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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명에서 탈출시켜 줄 히든영웅을 찾습니다-49화 (49/178)

49화

나택의 어깨가 움찔 튀었다. 획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막다른 벽이다. 왼쪽으로 돌아보자 외길을 막아서고 다가오는 경비가 보였다. 놈은 말이 좋아 경비지, 몸집이 구티족만 했다. 산적 같은 덩치에 덥수룩한 수염, 근육과 살이 두툼하게 붙은 팔다리.

현대에서는 힘 좀 쓴다는 나택이었지만 저 체급은 이기기 힘들었다. 게다가 손까지 묶여 있는 지금은 더욱 불리했다. 놈이 허리에 찬 검을 꺼내 들었다. 나택을 알아본 문지기가 험상궂게 돌변했다.

“네놈……!  어떻게 나온 거지?!”

나택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죽일 기세로 노려보는 놈과 무기 하나 없이 대치하고 있자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만약 컨트롤러를 붙잡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나택 역시 기합을 넣고 호전적으로 덤벼들었을 것이다. 일단 달려들어서 어깨빵으로 놈을 치고 앞만 보면서 전력 질주를 했다가, 무기로 쓸 만한 걸 찾아 들고 다시 돌아오면 놈은 씩씩대는 모션을 취하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어디까지나 컨트롤러를 들고 있다는 가정하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여기서 섣불리 망상대로 움직였다간 다시 현실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아니, 지상의 땅을 밟기도 전에 죽을 게 확실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나택은 주변에 널브러진 해골 병사들을 훑었다.

뼈다귀들 칼이라도 뺏어 들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스치는 순간 메데우스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괜히 검을 쥐고 있다간 너까지 표적이 돼.’

구티족과의 접전을 앞두고 했던 얘기였지만, 아마 지금도 해당될 것 같았다. 검을 들었다간 저 덩치를 더 자극하는 꼴이 된다. 진퇴양난이 따로 없었다.

놈은 칼끝을 정확히 나택의 가슴으로 겨누며 다가왔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어떻게 해야……. 안 죽고 빠져나갈 수 있는 거냐.

물러나는 등에 축축한 벽이 닿았다. 해골이 들고 있던 방패가 나택의 발에 채여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엎어졌다. 검이 안 되면… 방패라도 들어야겠다.

나택의 울대뼈가 마른침을 삼키며 꿀렁였다. 벼른 날이 지척까지 다가온 때, 나택이 방패를 집으려는 순간이었다.

쿠르릉-!

땅이 찢어지는 듯한 천둥소리가 울렸다. 덩달아 놀란 나택이 화들짝 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웬 천둥이……. 아악!”

휙,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경비가 어깨를 쥐며 신음했다. 놈이 들고 있던 횃불이 젖은 바닥에 떨어졌다. 기름칠한 횃불이 점점 빛을 잃어 갔다. 어둑해진 사방에 나택은 앞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하 씨……. 이번엔 또 어떤 놈이야.

나택이 위험을 피해 옆으로 몸을 피하려는 순간이었다. 누군가 재빠른 속도로 뛰어오는 게 느껴졌다. 나택이 놀라 옆의 철창에 몸을 바싹 붙이는 동시에 퍽, 하고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으윽……!”

쿵, 소리를 내며 거대한 진동이 바닥을 흔들었다. 그때, 또 한 번 천둥이 울렸다. 어둠에 적응해 가는 나택의 시야에 단단한 가슴팍이 들어왔다.

“기껏 앞장서서 간다는 게 여기야?”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음성을 듣자마자 나택의 가슴에 반가운 마음이 불쑥 치솟았다.

“메데우스 님!”

메데우스가 쓰러진 덩치를 밟고 다가왔다. 나택은 저도 모르게 뛰어가 메데우스를 와락 끌어안을 뻔한 충동을 겨우 눌러 참았다. 떨어져 있던 시간은 하루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마치 이산가족을 상봉한 것처럼 눈물이 나려 했다.

인마, 진짜 보고 싶었다!

나택이 빠르게 걸어가 메데우스의 옷자락을 슬쩍 잡았다. 본능적으로 나오는 반가움의 표시였다.

“여기까지 어떻게 오신 겁니까.”

