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 협력의 이유 (1)
* * *
약간은 아슬했던 목욕이 끝나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창밖이 어두워졌을 무렵, 셋은 2층의 작은 도서관에 모여 앞으로의 일에 대해 회의 중이었어요.
혁명군에 잠입해서 중요 정보를 빼 와달라는 레나이가 부탁은 거하게 실패해버렸으니까요.
레나이에게 다시 연락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실패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도 탈리안으로서는 골치 아플 거예요.
“할 말이 있으면 해보세요.”
“아니, 근데 우리가 이렇게 혼나야 할 일이야? 걔네가 대놓고 마기를 써 올 줄 누가 알았겠냐고~”
회의에 앞서 혼나고 있던 도중이었나 봐요.
그렇지만 라피아의 말에 탈리안의 저기압은 한층 기세가 꺾여, 고민에 잠긴듯한 신음을 흘리게 했어요.
마기를 썼다고 한다면 탈리안이 그곳에 있더라도 별수 없었을 거예요.
마기가 흘러나온 이상 사건은 이미 터져버린 뒷일 테니까요.
이런 탈리안이 골머리를 썩이는 데에는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거였어요.
“그래요, 그렇다 쳐요. 그래서…. 하, 그 혁명군의 남자들은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하는지는 알아봤나요?”
“그것도 살펴볼 수 없었어요. 베리아가 혁명군을 완전히 토막 내놔서….”
“혁명군도 혁명군이지만 지금껏 가만있던 베리아가 갑자기 왜 나타난 건지도 문제네요.”
“베리아를 지켜볼 때 알 수 있었던 건 그냥, 화가 많이 났었다는 것밖에 없었어요.”
탈리안도 뾰족한 수가 없기에 둘이 겪은 일을 들으며 정보를 취합하고 있는 것일 텐데, 불의의 사고에 악재까지 겹치니 일이 해결될 낌새가 보이지 않아요.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어요.
“탈리안, 혹시 이런 것도 도움이 될까?”
“이건, 뭔가요.”
주머니에서 라피아가 꺼내든 건 피로 얼룩진 가죽끈이었어요.
길이나 굵기로 보아 팔뚝이나 허벅지, 혹은 목이라거나.
어디든 착용 가능한 장신구처럼 보였죠.
건네받은 물건을 여기저기 둘러보던 탈리안은 책상에 내려놓으며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예상이지만 별다른 특징은 발견하지 못한 것 같네요.
“약간의 마기가 느껴지네요….”
“내가 착각한 걸 수도 있는데, 일반적인 마기랑은 달라서 가져와 봤어. 마군주 옆에서 지내다 보니까 일반 마기는 마나랑 비슷하게 느껴지게 돼서.”
손가락으로 한번은 탈리안을 가리키고, 한번은 질을 가리키며 말하는 라피아에요.
하긴 주변에 마군주가 둘이나 있는데 일반적인 마기를 특별하게 느낄 시기는 지났죠.
마기를 내뿜는 마기노를 만나도 이제는 마기가 평범한 마나처럼 느껴질 수준일 거예요.
“그러니까, 당신이 하는 말은 이 가죽끈에서 느껴지는 마나가 마군주의 것이라고?”
“그러지 않았으면 가져오지도 않았을 거야.”
“뭔가 다른 것처럼 느껴지기는 해요. 하지만 마군주의 것이라기에는 독기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게 너무 얕아서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탈리안도 잘 모르겠다는 장신구를 질이 들고 살펴보더니 중얼거리기 시작했어요.
“뭘 그렇게 중얼거려?”
“아, 네?! …언니들한테는 안 보여요?”
“뭐가 보인다는 거죠?”
“베리아…. 제 옆에 마기 덩어리로 떠 있는데….”
자기 얼굴의 옆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질이지만, 둘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질을 이상하게 쳐다봤어요.
라피아야 마기노가 아니니 그럴 수 있어도 탈리안까지 못 보는 건 질도 예상외의 일이었나 봐요.
“정말, 정말 안 보여요? 언니가 그래서 반응을 안 했구나…. 혼날까 봐 일부러 작은 소리로 말하고 있었는데….”
“설마 베리아와 대화 중인 건가요?”
“읏, 으흑?! 흐, 후후…. 이 고통은 적응이 되질 않는구나.”
두 눈동자가 전부 빨갛게 물든 걸 보면, 잘 대화하다가 다시 주도권을 빼앗긴 듯해요.
