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알파의 사정-16화 (16/25)

16.

나는 절정에 이를 때까지 후배위 한 자세로 움직였다. 그래도 질리지가 않았다. 자그마한 구멍이 빠듯하게 벌어지며 꾸역꾸역 내 성기를 삼키는 광경에 눈깔마저 오르가슴을 느꼈다. 열이 오르다 못해 안구 안의 수정체까지 펄펄 끓어오른 듯이 눈가가 홧홧했다.

나는 내 성에 차도록 그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내 손바닥 자국이 남은 자리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또다시 찰싹찰싹 때리고 싶은 충동이 치받아 올랐지만 참았다. 그리고 참는 데 성공했다. 나는 역시 폭력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좋았다. 그의 내벽이 경련하듯 조여들 때마다 눈앞에 별이 빙빙 돌았다. 고막을 파고드는 교성에 머릿속이 간지러웠고 심장이 뜨거워졌다. 더욱 거칠게 그의 안을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질척질척한 점막의 감촉이 얇은 콘돔 때문에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뿌리까지 죄는 그의 안은 속된 말로 쫄깃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박아 대니 더는 버티지 못한 그의 상체가 무너졌다. 그는 힘들다고 칭얼거리며 팔을 사용해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 나를 피하려 했다. 벌써 몇 번이나 파정할 정도로 좋아 죽는 반응을 보인 주제에 괘씸하게.

그래서 그의 어깨 언저리를 짓누르며 팡팡 방아를 찧듯 허리를 놀렸다. 양팔을 뒤로 당겨 말 고삐를 쥔 듯이 붙잡고 추삽질을 하기도 했다.

마침내 쾌감이 한계치까지 쌓였을 때 나는 그의 가장 깊은 곳에 성기를 묻고 파정했다. 콘돔을 사용했다지만 뜨겁고 옥죄는 안에 사정하는 것은 비할 바 없는 쾌락을 선사했다. 욕구를 넘어선 어떤 욕망까지 충족되는 기분.

내가 놓아주자 오메가, 이청영 교수는 무너지듯이 침대에 늘어졌다. 땀과 눈물에 젖은 얼굴로 할딱거리며 숨을 고르는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완연했다. 그게 또 그렇게 야할 수가 없더라.

“후우…….”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아쉬웠다. 상대를 위해, 또 나를 위해서도 콘돔을 쓰는 게 너무 당연한데……. 콘돔 없이 하는 맛을 또 모르지 않잖아? 콘돔을 벗겨서 묶어 정리하는데 사정을 한 이후에도 아쉽고 찜찜하고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늘어져 있는 이청영 교수의 얼굴 쪽으로 무릎걸음으로 다가갔다. 손을 뻗어 물기에 젖은 그의 얼굴을 다정히 문질렀다.

“으응…….”

그는 내 부드러운 손길이 기분 좋다는 듯이 살짝 뺨을 비볐다. 배부른 고양이의 그것처럼 귀여운 몸짓이었다. 귀여운 것을 보면 심장이 아플 정도로 찌릿해진다. 나는 오늘 그것을 알았다.

“이리 오세요.”

나는 그의 곁에서 무릎 사이를 조금 벌린 채 꿇어앉아 이청영 교수의 뒷목을 손으로 받쳐 내 쪽으로 당겼다. 작고 가볍고 연약한 오메가는 내 손에 끌려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흡…!”

나는 당연하다는 듯 그의 입에 희부옇게 체액으로 얼룩진 내 성기를 물렸다. 나를 올려다보는 얼굴. 눈꼬리에 맺혀 있던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몹시도 가엽고도 꼴리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머리를 꾸욱 누르자 그가 우욱 소리를 내며 내 성기를 더 깊게 머금었다.

내가 사출한 정액으로 더러워진 성기를 오메가는 저항하지 않고 빨았다. 입을 떼지 못하게 뒷목을 잡아 눌렀더니 입 안에 고인 것들을 삼키는 것 같기도 했다. 그의 목울대가 꿀꺽 넘어가며 입안에 흡입력이 생길 때마다 다시금 짜릿한 흥분이 몰려들었다.

