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알파의 사정-13화 (13/25)

13.

당연한 말이지만 여운이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질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로서는 녀석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었으니까. 게다가 어제의 약속을 취소해야 했던 사유가 너무나 파렴치했으므로.

일단 우리는 영화를 봤다. 중간고사 전부터 녀석이 보고 싶다고 했던 영화였는데 다행히 아직 상영관에서 내려가지 않아서 작은 관에서나마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여운이를 보면 양심이 욱신욱신 아픈 나로서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두 시간 정도는 여운이를 마주하지 않고 스크린만 보면 되었으니 말이다. 다만 나는 머리도 마음도 복잡하여 영화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여운. 사랑하는 사람을 계속 속여도 되는 것일까. 물론 이청영 교수의 말마따나 진실을 고백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불편해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도대체 바람피우는 놈들은 멘탈이 얼마나 강한 걸까. 나는 두 번 실수를 한 걸로 이렇게 좌불안석에 죽을 맛인데 이걸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새끼들이 있다니. 사이코패스냐고.

내가 미쳤던 게 틀림없었다.

그냥 달콤한 향기가 조금 났을 뿐, 그게 냄새만으로도 하반신을 벌떡거리게 만드는 성적인 페로몬은 아니었다. 만약 그런 종류였다면 그와 좁은 쥐방에 단둘이 있게 된 시점에서 곧장 흥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게 아니었다.

고작 엉덩이를 조금 토닥인 것을 유혹이라고 멋대로 오해해서는 덮쳐 버리다니. 나는 구제불능이야……. 또 가볍게 자살이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청영 교수가 나빴다. 내가 아는 오메가 중 최악이었다.

어떻게 대학 교수가 되어서 제자가 입을 맞추는데 가만히 있는단 말인가! 게다가 그렇게 거칠게 처박아 대는데도 좋다고 헐떡거리질 않나, 자지러지며 사정을 하질 않나, 엉덩이를 때리는데도 움찔거리며 앙앙… 아니, 그건 아닌가.

그 엉덩이, 지금은 괜찮으려나. 흥분해서 몇 대나 찰싹찰싹 때렸는데 멍이라도 든 건 아니겠지? 차마 괜찮으시냐 물어볼 수가 없었다. 솔직히 반대쪽 엉덩이도 그렇게 때려 주고 싶은… 게 아니고.

나란 놈은 역시 나가 죽어야 한다. 옆에 이여운을 앉혀놓고 이 따위 생각을 하고 있어? 자기혐오가 위험수위에 달했다. 어딘지 미적지근한 열기도 조금. 아니, 열은 대체 왜 오르는데?

“아, 재밌었다. 진작 볼걸.”

“어, 그러게. 재밌네.”

영화가 끝나 영화관을 빠져나오며 여운이가 그렇게 말을 해서 나는 반사적으로 맞장구를 쳤다.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지만 머릿속에 상영되는 살색 기억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었던 탓에 나는 영화를 분석하며 떠드는 여운이에게 해 줄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저 맞장구만 쳤다. 최대한 영혼이 담겨 있다 느껴지길 바라며.

“배고프다. 뭐 먹지?”

“고기 먹을까? 삼겹살에 소주.”

“…음, 그래, 고기 먹자.”

“별로야? 다른 거 먹을까?”

“아냐. 먹고 싶은 건 딱히 없어서 삼겹살 괜찮아.”

그런 것치고 뭔가 떨떠름해하는 반응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조금 더 여운이 눈치를 봤지만 알아낸 것은 없었다.

전부터 종종 가던 삼겹살집이 있어서 여운이와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여운이가 조금 피곤해 보여서 괜히 또 눈치가 보였다.

만나지 못하긴 했지만 메시지를 하루에도 몇 번씩 주고받았으므로 녀석도 요즘 신경 쓸 게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손을 뻗어 녀석의 뒷목을 주물러 주었다.

“피곤해?”

“어? 아냐.”

“이번에 과제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며.”

“아, 그거. 근데 생각보다 좀 잘 풀릴 것 같아. 부원이 형이 군대 가기 전에 그 강의 듣고 리포트 쓴 게 있는데 그거랑 그때 조사했던 자료 주겠대.”

“아, 진짜?”

“어. 그리고 다른 강의도 자료랑 족보 다 준다는 거야. 그 형 조기 졸업하고 싶어서 군대 가기 전에 학점 빡세게 챙겼는데 강의를 엄청 많이 들었더라고. 발도 넓어서 선배들한테 받은 자료도 많고. 덕분에 좀 편해졌어. 다 공유해 준대.”

“다행이네. 그 형 대단하다.”

“응. 진짜 좋은 사람이야. 그 형 주식투자동아리도 다시 시작하는데 같이 하자고 하더라.”

