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내 표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읽었는지 이청영 교수는 머쓱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때마침 히트 사이클이 시작될 기미가 보였지. 그래서 억제제를 하루 안 먹었을 뿐이고… 퇴근할 때가 되니까 확실히 몸에 열이 오르더라고.”
오메가가 억제제를 안 먹었다는 얘기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얘기란 말인가. 기가 차서 그를 보고 있자니 설명이 이어졌다.
“마침 약도 있겠다 바로 주사를 해 봤지.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가라앉더라고. 혹시 모르니까 곧장 퇴근해서 버스를 탔는데…… 약효가 그렇게 금방 사라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 덕분에 1상 시작 전에 용량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고.”
아니, 교수님. 애먼 알파의 인생을 꼬아 놓았다고 사과를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무서워. 이 사람 역시 이상해. 사고회로가 너무 남다른 것 같아. 그 와중에 보충이 필요한 사항을 알게 되어 만족스럽다는 태도가 가당키나 해?
만약에 버스에서 내가 아닌 다른 알파 손에 떨어지기라도 했다면. 물론 나를 만나서도 섹스를 해 버리긴 했지만, 더한 꼴을 당할 가능성도 있었던 것 아닌가.
“하지만 교수님, 위험한 일이었잖아요. 적어도 휴가를 내서 집에서 진행하기라도 하셨어야죠.”
“…그래. 실험 결과를 너무 과신했어. 마음이 급했다는 건 인정해야겠지. 현재는 히트 사이클이 시작되었을 때 즉각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약은 없으니 말야.”
이청영 교수는 자조적으로 말했다. 당시 상황의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다행이긴 한데 나는 여전히 어처구니가 없는 심경이었다. 얼마나 속효성 억제제를 개발하고 싶었으면 1상도 하지 않은 약물을 직접 주사를 해 봤던 거야?
“그 이후로 페로몬 조절이 조금 불안정하다 싶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성페로몬을 줄줄 흘리고 다닌 건 아니었어. 지금은 완전히 괜찮아졌고. 그렇지 않나?”
이청영 교수는 제 어깨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글쎄.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에게서는 여전히 달착지근한 향기가 풀풀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른 오메가들도 평소 향긋한 향기를 풍기긴 했지만 이렇게 입안이 마를 정도로 단 냄새는 아니었다. 그랬다면 내가 지나가는 오메가마다 침을 질질 흘리지 않았겠나.
아무튼 문제는 이 사람이었다.
서른다섯 살 먹은 오메가가 어떻게 저런 안전 불감증일 수가 있지. 충동성은 알파들의 특징 아니었어? 다른 오메가도 무데뽀로 자기 몸에 실험하고 억제제 끊고 그러나?
덕분에 나는 연인을 배신해 버렸단 말이다. 만약 그가 무모한 짓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만에 하나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버스가 아니라 택시만 탔어도.
적어도 나는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그가 다른 알파나 베타와 살을 섞었겠지.
“…….”
다른… 알파. 아니면 베타와.
내게 안겨 열에 들떠 헐떡이며 꽃처럼 피어났던 것처럼.
“…다시는.”
나도 모르게 이청영 교수의 손목을 붙잡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맹한 얼굴을 한 저 오메가의 손목을 잡아 내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그러지 마세요.”
“어…?”
얼굴과 얼굴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아니나 다를까 이 인간은 맹한 소리나 내뱉고 있었다.
“그러지 마시라고요. 위험하잖아요.”
“어어…….”
빌어먹을. 어리숙하게 대꾸하는 얼굴에 괜히 내 부아가 치민다. 이 사람, 객관적인 척하지만 역시 자기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 뻔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처럼 양식 있고 상식적이며 도덕적인 알파가 아니라 다른 쓰레기 놈팽이를 만날 수도 있었다니까? 그때도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맹한 표정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냐고.
“하…….”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나는 이여운과 헤어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다. 오직 이여운만을 사랑한다.
따라서 더는 그를 배신하는 짓을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었다. 내가 잘못한 만큼 더 잘해 주고 사랑하는 것으로 갚아 나가겠노라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다.
그런데 잠깐만, 놔 봐. 지금 이 사람이 세상 물정 모르고 자꾸 헛소리 하면서 빡치게 하잖아.
“흡…?!”
그러니 지금 내가 그에게 입을 맞춰 버린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말씀.