메데우스가 스윽 시선을 제 옷소매로 내렸다. 나택의 손에 감긴 사슬 때문에 팔에 가해진 무게는 상당했다. 그러나 메데우스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잡히지 않은 팔을 옆으로 기울여 떨어진 횃불을 주웠다. 입김 몇 번을 불자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물소리를 따라오다가 캄비세스가 나오는 걸 봤어.”

메데우스가 횃불을 철창에 기대어 세웠다. 옷소매를 쥐고 있던 나택의 손도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설마 물소리만으로 여길 찾아오신 겁니까?”

메데우스가 제 가슴팍 속에서 작은 천 조각을 꺼냈다.

“테레시. 이리 와 봐.”

메데우스는 받은 질문을 뒷전으로 미룬 채 나택에게 손짓했다. 영문을 모르는 나택은 일단 메데우스에게 바짝 다가갔다. 그러자 하얀 손이 나택의 턱을 쥐고 좌우로 돌렸다. 손끝이 미끄러지며 나택의 어깨에 닿았다. 이곳에 끌려오며 찢어진 어깨의 옷감 조각이 메데우스의 손에 들려 있었다. 붉게 물든 흔적을 보는 눈매가 매서워졌다. 나택 역시 그제서야 메데우스의 목적을 확인했다.

“아. 여기 끌려오다가 살짝 긁힌 겁니다. 독화살, 뭐 이런 거에 당한 거 아니고요. 저 멀쩡합니다. 이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혹시나 또 제가 짐이 될 것을 우려하는 것 같아 얼른 상처를 해명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메데우스의 낯빛이 더욱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왜 또. 왜.

메데우스가 한숨을 쉬더니 손에 들린 천 조각을 던졌다. 그러고는 경비의 허리춤을 뒤져 열쇠 꾸러미를 꺼냈다. 나택의 손목을 풀어 주려 이 열쇠 저 열쇠 끼워 넣는데, 두어 칸 떨어진 철창이 덜컹 소리를 냈다.

“메데우스 장군? 정말 니누르타 장군이 맞소?”

철창에 붙은 스메나피쉬팀이 꺼져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동시에 덜컥 소리를 내며 나택의 사슬이 풀렸다.

“참, 스메나피쉬팀 님을 찾았습니다. 이곳에 갇혀 계셨습니다.”

나택의 말에 메데우스가 열쇠를 쥐고 인기척이 나는 철창으로 다가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스메나피쉬팀. 그간 잘 지내셨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겠군요.”

메데우스가 열쇠를 하나씩 자물쇠에 물려 보며 말했다. 스메나피쉬팀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철창에 기대었다.

“내 혜안이 부족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소.”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듣도록 하죠.”

철컥, 드디어 철창의 문이 열렸다. 스메나피쉬팀이 초췌한 몰골로 섰다.

“면목이 없소이다. 장군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키엔기(수메르어로 수메르를 칭하는 이름)인에게 도움을 받은 것이 그렇게 부끄럽습니까.”

“좋은 모습만 보여 주고, 델람의 아름다운 풍경만을 보여 주며 장군의 마음을 사려고 늘 애를 써 왔는데. 그토록 구애하던 이에게 이런 꼴을 보였으니, 내 치부를 보인 기분이오.”

스메나피쉬팀이 위태로운 걸음으로 감옥에서 빠져나왔다. 메데우스가 쓰러지는 몸을 받아 들며 나택에게 눈짓했다. 나택이 곧바로 다가와 스메나피쉬팀을 부축했다.

메데우스는 나택의 어깨에 닿는 병자의 뺨을 마뜩잖게 보았다. 하지만 팔이 네 개가 아닌 이상에야, 나택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메데우스가 횃불을 들고 오며 허리의 검을 재차 확인했다. 좌절한 스메나피쉬팀에게는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살아있는 한 당신이 델람의 정통 계승자라는 건 변하지 않아. 지금이 잘못되었다 여긴다면 이제라도 그릇된 상황을 바로 잡으시길 바랍니다. 그게 당신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야.”

“장군…….”

쿠르릉-!

순간 또 한 번 천둥소리가 들렸다. 지하 수로의 물소리를 뚫고 올 정도로 세찬 폭음이었다. 스메나피쉬팀이 고개를 들었다.

