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질펀한 정사 끝에 이여운은 파김치가 되어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만 했다면 상태가 좀 나았을 텐데 내가 참지 못하고 녀석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두 번을 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첫 섹스에서 정상위 하나밖엔 못 했는데 너무 아쉽잖아? 두 번째 섹스는 녀석의 몸에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녀석을 즐겁게 해 주고 싶다는 거국적인 명분 하에 시작되었다. 앞서 한 발 뺐기 때문에 내가 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이성이 어째서인지 중간에 또 홀랑 날아가 버렸지 뭡니까. 결과적으로 이여운은 알파의 성욕에 유린당한 불쌍한 베타의 몰골이 되어 버리고야 말았다. 본인도 즐겼으니 괜찮다고 해 주는 게 그나마 다행일까…….
어쨌거나 나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엉덩이며 허벅지가 죄 벌겋게 부르트고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한 채 흰 액체로 범벅이 되어 널브러져 있던 정사 직후의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몹시 아플 수밖에 없었다. 녀석을 내 품에 안은 채 여기저기 물고 빨며 입을 맞추고 있는 게 절대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말씀.
“몸이 왜 이렇게 뜨거워?”
정성스러운 내 후희를 받던 도중, 목소리까지 조금 갈라져 버린 이여운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 질문에 나는 의아해졌다. 사랑해 마지않는 연인을 이렇게 끌어안고 있는데 그럼 피가 식을 리가 있겠는가.
“너 열나는 것 같아.”
여운이가 손을 들어 내 이마를 짚었다. 그제야 녀석의 손이 내 이마보다 확실히 온도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품에 안고 있는 몸도. 자꾸 들러붙고 싶더라니 녀석의 몸이 시원해서였나.
“어디 아파?”
“아니. 멀쩡한데.”
조금 나른하긴 하지만 섹스의 여파로밖엔 느껴지지 않았다. 힘 빠지는 느낌이라거나 몸살 따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도리어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불끈불끈 넘치는 것이…….
“흐음…….”
“왜?”
“…한 번 더 할래?”
녀석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물었다. 그리고 찰싹 손등을 맞고 손을 떼어야 했다. 너무해.
“내일 나 학교 가야 하거든?”
“끄응. 그럼 입으로…….”
“양심 있나요?”
녀석은 이번에는 내 다리 사이를 철썩 때렸다! 이건 진짜로 너무해!!
“두 번 한 걸로는 모자라?”
그러나 이여운은 역시 천사였다. 병을 주면 약도 줬다. 찰싹 때려 놓고선 이번엔 부드럽게 내 성기를 거머쥔 것이다. 조물조물 내 성기를 만지며 녀석이 키득키득 웃었다.
“진짜 크다. 말좆이야, 말좆.”
“…말보단 작거든요?”
“알파들은 다 큰가?”
“몰라. 내가 벗겨 봤어야지.”
“야동에 나온 알파들은 다 크긴 크더라.”
“아니, 눈앞에 당장 벗길 수 있는 알파가 있는데 다른 알파 야동은 왜 보는 거야? 내 고추에 질렸어?”
“야, 나도 각오가 필요하지 않겠냐? 알파랑 사귀는데 뭘 좀 알아야 할 거 아냐. 예전에 본 거야.”
아, 그래서 알파가 나오는 야동을 보고 미리 공부를 하셨다? 미지에 대한 공포를 지식 습득으로 이겨내 보려는 그 갸륵한 마음을 이해는 하겠지만 내 마음이 간장종지 사이즈로 옹졸하다는 건 몰랐나 보지? 눈을 흘겨보았다. 그러나 곧 항복을 할 수밖엔 없었다.
“아, 아, 아파, 아파.”
“눈빛이 불손하기 짝이 없는데?”
항복! 항복! 급소가 녀석의 손에 고스란히 쥐어져 있다는 걸 내가 잠깐 망각하고 있었다. 이 거시기에 죄가 있다면 연인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분골쇄신한 죄밖엔……!