안다. 나도 알아, 나 쓰레기인 거. 어제는 체력이 없어서 이여운과 불타는 밤을 보내지 못했고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기가 힘들었었다. 지금도 체력이 남아도는 게 아니다.
아 근데 자꾸 이 오메가가 빡돌게 한다니까?
“너…….”
물론 이곳이 교내이니만큼 혀까지 밀어 넣으며 키스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쪽, 짧게 입술을 훔쳤을 뿐이었다.
효과 하나는 확실했다. 말꼬리를 늘이며 어어 소리나 맹하니 내던 인간의 눈이 동그랗게 뜨이질 않았나.
“……저 오늘도 상 주시면 안 될까요.”
“…….”
까만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는 게 퍽 보기가 좋더라. 나는 슬며시 팔목을 쥐고 있던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가 천천히 그를 놓아주었다.
꿀꺽. 그가 마른침을 삼켜 목젖이 울렁거렸다. 눈에 어리는 것은 분명 갈등하는 기색이었다.
다행히 그의 고민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여덟 시까지.”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가 조금 더 낮게 잠겨 갈라지듯 흘러나왔다.
“호텔로 와.”
“네.”
허락 받았다. 내 입가에 걸리는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
“이따 봬요.”
이청영 교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그만 머리통에 입을 맞추고 싶다는 충동이 끓어올랐지만 참았다. 나는 자기 몸에 임상 실험을 해 보는 저 오메가와는 달리 충동을 조절할 줄 아는 알파니까 말이다.
여덟 시. 나는 H 호텔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해 체크인을 한 이청영 교수는 이전처럼 샤워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 역시 빠르게 씻고 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아, 아윽, 윽!”
당연하게도 이청영 교수는 내 아래 짓눌려 뜨거운 숨을 토해 내고 있었다. 이미 몇 대나 찰싹찰싹 얻어맞은 그의 엉덩이에는 벌겋게 내 손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다시 한번 찰싹!
“아!!”
깊게 성기를 박아 넣은 채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면 죄어 오는 맛이 역시나 일품이었다. 여기가 홍콩인가요? 질척질척 젖어든 점막이 경련하듯 내 성기를 옥죌 때마다 짜릿한 쾌감이 전신을 질주했다. 좋다, 진짜 미치게 좋다.
나 아닌 다른 놈팽이가 버스에서 그를 만났다면, 그놈이 엉덩이를 때려도 이렇게 좋아서 콱콱 성기를 물어 댔겠지?
“아!”
찰싹! 다시 한번 말랑말랑한 살을 차지게 내려치고, 그대로 엉덩이를 쥐어 벌리며 허리를 움직였다. 깊게 파고들 때마다 그의 마른 등줄기가 파들파들 떨렸다.
“너무, 흑, 너무-”
이청영 교수의 손 아래 시트가 일그러졌다. 후들후들 떨리는 팔을 앞으로 짚으며 몸을 빼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도망가려는 몸짓이었다.
“너무, 깊어, 으응!”
그러나 내가 허리를 양손으로 붙잡아 내 쪽으로 당기자, 그 힘에 끌려오며 그의 상체가 결국엔 무너져 내렸다. 엉덩이만 위로 치켜든 탓에 삽입은 더욱 깊어졌다. 깊게 박아 넣을수록 그는 자지러지며 아래를 조였다. 덕분에 내 눈앞이 아찔하게 타들어 간다.
시각적인 자극 역시 어마어마했다. 붉게 물든 엉덩이. 그 사이의 자그마한 구멍이 빠듯하게 벌어져 내 성기를 물고 있는 광경이란. 일부러 느릿하게 성기를 빼면 그의 몸이 잘게 떨리는 것조차 그렇게 색정적일 수 없었다.
이미 오른쪽 엉덩이에 내 손자국이 가득하다. 그런데 한 대 더 때리고 싶었다. 이미 성기를 끊어먹을 듯이 조이고 있긴 하지만 그가 얻어맞아 수치심과 고통에 몸부림칠 때 내게 선사하는 쾌감이 또 어마어마해서-
“그, 그만.”
그런데 내가 막 부르튼 그의 엉덩이를 한 대 더 찰싹찰싹 해 줄까 고민하며 주무르고 있었을 때, 그가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벗어나고 싶다는 듯이 아예 상체를 비틀기도 했다.
“월요일이잖아…….”
나를 바라보는 열에 들뜬 눈동자가 물기로 촉촉하고,
“살살… 살살 하라고.”
