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알파의 사정-23화 (23/25)

23.

「헉, 전화했었네? 미안 미안. 나 운전 연습하느라 못 받았어ㅠㅠ 이제 가족들이랑 식사하러 옴ㅠㅠ」

「아 진짜? 바로 연습하러 갔구나.」

「응. 엄마가 운전 봐준다고 해서…….」

「그럼 오늘 못 만나겠네.」

「응ㅠㅠ 교외로 멀리 나와서 집 돌아가면 밤 늦을 것 같아.」

「알았어. 그럼 내일 봐.」

「미안해ㅠㅠ 저녁 잘 챙겨먹고.」

「ㅇㅇ 동기들 만나서 먹을 거임.」

「맛있는 거 먹어.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내일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오키오키.」

“으윽…!”

이모티콘이라도 하나 보내려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순간 짜릿하게 등골을 울리는 쾌감에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졌다. 야릇한 감각에 손이 떨려 액정을 잘못 누를 것 같아서 핸드폰을 옆으로 던졌다.

그리고 손을 내려서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그러쥐었다.

누구의 머리카락? 내 다리 사이에 엎드린 채 성기를 열심히 빨아 주고 있던 오메가의 머리카락.

내가 머리채를 쥔 손에 힘을 주자 오메가, 이청영 교수가 얼굴을 들어 올렸다. 발갛게 상기된 뺨에 입술은 붉게 부어올라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색정적인 얼굴에 솔직히 바로 쌀 것 같았다. 이 사람, 얼굴이 너무 야하단 말야.

그래서 결국 나는 오늘도 이여운을 배신하고야 말았다.

이여운에게 친구가 많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오늘 저녁은 그럼 혼자 먹어야겠네, 따위의 메시지를 받았다면 너무 미안해서 자살하고 싶어졌을 거라고.

흑흑, 다른 남자의 입에 성기를 물려 놓고선 이따위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니. 나는 이제 진짜로 명실상부한 쓰레기가 되어 버렸다.

“…교수님.”

이청영 교수의 입에서 성기를 빼내고 그의 귀두로 뺨을 툭툭 건드리자 그렇지 않아도 붉던 그의 얼굴이 더욱 빨갛게 물드는 게 실시간으로 보였다. 내 양심의 외침을 깡그리 묵살시킬 수 있을 정도로 파괴적인 광경이었다.

“진짜로 넣으면 안 될까요?”

“…….”

이미 한 번 했는데 후희를 한답시고 그의 몸 이곳저곳에 입을 맞추다가 또다시 흥분을 해 버렸다. 그래서 2차전에 돌입하려고 했더니 이 사람이 힘들다며 칭얼거렸고. 아무래도 위로가 더 필요해서 그러면 빨아서 싸게 해 달라고 해서 펠라티오를 받던 도중이었다.

“…안 돼.”

하, 야한 냄새를 폴폴 풍기면서 저렇게 말하면 내가 너무 슬픈데. 내 페로몬에 반응해서 잔뜩 젖었을 게 틀림없는데 싫다고 하는 걸로 보아 힘들긴 힘든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겠나.

나는 잠시 이청영 교수를 그대로 둔 채 몸을 일으켰다. 무릎을 꿇고 몸을 세우자 높이가 아주 딱 맞았다.

“흡…!”

그리고 이청영 교수의 머리채를 붙잡은 채 그대로 그의 입 안에 성기를 밀어 넣었다.

“하아…….”

단숨에 뿌리까지 처박자 절로 만족에 겨운 신음이 흘렀다. 목구멍의 조임이 소름 끼치게 황홀했다. 가만히 누운 채 받는 것도 물론 좋긴 한데 어쩐지 이 사람을 상대로는 조금 과격하게 하는 쪽이 더 흥분된다고나 할까.

양손으로 침대를 짚고 있던 그가 한 손을 들어 내 골반 언저리를 잡았다. 밀어내는 듯한 손길에 성기를 조금 빼 주었다. 그리고 다시 쿡, 찔러 들어갔다.

“욱, 우윽……. 욱!”

그의 입안을 범할 때마다 억눌린 신음 소리가 내 귓가를 간질였다. 점차 쾌감이 고조되어 가며 허리 놀림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마구잡이로 박아 대어 그의 뺨이 불룩 올라오는 광경이 또한 내 쾌감을 부추겼다. 발갛게 물들다 못해 물기가 번지는 눈가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하, 너무 좋아요.”

애새끼처럼 그렇게 말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버거워하면서도 입안에 들어오는 흉악한 좆을 빨아 주는 그가 좋아서 저절로 그런 소리가 나왔다. 척추를 내달리는 쾌감에 이성이 홀랑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이대로 입 안에 파정하고 싶었다. 그러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하지만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지나치게 파렴치하다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이었다. 연인 관계에서도 그래 본 일이 없었다.

