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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n에서 나왔다는 길 안내자는 한 번 보면 바로 잊어버릴 것 같은 평범한 얼굴의 사내였다.
“당신들이 ‘손님’입니까?”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그저 우리의 이름만을 물어본 그가 내어준 것은 두 필의 말이었다.
“목적지가 여기서 꽤 머니 말을 타는 것이 필수입니다. 나누어서 타십시오.”
콧김을 내뿜으며 제자리에서 가볍게 발을 구르는 말들은 그다지 난폭해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상당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말이라니…….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끌고 다니는 말이나 ‘펫’이라 불리는 길들인 몬스터들을 길거리에서 본 적은 많았지만, 내 주변에서 그것들을 이용했던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나 또한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오로지 걷거나 워프 포탈만 이용했던지라 눈앞에서 말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이런 동물이나 펫을 잘 타고 다니기 위해서는 라이딩 스킬이 필수라고 했던 것 같은데, 나에겐 그 스킬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흠, 말이라… 오랜만에 타 보네.”
옆에서 키온 형이 아무렇지도 않게 중얼거리더니 말의 갈기를 조금 쓰다듬다 익숙하게 몸을 날려 안장 위에 올라타는 것이 보였다. 순식간에 형의 무게를 지탱하게 된 말이 놀라 푸르릉거리며 앞으로 뒤로 따각거리며 움직였지만, 형은 능숙하게 고삐를 잡고 말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워워 하는 소리를 내 진정시켰다.
형은 말을 탈 줄 알고 있었군….
“카르야, 안 타고 뭐 해? 두 필밖에 없으니 형이랑 같이 타는 게 낫지 않겠어?”
형의 질문에 나는 실로 오랜만에 좀 난감한 기분이 되어 말을 올려다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음……. 라이딩 관련 스킬이 없는데 그래도 탈 수 있는 건지 모르겠어서.”
“엉? 라이딩 관련 스킬이 없다니? ……설마 뭘 타 보는 게 처음이야?”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형의 표정이 약간 놀란 듯 변하는 것이 보였다.
“라이딩 스킬이 없다고요?”
그때 옆에서 루크레이신의 흥미에 찬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말 위에 앉아 방만하게 앞으로 기대 있던 루크레이신이 모자 밑으로 보이는 자줏빛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말이나 펫을 타 본 적이 없다니, 형은 정말 여러모로 미스트 내의 천연기념물이라고 불릴 만하네요. 아하하. 제가 그래서 형이 마음에 든다니까요. 보통은 궁금해서라도 한 번쯤은 타 보는데.”
“…….”
저건 나를 비웃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진심으로 웃겨서 웃는 것뿐일까. 둘 다일 수도 있다는 점이 대단히 루크레이신다운 말이었다. 나는 잠시 울컥하려던 것을 가라앉히기 위해 길게 한 번 숨을 내쉬면서 놈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그래서, 나는 탈 수 있는 거냐, 없는 거냐.”
“그건…….”
루크레이신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시종일관 싱글거리던 놈이 갑자기 처음 보는 진지한 얼굴을 하자 나 또한 덩달아 약간 긴장이 되었다.
역시 라이딩 스킬이 없으면 안 되는 건가? 내심 신경 쓰며 놈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루크레이신이 나와 마주친 짙게 가라앉은 눈빛 그대로 조용히 목소리를 낮춰 천천히 중얼거렸다.
“흐음…. 그 눈빛… 굉장히…… 짜릿한데요?”
“…….”
“아오, 저 새끼 뭐라는 거냐?!”
순간 어이가 없어 울컥하던 것을 가라앉히려던 것이 실패한 것은 물론이요, 나도 모르게 저절로 주먹을 쥘 뻔했다. 옆에서 나처럼 어이가 없어진 듯한 키온 형이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자 루크레이신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웃으며 드디어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주었다.
“아하하핫.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론 탈 수 있어요. 라이딩 관련 스킬은 말이나 펫에 타자마자 바로 생겨나거든요. 다만 막 생겼을 때는 초급 스킬이니 혼자서 장시간 동안 탈 수는 없죠. 다른 사람과 같이 타야 해요. 마침 말도 두 필밖에 없으니 형에겐 잘됐네요. 저랑 같이 타실래요?”
나는 대답 없이 뒤돌아 키온 형의 말로 향했다.
“저 자식, 언젠간 저 주둥이로 망해 봐야 정신을 차리지. 카르야, 타려면 앞쪽에 타라.”
형이 분통을 터트리며 기꺼이 조금 뒤쪽으로 앉아주는 것을 보고 나는 머릿속으로 가볍게 하늘을 나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플라이!”
몸을 띄워 말을 놀라게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앞자리에 착지해 앉은 다음 마법을 해제하자 갑자기 얹힌 성인 남자 한 사람분의 무게가 버거웠는지 말이 잠시 비틀거리다 중심을 도로 잡는 것이 느껴졌다. 생전 처음 타 보는 말의 느낌은 생각보다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것이었다.
“어어, 꽉 잡아.”
키온 형이 등 뒤에서 황급히 팔을 둘러 고삐를 잡는 것을 보면서 나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아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는 것을 느꼈다.
이거 그다지 좋진 않은데.
그때였다. 안내음 소리와 함께 눈앞에 새로운 창이 불쑥 떠올랐다.
띠링!
- 새로운 스킬, ‘라이딩’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