질과 베리아의 목소리가 섞여 들려오는 그 기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거예요.
이 변화에 역시 탈리안과 라피아의 분위기가 싹 가라앉아버렸죠.
“이번엔 뭐하러 나온 건가요.”
“이 몸이 지르니트의 몸을 사용하는 게 불만인가? 기껏 협력하려고 나와주었더니, 이래서야 도울 마음도 다시 사라지겠군.”
설마하니 베리아의 입에서 도와준다는 말이 나올 줄 몰랐을 거예요.
그렇기에 탈리안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라피아와 눈빛 교환을 한 뒤에도, 베리아에게 되물어봤죠.
정말로 도와준다고 해도, 그걸 어떻게 믿냐는 것이었어요.
“물론, 믿고 말고는 네 녀석들 마음이다. 하지만 이 몸은 자존심도 내려놓고 지르니트 꼬맹이의 주도권을 빼앗지 않고 설득해서 나타난 것이다. 네 녀석들을 돕기 위해서.”
“헛소리 집어치워요. 뭔가 속내가 있으니까 그런 거겠죠.”
“하, 고작 잔챙이에게 빌빌거리고 정체조차 모르면서 강한 척이라니 심히 볼만 하구나. 연옥이었다면 그저 힘으로 밀어버렸으면 되었을 일을 이리 고생하니 마군주로서의 위엄이 땅바닥에 곤두박질쳤어.”
베리아가 잔챙이라 칭하는 대상은 혁명군에 가담, 혹은 혁명군을 조종하고 있는 마군주일 거예요.
하지만 잔챙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베리아는 가죽끈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걸까요?
가죽끈을 들고 일어나, 마기로 깨끗하게 만들고는 탈리안의 옆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걸 보면 뭔가 알고 있는 건 분명해요.
“단탈리안, 이 마기를 정말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냐?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을 텐데,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도둑고양이 같은 년이 있지 않았나? 아니면….”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채지 못하는 탈리안의 목에 들고 있던 장신구를 둘러 채우고는 살며시 조였어요.
눈앞에서 장신구를 흔들고 있었기에, 베리아의 재빠른 손놀림으로 채워졌을 때는 반항할 틈조차 없었죠.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장신구는 좀처럼 풀리려고 하질 않았어요.
그런데 장신구를 풀어내려던 탈리안의 손길이 갑자기 멈춰버렸어요.
뭔가 눈치챈 것처럼 말이에요.
“이게 뭐하, 라파르…? 설마 라파르가? 하지만, 그럴 리가…. 그녀는 당신이 죽였잖아요.”
“그랬지, 이 몸도 그 년이 어떻게 다시 살아났는지 알 수가 없다. 실컷 가지고 놀다가 다른 마군주들이 보는 앞에서 이 손으로 직접 죽였으니.”
“알아요, 그 자리에 저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죽었던 마군주가 되살아났다는 일은 저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요. 당신이 마군주의 코어까지 꺼내 삼키는 것까지 보여줬었잖아요.”
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라파르는 확실하게 한번 죽었던 게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떻게 살아난 걸까요?
“추억에 잠겨있는 도중에 미안한데, 그래서 너희 둘이 알고 있는 그 라파르라는 녀석. 강한 거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훔치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벌레와도 같은 마군주의 수치였다. 예전에는 말이지.”
“그럼 지금은?”
“이 몸도 모른다.”
누구인지 정체를 알아낸것만 해도 할 일은 해냈지만, 모른다고 말하는 모습이 당당해도 너무 당당하네요.
그 와중에도 흥미가 가득하다는 눈빛으로 책상에 걸터앉아 탈리안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 쓰다듬으려 하는 것 좀 보세요.
틈만 나면 탈리안에게 손을 대려고 하려는 것을 보면 베리아도 참 여전해요.
손도 못 대고, 오히려 손등을 꼬집히면서 저지당했지만요.
“하지 마세요. 그렇지만 당신이 도와주려는 이유는 알았어요. 복수가 하고 싶은 거죠? 그때의 소문, 덕분에 떠올려냈어요. 친구를 잃은 상실감과 분노에 라파르를 가지고 놀았다고요.”
“이 몸이 과거의 복수에 목매는 그릇이 작은 한심한 녀석으로 보이더냐?”
“아니라면 라파르와 싸울 때에 같이 싸우지 않아도 되겠네요.”