물론 연달아 두 번 하는 게 나에겐 힘든 일이 아니라지만 오늘따라 러트가 온 듯 유난히 몸이 뜨거웠다. 오메가가 퐁퐁 흘리고 있는 페로몬을 맡고 있노라면 간질간질한 열기가 전신을 들쑤셨다.

사정을 했으니 수그러들어야 마땅한 성기가 그의 입안에서 다시금 단단해졌다. 머금고 있기가 힘든지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눈가가 젖어 들었다.

왜. 히트 사이클이 왔을 때는 사람 곤란하게 빨아 대더니 맨정신일 때는 힘든가 보지? 엉덩이는 그렇게나 적셔 놓고? 이미 또 야한 냄새를 뿜어내고 있으면서.

“우윽, 콜록, 콜록…….”

내가 성기를 빼 주자 그는 밭은 기침을 내뱉었다. 나는 그의 얼굴에 내 성기 끝을 문질렀다. 어떤 충동이 들어 성기를 손으로 튕겨 툭툭 그의 얼굴을 가볍게 때렸다. 찰싹찰싹을 하고 있다지만 내 성기가 아프지 않으니 그의 뺨도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하지만 어린 제자에게 좆으로 뺨을 맞는 이 상황, 근데 너무 맛있지 않나. 나만 재밌어? 그의 수치스러워하는 얼굴까지 이 모든 게 나를 몹시도 유쾌하게 만들었다. 너무 즐거워서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미친, 이런 게 이렇게 좋을 일인가? 여운이를 상대로는 그럴 마음이 1도 들어 본 적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오메가와 섹스를 할 때면 내 안에 내재된 알파로서의 어떤 부분이 발작을 일으키는 모양이었다. 그런고로 엉덩이 찰싹찰싹의 충동을 이겨 낸 것만으로도 나, 지난번에 비해서는 성장한 셈이 아닐까?

“깨끗하게 만들어 달라는 거였는데 그렇게 야하게 빨면 어떡해요.”

“읏…….”

억울하다는 눈을 보고 있노라니 얼굴에 정액을 뿌리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깝기도 해서 재차 그의 얼굴을 내 성기로 찰싹찰싹. 그러고 보니 이게 바로 좆방망인가.

“다시 섰잖아.”

나는 몇 번 더 오메가에게 내 좆을 빨게 했다. 다시 박을 생각에 눈으로는 콘돔을 찾았다. 마침 지척에 콘돔이 있었다.

음, 그러고 보면 여운이가 입으로 콘돔을 씌워 줬을 때 미친 듯이 짜릿했었다. 여운이를 떠올리자 양심이 따끔따끔 아파 왔지만 이미 성욕에 지배당한 내 몸뚱이를 멈출 수가 없었다.

콘돔을 뜯어서 그의 입술에 물렸다. 콘돔의 테두리를 따라 그의 입술이 둥그렇게 모였다.

“씌워 주세요.”

나는 그보다 한참 연하이므로 어디까지나 정중하게 부탁드렸다. 아까 반말한 건 혼잣말이었다고 치자.

오메가, 이청영 교수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하지만 내 집요한 시선에 결국 눈을 내리깔며 고개를 움직였다.

“하아…….”

여운이도 결코 능숙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청영 교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입술로 돌돌 말려 있는 비닐을 펴는 것은 쉽지 않은 듯 몇 번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중간 정도는 가까스로 씌웠지만 애처롭게 나를 바라봐서 결국 나는 손을 내려 콘돔을 마저 씌웠다.

“후으…. 으응…….”

오메가는 콘돔을 씌운 성기에 뺨을 비볐다. 그러더니 스르르 눈을 감고 내 성기 뿌리 쪽에 코를 박는 게 아닌가. 고환을 머금어 빨아 당기는 그의 입술에 나는 몸을 떨었다. 아찔한 쾌감이 몰려들었다. 그는 분명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고 내 냄새를 맡고 있었다.

“좋아요?”

나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부여잡아 내 중심에서 떼어냈다. 몽롱하게 젖은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내 냄새 좋아요?”

