가를 울리는 비명 같은 신음에 나는 겨우 흩어져 가는 이성을 그러모으고 녀석의 성기에서 입을 떼었다. 절정의 바로 앞에서 녀석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또 보통 꼴리는 게 아니라, 나는 곧바로 녀석의 아래에 내 성기 끝을 맞댔다.
“으응, 빨리…….”
아, 이미 충분히 돌아 버렸는데 재촉하지 말라고…! 내 사이즈를 늘 버거워하는 주제에 이여운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나를 유혹했다. 물론 나는 그 유혹에 곧바로 넘어가서 성기를 밀어 넣었다.
“아, 아윽, 아…!”
발갛게 달아오른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입술을 짓씹는 모습이 애처롭기 짝이 없었다. 꽤 공들여 넓힌다고 넓혔는데도 녀석의 구멍은 너무 작았다. 겨우 귀두를 밀어 넣었을 뿐인데도 사방에서 조여드는 압박감에 내 입에서도 탄식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성욕이 머리 꼭대기까지 끓어오른다. 이대로 곧장 쳐올려 깊은 곳까지 단숨에 범하고 싶었다. 나를 밀어내듯 저항하는 좁은 길을 억지로 벌리며 뿌리까지 박아 넣고 싶었다. 아프다고 울부짖게 만들고 그 울음을 억누른 채 멋대로 엉망진창 좆을 처박고 싶었다.
“흐윽, 으, 으응…!”
…하지만 애써 고통을 감내하며 나를 밀어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녀석을 안고 있노라면……. 스스로의 이성을 날카롭게 벼리고 있어야 했다. 알파와 섹스를 하던 베타가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은 허황된 도시괴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차라리 좆이라도 좀 작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럼 저렇게 눈꼬리에 눈물을 매단 주제에 참는 꼴은 안 봤을 테니까.
반쯤 밀어 넣은 채, 나는 잠시 허리를 멈추고 숨을 골랐다. 이여운의 가슴이 호흡에 따라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대로 조금 더 쉴 시간을 주고 싶었지만 내 하반신의 사정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내 성기는 뿌리까지 성기 전체를 조이는 맛을 맛보고 싶어 안달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도리어 조금 성기를 뒤로 물렸다. 단숨에 녀석을 꿰뚫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며 아주 부드럽게 허리를 놀려 빠져나갔던 딱 그만큼만 녀석의 안을 다시 파고들었다.
“응… 으응, 읏…….”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자 녀석의 신음에 비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새빨갛게 울혈되었던 얼굴에서도 고통이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이여운이 오메가였다면 나를 끝까지 받아 줄 수 있었겠지만……. 아. 아니다. 이런 건 아쉽지 않다. 나는 베타 이여운을 사랑해서 발정하는 거니까.
“여운아. 괜찮아?”
“응……. 지금 딱…… 좋아…….”
반밖엔 안 들어갔는데도 배꼽 아래까지 치미는 느낌이 드는 것인지 여운이는 납작한 하복부를 손으로 덮었다. 솔직히 끝까지 다 처박으면 여운이 녀석이 손으로 덮고 있는 곳까지 닿을 것이다. 내 욕심 같아서는 그렇게 하고 싶다. 내 안의 알파로서의 본능이 녀석을 그렇게 범하라고 외친다.
“하악…!”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아주 조금, 아주아주 조금 더 깊게 성기를 밀어 넣는 것뿐이었다. 그마저도 조금 깊은 곳을 건드리자마자 이여운은 날카롭게 숨을 삼키며 몸을 뒤틀었다.
성기가 조금 더 강하게 옥죄이는 느낌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물론 이성을 홀랑 잃을 정도로 강렬하지는 않았다. 감질나는 정도였기에 나는 말라오는 입을 몇 번이나 혀로 축이며 내 욕구를 억눌러야 했다.
“더… 으응, 더… 깊이…….”
“으윽……!”
그런데 이여운 이 새끼는 지금 사람 속도 모르고…! 이렇게 꼴리는 소리만 해 대질 않는가! 녀석의 손을 깍지 껴 잡은 채 침대 위로 내리눌렀다. 그리고 조금 더 빠르게 허릿짓을 하며 녀석의 안을 파고들었다. 어차피 허락도 받았겠다(?) 더 이상 녀석을 배려하며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 아!”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것을 내지르면서도 녀석은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도리어 내가 성기를 꾸욱 넣으며 안쪽을 벌리자 매달리듯이 나를 끌어안고 품어 주었다. 안 돼, 베타한테 이렇게 깊게 박으면 안 돼. 안 돼. 저번에도 안 그러겠노라 마음먹고 또 그랬잖아. 그러니 안 돼. 안 돼. 돼. 돼. 돼.
“아… 악……!”
그리고 기어코 내가 성기를 전부 다 처박아 버렸을 때. 이여운은 작살에 꿰뚫린 물고기처럼 펄떡거렸다. 죽을 것처럼 다급히 숨을 삼키다가 그대로 멈춰 버리기도 했다. 벌어진 녀석의 허벅지가 파들파들 경련했다.
나?
나는 천국에 있었다. 쉴 새 없이 꿈틀거리는 내벽이 내 성기를 쥐어짜는 것 같았다. 사방에서 압박해오는 육벽은 내게 천상계의 쾌감을 선사했다.
이여운의 얼굴이 땀과 눈물로 범벅이었지만 그 즈음의 나는 멈출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바르작거리는 녀석의 몸을 강제로 억누른 채 퍽퍽 허리를 쳐올렸다.
그 와중에 아랫배 언저리가 확 젖어 드는 게 느껴졌다. 밤꽃 냄새가 가득 퍼졌다. 알파에게 박히며 사정을 하는 베타가 바로 내 연인이었다.
이여운은 너무나… 완벽하다.
“여운아.”
내가 손을 내려 성기를 거머쥐어 귀두를 문지르자 녀석의 몸이 또 격렬하게 조여들었다. 막 사정을 마쳐 예민해진 귀두를 집요하게 문질렀다. 녀석은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뒤틀었지만 결국 무력하게 몇 번 더 토정을 할 수밖엔 없었다.
“여운아, 사랑해.”
섹스를 할 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건 좀 최악인가? 아닐 것이다. 나는 평소에도 사랑한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니까. 결코 하반신이 시켜서 하는 소리가 아니란 것이다.
울음으로 흐려진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며 나는 절정을 향해 허리를 움직였다. 베타의 몸에 억지로 성기를 욱여넣고 하는 섹스였건만 황홀하기 짝이 없었다. 아프고 힘들 게 틀림없는데도 녀석은 적극적으로 내게 얽혀들었다.
알파니 베타니 하는 게 뭐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이여운은 이 자체로 내게 완벽한 연인이었다. 그가 바로 나의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