여운이는 생각만 해도 좋다는 듯이 웃었다.

“너무 고마워서 밥 사기로 했어. 내일 자료 받고 같이 저녁 먹으려고.”

“아, 그럼 내일은 못 만나네?”

“어어.”

“모레는 학회 모임 있다고 했지?”

“응. 이번 주는 내내 좀 바쁘네?”

“그럼 금요일에 점심 같이 먹을까?”

“그래. 시간 보고 연락 줄게.”

데이트를 못 하는 건 좀 서운… 해야 하건만. 약간의 안도감이 드는 나는 역시나 쓰레기다. 여운아 미안해……. 맛있는 거 사 줄게. 속으로 눈물 어린 사죄를 하며 나는 여운이의 어깨를 꾹꾹 마사지했다.

“너는 좀 어때?”

“연구생? 하……. 말도 마. 나는 마우스가 그렇게 징그러울 줄 상상도 못 했어.”

“그래? 햄스터는 귀엽잖아.”

“몰라. 마우스는 꼬리가 길거든? 그거 너무 징그러워……. 근데 그 꼬리를 잡아야 해. 느낌 너무 이상해. 그게 한 케이지에 여러 마리가 들어 있어서 귀에 펀칭을 다르게 해서 구별하거든? 그거 보라고 교수님이 내 얼굴 앞에 쥐를 들이대서 나 넘어졌잖아.”

“뭐?”

내가 꼴사납게 넘어지는 것을 상상하기라도 했는지 이여운은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아, 나 여기 멍도 들었다고.”

“어이구, 임재희 오줌은 안 지렸냐?”

소변은 아니고 정액을 좀… 흠흠, 아니, 그게 아니고.

이여운은 실실 웃으며 내가 멍들었다고 했던 자리를 손으로 툭 건드렸다.

“많이 아파?”

“멍은 좀 들었는데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아.”

“흐음, 이따 한번 봐야겠네.”

그렇게 말하며 이여운은 내 엉덩이를 슬쩍 쥐어 문질렀다. 예기치 않은 접촉에 나는 허리를 곧추세우며 긴장했다. 그건 분명 성적인 의도가 다분한 손길이었다.

…다치지는 않았느냐며 토닥였던 누구누구의 손길과는 달리.

으아아악! 나란 놈은 대체 무슨 터무니없는 오해를 해 버렸던 거냐!

나는 차마 여운이를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린 채 소리 없이 절규했다. 접싯물에 코 박고 죽어 버리고 싶다. 내가 미친놈이다. 제길, 나를 걱정해서 토닥였던 사람의 엉덩이를 그딴 식으로 때리고- 그만! 회상 그만!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목표했던 삼겹살집에 금방 도착했다. 하지만 소문난 맛집인 탓에 평일 저녁인데도 우리 앞에 세 팀 정도 웨이팅이 있었다. 여운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식욕이 없는 편인 데다가 오늘 삼겹살을 먹자는 내 말에 약간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던 녀석이다. 앞에 세 팀 정도의 웨이팅이라 내 생각엔 기다릴 만한 것 같은데 괜히 눈치가 보였다.

“다른 거 먹을까?”

“흠, 이 주변에 뭐 있지?”

둘 다 핸드폰을 켜서 근처 맛집을 서치해 보았다. 이런 방식으로는 물론 괜찮은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대체로 광고성 게시글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아, 그냥 아무데나 들어갈까.”

“그럴래?”

예상 대기 시간 30분 중에 이미 10분은 기다렸는데 녀석은 인내심이 바닥이 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블로그에 많이 보이는 근처 고깃집에 들어갔다.

삼겹살과 목살을 시켜 놓고 맥주를 곁들였는데… 생각보다 맛있지가 않았다. 질이 그리 좋지 않았고 고기는 퍽퍽하다 못해 딱딱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배가 고팠기 때문에 먹긴 그런대로 먹었지만 그보다는 술을 더 많이 먹었다. 이여운은 중간에 소주를 시켜서 소맥을 말았다. 나도 술이 당겨서 평소보다 많이 마셨다.

“하, 여긴 다시는 오지 말자. 기분만 잡쳤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섰을 때 술기운이 얼굴이 불콰해진 여운이가 투덜거렸다. 내가 또 미안한 기분이 든다. 삼겹살을 먹자고 한 것도 나였고 원래 가려던 곳 대신 이곳을 선택한 것도 나였으니까. 20분 정도 더 기다려서 원래 가려던 맛집에 갔으면 이럴 일은 없었을 테지만…….

아니다. 아마 내가 이런저런 죄를 저지른 상태라 지레 찔려서 여운이 반응에 더 예민하게 신경이 곤두선 것인지도 모른다. 맛집인 줄 알고 찾아갔는데 기대 이하라 실망한 경험이 이전에도 몇 번쯤 있었는걸.