내가 빌자 녀석은 그제야 손을 풀어주었다. 같은 남자면서 어떻게 이렇게 잔인한 짓을 할 수가 있어? 이런 잔인한 짓을 당하니 응당 복수심이 용솟음친다.
“하아, 안 되겠다.”
“뭐가?”
“계속 박고 있어서 내 사이즈에 맞춰야겠어. 그럼 세 번 네 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 미친놈…….”
이여운은 기가 차다는 듯이 걸쭉한 욕설을 내뱉고는 나를 밀어냈다. 결국 나는 세 번째 시도를 미수로 그치고 녀석의 옆에 몸을 누였다. 팔베개를 해 주자 내 품에 들어온 녀석이 하품을 했다.
“결국 오늘도 영화 못 봤네.”
“내가 다시 예매할게. 내일 보러 가자.”
“과제 때문에 조모임 있어.”
“심야로 보자. 밤까지 있지는 않을 거잖아.”
“글쎄요. 밤에 만나면 영화 보러 갈 수 있을까? 저번에도 이러다가 영화 다 내려간 다음에 VOD로 봤던 것 같은데.”
…그건 그랬다. 대체로 나란 알파는 결국 성욕을 잘 못 참아서 데이트를 하려고 만났다가 녀석을 모텔로 데려온 일이 부지기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 내 탓은 아니라고 하고 싶다. 이여운 너도 동조했잖아.
하, 그럴 때면 보통 한 번 하고 나면 자제가 되곤 했는데 아무튼 오늘은 조금 이상했다. 왜 자꾸 두 번이나 했는데 성에 안 차는 것인지.
문득 나는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배고프다.”
“어어. 씻고 나가서 밥 먹자.”
“응. 오랜만에 깐풍기에 연태 한 잔?”
음. 술은 지금 상태에 별로 좋지 않을 것 같긴 한데. 하지만 입이 짧고 먹고 싶은 게 좀처럼 없는 이여운이 메뉴를 정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술까지 당긴다는 녀석에게 나는 최대한 맞춰 주고 싶었다.
“일어나자.”
이여운이 깐풍기가 먹고 싶다신다. 이 식욕의 불길이 꺼지기 전에 빠르게 몸을 움직여야 했다.
“페로몬 제거제 있지?”
“응, 먼저 욕실 들어가 있어. 내가 가지고 들어갈게.”
“땡큐.”
이여운은 칠십 먹은 노인네처럼 어이구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먼저 욕실로 들어갔다. 나 역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모텔방 입구에 떨어져 있는 내 가방을 뒤져 페로몬 제거용 클렌저를 꺼냈다.
아무리 억제제를 먹는다 해도 섹스를 할 때 페로몬이 분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알파의 페로몬은 특히나 상대에게 듬뿍 씌워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니까 이여운이 저대로 모텔을 나간다면 알파와 섹스를 했다고 동네방네 떠드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물론 베타가 인구의 90%를 차지하니 알아채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이여운은 늘 신경을 쓰곤 했다. 덕분에 호시탐탐 녀석을 잡아먹을 궁리를 하고 또 참지 못하고 저지르고 마는 내가 페로몬 제거제를 챙겨 다닐 수밖엔 없었다. 왜 이여운이 직접 가지고 다니지 않느냐고는 묻지 말자. 아무튼 내가 알파인 게 죄니까.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모텔이라는 것들은 구조가 너무 사악하기 짝이 없었다. 대관절 왜 욕실 문을 반투명 유리로 만들어서 그 안을 보일 듯 말듯하게 만들어 놨느냔 말이다. 실제로는 실루엣도 보이지 않는데 사람을 자꾸만 상상하게 만들고 말야…….
“…하아…….”
속절없이 한숨이 흐르는 것은 이여운의 말마따나 내 몸이 평소보다 뜨겁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이유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두 번의 섹스를 했음에도 여전히 저 욕실 안의 상대를 발라먹을 생각만 드는 것 역시도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였다.