명령하는 목소리 역시 물기가 한가득했다. 평소엔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에 물기가 뒤섞이자 그것이 또 어찌나 야하게 들리는지.
“으윽!”
나는 그의 안에서 성기를 빼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월요일인데 힘들게 한다며 칭얼거렸던 그를 내 위로 올렸다. 내게 체중을 실어도 그다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남자의 상체를 끌어안으며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비볐다.
간질간질한 자극이 그의 체취와 함께 심장께까지 흘러들어 오는 기분. 내 입맞춤에 입을 벌려 응하는 이 오메가를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까. 힘들다며 앙탈을 부린 게 언제냐는 듯 그는 내 입맞춤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등이며 옆구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입을 맞추자 품속의 그가 녹아내리는 게 느껴졌다.
나보다 열네 살이나 연상이면서 이렇게 귀엽게 굴 일이야? 입을 맞추는 게 그렇게나 기분이 좋냐고. 부드럽게 혀를 빨고 입술을 짓씹을 때마다 그의 전신에서 달콤한 향취가 나를 질식시킬 듯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손을 내려 그의 양쪽 엉덩이를 가볍게 쥐었다. 내가 몇 대 찰싹찰싹 때렸던 오른쪽 엉덩이가 유난히 뜨거웠다. 그리고 만지는 것만으로도 아픈지 손가락에 힘을 주어 주무르면 그의 등이 흠칫흠칫 튀었다. 나는 달래듯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
“그만 때릴까요?”
“으응, 오늘은, 그만…….”
세상에, 이 사람 봐. 오늘’은’ 그만하래. 그럼 다음에는 또 때려도 괜찮은 거야? 주말에는 아예 볼기짝이 다 터지도록 때려도 괜찮아? 세상에나. 그런 부탁을 한다 해도 나 같은 상식적이고 젠틀한 알파가 그렇게까지 할 리가 없잖아!
“많이 힘들어?”
“응… 으응…….”
내 쇄골 언저리에 뺨을 대고 색색거리며 그가 웅얼거렸다. 아아, 아무래도 내가 지금 페로몬을 퐁퐁 뿜어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주 내 목덜미에 코를 박고 정신을 못 차리지 않는가. 그것이 만족스럽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저절로 웃음이 맺힐 정도로 가슴 안쪽이 찌릿했으므로.
“그럼 넣지 마?”
내 성기를 붙잡아 그의 회음부에 비비자 그가 바르르 몸을 움츠렸다. 다른 손으로 더듬어 보니 그의 아래는 여전히 흠뻑 젖어 있었다. 거기에 대고 성기를 문지르고 있으려니 아쉽기 짝이 없었다. 콘돔이 없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재차 그의 회음부며 엉덩이 골에 내 성기를 문질렀다. 그것만으로도 내 품의 오메가는 흠칫거리며 앓는 소리를 흘렸다.
“월요일이니까 무리가 되지 않게…….”
내가 끝난 게 아닌 이상 이 오메가를 놓아줄 수는 없다. 이청영 교수 본인도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울 것이었다. 여전히 그도, 나도 서로의 페로몬에 취해 있었으므로. 나는 그의 귓가에 어느 때보다 부드러운 음성으로 속삭였다.
“교수님이 해 주세요. 가만히 있을 테니까.”
“으읏…….”
내 요구가 그의 수치심을 자극했는지 그가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이내 천천히 내 가슴을 짚으며 상체를 일으킨다.
미친, 내 몸을 타고 앉은 이청영 교수라니. 그의 하얀 몸과 분홍빛의 유두, 납작하게 마른 복부를 보고 있노라면 그대로 다리를 벌리고 좆을 처박고 싶은 충동이 활활 타올랐다. 그래도 짐짓 여유를 가장하며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 사람이 내 성기를 딜도 삼아 혼자서 움직이는 거, 미친 듯이 보고 싶으니까.
“하으……!”
이청영 교수는 내 성기를 쥐고 그 위로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넓게 벌어진 그의 허벅지가 부들부들 경련했다. 그의 몸이 주저앉을수록 성기가 깊숙이 그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나를 받아들이는 내벽이 질척하게 성기에 들러붙는 것 같았다. 뜨겁고 황홀했다.
“응, 으읏. 하아…….”