돌이켜보니 상대의 동의 없이 한 적이 딱 한 번 있긴 한데, 그때 상대가 바로 이 오메가……. 당시 그는 히트 사이클에 나도 러트라 제정신이 아니긴 했었다.

하지만 이미 경험이 있다고 해서 또 해 버리는 건 역시 좀 아닌 것 같다. 한편으로는 오늘은 엉덩이도 때리지 않았는데 정액을 좀 먹게 하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저질스러운 갈등이 잠시 나를 흔든다.

아아, 그러는 동안 이청영 교수의 입 안에 꾸역꾸역 처박아 대며 쾌감은 절정을 향해 폭주하고 있었다.

“얼굴에 싸도 돼요?”

“…….”

내 손아귀에 잡혀 머리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이청영 교수는 고개를 가로젓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 여유를 주자 미약하게 고개를 주억거린 것 같기도.

교수님께 이런 질문을 하다니 내가 너무 개양아치긴 한데 이상하게도 이 사람을 상대로는 늘 그랬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정말로 아닌데, 젠틀하고 매너가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욱, 우욱…!”

절정을 향해 가며 나는 조금 더 우악스럽게 그의 머리채를 쥐고 성기를 목구멍 깊숙이까지 처박았다. 그의 눈꼬리를 따라 흘러내리는 눈물이 몹시도 마음에 찼다.

“큭……!”

그리고 마침내 쾌감이 역치를 넘어 눈앞이 아득히 타들어 갔을 때, 나는 급히 그의 입에서 성기를 뽑아냈다. 성기 끝을 그의 얼굴 쪽으로 고정한 채 손으로 몇 차례 쓸어올리자 미끌미끌하게 젖은 끝에서 흰 액체가 힘차게 뿜어졌다.

“읏…….”

이청영 교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헐떡이며 거친 숨을 토해 내는 그의 붉은 입술 위로도 정액이 흘러내렸다. 더러는 눈썹과 머리카락까지 튀었다. 그의 속눈썹 위에도 맺혔다가 느릿하게 떨어져 내렸다.

“하아, 후우…….”

마라톤을 한 것처럼 숨이 찼다. 내 정액을 뒤집어쓰고 있는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쾌감이 길게도 이어졌다. 등줄기가 짜릿짜릿했다.

“으음…….”

앗! 나도 모르게 희부옇게 젖은 성기 끝을 입술에 맞춰 버렸다……! 이청영 교수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미간이 좁아졌다.

“아…….”

하지만 그는 혀를 내며 입술을 벌려 내 귀두를 감싸 물었다. 혀를 비비며 끝을 부드럽게 빨아당기는 애무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눈앞에 별이 번쩍거릴 정도로 끝내줬다.

“너무 좋아요…….”

얼마나 좋은지 다시 설 것만 같아. 안 돼…!

나는 애써 미련을 접으며 그의 입에서 성기를 빼냈다. 다행히 두 번의 사정을 마친 성기는 수그러들고 있었다.

내 정액을 뒤집어쓴 교수님의 모습 덕분에 내 눈알도 황홀경을 맛보고 있었으나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청영 교수가 제 얼굴을 더럽힌 체액을 손수 훔쳐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잠시만요. 제가 해 드릴게요.”

얼른 그의 손을 잡아 제지한 나는 협탁 위의 티슈를 뽑아 그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눈 뜨지 마세요.”

“…….”

이 상황이 민망한 것인지 이청영 교수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그는 침대 위에서는 특히 말수가 적었다. 정말로 싫은 것을 하지 말라고 할 때가 아니면 신음 소리 외엔 거의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더 만져 줘, 빨아 줘, 거기가 좋아. 이런 말을 한다면 내 기꺼이 이 한 몸 바쳐 만족시켜 드리련만.

내가 다소 파렴치한 짓을 해도 순종적으로 응하는 그의 스타일은 프로페셔널한 교수님일 때의 모습과 갭이 상당했다. 지금도 시키는 대로 다소곳이 눈을 감고 있다. 그래서 더 짜릿하고…….

“읍…….”

짜릿하다 못해 설레 버려서 나는 그에게 입을 맞추고야 말았다. 방금까지 내 성기를 물고 빨았던 입술에 입을 맞추고 혀를 섞는 것이 싫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서는 밤꽃 냄새가 짙게 풍겼지만 그보다 더 강렬하게 후각을 자극하는 것은 역시 다디단 오메가의 페로몬이었다.

쪽, 쪽. 키스 사이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 주니 왕자의 키스를 받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그가 느릿하게 눈을 떴다.

역시 오메가의 외모는 사기다. 양손으로 감싸 쥔 얼굴이 솔직히 잘생기고 귀여웠다. 분명 남자의 얼굴인데 예쁘다는 생각마저 드는 외모였다.

