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알파의 사정-17화 (17/25)

17.

이청영 교수가 당황하며 내 머리카락을 쥐어뜯었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몇 가닥 뽑혀도 상관없다. 어차피 머리숱이 너무 많아서 아침에 매번 공을 들여야 한다고. 풍성충인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입안에 들어온 말캉한 살덩이를 빨았다.

그가 왜 내 사타구니에 코를 박고 숨을 들이마셨는지 알 것 같았다. 금세 좋은 향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너무 야한 냄새라 내 기분이 다 몽롱해지는 기분이 든다.

“으응, 윽, 그만. 안 서…….”

이 사람, 30대 중반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우는소리를 한 것 치고는 내 입안의 성기가 제법 단단해지고 있었다. 머리채를 쥔 손에서도 힘이 빠져나가고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내뱉는 더운 숨이 달콤한 향기를 동반했다.

“아, 으응-”

체모가 옅어서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마저도 야했다. 아무리 왁싱이 보편화된 시대라지만 내가 딱히 볼 일은 없었던지라. 성기와 고환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으니 야해도 너무 야했다.

그는 도망치려는 듯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그럴 줄 알고 내가 아예 벽에 붙여 놓고 시작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오메가는 다시 쾌감에 끙끙 앓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야릇한 페로몬이 흘러나와 내 안에서도 열기가 소용돌이쳤다.

나는 손을 뻗어 타일 벽과 오메가의 몸 사이로 손을 밀어 넣어 그의 엉덩이를 쥐었다. 부드러운 살덩이. 이렇게나 부드러운데 탄력적이었다.

그의 엉덩이를 양껏 주무르며 이제 완전히 발기한 성기를 혀로 굴렸다. 기둥을 따라 입을 맞추고 고환을 쪽 빨아 당긴 뒤엔 다시 귀두를 머금어 빨아 삼켰다. 손으로는 부지런히 그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벌렸다가 엉덩이 골 쪽으로 꾸욱 눌러 사이를 비비기도 했다. 그럴 때면 오메가는 흠칫대며 다리를 꼼지락거렸다.

“아, 응, 으응…!”

손끝에 닿은 엉덩이 골이 미끌미끌했다. 손을 조금 더 미끄러뜨려 주름을 손가락으로 매만져보니 역시나 흥건히 젖어 있었다. 체액이 회음부를 적시고 허벅지 안쪽을 따라 아래로 흐를 지경이었다.

“아!”

주름진 입구를 쿡 손가락으로 건드리자 오메가가 교성을 내지르며 허리를 떨었다. 나는 그의 성기에 입을 맞추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슬며시 웃었다.

“또 젖었네요.”

“으윽…….”

미치겠다. 이것이 하극상의 맛인가? 나는 이 교수님이 입술을 짓씹으며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는 게 좋아 죽을 것 같았다. 평소에는 절대로 그런 생각이 안 드는데 쾌감을 살살 자극해서 무너지게 만드는 게 너무나 짜릿했다.

그래서 엉덩이만 주무르고, 입구 주변만 더듬었다. 이렇게나 젖어서 체액을 질질 흘리는데도 손가락 하나 넣어주지 않았다. 대신 좆만 빨아 주었다. 그것도 싸기 어려울 정도로 감질나게, 쪽쪽 입만 맞추는 수준으로.

“아, 진짜, 야, 아…!”

이청영 교수는 애타는 목소리로 신음했다. 힐끗 보니 그의 얼굴은 물론 목과 가슴팍까지 벌겋게 익었다. 적잖이 애가 닳은 모양이었다. 다리를 꼬며 움찔거리는 걸 보고 있노라니 내가 다 안타까웠다.

“빨리…….”

결국 새빨개진 얼굴로 그가 속삭거린다.

나는 그제야 무릎을 펴며 일어섰다. 그리고 그의 손목을 잡아 그를 샤워부스에서 끌어냈다.

목적지는 침대? 아니다. 그보다 훨씬 가까운 곳이다.

어디냐 하면 바로 세면대 거울 앞.

“무슨……!”

이 호텔은 세면대 위쪽이 전부 유리로 되어 있었다. 아쉽게도 세면대 높이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배꼽 정도부터 보인다. 하지만 벌겋게 물든 그를 보기엔 충분하다고 할 수도 있었다.

나는 당황해하는 이청영 교수를 내 앞에 세웠다. 강제적으로 그가 거울 속 자신과 마주하도록 만들었다. 이청영 교수가 본격적으로 내게 저항하기 전, 나는 이미 미끄럽게 젖은 그의 엉덩이 사이에 성기를 맞추고 그대로 구멍에 성기를 처박았다.

“아!!”