붉게 물든 얼굴이 머뭇거린다.

“좋아?”

하지만 재차 묻자 아주 미약하게 고개가 끄덕였다. 제길, 속이 또 간질간질해진다.

그치, 좋지. 나도 이 오메가한테서 나는 냄새가 환장하게 좋다. 발라먹고 싶을 정도로 좋다고. 그러니 내 페로몬 역시 이 오메가에게 좋은 것도 당연하겠지? 근데 또 그걸 좋다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끄덕하다니.

나는 그를 내 쪽으로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방금까지 내 성기를 물었던 입이었지만 키스하는 게 싫지 않았다. 도리어 야해서 더 좋았다. 내 냄새가 좋다고 고개를 끄덕인 게 귀여워 키스로 상을 주고 싶었다.

그의 입술은 감촉이 너무 좋다. 입술과 입술을 맞대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솜털이 바짝 설 만큼 짜릿했다. 혀가 얽히고 타액이 뒤섞일 때면 갈급증이 솟구쳤다. 숨도 쉬지 못할 때까지 입을 맞추고 싶은 충동에 시달려야 했다.

나는 그를 내 아래 눕혀 놓고 쉴 새 없이 입을 맞췄다. 오메가 역시 내 키스가 기분이 좋은지 내 목을 끌어안고 응해 왔다. 몹시도 사랑스러운 몸짓이었다. 내 품에 빈틈없이 들러붙는 그의 온기에 가슴이 뻐근해졌다. 늘씬하고 단단한 몸이었지만 부드럽게만 느껴졌다.

“응, 으응…!”

나는 그를 품에 안은 채 입을 맞추며 그의 다리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한참 내 성기가 박혀 있었던 구멍은 다시 좁아져 버렸다. 하지만 변함없이 젖어 있었다. 내 좆을 빨게 하고 입을 맞추는 것으로 흥분감이 새로이 몰려오는지 왈칵 체액이 쏟아지기도 했다. 젤 따윈 필요치 않은 몸이었다.

그러니 당장 다시 박아도 뭐, 큰일은 없단 말씀.

“아…! 악!!”

내가 다시 성기를 밀어 넣자, 그것도 단숨에 뿌리까지 박아 넣자 오메가가 날카롭게 신음했다. 충격을 받은 듯이 눈을 홉뜨고 허리를 휘었다. 나는 그의 가슴으로 고개를 떨어뜨리며 성기를 조금 물렸다. 그리고 야한 분홍 빛깔의 유두를 빨며 다시 그의 안을 헤집었다.

“아, 아! 아응, 아!”

내가 박아 들어갈 때마다 오메가는 쾌감 섞인 교성을 내질렀다. 그의 사무실에서 소리를 참고 했을 때와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더러는 갈라지는 건 지나치게 듣기 황홀했다. 천상의 노랫소리였다.

깊게, 더 깊게. 나는 저 오메가의 안에 더욱 깊게 들어가고 싶었다. 이미 뿌리까지 죄는 맛이 내게 절정을 강요하고 있었지만 저 오메가가 쾌락에 몸부림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그의 오금 언저리를 붙잡아 다리를 내리눌렀다. 벌어진 무릎이 침대에 닿을 듯이 몸이 반으로 접혀 짓눌렸다. 그 자세가 힘든지 오메가는 빨갛게 울혈된 얼굴로 신음했지만 나는 틈을 주지 않고 성기를 박아 넣었다.

퍽! 소리와 함께 살과 살이 마찰하고 후배위 때만큼이나 성기가 깊게 들이박혔다. 벼락처럼 쾌감이 쏟아졌다. 나에게도, 오메가에게도.

“아…! 아!”

쾌감에 덜덜 떠는 오메가의 성기 끝에서 정액이 튀었다. 그의 발끝이 허공에서 애처롭게 곱아 든다. 나는 몇 번이나 그렇게 찧어 내리다가 아예 체중으로 그를 짓눌러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든 채 허리를 쳐올렸다.