탈리안은 질기게도 자신의 턱을 잡아 자신과 억지로 시선을 맞추게 하려는 베리아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어요.
얌전히 질의 몸속에서 구경이나 하라는 말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어요.
스멀스멀 마기를 뿜어내는 게 딱 봐도 베리아가 먼저 싸움을 걸어올 것 같은 모습이에요.
“…그건 안 되겠군. 이 몸도 같이 싸울 것이다. 못하게 한다면 지르니트의 몸에 무리를 가게 해서라도 몸의 주도권을 빼앗아 참전하겠지.”
“지금 당장 이름을 빼앗기거나, 소멸당하고 싶으신 건가요?”
“할 수 있다면 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이 몸은 호락호락하지 않, 뭐 하는 짓이냐!!”
“둘 다 거기까지 해라, 제발.”
긴장감이 감도는 둘의 사이에서 금방이라도 싸움이 일어날 순간에 끼어든 것은 베리아를 안아 들어 다시 제자리에 앉힌 라피아였어요.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놓으라며 거센 저항을 했지만, 질의 몸으로 라피아에게 저항해봤자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었죠.
그저 얌전히 자리에 다시 앉혀지는 일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에요.
“네 말대로면 싸우려고 튀어나온 건 아니잖아, 베리아.”
“감히 멋대로 이 몸을 들어 올리다니 무례하다!!”
주먹을 쥐어 테이블을 쾅! 치며 따지는 베리아의 모습에는 위엄이랄 것도 없었어요.
라피아에게 공주님처럼 안겨져서 옮겨진 것으로 이미 위엄은 다 사라져버렸거든요.
여기에 라피아가 하찮다는 눈빛으로 ‘무례 좋아하시네, 힘도 제대로 못 쓰는 주제에….’라고 말하는 것을 베리아가 들었을 때는 그저 분에 못 이겨 부들거리기만 할 뿐이에요.
사실에 두들겨 맞아 반박조차 하지 못하는, 이런 마군주에게는 아무것도 없어 보일 거예요.
“그래도 나는 네가 정보 제공 쪽으로 도와준다면 말릴 생각은 없어. 우릴 속이는 거라면 그때 가서 너를 탓해도 되니까. 우리가 어디 가서 네 거짓말에 속아 죽을 하찮은 실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 정도로 넌 지금 약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
“…분하지만 맞는 말이다. 그러니 네 녀석들을 돕는 대가로 이 몸도 같이 싸우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느냐.”
“말이야 쉽지. 탈리안도 알고 있는걸 보니까 정보는 맞다고 하자고, 그런데 싸우는 중간에 네가 배신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어디 있는데? 혹시 몰라, 등을 보이자마자 바로 찌르려고 할지 누가 알겠냐고.”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만…. 하, 그래…. 솔직해지지. 지금의 이 몸은 타도 라파르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
본능에 충실히 따르는 마군주, 마기노의 특성을 생각해본다면 무언가의 목적을 가진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에요.
억제할 수 없는 본능에 몸과 이성이 지배되어 멋대로 행동해도 모자랄 판에 하나의 목적을 두어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행동한다는 것이잖아요.
어쩌면 가티아의 별종 같았던 모습이 로니아에게 옮았을지도 모를 일이에요.
“나는 그래도 못 믿겠어. 그래도 말했지만, 정보는 고맙게 받을게.”
“그래도 못 믿겠다면, 연옥에서 유행하던 계약을 맺어도 좋다. 이 정도까지 이 몸이 굽히고 들어가는데 모른 척하지는 않겠지, 탈리안.”
“…제정신인가요? 당신이 이곳에 와서 만든 노예계약과 다를 게 없는 걸 하겠다고요? 자존심까지, 자유까지 포기해가며 라파르를 상대하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탈리안이 이렇게 놀라 되물어보는 걸 보면, 아무래도 연옥에서의 계약이 슬리브스터의 노예계약과 많이 닮아있는 모양이네요.
아니면 그 계약을 그대로 빨간 목걸이라는 아이템에 넣어 활용한 것일 수도 있겠어요.
“노예계약? 무슨 소리야?”
둘이서만 아는 이야기가 진행되니 라피아가 답답했던 것 같아요.
“연옥에서의 계약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패배한 자들이 살기 위해서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최후의 수단이에요. 살아만 있으면 기회는 언젠가 다시 찾아오니까. 하지만….”