수증기가 가득 찬 덕분에 그의 신음이 서라운드로 울렸다. 그래서 더 좋다. 빌어먹게 황홀하다. 욕실 섹스 최고.

나는 그의 몸을 단단히 안아 그가 상체를 숙이거나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았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허리를 놀렸다. 선 채로 뒤치기, 이건 나도 처음 해 보는 건데 쾌감이 상당했다. 특히 거울 속 상대의 정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각적인 효과가 어마어마했다.

비록 이청영 교수는 눈을 질끈 감고 질색하는 반응이었지만.

“아, 싫어, 아읏, 으응!”

이 못된 입에서는 싫어 소리가 나와도 몸은 착실히 반응해 온다. 성기가 헤집을 때마다 내벽이 반기듯이 성기를 조여 물었다. 물기만 한 게 아니라 나를 꿈틀대며 쥐어짜는 통에 내 입에서도 뜨거운 신음이 터졌다. 그렇게 몇 번을 내벽을 찌르고 안에 성기를 치대자 이청영 교수의 성기 끝에서 다시 정액이 튀었다.

“아, 콘돔, 깜빡했네.”

진짜로 깜빡했다. 이 시대의 매너남, 이 나라가 낳은 유교보이가 설마 일부러 그랬겠는가. 욕실에서 하려다 보니 정말로 깜빡했다. 그리고 이청영 교수도 빨리 넣어 달라고 했잖아?

이청영 교수는 쾌감을 견디느라 고개를 도리질 치다가 입술을 짓씹었다. 물론 여전히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꽉 감은 채로.

“안에, 하지, 마.”

박아 넣을 때마다 음절이 끊어지는 거, 솔직히 너무 야하다. 무력하게 흔들리며 쾌감에 신음하는 이 오메가의 모습은 지나치게 관능적이었다. 거울 속 그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래까지 전부 보여서 그가 내 성기를 품고 사정하는 모습까지 보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물론 지금도 쾌감은 차고 넘쳤다. 조이는 맛도 일품이거니와 콘돔 따위의 방해도 없었다. 뜨거운 체온과 질척한 점막의 감촉이 성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본능이 이대로 이 안에 파정을 하라고 속삭일 만큼.

“아, 아윽! 윽!”

그의 가슴을 움켜쥐고 유두를 꼬집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쥐고 비틀자 그가 허리를 뒤틀었다. 하지만 가슴을 당겨 안으며 더욱 깊이 성기를 처박는 것으로 응수했다. 나는 고개를 돌린 채 신음하는 그의 귓바퀴를 물어뜯으며 속삭였다.

“눈 뜨고 봐요, 응?”

“으읏!”

내가 오늘 몇 번쯤 물고 빨고 또 지금 내 마음대로 꼬집어 댄 유두가 빨갛게 부풀어 버렸다. 흰 피부가 열꽃이 올라 붉은 빛으로 얼룩덜룩했다. 쾌감에 흐트러진 얼굴이 어느 꽃보다 아름다웠다. 동시에 만개한 꽃처럼 짙은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내 품에 안긴 채로.

그러니까 이건 지금 나만 보기엔 너무나 아깝단 말씀.

“지금 너무 야해, 너무 예쁘다.”

그러나 내 진심도 모르고 이청영 교수는 도리어 고개를 숙인 채 절대 볼 수 없다는 듯이 도리질 쳤다.

“너, 악취미야-”

“빨리. 눈 뜨고 제대로 봐 주세요, 네?”

나는 왼팔로 그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그의 머리채를 쥐어 당겼다. 그가 정면을 볼 수밖에 없도록. 하지만 이청영 교수는 고집스럽게 눈을 뜨지 않았다. 앙앙 울면서 묽은 정액을 쏘아 내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듯이.

그런 모습이 거울에 비치는 것도 좋았다. 솔직히 좀 귀여웠다. 괴롭히는 맛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몇 번이나 찔러 줄 때마다 사정하는 것도 그렇고.

나로서도 벌써 세 번째인데 절정이 빠르게 몰려들고 있었다. 역시 남자는 시각적인 자극에 약한 모양이었다. 러트도 아닌데 세 번째 섹스에도 아직 나올 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내 성기를 물고 빨아 당기듯이 옥죄어오는 안을 헤집을 때마다 사정욕이 폭발할 듯이 커져만 갔다.

나는 다리가 풀린 듯이 후들거리며 신음하는 오메가, 이청영 교수의 귀에 대고 다시 속삭였다.

“나 곧 쌀 것 같아.”

“…!”

“안에 쌀게.”

“아, 안 돼. 안 돼…! 싫어!”