“천둥……. 우기는 아직일 텐데……. 오늘이 몇 날인가. 샤바투 초하루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오늘이 테베투의 마지막 날입니다. 곧 달이 바뀔 테고요.”

“이럴 수가! 어서 방주로 사람들을 피신시켜야 해!”

스메나피쉬팀이 쇠약한 기운으로 허공에 팔을 뻗었다. 메데우스가 차갑게 물었다.

“대홍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말 대홍수가 일어날 거라고 확신하십니까.”

“메데우스 장군도 신의 계시를 받았다 하지 않았소!”

“내가?”

일그러진 메데우스의 시선이 곧바로 나택을 과녁 삼았다. 나택이 멋쩍게 웃었다.

길게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랬어. 완전 틀린 말도 아니잖아.

눈으로 나누는 대화가 스메나피쉬팀에게 들릴 리 없었다. 에아의 신도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에아가 들려준 이야기는 우리를 구원하려는 신의 마지막 자비요. 샤바투의 초하루가 되기 전에 방주로 사람들을 피신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땅의 생명은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거요.”

나택 역시 다급하게 끄덕였다.

빨리 도망가자.

메데우스가 출구를 향해 고갯짓했다.

“좋아. 그럼 움직여 보자고.”

나택은 스메나피쉬팀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 그 얕은 접촉을 본 메데우스가 오만상을 찌푸렸지만 수로의 누구도 그 표정 변화를 보지 못했다.

* * *

앞장 선 메데우스는 거침이 없었다. 던전을 깨는 용병처럼 막힘없이 지상으로 올라갔고, 중간중간 보이는 문지기와 위병은 검 한 방에 처리했다. 지하 수로를 지키고 있는 놈들은 죄다 덩치가 구티족만 했다. 한 놈이 쿵 쓰러지는 것을 피해 나택이 재빨리 몸을 옆으로 피했다. 그의 등에는 스메나피쉬팀이 업혀 있었다.

메데우스의 지시에 따라 나택이 다시 걸음을 이었다.

“그런데 정말 물소리만 듣고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그래. 네가 사라진 그 자리와 이어질 것 같은 수로 위주로 살펴봤지. 근데 그 벽은 대체 어떻게 연 거야? 무슨 수를 써도 꿈적도 않던데.”

시스템의 농간임이 분명했지만 사실대로 말할 순 없다. 나택이 짧게 대답했다.

“운이 나빴나 봅니다.”

“너는 문제를 몰고 다니는 재능이 있어. 아니면 네가 문제 그 자체인가?”

고대 문명에서 탈출하고 싶은 절박함을 문제라고 매도하다니. 나택이 도끼눈으로 메데우스를 흘겼다. 하지만 등에 업힌 환자의 앓는 소리에 큰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수로 밖으로 나왔을 때는 해가 저물고 있었다. 지하 감옥에는 시계도 빛도 없었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을 계산할 수 없었다. 나택이 갇혀 있던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던 모양이었다. 대홍수가 코앞인 시기에 아까운 하루를 허무하게 날리다니.

나택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걸음 역시 빨라졌다. 그런 나택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메데우스는 낭비한 시간을 만회해 주겠다는 듯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스메나피쉬팀을 안전한 장소에 숨겨 둔 뒤, 미리 언질해 둔 것인지 샤나비를 몰래 데려와 두 남매를 상봉시켰다. 이 과정이 정원 산책의 날에 계획된 일이었다는 걸 나택이 알게 된 건 좀 더 나중의 일이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질 때쯤, 스메나피쉬팀은 샤나비의 부축을 받으며 성 밖으로 나가는 비밀 출구 앞에 섰다. 메데우스는 쉼 없이 주변을 경계했다.

“믿을 만한 호위나 도와줄 자는 없습니까.”

스메나피쉬팀이 고개를 저었다.

“성내에 있는 자들은 신보다는 권력과 돈을 믿는 자들이야. 사람을 태우는 대신 자신들의 귀물을 방주에 먼저 실을 자들일세. 성채 바로 아래에 나의 오랜 친우가 살고 있어. 나만큼 에아에 대한 믿음이 강한 자이니, 그라면 반드시 도와줄걸세.”