좋다. 진짜 너무 좋다. 콘돔 빼고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힘들다는 듯이 울면서도 교성을 내지르며 내 성기를 뿌리까지 꿀떡꿀떡 삼키는 오메가의 안에 사정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러트 때는 그런 충동을 느낀 적도 있었지만 상대의 동의 없이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설령 동의가 있다 해도 내가 일단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다만 이 뜨겁고 질척질척하고 부드러운 속살의 맨감촉이 조금, 아주 조금 아쉬울 뿐.

“으응, 이, 이 자세, 힘들, 힘들어-”

한참 동안 놓아주지 않고 반으로 접을 듯이 억누른 채 박아 넣자 오메가가 흐느끼며 나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이 자세 힘들다는 소리는 아까 후배위만 했을 때도 했던 소리잖아?

“깊게 박아 주는 거.”

“아! 으응, 으, 아!”

“좋아하잖아요?”

이 자세로 박아야 깊게 들어가고, 피차 자극이 크단 말이다. 깊은 곳을 건드릴 때마다 그의 성기에서 정액이 흐르고 내벽이 꿈틀대며 조여들어 내게 더 큰 쾌감을 선사한다. 물론 그래서 이 사람 입장에서는 더 힘들게 느껴지는 거겠지만.

어쨌든 나는 좋은데, 정신줄 놓을 정도로 좋은데. 내가 콘돔 없이 박는 쾌감도 포기했는데. 이 정도는 받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양심 없는 생각을 하며 한참 더 그대로 박았다. 오메가는 내 아래에서 쾌락에 자지러지며 그대로 내게 휘둘렸다. 절박하게 내 목을 끌어안고 폐부 가득 내 체취를 채우기라도 할 듯이 숨을 들이켰다.

“좋아?”

“좋아, 응, 좋아-”

나도 너무 좋아. 환장하게 좋아. 그래서 멈출 수가 없었다.

힘들다고 한 주제에 이렇게 질질 흘려 대며 좋다고 흐느끼는데 뭘 사정을 봐줘? 제발 이 오메가가 내 사정이나 좀 봐줬으면 좋겠다. 이제 인정하겠다. 나는 양심이 없다.

그러므로 오늘도 결국 나는 그만둘 수가 없었다.

두 번의 섹스를 마치고 나서야 나는 이청영 교수를 놓아주었다.

연달아 두 번을 한 탓에 탈력감이 느껴졌지만 동시에 개운하기 짝이 없었다. 땀 흘린 몸이 이토록 상쾌할 수가.

반면 겨우 내 아래에서 벗어난 이청영 교수는 맥없이 늘어져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했다. 열에 들뜬 얼굴에 눈이 완전히 풀려 버렸다. 조금 심했나 싶기도 했다.

멍하니 숨만 할딱거리는 그의 몸을 시트로 감싸고 끌어안아 토닥였다. 내 냄새에 다시 발정하면 어쩌나, 그러면 좋… 아니, 그런 의도는 딱히 아니었고 혹시 그럴 수도 있긴 하겠다는 양심 터진 생각을 하며.

시간이 조금 지나자 우리 둘의 호흡이 차츰 가라앉았다. 물론 내가 더 빠르게 회복했다. 이청영 교수는 조금 더 천천히 호흡을 고르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숨 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조금 무서워졌다. 설마 음, 너무 힘들어서 죽어 버린 건 아니겠지 싶어서.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문지르자 다행히 그가 고개를 들었다. 아직 시선이 멍하니 초점이 없어 보였다.

“괜찮아요?”

“…응.”

…아니, 맹하니 대답하는 게 왜 이렇게 귀여워 보이지. 물론 이 남자가 귀엽고 예쁘고 잘생긴 얼굴인 건 맞는데. 갑자기 그의 뺨이며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근데 그러면 안 되잖아? 이미 섹스하며 온갖 곳을 물고 빤 마당이라지만 뽀뽀는 좀 그래. 그거 좀 무슨무슨 관계인 것 같잖아.

어떤 심상치 않은 위기감에 나는 그를 놓으며 자리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시트 속에서 꾸물거리며 그가 시선으로 나를 좇았다.

“졸리면 주무세요.”

“안 졸려.”