그런데 술기운 탓일까. 물론 미안하고 녀석의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었지만 조금은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이렇게까지 기분 안 좋은 티를 팍팍 내야 하는 건가 싶어서.

이여운은 꽤나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리고 갑자기 내 팔을 확 잡아챘다.

“야, 떡이나 치러 가자.”

헉. 작은 목소리였지만 나는 숨을 들이켰다. 순식간에 아까와는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주말 전까지 못 만난다는 얘기에 오늘은 피할 수 없으리라 예상하긴 했다. 그래서 아까는 더 술이 땡겼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도 술을 더 먹고 싶었다.

나는 분명 이여운을 사랑하고 녀석을 안고 싶다. 하지만 지은 죄가 있지 않은가. 불안감이 내 발목을 잡아챈다.

그렇다고 해서 이여운에게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법. 나는 녀석이 이끄는 대로 모텔로 들어갔다.

이여운은 어지간히 짜증이 난 상태인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를 벽으로 밀쳤다. 바짝 다가선 녀석이 금방이라도 내 옷을 벗길 눈치라 나도 모르게 녀석을 꼬옥 끌어안았다. 그러고 보니 여운이를 이렇게 품에 안는 게 꽤나 오랜만인 것 같았다. 그전에는 길거리에서도 녀석을 끌어안곤 했는데.

“많이 짜증 났어?”

“…아니, 뭐.”

“미안해. 내가 다음에 진짜 맛있는 거 사 줄게.”

“됐어. 그보다는 빨리…….”

“일단 씻을까?”

“…….”

어라. 왜 대답이 없지. 지금 이게 정답이 아니었나 보다. 나는 당황했지만 티내지 않으며 녀석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추었다.

“같이 씻자.”

“…응.”

오, 이건 괜찮았나 보다. 표정이 조금 풀렸다.

여운이는 내 품에서 벗어나서는 거침없이 옷을 벗어 던졌다. 나 역시 옷을 벗었다. 그렇지 않아도 방금 고기를 먹은 탓에 몸을 움직일 때마다 고기 냄새가 풀풀 올라오던 참이었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우리는 욕실로 들어갔다. 이를 닦고 미지근한 물이 떨어지는 샤워기 아래 둘이 섰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어색하게 느껴지는지.

머리를 감으며 나는 여운이의 벗은 몸을 힐끔힐끔 보았다. 여운이 녀석은 조금 굳은 얼굴로 몸을 씻고 있었다. 어, 음… 그러고 보면 같이 씻을 때 나는 손장난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갑자기 얌전히 샤워를 하는 것도 조금 이상한 것 같아 손에 바디워시를 짜내 거품을 냈다. 그리고 스윽 손을 뻗어 여운이의 등을 만졌다.

“아…!”

예기치 않은 접촉이었는지 이여운이 흠칫했다. 욕실에 울리는 탁한 신음이 내 기분을 조금 야릇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여운이 알몸이 코앞에 있었다. 하얗고 마른 몸. 하지만 제법 탄탄한 몸이었고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그의 허리를 안고 가슴을 미끄러운 손으로 문질렀다.

매끌매끌한 살갗. 손끝에 걸리는 유두. 그 순간 열이 훅 올랐다.

“아, 뭐야.”

“씻겨 줄게.”

여운이의 몸을 만지는 건 죄를 짓는 기분이 들 것 같았는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손바닥 아래에 닿는 온기가 기분이 좋았다. 가슴을 문지르다가 유두를 집요하게 비비자 녀석이 간지럽다며 몸을 떤다. 고개를 뒤로 젖히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녀석의 입술을 찾아 물었다.

둘 다 양치를 했기에 시원한 민트 향이 쏟아졌다. 나보다 조금 체온이 낮은 녀석의 입안이 낯설게 느껴져서 오싹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흥분된다는 것이었다. 술기운이 더해져 몸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나는 이여운을 품에 안은 채 미끄러운 손으로 온몸을 문지르며 입을 맞추었다. 각도를 바꾸어 깊게, 더 깊게 입술을 맞물리고 혀를 섞었다. 날씬한 엉덩이를 주무르다가 엉덩이 골을 타고 손가락을 미끄러뜨렸다. 살덩이를 잡아 벌리며 손가락 끝으로 주름을 매만지자 녀석이 내 품에서 몸서리를 쳤다.

아…….

그 순간 뭔가 찌르르한 것이 심장을 관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은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나는 이여운을 사랑한다. 여전히 이여운이 너무나 좋다.

지금도 봐, 녀석에게선 아무런 페로몬도 흘러나오지 않는데 이렇게나 흥분되잖아.

취한 것처럼 머리가 핑핑 돌았다. 실제로 술을 많이 마시기도 했지만.