러트. 알파의 발정기가 바야흐로 찾아온 것이었다.
여운이와 저녁을 먹고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물론 내 마음 같아서는 다시 이여운을 호텔이든 모텔이든 끌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술이 몇 잔 들어가자 여운이는 지친 기색이 역력해졌다. 피곤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느릿하게 눈을 꿈뻑였다. 앉아 있는 게 힘든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계속 앉은 자세를 고치곤 했다.
말자지와 동급으로 취급당하고 있는 내 우람한 거시기가 불러온 재앙이었다. 러트에 더해진 술기운에 힘입어 성욕이 이성을 지배하기 직전이라지만 오늘 또 이여운에게 쑤셔 박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운이를 집까지 데려다주려 했지만 녀석은 내 상태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혼자 택시를 타고 가 버렸다. 미안하기도 했지만 다행이기도 했다. 집에 가서 억제제를 더 처먹든지 해야지, 이미 나도 아슬아슬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발정기에는 특별히 주기가 없었다. 특히나 알파의 발정기는 1년에 몇 번 오지 않았고 나 같은 경우에는 한 번도 발정기를 겪지 않았던 해도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오늘 갑작스럽게 찾아온 러트에 나는 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소에 억제제를 잘 챙겨 먹고 다닌 덕분에 조금이라도 억제가 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페로몬을 줄줄 흘리는 오메가가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을 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억제제를 안 먹은 미친 오메가가 돌아다니겠는가?
나 역시 택시를 타고 돌아갈까 했지만 생각을 고쳐먹고 버스에 올랐다. 택시비로 쓰기보다는 이런 돈 모아서 여운이랑 데이트할 때 비싸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게 의미 있다는 게 내 평소 지론이었다. 마침 평일 밤이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버스가 왔다. 내가 등하교를 할 때 타는 버스와 같은 버스였다. 앉을 수 있는 자리가 한 자리 남아 있었다. 2인석의 창가에는 이미 한 사람이 앉아 있었고 나는 그 옆에 앉았다.
집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여운이에게 잘 들어가고 있냐고, 나도 차를 탔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차를 타면 멀미를 하는 녀석이었기에 답장을 기다리지 않고 다음 데이트 때는 뭘 할지 서치를 시작했다. 뭔가 기가 막힌 맛집 없나? 남들은 데이트 할 때 뭘 하고 노는가.
갑자기 코끝이 간질간질해진 것은 내가 한참 집중해서 블로그 따위를 뒤지고 있었을 때였다. 버스가 출발한 지 10분은 되었을까.
“응… 으응…….”
…뭔가 심히 거슬리는 소리가 알파의 쓸데없이 예민한 청각을 잡아챘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 야릇하기 짝이 없는 비음에 나는 순간 기가 막혔다. 아니, 미치셨어요? 지금 공공장소에서 야동이라도 보고 있는 거야?
“하아……. 하으, 으응…….”
허. 아주 점입가경이었다. 그건 내 옆에 앉은 사람이 내는 소리가 틀림없었다. 옆을 힐끔 보니 아주 멀끔한 슈트가 눈에 들어왔다. 맥반석에 올라간 오징어처럼 몸을 배배 꼬고 있다는 것만 빼면 아주 멀쩡해 보였다. 불쾌감에 당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생각이었다. 그 전에 대체 어떤 미친놈이 버스에서 이 지랄인지 얼굴이나 한번 노려봐 줄 요량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그게 내 커다란 실수였다.
“하아… 하아…….”
붉게 달아오른 목줄기를 본 순간, 힘주어 부릅떴던 내 눈이 경악으로 굳어졌다. 창문에 머리를 기댄 남자의 셔츠 깃 위로 보이는 긴 목선에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발갛게 홍조가 어린 귓불이 탐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새하얀 얼굴에 뺨이 유난히 붉었다. 그마저도 지나치게 야한 빛깔이었다.
“아아…….”