“저는 씻을게요.”

“그래.”

침대를 벗어난 나는 가방을 뒤져 페로몬 리무버를 꺼내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평소보다 조금 뜨겁게 물을 틀어 놓고 몸을 씻었다. 머리도 다시 감으며 조금 오래 물을 맞고 서 있었다.

이쯤 되니 이제… 자기혐오를 하는 것도 우습게 느껴졌다.

이건 이제 사고라고 할 수도 없다. 애당초 이전번부터 사고가 아니었다. 바람이지. 빼도 박도 못할 바람이었다. 죄책감을 느끼는 것조차 기만이다. 양심통을 느끼는 게 양심 없는 짓이라고.

다신 이런 짓 하지 않으려 했는데.

제길, 하지만 오메가가 내 눈앞에서 엉덩이를 살랑거린 순간 다 망했다. 아니 솔직히… 내가 주말인 오늘 학교에 굳이 온 게 과연 책임감 때문만이라고 할 수나 있나? 이런 만남을 기대한 적이 없다고 할 수가 있어? 알파의 무의식아, 주둥이가 있으면 말을 좀 해 보라고.

망했다. 나는 이제 또 여운이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걱정이다. 내일 놀이공원 가기로 했는데. 아니 당장 오늘 내가 시간이 되면 점심이든 저녁이든 보기로 했는데 이미 점심은 물 건너 갔다. 연락조차 하지 않았으니 녀석에게 미안해 죽겠다.

쓰레기… 샤워하는 쓰레기…….

그러나 아무리 자기비하를 해도 내가 이미 배신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나 자신의 다짐도 못 믿겠다. 당장 지금만 해도 저 오메가가 한 번 더 하자고 하면 바로 거시기가 설 것 같단 말이다.

결국 답 없는 고민. 끝날 수 없는 자기혐오에 지친다. 상념의 고리를 끊어 낸 나는 샤워기를 끄고 수건으로 몸을 닦은 뒤 욕실을 나섰다.

그런데 욕실을 연 순간 매캐한 담배 냄새가 내 후각을 자극했다.

“어.”

이청영 교수가 시트를 둘둘 만 채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담배 길이는 절반 정도로 줄어 있었다.

후우, 한숨처럼 연기를 뱉던 그는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담배를 비벼 껐다. 기침을 하면서 담배는 도대체 왜 피우는 것일까.

“아, 다 씻었냐.”

“네. 담배 피우셨어요? 자주 피우시는 것 같아요.”

“…아니, 가끔.”

가끔 노답일 때 피운다고 하셨던가.

지금도 노답이라 이거야? 아, 물론 답이 없는 상황은 맞았다. 나는 애인이 있고 그는 애가 있다. 그러니 노답은 노답이지. 근데 그래서 담배를 찾을 정도로 노답이시다?

내 페로몬과 그가 방출했던 페로몬으로 가득 차 있던 방에는 이제 불쾌한 담배 연기가 차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이청영 교수에게 다가가 그가 둘러쓰고 있는 시트를 걷어냈다.

“씻겨 드릴게요.”

“뭐? 야, 내가 씻을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한 것치고 그는 제대로 저항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의 벗은 몸을 손쉽게 번쩍 안아 들 수 있었다. 오메가라고는 하지만 남자인데 가벼워서 공주님 안기가 가능했다. 역시 이 사람 살이 좀 쪄야 할 것 같다.

나는 이청영 교수를 욕실로 안아 들어 데려갔다.

그를 조심스럽게 내려 서게 만들고 샤워기로 뜨거운 물을 틀었다.

흰 몸에 내가 꽉 잡았던 손목이나 옆구리, 골반 언저리가 아직 붉었다. 그의 허벅지 안쪽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정신을 꽉 붙잡고 키스 마크 같은 건 전혀 만들지 않았지만 군데군데 또 꽃물이 들듯이 붉어졌다. 무척이나 야한 빛깔로.

“……?”

갑자기 샤워기를 끄자 그가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그를 벽에 기대 서게 하며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야?!”

그리고 덥석, 색깔도 예쁜 성기를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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