게다가 내 입맞춤이 기분이 좋은 것인지 그의 낯에 나른한 기색이 어린다. 나는 이청영 교수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히며 입맞춤을 이어 갔다. 혀를 깊게 넣지 않고 그의 혀를 살짝 건드리는 정도로 장난스러운 입맞춤을 선사했다. 손으로는 부드럽게 그의 뺨이며 어깨, 가슴을 매만졌다. 그러는 동안 하나 깨달은 게 있었다.

우리가 지금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인 데다가 몸이 이렇게 바짝 붙어 있으니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면 당연히 알아챌 수밖엔 없지 않겠는가.

“…교수님, 왜 흥분하셨어요?”

“……으윽.”

막 기분 좋다는 듯이 풀리고 있던 그의 얼굴에 수치심이 범람했다. 열기가 잦아들던 뺨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타올랐다. 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귀여운 모습이었다.

나는 그 뺨에 쪽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제 거 빨면서 흥분하셨어요?”

덥석 붙잡은 그의 성기는 반쯤 단단해져 있었다. 손으로 감싸 쥐어 흔들자 손안에서 점점 부피를 키워 갔다. 내가 킥킥 웃자 그는 정색하며 근엄하게 말했다.

“하지 마라.”

그래 봐야 빨갛게 익어 신음을 참으면서 하는 소리라 그냥 귀엽기만 했다. 본인의 입장 때문에 더 민망해하는 것이리라. 나는 교수고 너는 학생이야 뭐 그런 거.

“빨아 드릴게요.”

어차피 대답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장 아래로 내려 손에 쥐고 있던 것을 입에 물었다. 오메가라고 다 삽입으로만 느끼겠는가. 남성인 이상 성기의 자극 역시 쾌감으로 다가올 터.

“아…! 흐으…….”

아니나 다를까 페로몬만큼이나 달콤한 신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입안에 들어온 것을 깊숙이 삼키며 빨 때마다 그는 발끝을 움츠리며 헐떡거렸다. 벌어진 허벅지가 떨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 남자가 오메가인 덕분에 내가 성기를 빨아 줄 때마다 엉덩이 사이가 젖어 들었다. 손으로 고환을 주무르고 회음부를 슬슬 간질여 올라가니 질척한 체액이 손끝에 닿았다. 그가 쾌감으로 몸을 떨 때마다 주름이 연신 움찔움찔댔다.

또 섹스를 하는 건 싫다고 했었지. 하지만 손가락이라면 어떨까?

“아…!”

주름을 벌리고 손가락 한 마디를 집어넣었을 뿐인데 아까보다 큰 신음이 귓전을 때렸다. 이 오메가는 대체 왜 신음까지 이렇게 나를 미치게 만드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

그래서 쿡, 손가락을 깊게 찔러 넣어 그의 내벽 어딘가를 찔러 버렸고. 이청영 교수는 비명처럼 신음하며 몸을 퍼드득 떨었다. 그 바람에 내 목구멍을 벌리며 성기가 깊숙이 처박혔다. 반사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구역감과 함께 삼킬 기세로 그의 성기를 빨았다.

“으응, 아, 읏!”

손가락은 물론 손이 다 젖고 있었다. 그대로 박아도 될 만큼, 박고 싶을 만큼 젖었다. 하지만 두 번 하기는 힘들다고 하셨으니 어쩔 수 없이 나는 부지런히 손가락만을 놀렸다. 아, 물론 입도 열심히.

“아, 그만. 그만, 할 것 같아.”

아이고, 빠르기도 하셔라.

어쩔 줄 모르고 신음하던 이청영 교수가 몸을 빼려 했다. 하지만 앞과 뒤를 모두 내게 붙잡혀 움직일 수가 없었던 그는 내 머리채를 콱 움켜쥐었다.

“그만해, 흑, 으윽!”

사정을 참기가 힘든지 그가 괴로운 소리를 냈다. 내 머리채를 쥔 손아귀에도 힘이 더 들어가서 숫제 내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하하, 우리 임씨 집안에 탈모 유전자는 없으니. 애먼 내 머리카락을 괴롭혀 봐야 괜한 헛수고랍니다?

“아, 아……!”

그리고 마침내 이청영 교수가 함락당했다. 안타까운 신음과 함께 입 안에 비릿한 액체가 쏟아졌다.

“흐읏…….”

나는 감히 허락도 없이 그의 입에 사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사정을 받아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입안에 차오른 액체를 꿀꺽 삼키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게 그리 싫지가 않았다. 오메가라서 그런가? 그 비릿한 체액마저도 내게는 달기만 했다.

***

“오늘 좀 멋지다?”

여운이를 보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갑자기?”