제길, 나도 안다. 안에 하면 안 되는 거. 근데 솔직히 너무 그러고 싶어서 그냥 한번 물어나 봤다. 그러라고 해도 밖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청영 교수는 내 말을 어떤 협박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눈을 떠서 보지 않으면 이대로 안에 해 버리겠다는 협박.

꽉 감겼던 눈이 그제야 흐릿하게나마 뜨였다. 붉게 달아오른 눈가에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 솔직히 그 정도로 저열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의도하지 않았느냐 물으면 또 할 말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빌어먹을, 오메가와의 섹스가 나를 미친놈으로 만들고 있었다.

“으응, 아!!”

거울 속에 고스란히 반사되는 자신의 모습에 그러나 곧바로 고개를 푹 수그리며 도리질을 쳤다. 그리고 내가 한 번 쿡 찔러 들어갔을 뿐인데 사정을 해 버린다.

씨발, 그 모습이 쌍욕이 나올 정도로 황홀했다. 뒤치기 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수치심에 파르르 떨면서 사정하는 오메가?

이걸 봤더니 저열한 협박범이 되길 너무 잘한 것 같다. 그냥 미친놈 하기로 했다.

이청영 교수가 너무 야해서 나는 전율했다. 솔직히 그대로 쌀 뻔했다. 그러라는 듯 조여드는 그가 문제였다.

“아!”

다행히 사정하기 전에 그의 안에서 성기를 뽑아낼 수 있었다. 대신 그의 엉덩이 골에 성기를 비볐다. 다리를 모으게 해서 회음부를 문지르고 허벅지 안쪽에 성기를 비볐다.

“으윽…!”

몇 번 비비지도 않아 내 성기 끝에서 희고 끈적한 액체가 튀었다. 오늘만 세 번째 사정이었다.

“하아… 하…….”

마라톤을 한 사람처럼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마라톤을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운동량이었을 것이다. 심장이 어찌나 세게 뛰는지 내게 등을 대고 있는 그에게까지 전달될 것 같았다. 심장이 아플 지경이었다. 폭주하는 심장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나는 마른 몸을 끌어안은 채 그의 목 뒤와 어깨에 쪽쪽 입을 맞추었다.

“하, 미친…….”

그렇게 중얼거리는 이청영 교수의 턱 언저리를 잡아 고개를 뒤로 돌리게 해 입을 맞추었다. 덕분에 욕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 자세로 한참을 입술을 감물고 혀를 섞었다.

쪽, 쪽. 분명 얼마 전에 뽀뽀는 좀 이상한 거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힘에 부쳐 늘어지려 하는 그의 뺨과 입술에 가볍게 입술 도장을 찍는 내가 있었다.

키스가 기분이 좋았던 것인지 이청영 교수는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체중을 실어 기대듯 품에 안겨 순순히 입맞춤에 응했다.

나는 그의 입술을 쪽쪽 빨고 혀를 부드럽게 휘어 감아 애무하며 그의 성기를 조물조물 만졌다. 간지러움에 그가 어깨를 움츠릴 때마다 달래듯이 입을 맞췄다. 그리고 내가 꼬집고 괴롭혔던 유두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어쩐지 내 품 안의 이청영 교수가 흐물흐물 녹고 있는 것 같았다.

“……교수님.”

가만히 그의 턱과 뺨을 매만지며 내가 속삭였다. 오메가. 이청영 교수님.

고개를 내 쪽으로 하고 있던 그는 감고 있던 눈을 느릿하게 떴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기는 싫어도, 그걸 보길 강요한 나를 보는 건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쾌락에 멍하게 흐려진 눈이 퍽 만족스럽다. 나잇값 못하고 어려 보이는 예쁜 얼굴을 보며 나는 진지하게 읊조렸다.

“…또 빨아 주시면 한 번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미친놈 아냐?”

지체 없이 욕설이 날아왔다. 혼이 났으니 기가 죽어야 할 상황인데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 가슴 안쪽 어딘가가 간질간질해서 웃음이 나오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다시 그에게 쪽 입을 맞추고 속삭였다.

“그럼 그만할 테니까 빨아 주실래요?”

어디까지나 예의를 차려서 물었다. 이청영 교수는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하지만 내가 어깨를 슬며시 힘주어 누르자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정말 빨아 주기라도 할 것처럼.

“…진짜로?”

믿기 어렵다는 듯이 그의 시선이 또 지진을 일으킨다. 내 성기를 코앞에 두고 나를 향해 고개를 든 그의 얼굴, 아, 역시나 치명적이었다.

나는 수그러들었음에도 상당한 크기와 부피감을 자랑하는 내 성기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 끝을 이청영 교수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그가 입을 벌렸다.