캄비세스가 장악한 거점은 성내였다. 신전도 백성들도 스메나피쉬팀에게 좀 더 호의적이니, 일단 성 밖으로 나가기만 한다면 두 남매는 안전해질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타국의 내정이었다. 이 이상은 메데우스가 관여할 수 없었다.

메데우스가 건조한 어투로 둘을 배웅했다.

“무사히 그대의 명예를 지키길 바랍니다.”

고개를 주억이던 스메나피쉬팀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

“장군. 저와 함께 갑시다. 서쪽 니무쉬 언덕에 방주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내게 나의 일이 있듯, 그대는 그대의 일이 있을 겁니다. 타국의 장군 대신 이 땅의 백성들을 돌보세요.”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나택이 메데우스의 옷자락을 슬그머니 쥐었다.

왜 남 얘기하듯 말해. 우리도 당장 가야 하는데……?

허릿단의 옷감에 가해지는 힘에 메데우스가 곁눈으로 아래를 가볍게 보았다. 하지만 나택에게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스메나피쉬팀이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장군을 염원하던 날부터 델람인이 된 그대의 모습을 항상 꿈꾸었습니다. 나는 정말로 메데우스가 델람을 진정한 조국으로 여길 수 있게끔 해 줄 자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는, 그런 주장도 할 수 없겠군요.”

“델람의 강병은 델람인의 손으로 만드세요. 그러라고 위험을 감내하며 도와드리는 거니까. 그리고,”

메데우스가 샤나비에게 몸을 돌렸다.

“그대는 좀 더 부드럽고 섬세한 남자가 잘 어울려. 진심으로 공주만을 위해 줄 사람에게 마음을 줘.”

공주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얕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군을 볼 때마다 미련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다정하진 않으셨지만 단 한번도 저를 가식으로 대하신 적은 없었으니까……. 노력하면 그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리도 정중히 거절하시니, 더는 어찌할 수가 없군요. 장군께서도 진심을 나눌 좋은 분을 만나시길, 그리고 또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스메나피쉬팀도 마지막으로 애정 어린 경고를 했다.

“장군.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해도, 반드시 샤바투 초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수나파크에서 벗어나셔야 합니다. 이것 하나만큼은 꼭 명심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예고된 대재앙을 가슴에 품고 적진에 홀로 서 있으면서도 메데우스는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 나택은 초조한 마음에 더욱 세게 메데우스의 옷을 쥐었다.

두 델람인의 구애는 이렇게 급작스러운 끝을 맞이하고 말았다. 통로로 들어가기 직전, 스메나피쉬팀이 가슴에 손을 얹으며 메데우스에게 진심 어린 축복을 내렸다.

“에아의 축복이 그대에게도 내리길. 황혼의 말로에서 그대만큼은 길을 잃지 않기를.”

그의 축복을 받아들인 메데우스가 짧게 묵례했다. 그 순간 나택의 눈앞에 환한 빛이 떴다.

쿠르릉-!

[황혼의 말로]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천둥소리 사이로 불길한 이름의 퀘스트가 떴다.

이 재수 없는 이름은 뭐야.

나택이 수눈키 유저일 당시, 라가쉬인으로 델람에 쳐들어왔을 때는 이런 퀘스트가 없었다. 황혼도, 말로도 모두 멸망을 뜻하는 단어인데. 아무리 봐도 순탄한 퀘스트일 리가 없었다.

시스템 안내창이 사라지고, 두 델람인이 시야에서 멀어졌다. 메데우스는 비밀 통로를 단단히 걸어 잠그고는 손을 탁탁 털었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나택이 얼른 메데우스의 앞에 섰다.

“저희도 얼른 서쪽 언덕 쪽으로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따로 움직이는 게 편할 것 같아 동행을 거절하신 거죠.”

“아니.”

그러나 메데우스는 단호하게 답했다.

“델람을 떠나기 전에 찾아야 할 게 있어.”

나택이 얼빠진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이요?”

이게 미쳤나. 설마 홍수가 일어나는 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메데우스 님. 자정이 되자마자 비가 쏟아질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대체 지금 가서 무엇을 찾겠다는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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