자기 몸을 내려다보는 이여운은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니, 발목을 드러내는 길이의 청바지도 귀엽고 안에 흰 티셔츠 받쳐 입고 체크 남방 입은 것도 잘 어울리는데. 게다가 피부도 반질반질하고 머리도 오늘 드라이 너무 잘 된 것 같다고.

이건 물론 어제 녀석의 연락을 씹고 바람을 피운 죄책감에 나온 소리가 아니다. 이여운은 객관적으로 봐도 잘생긴 베타라고.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나 또 반하겠어.”

“아, 임재희 무슨 오버야. 바쁜 척은 혼자 다 해 놓고.”

“나 진짜로 바빴잖아. 한 번만 봐줘, 응?”

옆구리를 찌르며 애교를 떨자 녀석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웃었다. 하지만 칭찬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양심이 따끔따끔하긴 한데… 그래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좋았다.

“기분은 괜찮아? 오늘도 궁상떨고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왜?”

“시험 떨어졌다고 전화했었잖아. 하늘 무너진 줄 알았다고.”

“아…….”

아, 그거. 맞다, 나 기능 시험 떨어졌지. 깜빡 잊고 있었다.

불과 어제 낮에 있었던 일이었는데 이젠 기억조차 희미했다. 날씨만큼이나 기분도 좋고 말이다.

“나 멘탈 하나는 튼튼하잖아. 다음에 붙으면 되지.”

“그래서 위로는 필요 없어?”

의미심장한 질문에 또 속이 뜨끔했다. 여운이놈이 야릇한 유혹의 기색을 띠고 있어서 더욱.

하하,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보이려 했으나 마냥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지은 죄가 있어서이리라.

“네 얼굴만 봐도 위로는 충분한걸.”

나는 애교스럽게 말꼬리를 늘이며 녀석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머리에 내 머리를 비비자 녀석이 쿡쿡 웃었다. 다행히 내 태도가 그리 어색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점심 뭐 먹을까?”

“음… 냉면?”

“그걸로 되겠어? 더 맛있는 거 사 줄게.”

비싼 거. 고급스러운 거. 데이트를 할 때 번갈아 내는 편이었지만 양심상 오늘은 내가 비싼 밥을 사고 싶었다.

내가 어제 저지른 죄가 있지 않은가.

그것도 두 번… 아니, 세 번이나 해 버렸다. 두 번째는 서로 입으로 해 줬던 거였으니 카운트에서 빼도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어쨌거나 사실 나는 정말 그걸로 끝낼 생각이었다. 정말로. 진짜로.

그런데 문제는 또 욕실에서 발생했다. 어제 갔던 호텔에는 욕조가 있었던 것이다. 이왕 욕조도 있고 시간도 넉넉하니 안 쓰는 게 아깝지 않나 싶어서 뜨뜻한 물을 가득 받았다. 혼자만 온욕을 즐기기엔 미안한 느낌이라 이청영 교수를 설득해서 같이 들어갔는데…….

‘…왜 세우냐?’

아 글쎄 그 오메가가 향기가 너무 좋더라. 다리 사이에 앉혀 놓고 목 뒤에 쪽쪽 입을 맞추다 보니 키스도 좀 했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어서인지 몸도 금방 뜨거워져서 나도 모르게 또 서는 게 아닌가.

‘아, 그만…!’

‘잠깐 넣기만 할게요. 잠깐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잠깐 넣었는데…….

‘흐읏…….’

‘…그만 조이세요, 교수님…….’

‘네가 자꾸, 만지니까-’

‘하아, 끊어질 것 같아요.’

가슴을 좀 만졌다고 그 사람이 글쎄 잔뜩 조이고 옴지락거리고 그러니까 내가 참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입으로는 싫다고 하면서 이청영 교수도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정말로 빼 버리니까 얼굴이 안타까워 보일 정도로 아쉬워하더라. 단내를 풍기면서 고개를 돌리고 키스를 조르는데 내가 안 넘어가고 배기겠냐고.

“아니 그냥 오늘 좀 더우니까 냉면 끌리는데.”

와악! 나를 상념에서 일깨우는 이여운의 목소리에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미쳤냐고, 임재희. 이여운을 앞에 두고 대체 왜 어제 일을 회상하고 앉았어!

“음, 그럼 냉면 먹으러 가자.”

비싼 냉면이라고 해봐야 냉면이 얼마나 비싸겠는가. 하지만 오늘 꼭 녀석에게 비싼 밥을 먹이고 싶었던 나는 그를 고깃집으로 데려갔다. 그것도 한우 구워 먹는 곳으로.

가격표를 보니 현기증이 조금 나긴 했는데, 한우 양념갈비 2인분에 물냉면 2개를 시켰다. 질 좋은 숯불이 곧바로 준비되는 걸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퍽 흐뭇했다. 이게 다 이여운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너 나한테 뭐 잘못했냐?”

크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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