“그 말로는 평생을 명령만 듣는 의지 없는 하수인이 되거나, 코어를 빼앗겨 힘을 모두 잃어버리고 잡아먹힐 뿐.”
“고작 마군주 하나를 치기 위해서 그런 일을 하겠다고? 제정신인가…?”
라피아가 놀라는 것도 당연해요.
계약에 묶인다는 것은 본능을 따르는 마기노에게 있어서도 사약과 같은 것이니까요.
뭐가 되었든 중요한 것은 베리아가 그 정도로 이 일에 진심이라는 것이었어요.
분명 질에게는 가티아에 대한 감정과 기억 같은 중요한 것들이 세월에 퇴색되어 떠오르지도 않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전부 거짓말이었나 봐요.
“정말 진심인가 보네요. 소문이 정말이었….”
“시끄럽다. 계약에서 내가 제시할 것은 라파르와 싸울 때 이 몸도 네 녀석들과 같이 싸우는 것과 라파르의 끝처리는 이 몸이 하는 것.”
“알았어요. 우리가 제시할 것은 라파르와 싸울 때 배신하지 말 것과 질의 몸의 주도권을 빼앗고 튀어나오지 말 것. …하지만 계약은 다음 주에 할 거예요. 준비가 필요하니까.”
“음, 슬슬 지르니트 꼬맹이가 시끄러우니 이 몸은 들어가 보겠다.”
“네?”
“윽…! 베리, 아니 로니아! 제 말 좀…! 로니아아!”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사라지는 베리아의 모습에 탈리안이 되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질이 소리치는 것이었어요.
라피아가 왜 그렇게 소리치냐고 물어보면 질은 씩씩거리며 베리아가 자신의 말을 무시하며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몇 번이고 말을 걸어도 탈리안과 라피아랑만 대화하며, 대화가 끝나면 도망치기까지 했다는 것이었죠.
질이 이렇게 화내는 것을 보니, 교회에서 동화로 인한 영향 때문에 말다툼을 했던 뒤로 베리아는 자신이 할 말만 해왔던 것 같아요.
보나 마나 개인적인 일로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면 질의 모든 말을 무시하고 숨어버린 거겠죠.
“어차피 베리아랑 말해서 좋을 것도 없잖아? 그리고 계획이 정해졌으니까 남은 건 황녀님과 다시 상의해서 혁명군을 상대하는 일만 남았어. 베리아와 놀 시간은 없다고.”
“그건 그렇지만, 언니는 제가 무시당했다는데 화도 안 나세요?!”
“아니, 뭐어…. 나중에 혼내줄게. 그럴 기회는 앞으로 몇 번이고 있을 테니까.”
“거짓말! 대충 넘어가려는 거 다 보이거든요!?”
방금은 어린아이가 보기에도 라피아가 대충 대답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라피아의 태도가 질에 대한 내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일단 화를 참으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어린아이들은 특히 분위기나 사람의 모습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뛰어난 감을 가지고 있잖아요.
“질, 베리아에게 화난 건 알겠지만 화풀이를 다른 사람에게 하는 건 좋지 못해요.”
“제가 언제…! 아, 으, 미안해요….”
그렇지만 다른 어린아이들과 질이 다른 점이 있다면 철이 일찍 들었고, 옳고 그른 일의 판단을 할 수 있으며, 떼를 쓰지 않는다는 것 정도일까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바로 사과하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라피아의 곤란한 얼굴을 봐서 사과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것은 어른도 쉽게 못 하는 일이거든요.
“내 탓도 있으니까, 너무 질한테 뭐라고 하진 마. 황녀님한테는 바로 갔다 올 거지?”
“네, 내일 아침쯤에 갈 것 같네요. 수도에 갔다 오는 거니까 필요한 게 있다면 말해주세요. 사 올 테니까요.”
“저는 제가 따로 갔다 올 거라서 괜찮아요!”
“뭐 사러 가는데? 같이 갈까?”
“아니에요! 저 혼자 가야 해요!”
“뭘 사러 가길래….”
방금까지 탈리안에게 잔소리를 들어 침울해했던 질은 어디 가고, 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겠다며 방으로 도망가버리네요.
그 와중에도 뭔가 깜빡한 게 있는지 도서관을 나가기 직전에 얼굴만 빼꼼히 내밀며 탈리안과 라피아를 바라보고는.
“언니들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말하고 자기 방으로 뛰어갔어요.
누구한테 배웠는지는 몰라도 예의만큼은 정말 바른 아이예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