발갛게 물든 뺨에 쪽 입을 맞추고 빠르게 두 몸을 헹궈 냈다. 수건으로 물기를 대충 훔치고 이여운을 데리고 호다닥 욕실에서 나왔다.

침대 위, 이여운의 나신. 나는 녀석의 다리를 벌리고 자리를 잡고 녀석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샤워를 하며 반쯤 발기했던 녀석의 성기를 거침없이 입술에 물었다. 그리고 쭉 빨아당기자 녀석이 허리를 떨며 교성을 흘렸다.

“아, 미친, 아…!”

몇 번 귀두를 혀로 간질이는 것만으로도 녀석은 단번에 발기했다. 녀석의 성기에 입을 맞추고 끝을 빨며 손가락을 다리 사이로 밀어 넣었다. 작게 다물린 주름에 손끝이 닿은 순간, 조금 움찔했다.

이여운은 오메가와는 다르지, 참. 전혀 젖지 않고 마른 입구가 낯선 것도 잠시, 나는 얼른 젤을 찾아 손에 짜내고는 녀석의 아래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으, 으윽…….”

이물감에 녀석이 몸을 뒤틀었다. 하지만 성기가 내 입에 물려 있는 이상 어딜 도망치겠는가. 녀석의 뒤를 열심히 손가락으로 넓히며 입을 놀렸다. 익숙한 체취가 조금 더 내 욕구를 고취시켜 갔다.

이여운, 이여운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여운.

“아, 임재희, 잠깐만!”

그때 갑자기 이여운이 내 머리카락을 확 잡아챘다.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후두둑, 힘차게 뿜어진 액체가 얼굴을 때렸다.

“하아, 하… 으응…!”

그때까지도 녀석의 안을 헤집고 있던 내 손가락이 안쪽의 한 지점을 쿡 찌른 순간 녀석이 비음을 흘리며 다시 한차례 사정했다.

아니,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른데…? 손으로 얼굴을 훔쳐 보니 손에 끈적끈적하다 못해 덩어리질 것 같은 정액이 묻어났다. 밤꽃 냄새가 짙게 풍겼다.

“하, 미친…….”

녀석은 입술을 짓씹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녀석의 성기가 여전히 꼿꼿하다는 점이었다. 욕구가 해소가 안 된다는 듯이 녀석이 손을 내려 제 성기를 거머쥐었다.

그게… 진짜 빌어먹게 야했다.

제길, 이여운. 이 베타는 도대체 왜 이렇게 야하단 말인가!

“손으로 하지 마. 계속 싸게 해 줄게.”

“야, 놔. 잠깐만, 놔 봐.”

나는 녀석이 제 성기를 스스로 만지지 못하게 막으며 녀석의 엉덩이에 내 성기를 문질렀다. 고환을 쿡 찌르고 회음부를 문지르자 녀석이 헐떡이며 몸을 꿈틀거렸다. 성기 끝에 주름이 닿아 그것을 꾸욱 눌러 열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야, 너 콘돔…!”

“아.”

그제야 나는 내가 콘돔을 끼우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미친, 임재희. 이여운과의 섹스에 있어 반드시 콘돔을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두 번의 경험에서 콘돔을 깜빡했던 탓에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잊어버렸나 보다.

내가 진짜 미쳤구나. 속으로 몹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 나에게 콘돔도 없이 섹스를 하려 드는 못된 버릇이 생겼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저절로 젖어든 구멍을 보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그냥 박아 버렸었다. 그랬더니 안에는 하지 말아 달라고 하던 이청영…… 아니, 그만!

콘돔을 주워 들어 껍질을 까는 손이 덜덜 떨렸다. 그 와중에 발기는 죽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설마 내 머릿속이 까발려질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머릿속 상념이 이여운에게 보일까 봐 겁이 났다. 미친놈, 미친 임재희. 지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고.

너무 당황한 나머지 콘돔을 제대로 씌우기가 어려웠다.

“푸핫… 너 지금 뭐 하냐?”

그런데 문득 내 앞에 다리를 벌리고 있던 이여운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 어?”

“왜 콘돔도 못 끼고 그러고 있어?”

아니, 그게. 빨리 해야 하는 건 아는데 마음이 복잡하고 손이 떨리다 보니 자꾸 손이 곱아든달까. 말려 있는 비닐을 돌돌 풀어서 씌워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고 손이 헛돌았다. 그 꼴을 보고 이여운이 웃음을 터뜨린 것이었다.

그 웃음은 오늘 본 중에 어딘가 가장 홀가분해 보이는 것이었다. 아직 끝까지 다 한 게 아님에도 차고 넘치게 만족했다는 얼굴이기도 했다.

“하아, 그렇게 급하냐?”

내가 얼굴을 붉히자 이여운이 상기된 얼굴로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나만 급한 줄 알고 좀 빡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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