하지만 역시 감질나기 짝이 없었다. 살과 살이 퍽퍽 마찰하도록 박아 넣고 싶다. 저 예쁜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될 때까지. 역시 옴짝달싹 못 하게 짓누르며 좆이 가는 대로 처박아야 양에 찰 것 같은데.
그럼에도 나는 이청영 교수를 기다려 주었다. 물론 엉덩이를 쥐어 약간의 도움을 주기는 했다.
“아!!”
내가 힘을 강하게 준 것도 아니었는데 내 손힘을 이기지 못하고 완전히 주저앉은 그가 단말마와 같은 신음을 토해 냈다. 덕분에 성기가 완전히 그의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좋다. 사방에서 압박하며 조여 오니 여기가 홍콩이었다. 비행기도 안 탔는데 홍콩에 보내 주다니, 역시 교수님은 대단해.
“움직여야죠.”
내가 낮게 속삭이자 갑작스러운 삽입의 충격에 바들바들 떨고만 있던 이청영 교수의 어깨가 흠칫 굳어졌다. 그가 입술을 짓씹으며 내 가슴팍을 짚고 천천히 허리를 띄웠다. 놓아주기 싫다는 듯이 점막이 들러붙으며 성기가 그의 안에서 뽑혀 나갔다. 하지만 반쯤 나갔을 때 다시금 그가 엉덩이를 내렸다.
“아, 아흐, 응-”
역시 내 성기를 품고 있는 게 좋긴 한 모양인지 그의 입에서 달콤한 신음이 흘러나온다. 이제 이청영 교수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움직임이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질컥질컥 음탕한 소리 역시 리드미컬하게 울렸다.
“하아…….”
나는 다시금 거칠어지기 시작하는 숨을 길게 쉬어 내며 한 번씩 허리를 튕겼다. 그럴 때마다 이청영 교수는 자지러지듯 몸을 떨었다. 꼿꼿하게 발기해 움직임에 따라 허공에서 꺼덕이는 예쁜 성기 끝에 방울방울 체액이 맺혔다.
“으응, 으, 흐으, 읏-”
와 씨, 나만 홍콩에 온 게 아니었다. 이청영 교수도 잔뜩 느끼고 있다는 얼굴이었다. 발갛게 익어 땀에 촉촉이 젖은 얼굴이 여유를 잃고 헐떡이고 있었다. 입술을 짓씹거나 붉은 혀로 입술을 축이는 게 몹시도 야해 보기가 좋았다. 제대로 만져 주지 않아도 유두나 성기가 발딱 선 것도 너무 야해.
“아!”
손을 뻗어 그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예기치 않은 접촉에 놀랐는지 열에 들뜬 눈이 크게 뜨였다. 나는 그의 성기를 부드럽게 위아래로 문지르며 속삭였다.
“계속하세요.”
열심히 움직이는 거 솔직히 귀엽다. 그리고 아주 기분 좋다. 성기를 만져 주고 있노라니 그의 안이 더욱 꿈틀거리며 조여 대는 듯 해서 더욱.
이쯤 되니 이젠 정말로 인정할 수밖엔 없었다.
나, 이청영 교수와의 섹스를 즐기고 있었다. 오메가와의 섹스라는 유혹을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또 해 버렸고, 앞으로도 또 할 것 같았다. 또 하고 싶었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배설과도 같은 섹스. 야, 근데 사람이 배설 안 하고 살 수가 있어? 저항할 수 있다면 그게 본능이야?
하지만 나는 이여운을 사랑한다. 그러니 헤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흐아…!”
내 성기를 깊게 품은 채 기어이 이청영 교수의 성기 끝에서 희고 끈적한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땀에 젖은 내 복부며 가슴팍을 적셨다. 더는 버티기가 힘든지 바들바들 떠는 그의 상체가 무너졌다. 나는 그를 기꺼이 내 품으로 받아 안았다.
사정의 쾌감으로 얼룩진 얼굴에서 관능미가 뚝뚝 떨어졌다. 솔직히 그 어떤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게다가 야하기까지 해. 열에 들떠 흐릿한 눈으로 나를 보는 남자에게 입을 맞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람은 나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어마어마한 죄책감에 잠 못 이루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나날들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살기 위해서는 합리화라는 걸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미 저질러 버린 지금, 어쩔 수가 없다. 바람은 나쁜 게 맞다. 그러나 바람보다 더 나쁜 게 있으니 바람은 나쁘지 않은 걸로 하자. 일단 그렇다고 치고 나면.
나쁜 건 바람을 들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