내가 이청영 교수를 놓아주었을 때 그는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해진 그를 보고 있자니 일말의 죄책감이 들어서 그의 머리도 감겨 주고 몸도 깨끗하게 씻긴 뒤에 수건으로 둘둘 말아 안아서 데리고 나왔다. 침대에 그를 내려 주고 나 역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솔직히 나도 죽을 것 같았다. 그를 안고 오는데 사실 다리가 후들거려서 혼났다. 골수까지 다 쏟아 낸 기분이랄까. 고환이 텅 비다 못해 쪼그라들어서 기능을 상실한 느낌. 너무 힘들어서 속이 울렁거리면서 머리가 띵했다.

러트 때는 네다섯 번을 하고도 오히려 활력이 넘쳤는데 오늘은 너무 과했던 모양이었다. 산 채로 미라가 될 것 같다. 아마 이러니 복상사라는 사인이 존재하는 거겠지.

“…물.”

침대에 쓰러져 있던 이청영 교수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지금 손가락 하나 까닥할 기운이 없다고는 하지만 인간적으로 물은 내가 가져다줘야 하지 않겠는가.

비치되어 있던 작은 생수병을 챙겨 하나는 이청영 교수에게 건네고 하나는 뜯어서 내가 마셨다. 이청영 교수 역시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물을 마셨다. 물병을 여는 손이 덜덜 떨리는 게 내 눈의 착각은 아니리라.

그리고 그의 입꼬리가 부르트고 갈라진 것도 환각은 아니겠지. 나는 다시 자괴감을 느꼈다. 아무리 알파의 성욕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나란 놈은 짐승새끼인가. 게다가 보통 파렴치한 게 아니었다. 오늘은 비록 엉덩이를 때리지는 않았지만 그 외에도 생전 해 본 적도 없는 짓을 해 버렸다. 멋대로 안에 사정할 것처럼 오메가를 겁주다니, 미친 새끼냐고.

결국 나도 다른 알파들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에 살짝 심란해졌다. 내가 이런 폭력적인 욕구의 소유자였을 줄이야. 오늘처럼 저질스럽게 군 적도 없었는데 이청영 교수를 상대로는 나도 모르던 내 모습이 자꾸 튀어나왔다. 그게 난감하고도…… 또 그런 내가 싫지만은 않다고나 할까.

“…죽겠네.”

중얼거리는 소리에 이청영 교수를 보니 그는 물 뚜껑을 못 닫고 있었다. 뚜껑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손이 자꾸 헛돈다. 나는 그에게서 물병을 뺏어 뚜껑을 돌려 닫았다. 묘한 감정에 내 얼굴이 다시금 벌겋게 익었다.

“죄송해요.”

작게 속삭이듯 사과했다.

네 번이나 해서, 성기로 뺨을 툭툭 때려서, 괴로운 체위를 강요해서, 안에 싸겠다고 공갈을 쳐서……. 사과할 이유는 많았는데 그 와중에 내가 묘한 고양감을 느끼고 있어서 또 미안했다.

아니, 근데… 아무리 내가 절륜한 20대 초반의 알파라지만 러트도 아닌데 연달아 네 번이나 한 건 좀 대단한 거 아니냐. 양심 터진 생각인 거 나도 아는데 미안한 와중에 자긍심에 가슴이 뿌듯해져 버린다.

솔직히 이청영 교수가 정말로 싫었으면 오늘 나에게 응했겠어? 심지어 저번에 엉덩이 때렸던 것도 이 사람, 나쁘지 않게 받아들였다는 거다. 찰싹찰싹, 그럴 때마다 앙앙 울며 조여들었다고. 이번에도 살짝 때려 볼 걸 괜히 참았나?

“웃지 마라. 재수 없어.”

“아, 네. 죄송해요.”

반사적으로 사과를 다시 하며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나도 의식하지 못했는데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었나 보다. 아니, 나 분명 미안한 마음을 십분 느끼고 있었는데 왜 입술이 제멋대로 웃으려 들지.

나를 어처구니없다는 시선으로 보는 이청영 교수를 보고 있노라면 역시나 흐뭇한 마음이 들어서 어딘가 좀 간질간질해진다.

까칠하게 말은 하지만 여전히 나른하게 풀려 있는 저 얼굴은 분명 차고 넘치게 느꼈다는 얼굴이었다.

전에 얼핏 욕구불만이라고 중얼거리더니 역시 나와의 섹스가 그에게도 만족스러운 것 같다. 알파와 오메가가 속궁합이 잘 맞는다는 건 사이언스라는 게 이렇게 증명되나.

그런데 갑자기 이청영 교수가 나에게 매서운 현실이라는 비수를 냅다 내리꽂았다.

“너는 애인이랑은 안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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