안타깝게 들리기까지 하는 신음을 내뱉던 남자가 입술을 짓씹은 순간. 다시 몸을 뒤트는 그의 머리가 내 쪽을 향했다. 그의 이마가 툭, 내 어깨를 쳤다.
“아, 죄… 죄송…….”
미안하다는 사과를 할 정신은 있는 상태였을까. 남자는 더운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들었다.
당장 일어나야 한다. 이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 내 이성이 벼락처럼 외치는 와중에 기어코 눈이 마주쳐 버렸다.
“아…….”
시선이 얽히자마자 나도, 남자도 깨달았다. 정확히는 서로의 존재를 인식해 버리고야 말았다. 코끝을 간질인다 느꼈던 향취가 후욱 끼쳐 왔다. 눈앞이 아찔해져 버렸다.
“죄송…… 아, 내려야…… 으응……!”
아니, 아니! 왜 사과를 하면서 내리겠다고 하면서 내 가슴에 머리를 처박는 건데!! 나는 소리없이 절규했다. 그러나 가슴을 그 작고 동그란 머리통이 쿵 찧은 순간, 그 안에 담긴 심장이 바닥으로 철푸덕 추락해 버렸다. 쿵쾅쿵쾅 미친 듯이 박동하는 게 심장일 리가 없었다.
아니, 심장이 맞나 보다. 숨을 거둘 때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운동하는 그 근육 덩어리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덕분에 격렬하게 펌프질 된 혈액이 미친 듯이 혈관을 질주한다. 포식자에게 쫓겨 목숨 걸고 달린 것처럼 눈앞이 핑핑 돌고 열이 머리끝까지 끓어올랐다. 내 입에서는 어느새 거친 숨이 토해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 품에 처박힌 남자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밀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남자의 체취가 멀리로 퍼져 나가기라도 할까 내 품으로 당기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내 몸에서도 페로몬이 발작하듯 출렁이며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들고 빠르게 버스 안을 둘러보았다. 그나마 다행히도 이 버스 안에 다른 알파나 오메가는 없는 것 같았다. 그 누구도 이쪽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거든. 아무리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라지만 사람이 하나 끙끙거리며 내 품에 쓰러졌는데 다들 너무한 거 아니요! 라고 하기엔 내 신경줄은 멋대로 온갖 경계심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마치 품 안에 떨어진 이 오메가를 다른 알파에게 빼앗기기라도 할까 봐-
“아, 아응… 으읏……!”
그렇다. 내 옆자리에서 난리가 난 남자는 바로 오메가였다. 그리고 지금 나를 아찔하게 만드는 이 페로몬 덕분에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 히트가 와 버린 오메가라는 것을!
아니, 미친. 세상에 어떤 오메가가 히트 사이클이 온 채로 버스를 탄단 말인가! 억제제 안 먹었어? 미쳤어? 오늘 아침에 억제제를 먹기만 했어도 히트 사이클이 와도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미쳤냐고! 공공장소에서 히트가 와 버리는 오메가라니, 100년 전에나 있었을 법한 소리 아니냐고! 그리고 대체로 그런 오메가들의 결말은 강간이나 윤간 따위가 아니었던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모든 사고가 멈추었고 내 손은 하차 벨을 누르고 있었다. 마침 정거장 바로 직전이었는지 버스가 멈춰 섰고 나는 품 안의 오메가를 일으켜 버스에서 후다닥 내렸다.
어떡하지? 병원, 병원에 가야 하나? 아니면 경찰서? 점점 내 머릿속은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선 건 확실한데 세 번째 다리도 함께 굳건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니, 확실히 내 세 번째 다리가 점차 딱딱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 품의 오메가는 이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부터 저 홍수 난 듯이 쏟아지는 오메가의 페로몬에 호응해 내 알파 페로몬도 전혀 통제가 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발정기의 오메가가 알파의 페로몬에 노출된다? 오메가를 글로만 배운 나도 지금 저 오메가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데에 내 세 번째 다리를 걸 수 있었다.
안 된다. 안 된다, 미친. 정말 안 된다.
병원에 가야겠다. 당장 택시를, 아니 근데 택시를 기다릴 수가 없다. 119? 112? 이런 상황에는 어디로 전화를 해야 하지??
그때 내 눈앞에 건물이 보였다.
어두운 밤하늘을 붉게 물들인 십자가만큼이나 이 땅에서 많이 보이는 것. 바로 모텔이었다. 아무데서나 내린 탓에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는데 내린 곳에 바로 모텔이 있었다. 제길, 이 나라는 모텔 공화국인가? 어떻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모텔이 보일 수가 있어! 그 옆 건물도 심지어 모텔이잖아!
“으응……!
오메가가 몸을 뒤틀었다. 그가 허우적거리며 내게 매달렸고.
“헉…!!”
그의 손이 영 좋지 못한 곳을 스쳤다. 아니, 분명히 내 다리 사이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렷다!
“정신, 정신 좀 차리세요, 예? 억제제 안 먹었습니까?”
나는 애써 그 못된 손을 떼어 놓으며 남자를 다그쳤다. 남자는 벌겋게 물든 얼굴로 흐느끼며 고개를 흔든다. 그래, 이제 남자는 심지어 흐느끼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마저 침대에서나 낼 법한 야한 소리라 내 귀가 미친 듯이 간지러워졌다.
안 되겠다. 내가 절대로 다른 뜻이 있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일단 이 남자를 아무튼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에 데려다 놔야겠다. 그리고 나는 당장 방에서 나와서 119나 112를 부를 것이다. 혼자 두었다가 다른 알파, 혹은 발정기 오메가에게 호기심을 가진 개양아치 개쓰레기 베타라도 들러붙었다간 정말 큰일이지 않은가.
나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휘청대는 남자를 끌어당겼다. 마음 같아서는 안아 들거나 업기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의 몸을, 특히 엉덩이 쪽을 조금이라도 주무르는 순간 대형사고가 터질 것이 명약관화였다. 일단 눈앞에 모텔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남자를 이끌었다.
모텔에 다행히 방이 하나 있었다. 결제를 하고 있으려니 현타가 세게 왔다. 대단하다, 임재희. 하루에 두 번이나 모텔에서 결제를 하다니. 내 기필코 이 비용은 멋대로 히트가 와 버린 이 오메가에게 청구하리라! 근데 그러면 결국 이 오메가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곁에 있어야 하잖아? 아니, 아니지. 그냥 메모장에 내 핸드폰 번호 남겨 놓고 나오면 되지. 아니, 아니다. 사람 하나 살린 셈 치자. 지금 이깟 몇만 원이 문제야? 지금 어째서인지 내 정조가 위협당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안에 둘밖에 없는 그 상황을 내가 어떻게 버텨 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순식간에 좁은 공간 가득 차오른 페로몬에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바지 속 내 거시기는 너무 완벽하게 발기해 버려서 바지 속에서 터질 것 같다며 아우성을 쳐 댔다.
남자를 방으로 끌고 가며 나는 속으로 염불을 외웠다. 나는 억제제를 먹은 알파다. 억제제 덕분에 러트가 강하게 오지도 않는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지금 내가 맡는 건 오메가의 페로몬이 아니다. 향수다. 엄청난 추남이다. 내 취향이 아니다. 나는 꼴리지 않는다. 나는 꼴릴 수 없다. 내게는 여우 같은 이여운과 토끼 같은 이여운이 있다. 나는 유부남이다. 나는 이여운을 사랑한다. 이여운을 사랑한다. 이여운을-
“으응, 후읍-”
그런데 드디어 모텔 방 안에 들어가서 남자의 팔을 놓아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남자가 내 앞에 털썩 쓰러졌다. 내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정말 이게 왜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는데-
“아, 안 돼…….”
내 성기가 남자의 입술 사이로 먹혀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